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계단이 하나 더 있는데, 옥상 정원으로 통했다. 그곳에 올라가면 너른 풍경의 놀라운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왔다.
산등성이들이 웅장한 위엄을 드러내며 빅토리아를 에워싸고 있었다. 깊은 그릇 같은 골짜기 바닥에서 빅토리아는 기껏해야 벼룩이었다. 거대하면서도 폐쇄된, 극적인 풍경이었다. 인간은 여기에서 어떤 영향을 받을까? 온전히 고립된 곳이다.
빅토리아는 조용히 서서 귀를 기울였고, 온전하지 않음으로써 침묵이 더욱 드러난다는 점을 점차 깨달았다. 여기저기서 개가 짖고, 자동차가 마을 아래쪽 도로를 지나가고, 아주 멀리서 교회 종소리가 들려왔다. 비교점, 그녀는 생각했다. ‘비교대상이 필요하다. 간간이 섬이 있어 수평선이 끊기면 바다가 더 넓어지는 것처럼…… 그리고 이제 됐다. 나한테 하루에 힘든 일은 이 정도로 족해. 짐은 풀지 않고 음식도 만들지 않을래. 그냥 자러 가야지.‘ - P99

기억해야 해. 젊은 사람들과 나이 든 사람들의 차이는 대개 생각만큼 대단치 않아. 한 명은 밖에 갇혔고 한 명은 안에서 버려지지 않으려고 애쓰지. 둘 다 바람직한 건아니야. 미쳤다고,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하네.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야 많지.‘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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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존 바담 감독은 비평적으로 억울한 사람이다. 그는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로 유명해지기 시작한 이래 <위험한 게임〉, <숏서킷>, <스테이크 아웃>, <전선 위의 참새>, <블루 선더>, <코끝에 걸린 사나이> 따위의 오락 활극을 주로 찍은 역전 노장으로서, 항상 메인스트림에서 장르영화만을 다뤄왔다는 점 때문에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요즘 미국에서 이 사람만큼 영화를 잘 만드는 감독도 드물다. 어디 하나 버릴 데 없이 아기자기하고 꽉 짜인 플롯, 거의 달인의 경지에 오른 액션 연출, 번뜩이는 유머 센스, 그리고 무엇보다도 뚜렷하고 매력적인 캐릭터야말로 그의 장기. <비버리힐스 캅> 3부작을 각각 하나씩 연출한 마틴 브레스트, 토니 스콧, 존 바담은 할리우드가 언제든지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는 세 야전 사령관들이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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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상의 잣대가 너무 편협하다는 생각을 체력장이 가르쳐줬다. 마찬가지로 지금, 내 몸을 계발하고 몸에 대해 알아갈수록 다양한 삶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동안 생각 없이 몸에만 신경 쓰는 이들이라고 폄하했던 사람들이 실은 최선을 다해 자기를 다듬고 만드는 사람이라는 것, 그렇든 아니든 저마다의 사연과 내력이 있을 테니 잘 알지도 못하면서 누군가를 함부로 말하지 말라는 것, 그런 것들을 체육관에서 배웠다.
나는 이제 내 몸을 혐오하지 않는다. 아쉽고 모자라도 내몸이 나와 동행할 나의 일부라는 것, 남하고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활력이 있으면 그게 나에게 어울리는 몸이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 P134

나이는 평생을 따라다니며 골탕을 먹인다. 어리고 젊으면 빈축을 듣는다. 미성숙하다, 모자라다, 급기야 ‘요즘 것들‘이라는 말까지. 나이가 좀 많다 싶으면 나잇값 못 한다, 늙어서 저런다, 힐난을 들어야 한다. 그렇다고 ‘나이주의‘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도 아니다. 같은 나이여도 성별에 따라 중후하다는 소릴 듣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퇴물이라는 소릴 듣는 사람이 있다. 정치경제적 위치에 따라 같은 나이라도 창창하다, 쓸모없다, 평가가 갈린다. 사회가 변했으니 특정한 나이에 맞는 ‘정상적‘인 ‘표준‘인 생애 주기가 깨진 지 오래다. 그럼에도 나이와 특정 역할에 대한 인식과 태도는 끈질기다.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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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언덕이라고 해서 일부러 찾아가 비싼 전차비까지 내고 올라갔더니만, 동네 뒷산에서 보이는 경관만 못했다. 꽃구경도못갔다며 한탄하던 어느 날에는 잠깐 짬을 내 산책하다가 뒷산에 흐드러지게 핀 꽃을 보며 ‘이렇게 지척에 장관을 놔두고 무슨꽃구경?‘ 했던 적도 있다. 내 몸에 필요한 건 에베레스트를 정복하는 것 같은 빡센 운동, 그리고 그 성취감이 아니라 뒷산을 실실 마실하듯 몸을 길들이는 운동, 그리고 그 호젓한 변화가 아닐까. - P76

나이스와 여러 트레이너들을 보면서 계몽주의시대에 『백과전서』를 편찬한 이들의 관점이 떠올랐다. 백과전서파는 암묵적인 지식과 생동감 넘치는 활력을 예찬했다.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워도 무슨 일을 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이 암묵적 지식이다. 보고 들은 것과 실제로 해본 경험이 차곡차곡 쌓이는 것, 몸소 경험하여 알아내고 이해하는 것, 그것이 배움이었다. 기량을 끌어올리는 것뿐 아니라 사람의 변화를 같이 하는 것, 상대방을 존중하고 자기도 존중하는 의식을 키워가는 것, 그것이 배움이었다. - P100

미드나 영화 수사물에서 중요한 기밀이 새어나가는 장소로 흔히 미용실이나 호텔 방이 등장한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내맡기고 나누는 수다에 긴장을 풀리기 때문일까, 유도 질문임이 빤히 보이는데도 술술 자기 은밀한 구석을 털어놓는다. 호텔 방에서는 청소 노동자나 룸서비스 노동자를 유령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그들이 드나드는 곳에 버젓이 기밀을 방치한다. 탈의실 정치에서도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풀어지는 것일까? 몸과 마음, 활동과 생각이 분리되지 않듯이 체육관에서도 몸을 조이고 닦는 만큼 인간의 미덕도 갈고 닦을 수는 없는 걸까. - P111

"나는 선천적으로 재능이 부족했지만 연습과노력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 나는 이것을 내가하는 모든 일에 적용했다."

"나의 주된 관심은 연습이었다. 철저한 연습은 긴장과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훌륭한 방법임을 알게된 것이다. 연습을 격하게 한 뒤에는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더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투쟁이 아닌 어떤 것 안에 내 자신이 몰두하는 한 가지 방법이었다. 저녁에 연습하고 난 다음 날 아침에는 다시 투쟁을 시작할 수 있는 상태, 즉 상쾌함과 강인함으로 느끼며 깨어났던 것이다."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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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라스처럼 일로 힘을 쓰는 것만이 아니라, 헤라클레스처럼 쓰는 힘도 필요하다. 일이 아닌 데다 에너지를 들이는 것, 사람들은 그런 것을 가리켜 흔히 사치라 한다. 그러나 어디 삶이 필수품만으로 이루어지는가. 살아가려면 간혹이라도 사치품이 필요하다. 여유와 틈을 ‘사치‘라고 낙인찍은 건 아닐까.
그렇게 사치라는 말은 ‘분수를 지켜라‘ 하는 말로도 바뀌어 우리 삶을 단속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필요해서가 아니라 즐거워서 힘을 쓰는 일이 사치라면, 난 내 힘을 하늘을 들어 올리는 데 쓰는 사치를 마음껏 부릴 것이다. - P60

노 젓기는 정말 힘들다. 그러니 노예와 죄인의 몫이었겠지. 나를 채근하는 북소리가 환청처럼 들린다. ‘잘해! 죽지 말고!‘라는 대사도 노를 저을 때마다 들려오는 듯하다. 나이스는 로마 장군이 됐다가 북잡이가 됐다가 한다. 한 세트만 노를 젓고 나도 등줄기에는 땀이 폭포처럼 흐른다. 그러나 이때의 느낌은 고통이 아니다. 그야말로 시원한 ‘쾌(快)‘다.
인간은 어찌나 신기한지. 노예가 하는 것과 똑같은 행위, 그 고통스러운 행위를 실컷 하고서는 쾌감으로 느낄 줄 아니 말이다.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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