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시 나타나자 마르게리타가 물었다.
"당신이 왜 나와 결혼했는지 알아냈나요?" 나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고, 마르게리타는 화를 냈다.
"당신이 모르다니! 당신은 그 이유를 알았던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그럴듯한 이유도 없이 나와 결혼했어요! 당신은 하찮은 이유로 나와 결혼했어요!" 나는 반박했다.
"아니, 하찮은 이유라니! 하찮은 이유로 결혼하는 사람은 없어! 어떤 사람이 결혼을 할 때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 내가 왜 당신과 결혼했냐고? 가족을 이루고, 아이들을 낳고 싶었기 때문이야. 그건 하찮은 이유가 아니야!" 마르게리타는 나의 흥분한 어조에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내가 아니라 다른 여자와 결혼했더라도 당신은 가족을 이루고, 아이들을 낳을 수 있었을 거예요. 여기에서는 왜 당신이 다른 여자가 아닌 바로 나와 결혼했는지 설명해야 해요." - P100

분명 알베르티노의 머릿속에 심각한 생각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친 모양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내적인 고뇌가 해결되었을 때 알베르티노는 복잡한 생각의 결과를 파시오나리아에게 전했다.
"생각해 봐. 만약 엄마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고, 아빠가 다른 여자와 결혼했다면 우리 둘은 누구의 아이들이 됐을까?"
"세상에!"
파시오나리아가 긴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걸 누가 알겠어? 혹시 우리는 오빠와 동생이 아닐 수도 있어."
알베르티노가 덧붙였다.
"혹시 우리는 서로 모르는 사이일 수도 있어." 파시오나리아는 안도하듯 한숨을 내쉬면서 외쳤다.
"엄마가 아빠와 결혼하고, 아빠가 엄마와 결혼한 것이 다행이야! 약간 멍청한 부모의 아이들이 되는 것이 낯선 두 사람의 아이가 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아. 나는 낯선 사람들이 정말로 싫어."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두 아이는 곧 밖으로 나갔다. - P109

내 입 안에는 쓰라린 말들이 가득했다. 나는 입을 다문 채 그 말들을 씹었고, 하나하나 아래로 삼켰지만 많은 말들이 목에 걸렸다. 그러니까 또다시 모욕적인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파시오나리아, 나는 네 손을 놓아야 하고, 너는 벽 사이의 작은 구멍 속으로 들어가야 해. 그러니까 파시오나리아, 너도 안녕. 너는 나의 삶에서 떠나 국가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거야. 저들은 너에게 국가의 위선을 가르치겠지. 이제 더 이상 네 생각도 네 것이 아니게 될 테고, 너는 교육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겠지. 안녕, 파시오나리아.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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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어떤 남자가 친구의 집에 갔는데, 그 친구의 어린 아들이 자정까지 옆에 남아서 이 야기를 방해한다면 대개 이렇게 생각한다.
‘만약 내 아들이라면 저녁 여덟 시에 벌써 자러 갔을 거야!" 하지만 나는 이렇게 구별한다.
만약 내가 이 아이의 아버지라면 여덟 시에 벌써 자러 갔을 거야. 만약 이 아이가 내 아들이라면 아마 새벽 두 시까지 자지 않고 있을 거야.‘
다른 사람의 자식을 가르치는 것은 아주 쉽다. 하지만 자기 자식을 가르치는 것은 아주 어렵다. 어쨌든 형식의 관점에서 바라본 교육과 실질의 관점에서 바라본 교육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 파시오나리아는 형식의 측면에는 교육을 잘 받지 못 했지만 실질의 측면에서는 교육을 잘 받았다. 그리고 나는 뛰어난 교육자이다. 건강한 교육의 토대는 자식들이 요구하는 것을 거부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식들이 정직하지 않거 나 어리석은 것을 요구하고자 하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그들 의 머릿속을 스치지 않도록 만드는 데 있기 때문이다. 파시오 나리아는 나에게 몸에 해로운 생크림 아이스크림(어리석은 것)을 요구하지 않고, 5,000리라짜리 인형(정직하지 않은 것)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다만 하얀 붓으로 벽에 글을 쓰게 해 달라고 요구할 뿐이다. - P56

모퉁이를 돌기 전에 우리는 카페에서 멈추었고, 나는 아이스크림 두 개를 달라고 했다.
"나는 안 먹어요.
파시오나리아가 말했다.
"먹고 싶지 않아요. 나는 저런 불결한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내가 만약 엄마라면 아빠가 그런 걸 먹게 놔두지 않을 거예요."
그러고는 한숨을 쉬었다. 아마 요즈음 엄마들의 무책임함에 대한 한숨 같았다. - P64

"풀 통이 비었어! 스크랩 이백 개를 붙여야 하는데! 일요일이라 문방구가 문을 닫았어!"
어린 딸은 잠시 자기 그림들을 놔두고 몸을 돌리더니 말했다.
"오늘은 토요일이에요! 문방구는 열려 있어요."
엄마가 일어나서 외쳤다.
"당신은 부끄러운 행동을 저질렀어요, 조반니노! 일요일이라고 우기면서 당신 딸을 비난했어요 남자는 당황해서 멈춰 서 있더니 돌발적으로 외쳤다.
"그건 중요하지 않아. 토요일이라 해도 배울 건 배워야지.
마르게리타는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들을 야만적으로 대하면서 가르칠 수는 없어요!"


"나는 풀이 필요해!"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가 곧 사러 갈 테니까. 그러면 그 멍청한 신문 조각들을 붙일 수 있을 거예요." 이십 분 후 남자는 자신의 골방에서 인터폰을 했다.
"내 풀! 사 왔어. 안 사 왔어?"
"사 왔어요. 하지만 지금은 내가 그림을 붙이는 데 사용하고 있어요."
파시오나리아는 이렇게 대답한 후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 P70

마르게리타는 한숨을 쉬었다.
"당신은 책을 주지 않았어야 했어요. 경솔한 일이었어요." 나는 화가 났다. 그래서 그 책에는 지저분한 것은 조금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책은 당신이 썼어요, 조반니노. 자식들은 아버지가 쓴 책을 절대로 읽지 않아야 해요. 화학이나 물리학 같은 과학 책이라면 모를까, 문학은 절대로 안 돼요. 당신이 쓴 책은 특히 그래요. 당신이 진지하게 말하는지 아니면 농담을 하는지 알 수 없고, 진짜 사실을 이야기하는지 아니면 꾸며 낸 이야기를 하는지도 알 수 없어요. 그것을 어떻게 해석할지 누가 알겠어요?"
"마음대로 해석하라지!" - P76

선물을 살 때 사람들은 가장 자기 마음에 드는 것을 사고, 그래서 결과적으로 진짜 선물은 바로 자기 자신에게 하게 된다. 왜냐하면 우리의 삶에서 가장 큰 기쁨을 주는 것은 자기가 좋아하는 물건을 소유하고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좋아하는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중요한 것은 소유가 아니라 정복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구입한 것을 선물하는 것은 또 다른 기쁨이며, 선물을 받는 것보다 훨씬 더 큰 기쁨이다. 받는다는 것은, 비록 좋아하는 것을 받을지라도 언제나 조금은 멋쩍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물을 받을 때 언제나 좋아 하는 것만 받는 것은 아니다. - P88

병마개를 막는 작업은 밤늦게까지 계속되었다. 집 안에는 코르크로 입구가 막힌 병들이 가득했다. 조그마한 내 잉크병도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어떻게 했는지 알 수 없지만, 내 엽총 총구까지 코르크 마개로 막아 버렸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나는 파시오나리아의 방을 들여다보았다. 파시오나리아는 깊이 잠들어 있었다. 침대 발치에는 병마개 막는 기계가 놓여 있었는데, 그 위에 새하얀 면사포 옷이 걸쳐져 있었다. 그 모든 것은 정말로 초현실적으로 보였다.
어쨌든 최고의 선물은 바로 그곳에 있는 병마개 막는 기계였다. 다른 모든 선물은 탁자 위에 쓸쓸하게 쌓여 있었다.
"네가 결혼할 때에는 기름을 짜는 압착기나 시멘트를 반죽 하는 기계를 선물할게."
나는 잠든 파시오나리아의 귀에다 속삭였다.
파시오나리아는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자는 중에도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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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얀 붓으로 벽에다 낙서를 하고 싶어요."
나는 집 안에서도 민주주의 원칙을 버리지 않는다. 많은 아버지들처럼, 공적인 생활에서는 자유주의의 모범이지만 집 안에서는 광포한 독재자가 되지는 않는다. 나는 우리 집의 가장이지만 결정은 다른 사람들이 내린다. 왜냐하면 집 안에서도 나는 단지 하나에 불과한 반면 다른 세 사람은 분명하게 다수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안 돼!"라고 말하지 않았다. 다만 명예로운 타협점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나는 페인트가 든 깡통과 붓, 낙서를 할 수 있는 종이나 판지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게다가 벽에 낙서하는 것은 국가의 재건을 방해하는 행위로, 이탈리아 공화국은 국가의 풍경을 보호하고 가장은 집 안의 풍경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파시오나리아는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나는 벽에다 낙서하고 싶어요."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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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더러운 집에서는..."
파시오나리아가 말을 꺼냈지만, 내가 가로막았다.
"‘더러운 집‘이라는 말은 잘 교육받은 사람에게 어울리지 않는 천박한 표현이야."
"나는 교육을 잘 받지 못했어요."
파시오나리아가 선언했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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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늦게 우리는 밀라노에 도착해 다시 파시오나리아와 만났다.
"정말로 착했어요."
파시오나리아를 데리고 있던 부인이 우리를 안심시켰다. 파시오나리아는 우리를 흘겨보았다.
"하지만 지금은 착하지 않아. 착하게 있는 데 지쳤어. 이제는 쉬고 싶어."
그렇게 즐거운 여행은 끝났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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