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은 멋지고 아주 존경스러운 것이기는 하나, 세상에도 보기 흉한 송장 같은 몸뚱이에 들어 앉아, 통탄스럽게도 다른 능력들을 먹어 치우는 버릇이 있어, 지성이 가장 큰 덩치로 자란 곳에서는 마음도, 감각도, 아량도, 자비도, 인내도, 친절과 그 밖의 모든 것들이 질식 직전에 몰리게 된다. 게다가 시인들은 자신을 높이 평가하며, 다른 사람들은 하찮게 본다. 그리하여 시인들은 항시 반목하고, 상처를 입히고, 시기하며, 재치 있는 말대꾸에 바쁘다. 그것도 달변으로 한다. 그리고 탐욕스럽게 공감을 요구한다. - P189
이른 4월의 화창한 밤이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별들이 초생달의 빛과 섞이고, 거기에 가로등 불빛이 가세해서 인간의 얼굴과 렌 씨의 건축물들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빛을 발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그럴 수 없이 부드럽게 보였지만, 그것이 녹아 없어지려는 지점에서 은색의 불빛이 그것을 다잡아 활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대화도 그래야 한다고 올랜도는(바보 같은 공상에 잠기면서) 생각했다. 사교계도 그래야 하고, 우정도 그래야 하고, 사랑도 그래야 한다. 도대체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우리는 인간 상호 간의 교제에 대한 믿음을 상실하는 순간, 아무렇게나 배열된 헛간들, 나무들, 건초더미들과 마차가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의 완전한 상징처럼 보여 우리는 또 다시 탐색을 시작한다. - P191
멀리서 야경꾼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서리 내리는 새벽 정각 열두 시오." 이 말이 입 밖에 떨어지자마자 자정을 알리는 시계의 첫 번째 소리가 들려 왔다. 그때 처음으로 세인트폴 대성당의 둥근 지붕 뒤에 모여 있는 작은 구름이 올랜도의 눈에 띄었다. 종소리가 울릴 때마다 구름은 커지면서 주위를 어둡게 했고, 맹렬한 속도로 퍼졌다. 동시에 가벼운 미풍이 일더니, 자정을 알리는 여섯 번째 종소리가 울릴 때쯤에는, 동쪽과 서쪽과 북쪽 하늘은 개였는데도, 하늘 전체가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어둠으로 덮여버렸다. 그러고는 구름이 북쪽으로 퍼져나갔다. 런던의 높은 지대를 차례로 구름이 삼켜버렸다. 불빛을 환하게 밝힌 메이페어만이 대조적으로 전보다 더 환하게 불타고 있었다. 여덟 번째 종소리가 울리자, 구름 조각 몇 개가 서둘러 피커딜리 위로 퍼져 나갔다. 그 구름들은 모여서 맹렬한 속도로 서쪽 끝을 향해 달려가는 것 같았다. 아홉 번째와 열 번째, 그리고 열한 번째 종소리가 울리자, 거대한 어둠이 런던 전체를 뒤덮었다. 자정을 알리는 열두 번째 소리와 함께 주위는 완전히 캄캄해졌다. 사나운 구름 덩어리가 도시를 뒤덮었다. 모든 것이 캄캄했다. 모든 것이 의심스러웠다.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18세기가 끝이 났다. 19세기가 시작된 것이다. - P199
습기라는 것은 가장 교활한 적인데, 햇빛은 커튼으로 막을 수 있고, 서리는 뜨거운 불로 녹일 수 있는데 비해, 습기는 우리가 잠든 사이에 침입하기 때문이다. 습기는 조용하고 보이지 않으며 도처에 존재한다. 습기에 나무가 불어나고, 물주전자에 백태가 끼게 하고, 쇠를 부식시키며, 돌을 못 쓰게 만든다. 이 과정은 너무도 천천히 진행되어, 우리가 서랍장이나 석탄통을 들어 올렸을 때, 우리 손 안에서 모든 것이 조각이 날 때에야 비로소 습기의 피해를 알게 된다. - P200
습기는 안으로 뚫고 들어왔다. 사람들은 가슴에는 냉기를, 머리에는 습기를 느꼈다. 그들은 감정을 어떻게든 따뜻하게 녹여보려는 필사적인 노력에 이런저런 꾀를 부려보았다. 사랑과 탄생, 죽음이 갖가지 미사여구에 싸였다. 남녀 두 성은 점점 더 거리가 벌어졌다. 솔직한 대화는 허용되지 않았다. 쌍방 모두에게서 핑계와 은폐가 끈덕지게 행해졌다. 그리고 밖의 축축한 대지에서 담쟁이나 상록수가 무성한 것처럼, 안에서도 마찬가지로 높은 출생률을 구가했다. 평균적인 여인의 일생은 출산의 연속이었다. 19세에 결혼해서 30세가 될 즈음에는 15명 내지는 18명의 아이를 낳았다. 쌍둥이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해서 대영제국이 탄생한 것이다. 그리고 또한 습기는–습기를 막을 재주가 없었으므로–목공예품으로 들어간 것처럼 잉크병에도 들어왔다–그 결과 문장이 불어나고, 형용사가 늘어나고, 서정시는 서사시가 되고, 한 칸 정도 길이의 에세이로 쓸 수 있었던 것이 열 권, 스무 권의 백과사전이 되었다. - P202
이 모든 것들이 이것을 막을 재주가 없는 민감한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유스비우스 처브가 증인이 되어 줄 것이다. 그의 회고록 끝부분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는데, 그가 어느 날 아침 "온통 하찮은 것에 대해" 2절판 원고지 35매를 쓰고, 잉크병 마개를 닫은 뒤 정원을 한 바퀴 돌기 위해 나갔다. 곧 그는 자신이 관목 숲에 둘러싸인 것을 알았다. 그의 머리 위에서는 무수한 나뭇잎들이 바스락거리며 반짝이고 있었다. 그는 "발밑에서 훨씬 더 많은 잎더미를 밟고 있는 듯"했다. 정원 끝자락에 피워놓은 젖은 모닥불에서 짙은 연기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그는 이 지구상의 어떤 불로도 저 거대한 초목 더미를 모두 태울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어디를 보아도 식물이 무성했다. 오이들의 줄기가 풀밭을 지나 "소용돌이꼴로 말리면서" 그의 발치까지 뻗어 있었다. 거대한 꽃양배추들은 층층이 쌓이며 자라나, 그의 혼돈된 상상속에서 그것들은 느티나무들과 겨루는 듯했다. 암탉들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색깔의 달걀을 끝없이 낳았다. 그때 그는 한숨을 쉬면서, 그 자신이 애가 많다는 생각과, 지금 집 안에서는 불쌍한 아내 제인이 열다섯 번째 애기 출산의 진통 한가운데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어떻게 암탉을 나무랄 수 있겠는가, 고 자문했다. 그는 눈을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다. 천상 그 자체, 또는 천상의 정면, 즉 하늘은 천사들의 동의를, 사실은 선동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왜냐하면 하늘에는 겨울 여름 할 것 없이, 일 년 내내 구름이 고래처럼, 아니 코끼리처럼 몸을 틀고 뒹굴고 있다고 그는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아니 그것이 아니었다. 처브는 그에게 압박해오는 한없이 드넓은 하늘을 이렇게 비유할 수 밖에 없었다. 즉 영국 제도 위에 넓게 퍼져 있는 하늘 전체가 거대한 깃털 침대와 다름없다고, 정원과 침실과 닭장의 무차별적인 생산력이 하늘에 그대로 복사되어 있었다. - P202
그녀가 마차의 구석으로 몸을 묻으면서, 바람도, 비도, 태양도, 아니면 천둥 그 어느 것도 저 번들거리는 건물들을 부숴 버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느꼈다. 콧잔등만 긁히고, 트럼펫은 녹이 슬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서, 영원무궁토록 동서남북을 가리키고 서 있을 것이었다. 그녀는 마차가 콘스티튜션 힐을 달려 올라갈 때 뒤를 돌아보았다. 그렇다, 그것은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그것은 아직도 빛 속에서 평온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그녀는 바지의 시계 주머니에서 시계를 꺼냈다 물론 한낮 정오의 빛이었다. 이처럼 산문적이고, 이처럼 평범하고, 이처럼 해가 뜨고 지는 것에 무덤덤하면서, 저것처럼 영원히 존속하도록 만들어진 것은 없을 것 같았다. 올랜도는 두 번 다시 보지 않기로 작정했다. 이미 그녀의 혈액 흐름이 느려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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