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은 거꾸로 간다 - 마흔에 시작한 운동은 어떻게 행복이 되었나
이지 지음 / 프롬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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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근무하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꽤 오래 함께 일했던 팀장님으로부터 받은 책입니다. 제가 최근에 낸 <양기화의 BOOK소리-외전>을 보내드렸더니 답장을 받은 셈입니다. 작가들은 책을 주고받기도 한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일을 꼼꼼하고 깔끔하게 잘하는 분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책을 읽어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결단력과 추진력이 대단하신 분이었구나 싶어서입니다. 공자님께서도 나이 사십이불혹(四十而不惑)이라 하여 마흔이 되면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게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유혹의 의미를 확대해석해보면 새로운 무언가를 도모하는데 신중한 나이가 되었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나이 마흔에 헬스를 시작해서 클라이밍, 줌바댄스, 플라잉 요가, 폴댄스 등 다양한 운동을 섭렵하는데 그치지 않고 6년여의 시간을 투자한 끝에 전문가로서 자격증까지 따게 되었다니 대단하신 분과 함께 일했구나 싶습니다. 팀장님이 그런 일을 하는 동안 서울에서 원주까지 오가는 통근버스를 함께 타고 다녔는데도 전혀 몰랐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일할 때만해도 열 권 가까이 책을 내고 있던 터라 같이 근무하는 분들께도 책쓰기를 권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어쩌면 이지 작가님도 그 중 한 분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이번에 보내주신 책을 읽으면서 보니 제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그만 둘 때는 이미 <턴의 미학>을 내시고 작가의 반열에 들었더라구요. 그때는 부서를 옮기는 바람에 첫 책을 내시게 된 것을 몰랐던 것 같습니다. 알았더라면 추천사를 멋있게 써드릴 수도 있었겠습니다.


사설이 길어졌습니다. 책을 읽었으니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겠지요. 책을 읽고 두 번 놀랐습니다. 우선은 받은 책을 휘리릭 넘기다보니 적지 않은 사진들이 곁들여져 있습니다. 책을 읽어가다 알게 되었습니다만, 운동을 열심히 한 끝에 프로필 사진까지 찍게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찍은 사진들이 정말 예술이었습니다. 물론 전문사진가의 안목으로 잡아낸 순간들이겠습니다만 운동을 통하여 연출해낼 수 있게 된 장면들을 보면서 숨이 멎을 듯한 감동을 느끼게 됩니다. 마흔에 운동을 시작해도 이런 자세를 연출할 수 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두 번째로 놀란 것은 책을 읽어가면서였는데, 글솜씨가 대단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책을 열두 권이나 써낸 저는 아직도 건조하고 딱딱한 문체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못마땅합니다. 그런데 이지 작가님은 마치 대화를 하듯 술술 읽히는 그런 글을 쓰셨더라구요. <내 몸은 거꾸로 간다>와 함께 보내주신 작가의 부친께서 쓰셨다는 <단독보도>를 읽으면서 글솜씨가 집안내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 몸은 거꾸로 간다>에는 운동을 통해 몸을 바꾸고 그 경험을 통하여 책을 써내게 되었으니 마음까지 바꾼 이지 작가의 인생역전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셈입니다. 책을 써보면 기획의 중요성을 알게 됩니다. 기본 틀을 구상하고 목차를 정하고 나면 글쓰는 일은 일정한 틀에 맞추면 되기 때문입니다. <내 몸은 거꾸로 간다>를 읽어보신 분들 가운데 책쓰기에 도전해보자는 꿈을 가지게 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런 의욕을 가지게 될 독자들을 응원합니다.


최근에 아내로부터 헬스장을 다녀보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일단은 저질 체력이라서 감당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이번에 북인도를 여행하면서 1시간 정도 요가체험을 하게 되었는데, 뒤에 몸살을 앓는 바람에 여행을 망칠 뻔 한 것은 물론 귀국해서도 회복하는데 한 달이나 걸렸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등록을 하게 되면 본전 생각이 나서 매일 가야 할 것 같은데 자신이 없어 망설이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내 몸은 거꾸로 간다>를 읽고서 헬스장에 다녀볼 생각이 조금 생겼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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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여행 - 들뢰즈 철학으로 읽는 헬레니즘
김숙경 지음 / 그린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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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다보면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과 관련된 이야기를 끌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로마의 신에 관심이 많습니다. 제목에 이끌려 <신들의 여행>의 책장을 펼쳤을 때, 그리스의 석상들은 물론 불상의 사진들이 가득 찬 것을 보고는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최근에 북인도를 여행하면서 인도에서 불교가 어떻게 생겨 발전하고 소멸해갔는지 보았기 때문입니다.


<신들의 여행>은 제목처럼 동방에서 그리스 신들의 흔적을 볼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서문에서 본서의 내용은 유라시아 신화 속의 신들과 그들을 소재로 한 조형예술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본서에서는 신화와 예술을 넘어선, 아니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무언가 특별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5)”라고 적었습니다. 그러니까 공존하고 있는 드러난 세계와 감춰진 세계를 이야기하겠다는 것입니다.


1차이를 만든 접속: 신들의 변신에서는 알렉산드로스의 동방원정로와 중앙아시아 실크로드를 따라 동쪽으로 유입된 그리스 신들의 변신을 주제로 하여 만남과 접속에 의한 차이의 생성이라고 하는 문화의 속성을 확인해 가는 과정으로, ‘드러난 세계-삶의 영역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2들뢰즈 철학으로 만나는 신들의 변신1부에서 설명한 내용 전반에 대한 철학적 읽기, 즉 문화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물음을 신화와 신들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으로 감춰진 세계-철학의 영역이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드러난 세계와 감춰진 세계로서의 삶과 철학이 동전의 양면처럼 가까우면서도 접점을 찾기가 어렵다는 데 착안하여 이를 설명하기 위하여 저자는 유목미학이라는 영역을 창조해냈다고 합니다. 들뢰즈의 유목론과 미학을 결합한 개념입니다.


저자는 그리스의 신들이 알렉산드로스의 동방원정을 따라 이동하였다고 설명합니다. 마치 신들이 독자적으로 따라간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신이라는 존재 자체가 인간이 만든 것이기 때문에 동방원정에 나선 그리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그리스의 신들을 모셨을 터입니다. 알려진 것처럼 알렉산드로스는 동방원정길에 죽음을 맞았고, 그를 따라 나섰던 장군들이 점령지를 나누어 다스렸습니다.


그렇게 동방에 진출했던 그리스 사람들이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토착민에 동화되거나 토착민들의 세력에 몰락하는 운명을 맞았을 것입니다. 그와 같은 과정을 겪으면서 그리스 신들도 토착신앙과 결합하여 녹아들었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그리스 신들은 그리스 사람들이 만들어낸 존재일 터이나 그리스 사람들이 일찍이 소아시아와 교류하고 있던 터라서 소아시아를 경유해서 동방의 신을 들여왔을 수도 있습니다. 저자는 그런 부분을 크게 다루지 않았습니다.


저자는 그리스 신들이 알렉산드로스의 동방원정을 비롯하여 실크로드의 타림분지 등으로 자발적으로 이동해간 것처럼 설명하지만 사실은 그리스 신화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이동해간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스 조각예술이 간다라 미술에 영향을 주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원전 6세기 무렵 싯다르타의 깨달음으로 시작한 불교가 알렉산드로스의 동방원정보다 1세기 정도 늦은 기원전 3세기 무렵 마우리아왕조의 아소카 왕 시대에 소아시아의 안티옥,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그리스의 아테네 등지로 전파되었다고 합니다


그런가하면 인도에서 불상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기원후 2세기 초 쿠샨왕조의 카니슈카 왕 시절이었다고 합니다. 카니슈카 왕은 열렬한 불교도였지만, 조로아스터교, 힌두교, 그리스 신화 등 다양한 종교와 문화에 관용적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보면 간다라 지방에서 처음 등장한 불상이 그리스 조형예술의 영향을 받았음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리스의 신들이 부처를 시립하는 존재로 전락했다는 해석은 지나친 바가 없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생각거리가 많아지는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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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의 시학 동문선 문예신서 340
가스통 바슐라르 지음, 김웅권 옮김 / 동문선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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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책에서 보고 읽어보기로 했던 것인지는 기억에 남아있지 않습니다만, <촛불의 미학>에 매료된 바 있는 가스통 바슐라르가 몽상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고 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결론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정말 난해해서 얼마나 이해할 수 있었는지 가늠이 되지 않더라는 말씀을 드려야 하겠습니다.


옮긴이가 적은대로 저자는 서론에서 이 책의 성격을 잘 요약해놓았습니다. 저자는 몽상가가 자신의 꿈에 진정으로 충실하고 이 꿈이 시적 가치로 인해 분명하게 일관성을 띨 때, 그가 받는 일관성의 힘을 담아내고자 했다고 하였습니다.


본문은 모두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는데, 몽상에 대한 몽상을 설명하는 제1장과 제2장에서는 각각 말의 몽상가와 아니무스’-‘아니마를 나누었습니다. 우리를 유혹하는 모든 몽상을 언급해보겠다는 생각을 담아냈다는 것입니다. 그는 글쓰기는 펜이 흘러가는 대로 놓아두고 몽상으로 하여금 말하게 하는, 즉 몽상을 옮겨 쓰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습니다. 그 몽상은 낱말에서 시작된다고도 했습니다. 우리말에서는 낱말에 성을 부여하지 않습니다만, 프랑스어나 독일어의 낱말은 남성과 여성이 구분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남성형 낱말과 여성형 낱말을 잘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2장에서 이야기하는 아니무스와 아니마의 의미를 따져보면, 라틴어로 영혼을 의미하는 아니마에서 출발하는 개념으로 분석심리학에서 아니마는 남성의 무의식 인격의 여성적 측면을 아니마의 원형이라고 규정합니다. 남성이 가지는 모든 여성적인 심리학적 성질이 여기 해당됩니다. 반대로 아니무스는 여성의 무의식 인격의 남성적인 면을 의미합니다. 모든 정신현상에는 아니무스와 아니마가 때로는 협력하면서, 때로는 충돌하면서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바슐라스의 관점에서 가장 순수한 상태에서의 몽상이 아니마에 속하며, 꿈은 아니무스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3장에서는 우리를 어린 시절로 되돌리는 몽상에 대하여 이야기합니다.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 간직된 사랑스러운 관념들이야 말로 어느 순간부터 복잡한 몽상의 기원이자 질료가 된다는 것입니다. 기억은 꿈을 꾸고 몽상은 추억하게 되는데, 추억의 이런 몽상이아먈로 시적인 작품의 싹이 된다는 것입니다.


4장에서는 데카르트의 코기토 에르고 숨(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라는 명제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이 부분이 아주 어려웠는데, ‘몽상을 꿈꾸는 나라는 존재는 시인이 그에게 가져다주는 모든 시적 반영물로 살아가면서, 시인이 아니라 사회시키는 나로 드러난다고 했습니다.


5장에서는 몽상이 세계를 열어주고 확대해주는 관념을 뒤쫓았습니다. 우주는 세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몽상은 우리로 하여금 세계 속에 들어앉도록 도와주고, 세계의 행복 속에 자리잡도록 도와준다고 하였습니다. 몽상의 대상을 우주의 단계로 승화시킨 것은 몽상에 관한 그의 연작, <대지와 의지의 몽상>이나 <대지와 휴식의 몽상>과 연결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몽상에 관한 다양한 시들을 인용하고 있는데, 관련 자료를 찾기 위하여 책을 읽는 것에 대한 언급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책읽기는 현대적 정신 현상의 차원이다. 이 차원은 이미 글쓰기에 의해 옮겨진 정신적 현상들을 옮기는 작업이다. 씌어진 언어를 특수한 정신적 현실로 간주해야 한다. 책은 항구적이다. 그것은 당신의 눈앞에 하나의 대상처럼 있다. 그것은 저자 자신도 지니지 못한다고 생각되는 단조로운 권위를 드러내면서 당신에게 이야기한다. 씌어진 것을 잘 읽어야 한다. 게다가 글을 쓰기 위해 저자는 이미 한번 옮겨놓기를 수행한 바 있다.” 

책읽기와 글쓰기가 연결되어 있음을 암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책을 읽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아서 책을 읽고 동화시켜야한다고 말합니다. 책을 너무 빨리 읽지 말고 너무 큰 조각을 삼키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합니다. 잘 씹고 조금씩 마시며 한행 한행 시를 음미해야 합니다. 많이 읽고, 또 읽고, 끊임없이 읽기를 욕망해야 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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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4 - 율리우스 카이사르 (상)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4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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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짬이 읽는 까닭에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 <로마인 이야기>입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중심으로 한 로마 공화정 시절의 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아무래도 카이사르를 중심으로 하다보니 그가 태어난 기원전 100년부터 유년시절(BC100~BC94), 소년시절(BC93~BC84), 청년시절(BC83~BC70), 장년시절(BC69~BC61), 중년시절(BC60~BC49), 노년시절(BC49~BC44), 그리고 그가 브루투스 일당에 의하여 암살을 당한 기원전 44315일을 전후로 한 로마공화정의 사회적 분위기(BC44~BC42), 그리고 그의 사후에 벌어졌던 안토니우스와 옥타비아누스 사이의 내전(BC42~BC30)의 결과까지 다루었습니다.


원로원을 중심으로 움직이던 공화정 시절의 로마에서 요직에 오른 사람들은 대부분 명문귀족 가문 출신이었다고 합니다. 물론 세월이 흐르면서 흙수저 출신도 요직에 오를 수 있었지만, 금수저출신들은 그만큼 기회가 많았던 것입니다. 카이사르의 율리우스 가문은 로마를 건국한 로물루스의 어머니가 속한 알바롱가문의 유력자였으니 명문귀족이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그의 대에 이르렀을 때는 그리 주목받는 가문은 아니었던가 봅니다.


카이사르는 카르타고 말로 코끼리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율리우스 가문의 한 인물이 포에니 전쟁에서 전공을 세워 카이사르라는 별칭을 얻었는데, 이 별칭이 가문의 이름으로 굳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만큼 카이사르는 탄생에서 청년시절까지 평범한 로마 귀족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그야말로 시절을 만날 때까지 기다려야 했던 대기만성형의 천재였던 모양입니다. 다만 카이사르의 어머니 아우렐리아가 학자 집안 출신으로 공직에 오를 수도 있는 자식을 위하여 교육에 많은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것입니다. 천재도 무위도식해서 원하는 것을 얻을 수는 없기 때문에 당연히 스스로를 갈고 닦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입니다.


카이사르는 31세에 이르러서야 회계감사관에 선출되었습니다. 무급이지만 명예로운 경력의 출발선에 서게 된 것입니다. 이 무렵 그는 막대한 빚을 지고 있을 정도로 나름대로의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것인데 그런 노력이 37세에 종신직인 최고제사장에 선출되는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40살이 되던 해에 먼 에스파냐의 총독으로 부임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로마의 정치판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북쪽 국경을 불안하게 하던 갈리아 부족과 게르만 부족을 평정하기 위하여 BC58년부터 BC51년까지 8년 동안 갈리아 지역에서 전투를 이어갔습니다. 그가 남긴 <갈리아 전쟁기>는 뛰어난 문장으로도 손꼽히는 명작으로 지금까지도 널리 읽히고 있다고 합니다. 작가는 <갈리아 전쟁기>를 토대로 카이사르의 행적으로 꼼꼼하게 정리했습니다. 카이사르가 갈리아 지역을 평정하여 로마의 영토로 편입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원로원은 그를 로마 정치에서 배제하려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포에니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힘이 원로원을 중심으로 신속하고 일사불란한 의사결정에 있었음은 분명하지만,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원로원의 힘이 비대해지고 귀족과 평민 사이의 힘의 안배를 해치는 지경에 이르러 개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카이사르가 가지고 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카이사르는 크라수스를 고리로 하여 폼페이우스와 삼두체제를 성립시켜 로마 공화정의 핵심으로 자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로원의 견제는 끊이지 않았고, 결국 갈리아 전쟁에 동원했던 군단을 이끌고 로마로 진군하여 정적을 제거하게 됩니다.


결국 카이사르가 이루지는 못했지만 그가 구상했던 것처럼 그의 사후에 공화정이 무너지고 제정으로 넘어갈 수 있었던 것을 보면 카이사르의 선견지명이 로마의 세계 지배를 이어갈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던 셈입니다.


그가 남긴 명문장으로 루비콘 강을 건너 로마로 진격할 때의 주사위는 던져졌다라든가 소아시아의 폰토스 왕 파르나케스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뒤에 했다는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VENI, VIDI, VICI)’, 그리고 원로원에서 브루투스의 칼에 찔리는 순간에 브루투스, 너 마저등을 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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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생활자의 수기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22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이동현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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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독서회 이달 모임에서 읽을 예정입니다. 그리고 보니 최근에는 러시아 문학작품을 많이 읽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도스토옙스키의 <지하생활자의 수기>는 크게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변두리에 있는 지하방에 세 들어 살고 있는 화자가 자신의 처지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전반부와 고립된 생활에 지친 화자가 친구들을 찾아 나섰다가 갈등을 빚고 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2차를 가는 친구들을 따라 매음굴을 갔다가 만난 리자라는 여인과의 이야기를 주고받는 후반부로 구성됩니다.


나는 병적인 인간이다…… 나는 심술궂은 인간이다. 나는 남의 호감을 사지 못하는 인간이다.”라고 운을 떼는 것을 보면 화자는 자존감이 많이 부족해 보인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자신이 충분한 교육을 받았고, 의학이아 의사를 존경하고는 있지만 치료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저 고집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자신에 대하여 비관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면 세상에 대하여 삐딱한 시선을 가지고 있을만한데 실천적 인간을 부러워하는 속물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도 받습니다.


아 그리고 보니 화자는 40살이 되었습니다. 나이가 40에 이르렀으면 사물에 미혹되지 않는 나이라고 해서 불혹(不惑)의 나이라고 합니다만, 화자는 세상이나 자신의 처지에 대하여 앙앙불락(怏怏不樂)하고 있습니다. 관청에 다니고는 있지만 하위관리인 까닭에 생활에 여유가 없는 듯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녀를 부리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후반부에는 하녀가 아니라 하인을 부리는 것으로 나와서 헷갈리기도 합니다.


후반부에 그동안 연락을 끊다시피하고 지내던 친구 시모노프를 만나러 집을 나섰습니다. 이런 그의 행동을 보면 지하에 처박혀 세상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고 사는 것은 또 아닌 듯합니다. 시모노프를 만나러 갔을 때 친구들이 장교로 근무하는 즈베르코프라는 친구가 먼 지방으로 전속가는 것을 환송하는 모임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 자신도 참석하겠다고 선언합니다. 그리 친한 친구들도 아닌데 돌발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자신의 어려운 처지에 대한 반동에서 나온 행동이 아닌가 싶습니가. 그리고 보면 화자는 충동적인 성격이 아닌가 싶습니다.


친구들은 화자에게는 통보하지 않고 모임을 한 시간 늦게 시작합니다. 화자는 결국 한 시간 넘게 친구들을 기다려야 했고, 그 점이 불쾌한 까닭에 모임 내내 불퉁거리고 술에 취하게 됩니다. 러시아 사람들은 술을 마실 때 긴 건배사를 즐긴다고 하는데, 화자 친구들의 모임에서도 술을 마실 때 보니, “우리들의 과거와 미래를 축보하는 뜻에서 건배하세, 우라아!(113)”라고 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앞부분은 건배사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이고, 끝에 덧붙이는 우라아!”는 일종의 건배와 같은 구호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떻든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킨 화자는 친구들이 2차로 매음굴로 간다는 말을 듣고는 시모노프에게 돈을 꾸어 자신도 따라가게 됩니다. 이 또한 어려운 처지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충동적 행동의 일환이라는 생각입니다. 여기에서 만나게 되는 리자에게는 이런 삶을 청산하는 것이 좋겠다는 설교조의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을 보면 과시욕도 만만치가 않아 보입니다. 그리고는 집으로 찾아오라고 초대하기까지 합니다.


이 작품은 도스토옙스키의 문학적 모티프를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어쩌면 어울려 살아가는 방법을 모르는 반사회적 인물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런 분위기는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전반에서 느끼는 바와 결을 같이 하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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