생활의 발견
린위탕 지음, 안동민 옮김 / 문예출판사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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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발견> 역시 지난달에 시칠리아와 몰타를 여행할 때 가지고 갔던 책입니다. 여행길에서 마지막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여행이 끝날 때까지 마무리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시칠리아의 아그리젠토로 여행하는 길에 쏟아지는 폭우를 만나면서, 임어당이 <생활의 발견>에서 인용했던 김성탄의<서상기>에 나오는 갑자기 우뢰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리더니 검은 구름이 첩첩이 하늘을 덮고, 싸움터로 향하는 대군처럼 당당한 기세로 몰려온다. 이윽고 처마에서 비가 폭포처럼 퍼붓기 시작한다.”라는 대목을 여행기에 인용했습니다.(임어당 지음 <생활의 발견> 89)


<생활의 발견>1937년에 처음 출간되었던 것으로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것이 언제쯤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떻든 제가 학생 때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서론격에 해당하는 저자의 말은 이 책은 사상과 인생에 관한 나의 체험을 밝힌 개인적 증언이다. 이 책에 밝힌 나의 입장은 객관적인 것도 아니고, 영구불변의 진리도 아니다라고 시작합니다. 스스로의 한계를 과감하게 밝히고 글을 시작한다는 점에서 대인답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책을 읽어가다 보면 저자가 모두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당대에는 쉽게 공감되었을 이야기가 이제는 구닥다리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도서관 잡지(Library Journal)>에서 1937년에 출간된 이 책은 “don't worry, be happy"를 강조하는 책의 원조 격이다. 중국인 철학자는 더욱 성공적이고 평화로운 삶을 개발하기 위한 사고방식을 자세히 설명한다.”라고 평을 해놓았습니다. 실제로 세 번째 꼭지의 이야기 인생의 즐거움을 보면 인생을 즐겁게 지내는 것 이외에 인생에 무슨 다른 목적이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75)’라고 한 대목을 가져온 것을 보입니다.


1895년 푸젠 성 룽시에서 그리스도교 장로회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저자는 어려서부터 엄격한 그리스도교도로 교육받고 신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그러나 니체처럼 그리스도교에 회의를 갖게 되어 신앙을 버리고 하버드대학을 거쳐 라이프치히대학으로 유학하게 되었습니다. 라이프치히대학에서 언어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에 귀국하여 베이징 대학, 칭화대학, 베이징여자사범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저자는 중국의 고전은 물론 서양의 사상에도 일가견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나는 독창적인 글을 쓰지는 않았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사상은 동서의 많은 사상가들이 몇 번이고 생각했고, 표현한 것들이다. 동양에서 빌려온 것은 이미 동양의 낡아빠진 진리이다. 그럼에도 그것은 나의 사상이기도 하다.(7)” 자신의 뿌리가 중국의 전통 철학에 있음을 밝힌 셈입니다.


이 책에 담긴 대부분의 내용들은 살아가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대목들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요즘 세대들이 구닥다리라고 치부할만한 대목도 없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우선 무엇보다 이야기를 하는 것은 노인의 특권이다. 젊은이들은 노인이 이야기하는 동안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있지 않으면 안된다. 중국 속담에도 있듯이 젊은이에게는 귀는 있지만 입은 없다.(154)’”와 같은 대목이 대표적입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이런 속담 자체에 거부감을 느낄 것입니다.


생활의 기쁨이라는 제목의 글에는 여행의 즐거움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는데, 특히 두 가지 엉터리 여행을 꼬집어 놓은 대목에 공감한다. 첫 번째는 정신 향상을 위한 여행이다. 사실은 정신 향상이라고 했지만, 휴식을 위한 여행이라는 의미로 읽힙니다. 진정한 휴식은 굳이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후일에 이야기할 재료를 얻기 위해 여행하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사진찍이에 여념이 없어서 모처럼 찾아온 관광지를 자신의 눈으로 집접 바라볼 시간을 갖지 못함을 지적합니다. ‘참된 여행자에게는 항상 방랑하는 즐거움, 모험심과 모험에 대한 유혹이 있다고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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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삶에 스며들 때 - 젊은 의사가 수술실에서 만난 기적의 순간들
라이너 융트 지음, 이지윤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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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삶에 스며들 때> 역시 지난달에 시칠리아와 몰타를 여행하면서 읽은 책입니다. 책을 쓴 라이터 융트(Rainer Jund)는 독일 뮌헨 대학병원에서 수련의와 전공의 과정을 거쳐 전문의로 근무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본질적 고민을 계속해왔습니다. <죽음이 삶에 스며들 때>는 그 과정에서 느낀 병원과 의료체계의 한계, 환자를 이해하는 일 등 의사라면 누구나 겪었을만한 일들을 솔직담백하게 적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인생은 쉼 없이 계속된다는 의과대학에서 해부학을 공부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적었습니다. 학교에 가기 위하여 지하철을 탔는데 지하철에 탄 사람들은 보험사로, 은행으로, 학교로, 혹은 사무실로 일하러 가는데 반하여 자신은 죽음을 만나러 가고 있다는 생각에 집중합니다. 아마도 해부학 실습을 처음 하는 날이었던 모양입니다. 400명이나 되는 뮌헨대학교 의과대학에 해부학 실습을 위하여 기증된 사체를 두고 여덟 명의 의과대학생들이 동시에 해부학 실습을 진행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여늬 의과대학처럼 첫날은 엄숙한 가운데 수업이 진행되었고, 그 순간만큼은 화제에 오르지 않았다고 합니다.


제가 해부학을 공부할 때는 100명의 학생들이 50명씩으로 나뉘어 네 명인가 여섯 명이서 한 구의 사체로 실습을 했었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많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일부 의과대학에서는 사체를 구하지 못해서 해부학 실습이 어렵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여건이 이런데 의과대학 정원을 2천명을 추가로 늘리겠다고 하는 정부는 과연 어떤 통계를 기반으로 정책을 수립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독일의 병원에서 일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제대로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넓고 추운 병동에 마취과, 신경외과, 일반외과, 외상외과, 내과의 여러 분과, 방사선과, 종양학과, 병리학과 등 모든 학과가 있다고 하는 것도 이해되지 않습니다. 병동은 대부분 전문화되어 있기 때문에 입원 환자들이 대부분 같은과의 진료를 받고 있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마취과, 방사선과, 병리학과 등 지원진료과들은 수술실, 촬영실, 검사실 등과 소속되어 업무를 하게 됩니다.


신경외과 수련 기간이 끝나고 두경부 외과 병동으로 옮겼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수련의 시절의 이야기 같은데 병동에서 발생한 응급상황에 불려갔지만 환자를 구하지 못하고 말았던 경험에 대하여 이야기하면서 환자를 수술실로 옮겨 지혈술을 시행했다고 하는데, 수련의가 그와 같은 권한이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수술을 집도한 의사나 병동 의사가 환자를 다시 본 적이 없다고 꼬집었지만, 병동환자의 심정지시에 출동하는 응급체계는 별도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응급실 야간당직 근무를 하면서 응급환자가 왔다는 연락을 받고 하던 일을 중단하고 응급실로 뛰어갔다고 하는데, 응급실 야간당직의사는 환자가 없어도 응급실을 지키고 있어야 환자가 들이닥칠 때 바로 적절한 처치가 가능한 것입니다.


저자가 인용하고 있는 사례에서 빠져 있는 것은 자신이 어떤 위치인지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병원에 근무한다고 해서 모든 의사가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기 위하여 치료방향을 결정하는 권한을 나누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직급이 낮은 의사에게는 치료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보다는 환자의 상태를 고려하여 필요한 검사를 한다거나, 병력을 청취하여 바로 상급자에게 보고하고 어떻게 할 것인가 지시를 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읽다보면 저자가 노르웨이 마법사라고 칭하는 동료는 뮌헨의과대학에서 같이 공부한 것처럼 이야기가 시작되다가 뒤에서는 오슬로에서 의과대학을 마쳤다고 하는 것을 보면 다른 생각을 하게 되더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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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 하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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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 하트> 역시 지난달에 시칠리아와 몰타를 여행하면서 읽은 책입니다. 저자인 더글라스 케네디는 미국 작가이지만 런던, 파리, 베를린 그리고 몰타를 오가며 살고 있다고 하니 여행하면서 스치듯 지나쳤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1995년에 발표된 <데드 하트>2017년에 우리나라에 소개되었습니다. 2년전 호주와 뉴질랜드를 여행하면서 호주대륙의 동남쪽 귀퉁이에 있는 시드니 주변을 조금 구경했을 뿐이라서 호주대륙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을까 해서 읽은 책입니다.


이야기는 호주대륙의 북단에 있는 항구도시 다윈에 있는 커다랗지만 황량한 술집에서 시작됩니다. 미국 동부의 해안에 있는 작은 도시의 신문사를 전전하며 기자로 일해 온 닉 호손은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 기자로서의 사명감이나 승진에 대한 야망도 없으며, 그러 그런 사건을 취재해 기사로 내보낸다. 그러다 지치면 사표를 던지고 다른 도시에 있는 신문자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다.


이번에도 새로 얻은 직장으로 가던 길에 보스턴의 오래된 서점에서 발견한 1957년판 호주 왕립 자동차 클럽의 지도가 그를 이곳으로 이끈 것이다. 지도에 그려진 호주를 종단하는 긴 도로가 그의 눈길을 끈 것입니다. 권태롭기만 하던 일상에서 벗어나 황무지의 중심부를 달리다보면 죽어가던 심장이 다시 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것입니다. 계획도 없이 그저 다윈에 도착한 그는 술집에서 우연히 만난 미국인이 무슨 일로 호주에 왔느냐고 묻자 남쪽으로 가보려 한다고 답합니다. 남쪽 어디로 갈거냐고 재차 묻는 말에는 글쎄요, 어쩌면 퍼스?’라고 답하는 것을 보면 아무 준비 없이 무작정 다윈에 온 것이 맞습니다.


그저 여행안내서에 적혀 있는 다윈에서 퍼스까지 이어지는 5천 킬로미터의 도로는 당신을 오스트레일리아 서부 오지가 드러내 보여주는 자연의 신비 한가운데로 이끌뿐더러 지구에 남은 마지막 위대한 야야생의 세계로 들어서게 한다.(25)”라는 구절에 끌려 무작정 떠나온 것으로 여행에 대한 준비라고는 전혀 없는 백지 상태였던 것입니다. 그가 새로 얻은 신문사에 갈 수 없음을 통보하고 미국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다윈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하루하고 반나절이 걸렸을 뿐이라고 하니 그럴 시간이 없었을 법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내가 일련의 미친 결정을 통해 얻은 교훈이라면 지도와 사람에 빠지면 인생을 조지게 된다.(28)”였다고 미리 고백합니다.


여행의 시작은 그런대로 순조롭게 진행이 됩니다. 타고갈 밴도 구하고, 그것도 달라는 값을 다 주고, 출발을 했는데, 출발하고서 두 시간 만에 캥거루와 충돌을 했다는 것입니다. 저녁 무렵에 출발을 한 탓에 암흑 속에 묻힌 도로를 달리다 벌어진 일입니다. 처음 들른 주유소에서 티투스라는 이름의 원주민을 태워주기도 하고, 야영지를 떠나면서 들린 주유소에서는 앤지라는 이름의 20대 여성을 만나 태워주었습니다. 가족이 없다고 하는 닉에게 당신이 내일 당장 죽거나 실종되더라도 찾아 나설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뜻이잖아요라면서 언젠가 가족과 함께 할 날이 올 거예요라고 말하는 대목을 심상치 않게 들었어야 한다는 생각을 나중에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화자인 닉의 입장이거나 독자인 저의 입장에서도 말입니다.


두 사람은 결국 지켜야 할 선을 넘고 마는데, 앤지가 상황을 주도하고 닉은 끌려가는 입장입니다. 사랑이 아니라 굳이 지켜야 할 선이라고 적은 이유가 있습니다. 그때부터 시도 때도 없이 관계를 강요당하는 입장이 되자 닉은 헤어질 결심을 하지만, 결국은 마취가 된 상태로 지도에도 표기되지 않는 오지마을 울라누프로 납치되고 말았습니다. 일종의 약탈혼이 성립된 것입니다. 탄광이 폐쇄된 마을에 흘러든 네 가족으로 구성된 마을을 유지하기 위하여 남녀를 불문하고 밖에서 결혼상대를 붙들어온다는 것인데 그렇게 끌려온 사람은 마을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입니다. 호주의 오지여행을 꿈꾸던 닉은 일생일대의 위기를 어떻게 벗어날 수 있었을까요? 편집증적인 사랑을 다룬 영화 미저리를 뛰어넘는 극단적인 상황입니책임 없는 삶은 실체 없는 삶이라는 교훈을 남긴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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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너를 지나가게 하라
조셉 M. 마셜 지음, 김훈 옮김 / 문학의숲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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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너를 지나가게 하라> 역시 지난달에 시칠리아를 여행하면서 읽은 책입니다. 여행을 다녀온 뒤에 일이 밀린데다 코로나에 걸려 쉬는 바람에 독후감이 늦어졌습니다. 이 책을 쓴 조셉 M. 마셜3세는 미국 원주민으로 라코타 부족의 일원입니다. 교사이자 역사가이며 민간전승을 연구하는 민속학자이기도 합니다. 라코타 부족은 오하이오강 유역에서 시작되었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으며 16세기 무렵에는 오대호 부근에서 살다가 다른 부족에 밀려 중서부의 대평원지역으로 옮겨갔습니다.


제가 미국에서 공부할 때는 다코타 부족들이 주로 살던 사우스 다코타 주의 옆에 있는 미네소타 주에서 살았습니다. 서부를 여행하면서 원주민들의 문화를 볼 기회가 여러 번 있어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원래 제목은 라코타 방식(The Lakota Way)인데, ‘바람이 너를 지나가게 하라는 이 책의 우리말 제목은 저자의 할아버지께서 해주신 말씀에서 따온 것으로 보입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백인 아이들과 입씨름을 벌이게 되었는데 백인 아이들이 원주민을 모욕하는 말을 내뱉는 바람에 분통이 터져 결국 지고 말았다고 합니다.


집에 돌아와 할아버지께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더니 말이 상처를 줄 수 있는 것은 네가 그렇게 되도록 허용할 때만 그렇단다.”라고 하시면서 바람 같은 그 말들이 너를 화나게 하고 자존심을 건드리게 하는 일이 없어 그냥 지나가게 하면 그것들은 네게 아무 영향도 미치지 못할 거야라고 말씀하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보면 남의 말에 크게 상처를 받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심지어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도 적지 않아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바람이 너를 지나가게 하라라는 라코타 원주민들의 현명한 생각을 가르쳐 스스로를 귀하게 생각하도록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사실 20세기 말 쯤에는 미국이나 캐나나 등지에서는 인디언이라는 퇴출되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아메리카 원주민(native american), 캐나다에서는 첫 번째 부족(First Nations)이라고 부르다가 최근에는 토착민족(Aboriginal People)이라는 말로 대체되고 있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정작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스스로를 아메리카 인디언이라고 부르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다시 인디언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정말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그저 스처가는 바람처럼 여기는 것 같습니다.


이 책에는 삶을 축복으로 바꾸는 라코타 인디언의 12가지 선물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습니다. 겸허함, 인내, 존경, 명예, 사랑, 희생, 진실, 연민, 용감함, 꿋꿋함, 너그러움, 지혜 등을 주제로 라코타 부족들 사이에 대대로 전해오는 살아가는 방식 열두 가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런 주제를 담은 전설이나 이야기들을 어릴 적부터 집안의 어르신으로부터 들어오기 때문에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지도 모릅니다.


읽어가다 보면 원주민의 이름이나 지명들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들이 적지 않습니다. 아마도 그들은 이름이나 지명을 자연과 흡사한 것들에서 고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의 저자만 해도 라코타 부족의 이름은 들소가 사랑해라고 합니다. 사실을 원주민들의 이름을 의미를 살린 영어로 옮긴 것을 우리말로 번역을 한 까닭으로 보입니다. 외래어를 우리말로 옮기는 원칙은 현지인의 발음에 따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라코타 부족의 언어로 표기하는 것을 살려야 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을 하나 적어두겠습니다. 일곱 번째 주제인 진실에 관한 이야기 가운데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어가기 시작하며, 그것은 결국 잘 산다는 것은 잘 죽는다는 것을 뜻한다. 죽음이야말로 모든 삶의 가장 참된 측정 수단이다라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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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마지막에 마주치는 10가지 질문 - 1000명의 죽음을 지켜본 호스피스 전문의가 말하는
오츠 슈이치 지음, 박선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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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 시칠리아와 몰타를 여행하면서 읽었던 책 가운데 하나입니다. 죽음을 마주하는 것이 삶을 살아내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고른 책입니다. <삶의 마지막에 마주치는 10가지 질문>은 도쿄 마츠바라 얼번 클리닉과 도호대 의료센터 오모리 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말기 환자를 돌보고 있는 호스피스 전문의 오츠 슈이치 선생이 썼습니다.


호스피스(Hospice)는 원래 중세 유럽에서 여행 순례자에게 숙박을 제공했던 작은 교회를 부르던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호스피스에 머물던 여행자가 건강상의 이유로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상황이면 그곳에서 치료 혹은 간병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나온 현대의 호스피스는 11세기 무렵 유럽에서 발전해 나왔습니다. 치명적인 만성질환의 말기에 들어서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들의 고통을 완화시켜 정신적으로도 평안한 죽음을 맞게 해주는 돌봄을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호스피스 전문의로 근무하는 동안 천여 명의 환자의 죽음에 동행했다고 합니다. 사람들의 삶이라는 것이 닮은 듯해도 꼭 같은 경우는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죽음마저도 꼭 같은 경우는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죽음에 대하여 여러 모로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를 비롯하여 죽음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썼다고 합니다.


<삶의 마지막에 마주치는 10가지 질문>에서는 죽음을 앞둔 사람들을 돌보는 과정에서 알게 된 여러 가지를 정리했습니다. 읽다보면 10가지 질문이라고 했지만 내용을 보면 질문이 열 가지가 넘어서는 것 같습니다. 질문의 주제를 나누어보면 왜 죽음을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는지, 영원한 삶이 꼭 행복한 것인지 등 쉽지 않은 질문들을 잘도 뽑아놓았습니다.


특히 죽음을 앞둔 사람들을 돌보다보니 아무래도 그들이 가지는 죽음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모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죽음에 대하여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막연하게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말기 환자가 임종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여러 단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는데 이런 설명을 처음 들어보는 것이었습니다. 사고나 급성 질환으로 사망에 이르는 경우와는 달리 말기 환자의 경우는 어느 정도 정형화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월 단위로, 주 단위로, 일단위로, 그리고 시간단위로 임종에 가까워지는 모습을 설명해놓았습니다. 이와 같은 과정을 잘 이해하고 있으면 가족 가운데 말기 환자가 있는 경우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도 있겠습니다.


병리학을 전공한 저는 요즈음 병리진단을 환자에게 직접 설명해주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임상 각과에서 시술이나 수술 등을 통하여 얻은 검체를 병리과에 검사를 의뢰하고 병리과에서 판독된 결과를 바탕으로 임상의사들이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설명을 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병리진단의 세밀한 부분까지 제대로 설명이 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저도 몇 년 전에 환자의 요구로 병리검사결과를 직접 보여드리면서 병리진단을 설명해준 적이 있습니다. 그때의 경험이 이와 같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아직도 환자에게 암과 같은 중증 질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을 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리고 병리의사가 이런 일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을 많이 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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