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으로 읽는 종교 이야기 -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 불교 힌두교 탄생의 역사
홍익희 지음 / 행성B(행성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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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리처드 도킨스가 쓴 <만들어진 신; https://blog.naver.com/neuro412/221736405799>을 읽으면서 공감하는 점이 많았습니다. 무신론자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종교를 가지고 있지는 않은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인지 종교의 본질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은 꾸준하게 해오고 있습니다. 홍익희교수의 문명으로 읽는 종교 이야기>도 그런 생각에서 읽게 된 책입니다. 저자는 이미 <유대인 이야기>를 통해서 만나본 적이 있습니다. 32년간을 KOTRA의 해외 무역관에서 근무하면서 세계의 경제를 움직이는 유대인들에 주목하고 공부해온 결과를 책으로 정리해온 것입니다.

<문명으로 읽는 종교 이야기>에서는 현대의 주요 종교의 유래와 이들이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도 추적합니다. 저자는 현대의 주요 종교는 셈족과 아리안족으로부터 유래했다고 정리합니다. 즉 셈족의 아브라함으로부터 나온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가 있으며, 인도유럽어족의 일파인 아리안족으로부터 나온 조로아스터교, 브라만교, 불교 그리고 힌두교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보니 범세계적으로 두루 영향을 미치고 있는 큰 규모의 종교로 꼽히는 것들입니다.

그런데 서양의 종교로 알고 있는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는 중동지역에 자리 잡은 동양계인 셈족으로부터 유래했고, 동양의 종교로 알고 있는 조로아스터교, 브라만교, 불교, 힌두교는 백인계의 아리안족으로부터 유래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 책이 구석기시대의 종교의 발생로부터 주요 종교의 탄생과 성장의 역사적 사실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실타래처럼 이어지는 이야기로 풀어낸 통사라고 했습니다.

들어가는 글을 인용해보면, 1부에서는 구석기시대부터 출현한 샤머니즘과 토테미즘을 시발점으로 다신교의 탄생과정을 다루었고, 2부에서는 현대 사상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기원전 9세기부터 기원전 2세기까지의 ‘축의 시대’에 탄생하거나 성장한 종교들의 이야기를 살펴보았다고 합니다. 3부에서는 유일신 종교의 탄생과 성장과정을 추적했으며, 4부에서는 종교 간 또는 종교 내의 반목과 갈등의 역사를 다루었다고 했습니다.

당연히 개별 종교의 교리가 옳고 그름을 논하기 보다는 그들 종교들이 탄생한 역사적 연원과 그 시대적 배경, 그리고 그 성장과정을 밝혀 서로 간의 이해의 폭을 넓히려 했다고 합니다. 이를 통하여 이들 종교의 공통점은 무엇인지 차이는 무엇인지를 알아보았다는 것입니다. 틀림이 아니라 다름입니다. 대체적으로 개별 종교의 교리를 중심으로 검토한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이들 종교에 영향을 미쳤을 다른 종교와의 관계는 크게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1만1천여 전에 메소포타미아의 초승달 유역을 중심으로 일어난 농업혁명을 계기로 정착하여 농사를 짓게 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터키 남동부에서 발굴된 괴베클리 테페 유적은 1만2천 년 전으로 믿어지고 있다는데, 문제는 여기에서 대형 신전이 발굴되었다는 것입니다. 즉 농업혁명이 있기 전에 종교혁명이 먼저였다는 가설을 세운 것입니다. 하지만 먹을 것을 채집하는 것만으로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집단영농이 가능한 농업혁명이 먼저였을 것 같다는 생각을 버리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중동을 중심으로 다양한 민족들의 흥망성쇠가 이어졌기 때문에 이들이 가지고 있는 종교나 문명이 충돌하거나 서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분명 있습니다. 심지어는 동서양의 양대 종교의 선조격인 유대교와 조로아스터교 역시 서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유대인들이 페르시아로 끌려가 살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유대인들은 또한 이집트로 들어가 살던 시기가 있었던 만큼 이집트의 토착 종교의 영향도 받았을 것입니다. 이런 부분들이 다루어지지 않은 아쉬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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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 봬도 카페 사장입니다만
김경희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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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변하다보니 직장생활에 대한 생각들도 많이 바뀌는 것 같습니다. 제가 젊었을 적에는 신중하게 골라 평생 다닐 직장을 찾았던 것 같습니다. 저는 그렇지 못하고 여러 차례 직장을 옮겨 다니다가 결국은 마지막 직장에서 11년째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요즈음에는 취직이 어려운 탓인지 취직이 우선인 듯합니다. 다녀보다 맞지 않는다 싶으면 다른 직장을 찾아보거나 창업을 고려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창업이라는 것이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옛말을 금과옥조 삼아 도전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창업을 시작하는 분들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마도 창업에 도움이 될 만한 자료가 많지 않은 현실 때문일 것입니다. 창업에 관하여 아주 좋은 조언을 담은 책을 읽었습니다. 비록 10평짜리 카페를 창업하여 4년 가까이 운영해오기까지의 과정을 담았지만, 그 과정을 꼼꼼하게 정리하였습니다. 더 좋은 것은 글솜씨가 유려해서 쉽게 읽히고, 이해가 된다는 것입니다.

제 경우는 ‘창업’보다는 글을 어떻게 써야 좋은지에 관한 모범답안을 보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책읽기였습니다. 저자는 ‘나와 비슷한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마음만이라도 함께하고 싶어 책을 쓰기로 했다’라면서도, 창업3년차가 너무 나댄다고 바라보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비쳤습니다. 그리고 ‘조금 아는 것을 탈탈 털어 이야기 하다 보니 다분히 주관적일 수도 있다’는 방어선을 긋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 경우는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창업과 운영과정의 비결을 순서에 따라 모두 다섯 부분으로 구성하였습니다. 당연히 첫 번째 주제는 창업을 결심한 동기와 준비과정을 담았습니다. ‘바들바들 개인 카페에 도전하다’라는 제목을 보면 일단 창업을 결심했지만 준비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노심초사했는지 알듯합니다. 두 번째 주제는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가구와 소품을 배치하고, 가게 이름을 정하고 심지어는 로고에 이르기까지의 실제적인 준비과정입니다. 그래서 ‘당신의 카페를 디자인하라’는 제목에서 저자의 세심함을 알게 합니다.

세 번째 주제는 메뉴 정하기입니다. 몇 가지 안되는 메뉴지만 뛰어난 맛에 끌려 자주 찾게 되는 그야말로 전문점이 있는가 하면, 온갖 음식을 다 한다고 메뉴판에 적혀 있지만 먹어보면 그저 그런 맛인 식당도 많습니다. 어떤 메뉴라가 빠트리면 섭섭한 손님이 있을 것 같아 그런 모양입니다만, 주방에서 그 많은 음식을 만들어내려면 재료관리로부터 조리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제한점이 많을 것 같습니다.

네 번째는 커피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적었습니다. 아무래도 카페이다 보니 커피가 주 메뉴인 까닭으로 보입니다. 사전 준비과정에서 커피에 관한 전문지식을 광범위하게 섭렵한 흔적도 보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저자도 카페를 운영하면서 알게 된 커피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커피? 하면 아메리카노하면서도 봉다리 커피도 마다하지 않는 저의 커피 취향이 갑자기 우습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대로 알고 맛을 음미해가면서 먹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제목도 ‘Fresh coffee refresh your mind’라고 정했나 봅니다.

마지막은 운영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점들을 어떻게 해결하는지에 관한 쏠쏠한 이야기들을 담았습니다. 갑자기 작동이 안되는 장비, 하자가 발생한 인테리어에서부터 하루 하루 매상에 일희일비하게 되는 사장님의 소심한 심경까지 무려 17꼭지나 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제목도 ‘하루하루 버티는 카페 사장의 일상’입니다.

읽어가다 보면 이야기 끝에 중요한 정보를 별도로 구성한 상자 안에 담아두었습니다. 본문에서 다루면 스치듯 읽고 지날까봐 걱정하신 것 같습니다. 이 또한 저자의 엽엽한 마음씨라고 보았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을 드립니다만 카페 창업에 관심이 없는 분들이라도 글쓰기를 어떻게 하는지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도움을 받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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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었고 책이며 책이 될 무엇에 관한, 책
애머런스 보서크 지음, 노승영 옮김 / 마티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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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읽었던 <책의 책; https://blog.naver.com/neuro412/221742186145>은 책을 만드는 과정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정리한 내용이었습니다. 드물지 않게 적는 말입니다만, 책읽기도 묘한 구석이 있어서 비슷한 주제를 몰아서 읽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꼬리를 무는 책읽기하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만, 이미 읽은 책의 주제가 쉽게 눈에 뜨이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책을 만드는 과정에 관한 두 번째 책읽기는 시인이자 북아티스트인 애머런스 보서크가 쓴 <책이었고 책이며 책이 될 무엇에 관한, 책>입니다. 기시감은 있지만 처음 들어보는 책이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자는 ‘들어가며’라는 서문에서 “이 짧은 책의 목표는 책을 바라보는 여러 관점을 버무려 그 오랜 변화의 역사를 조명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책의 개념과 관련한 서적사의 기본적 사건들을 거론하기는 하지만 이 역동적인 분야를 샅샅이 돞아보는 것은 내 범위를 벗어난다(10쪽)”라고 하였습니다. 제목에서도 느낌이 왔습니다만, 책이 미래에 어떤 모습이 될까에 대한 유추도 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책의 책>보다는 함축적이고 잘 요약되어 있으며 중요한 자료나 사건들을 빠트리지 않은 가치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작가가 시인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이렇게 작가를 추켜세우는 것도 어쩌면 두 줄에 불과하지만 금속활자로 책을 찍었다고 적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다만 “중국의 인쇄업자들은 11세기부터 13세기까지 진흙, 주석, 구리, 나무로 활자를 만들었으며, 이 기술은 한국으로 전해져 1377년 두 권으로 된 선불교 경전 『직지심체요결』이 구리활자로 인쇄되었다.(90쪽)”라고 적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금속활자를 세계에서 처음 제작했다고 명시한 것은 아닙니다.

책은 1. 사물로서의 책, 2. 내용으로서의 책, 3. 아이디어로서의 책, 4. 인터페이스로서의 책 등 모두 4개의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반부에 해당하는 사물로서 혹은 내용으로서의 관점에서 본 책에 대한 내용은 어쩌면 책이 만들어져온 역사에 관한 내용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런가 하면 뒷부분의 아이디어로서의 혹은 인터페이스로서의 책의 미리에 관한 내용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책에 담긴 이야기를 토대로 영화를 만든다거나 만화를 그려낸다거나 하는 활용방식은 이미 활발하게 적용되어왔다고 하겠습니다만, 인터페이스로의 책의 경우는 이미 나와 있는 책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에 대한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처음 발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구텐베르크가 이용한 대부분의 기술은 그가 인쇄소를 차릴 때 이미 존재하던 것들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텐베르크의 위대한 업적은 그런 기술들을 조합하고 완성하였을 뿐 아니라 인쇄소를 차리는데 필요한 자금을 끌어들여 자동인쇄라는 자신의 꿈을 이루었다는데 있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텐베르크 자신은 자신이 세운 인쇄소로부터 아무런 이익도 거두지 못하고 12년 뒤에 죽었다는 것입니다. 그에게 자금을 댔던 요한 푸스트와 그의 조수로 일하던 푸스트의 사위 페터 쇠퍼가 공을 차지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쇄술을 개발한 공로로 후세 사람들로부터 기림을 받고 있는 것만큼으로도 구텐베르크는 충분히 보상받았다고 하지 않을까요?

책 사이에 무수하게 끼어져 있는 주황색 속지에는 많은 사람들이 주장한 책의 정의를 담았습니다. 이렇듯 다양한 책의 정의가 나왔다는 사실은 그만큼 책을 정의하는 일이 쉽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저자는 책이 어디로 갈지 알려면 오랜 실험과 유희의 역사를 겪은 사물로 (책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종의 지침서인 이 책은 책의 죽음을 애도하거나 인쇄 매체와 디지털 매체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기보다는 연속성에 중점을 두어 책을 변화하는 기술로서 자리매김하며, 20세기와 21세기에 예술가들이 어떻게 우리로 하여금 책이라는 용어를 다시 생각하고 재정의하도록 했는가를 강조한다(11쪽)”라고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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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 - 역사의 흐름 속에서 개인이 삶을 기록하는 방법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언숙 옮김 / 바다출판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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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이랄 것까지는 없지만 언젠가부터 제가 태어나서 살아온 날들을 정리해보겠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일상이 바쁘게 돌아가는 탓에 차분하게 써내려갈 시간을 내지 못하고 있었고, 어떤 식으로 정리할 것인가도 정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언젠가 정기호교수님의 <경관기행; https://blog.naver.com/neuro412/221525550038>을 읽고 제가 살던 집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보자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 생각을 구체화할 수 있는 책을 읽었습니다.

일본에서 ‘우리시대의 최거의 제너럴리스트’라고 불리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릿교대학이 2008년 개설한 릿교 세컨드 스테이지 대학이 개설한 강좌 ‘현대사 속의 자기 역사’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고 합니다. 다양한 사회적 배경을 지닌 수강생들이 과업으로 써내려간 자기 역사를 바탕으로 다치바나 다카시가 자기 역사를 쓰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입니다.

먼저 왜 자기 역사를 써야 하는가하는 문제로부터 자기역사를 쓰기 위한 준비작업에 이르기까지 교육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수강생들은 종강하기 전까지 자기 역사를 꾸준하게 써서 제출해야 하고, 중간에 이를 평가하여 글쓰기의 방향을 바로 잡아주는 것 같습니다. 수강생들은 소외 태평양전쟁이 끝난 뒤에 태어난 단카이 세대가 많았던 모양입니다. 자기 역사가 개인사에 머물 수도 있지만, 당시의 사회상을 증언하는 자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자기 역사를 쓰기 위하여 살아온 날들을 요약한 연대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 연대표에는 자기 역사에서 다룰 범위를 정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책에서 인용한 몇 가지 연대표를 보면 작성요령을 설계할 수 있겠습니다.

릿교대학이 세컨드 스테이지 대학을 설치하게 된 것은 일본의 퇴직연령과 연관이 있다고 합니다. 평균기대여명이 세계에서 가장 긴 일본이지만 퇴직연령은 여전히 60세인 모양입니다. 그러다 보니 퇴직 이후의 삶이 살아온 날 만큼이나 되는 셈입니다. 따라서 퇴직 이후의 삶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보았던 것 같습니다. 따라서 퇴직은 제2의 인생이 되는 셈입니다.

현대사에 자기 역사를 연관시키는 방식은 사람의 기억의 한계 때문입니다. 잊었던 자신의 역사가 당시의 사건과 연결하면 쉽게 기억을 되살려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입니다. ‘인간의 기억은 연상 기억 방식으로 저장되기 때문에 조그마한 실마리만 제공해도 바로 되살아나는 법이다. 기억을 되살리는 가장 좋은 실마리는 그때그때 일어났던 커다란 사회적 사건이다.(9쪽)’

릿교 세컨드 스테이지 대학에 참여한 수강생은 ‘내가 걸어온 인생의 일단을 조금이라도 기록을 남길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라는 생각을 적었습니다. 또 다른 수강생은 ‘자기 역사를 쓰기 시작한 직후, 글을 쓰는 일이 재미있는 작업이라는 것을 실감하였다. 나 자신의 일이므로 무엇을 써야 할지 정해지기만 하면 글을 술술 써내려갈 수 있다.(110쪽)’라고 적었습니다. 글을 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많이 읽고 많이 쓴다’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글 쓰는 것도 훈련을 통하여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책에서 인용한 수강생들의 자기역사를 보면 젊었을 적의 연애담이나 이혼으로 끝난 결혼생활 등 남들에게 드러내기 어려울 수도 있는 내용도 있습니다. 그만큼 진솔하게 자신의 삶을 담아낸다는 생각을 가지고 글을 써내려갔기 때문일 것입니다. 60갑자 이상 살아온 날들을 정리하는 만큼 대부분의 수강생들은 책 한권 분량 이상 써냈다고 합니다. 흔히 내가 살아온 날을 책으로 만들면 몇 권이 될 것이라고 하는 분들도 있는 것처럼 저 역시 책으로 쓰면 몇 권 분량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의 역사가 모여 개인이 속한 집단의 역사가 되는 것이라 생각하면 단순한 자서전과는 다른 무엇이 담겨야 할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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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자매의 빵빵한 여행 : 유럽 편 - 빵이라면 죽고 못 사는 빵 자매의 유럽여행 빵 자매의 빵빵한 여행
박미이.복혜원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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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 인도차이나 3개 국가에 남아있는 프랑스 문화의 흔적을 찾아 나선 여행기를 읽으면서 여행기도 남들과 차별화된 독특한 주제가 있어야 하는 모양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빵 자매의 빵빵한 여행> 역시 유럽 여러 도시에서 만난 빵과 디저트, 간식 등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특별한 여행기입니다. 빵을 좋아하는 두 분의 여성 작가가 같이 또 따로 떠난 여행에서 먹어본 빵 이야기를 엮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아침, 점심, 오후 그리고 저녁 등으로 시간대에 따라 찾게 되는 빵을 나누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글의 형식이 통일되지 않은 점이 읽는 흐름을 거슬리게 합니다.

두 작가님들은 네이버 파워블로거이며, 각각 16개국의 48개 도시, 28개국의 78개 도시를 여행한 여행작가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합니다. 또한 이 책에 담은 이야기는 해당 도시에서 만난 맛있는 빵과 빵집에 관한 것으로 채워져있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해외여행도 먹는 것 위주로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먹는 것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는 저로서는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두 분이 여행한 유럽의 대부분 도시들은 저도 가보았습니다만, 이야기된 빵을 먹어 본 것은 많지 않습니다.

그래도 빵을 찍은 사진들을 풍부하게 실어놓은 까닭에 먹어보았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사진 설명도 일관되지 않아서 헷갈리기도 합니다. 어떤 사진에서는 빵 이름을, 어떤 사진에서는 지역과 빵집의 이름만 적고 정작 빵 이름은 빠지기도 합니다. 맛있어 보이는 빵을 찍은 사진도 좋지만 그런 빵을 만드는 빵가게 사진을 같이 소개하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지난 해 출간한 책을 쓰면서 사실 확인이 얼마나 중요한지 경험한 적이 있어서인지, 사실 확인에 조금 신격을 썼더라면 하는 부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예를 들면, 터키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을 형제라고 생각하는 진짜 이유입니다. 흔히는 한국전쟁 때 터키가 대규모 병력을 파병하였고, 희생자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고구려 때 중국에 대항하기 위하여 터키의 선조인 돌궐족과 형제의 의를 맺었다는 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합니다.

한 가지 더, 젊은이답게 톡톡 튀는 생동감이 느껴지는 글 솜씨인데 가끔은 꾸밈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맥락이 모호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독일의 뉘른베르크 여행의 경우입니다. “유레일패스를 이용해 기차를 타고 역 앞 인포메이션 센터로 갔다.(84쪽)”라는 대목에서는 무언가 빠진 듯한 아쉬운 느낌이 남았습니다. 제 경우는 무리를 해서라도 외래어를 우리말로 바꾸어 쓰려고 노력을 합니다. 우리말로 글을 쓰는 작가로서의 지나친 사명감(?) 같은 것이라고 할까요? 아니면 지나친 국수주의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책을 읽다가 아름다운 우리말이 눈에 띄기라도 하면 반복해서 사용해보려 노력을 기울이는 편입니다.

사실 빵은 일종의 기호식품일 수도 있어서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취향을 다른 이들이 공감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은 두 분이 좋아하는 국내의 빵집과 빵을 소개하는데, 구미와 대구 두 곳에 머물고 있는 것도 아쉬운 점입니다. 대전의 성심당 빵이나, 서울의 삼송빵집, 군산의 이성당 단팥빵도 소개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말씀입니다. 군산하면 이성당 빵을 떠올리는 분들이 대부분일 것 같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지금은 없어짐 조화당 빵을 더 좋아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빵을 좋아하고 유럽여행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는 좋은 안내서가 될 것 같습니다. 그 도시에서 제일 맛있는 빵을 만든다고 알려진 빵집을 소개하고 있어 쉽게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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