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째 되던 날 아침에 보니, 집 주변이 온통 물에 잠겨 있었어. 크리스토퍼 로빈도 이런 일은 평생 처음이었지. 로빈이 서 있는 곳이 진짜 섬이 되다니! 그건 정말 신나는 일이었어. - P200

"있지, 아울. 재미있지 않니? 내가 섬에 있어!" 크리스토퍼 로빈이 말했어.
"최근에 대기 상태가 몹시 불안정했어." 아울이 말했어.
"최근에 뭐라고?"
"계속 비가 내렸다고"
아울이 설명했어.
"그래. 그랬어."
크리스토퍼 로빈이 말했어.
"수위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상승했지."
"누가?"
‘물이 많이 불었다고." 아울이 설명했어.
"맞아."
"그렇지만 급속도로 대기 상태가 좋아질 거라는 전망이야. 지금이라도……
"너 푸봤니?" - P201

"아! 그런데 배는 어디 있어?"
"저기!"
푸가 자랑스레 ‘둥둥 곰‘ 호를 가리켰어.
‘둥둥 곰‘ 호는 크리스토퍼 로빈이 기대했던 배는 아니었어. 하지만 그 배를 보면 볼수록 푸가 참으로 용감하고 똑똑한 곰이란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크리스토퍼 로빈이 이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푸는 겸손하게 눈을 밑으로 내리고 그렇지 않은 것처럼 보이려고 노력했어. - P205

그때 이 곰에, 곰돌이 푸라고 하기도 하고 위니 더 푸라고 하기도 하며, ‘피친‘이고 ‘래벗‘이자 ‘극발‘하기도 하며, ‘이위‘이자 ‘이꼬‘인, 그러니까 푸가 말이야, 무척 똑똑한 말을 하는 바람에 크리스토퍼 로빈은 입을 떡 벌리고 푸를 멍하니 쳐다보면서 이 곰이 정말 자신이 그토록 오랫동안 알고 지내고 사랑했던, 머리가 별로 좋지 않은 그 곰이 맞을까 하고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어. - P205

"아침에 일어나면 말이야, 푸, 너는 제일 먼저 무슨 생각을 해?"
"아침으로 뭘 먹을까 하는 생각. 너는 무슨 생각을 해?"
"나는, 오늘은 어떤 신나는 일이 벌어질까 하고 생각해."
푸는 골똘히 생각하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어.
"나랑 같은 거네"
푸가 말했단다.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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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가 우산을 펴며 기차에서 뛰어내렸다. "환영합니다." 빗속에서도 그는 그녀를 금세 알아보았다. 자기만큼이나 꿈으로 가득 찬 그녀였다. 역장이 신호를 주자, 기차는 연기를 뿜으며 다시 출발했다.

"환영합니다." 오토가 입김을 하얗게 내뿜으며 말했다. 그는 클레멘티나의 가방을 받아 들면서, 그녀의 눈빛에서 굳은 결심과 각오를 보았다. 그가 너무나도 잘 아는 눈빛이었다.

클레멘티나의 정신은 그 어느 때보다 맑았다. 철길 사이에 핀 야생화처럼 그녀의 가슴속에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싹 터 올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이제는 그것이 사랑이라는 걸 어렴풋이 안다. 그 누구에 대한 사랑이 아닌 여행 그 자체에 대한 사랑. 이 끝없는 여행을 계속하게 한 것은 풀리지 않는 갈망과 동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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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기습이 무엇인지 알게 된 푸는 언젠가 가시금작화 숲이 갑자기 자기한테 홱 튀어나온 적이 있다고 말했어. 자기가 나무에서 떨어졌을 때 일인데, 그 가시를 다 뽑느라 엿 새나 걸렸다고 말이야.
"지금 가시금작화 얘기를 하는 게 아니잖아." 아울은 약간 짜증을 내며 말했어.
"나는 그 얘기를 하고 있는 건데" - P173

"푸는 그래. 푸는 머리는 좋지 않아도 절대 나쁜 일을 당하거나 하지 않아. 바보 같은 짓을 해도 나중에 보면 그게 잘한 거고. 아울은.......아울은 엄밀히 말해서 머리가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는 게 많아. 아울이라면 물에 둘러싸였을 때 해야 할 일도 알고 있을 거야. 래빗은 어떨까? 래빗은 책에서 배운 건 아니지만, 항상 기발한 계획을 세울 줄 알아. 캥거도 있지. 캥거는 똑똑하진 않아. 하지만 루를 무척 걱정하다보니 일부러 뭘 생각하지 않더라도 본능적으로 옳은 일을 잘 찾는단 말이야. 그리고 참, 이요르..... 이요르야 맨날 불행해 하니까 이 정도는 신경 쓰지 않을 거야. 그런데 크리스토퍼 로빈이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할까?" - P191

"극이라면 남극도 있는데, 사람들은 말하기를 꺼려하지만 동극하고 서극도 있을 거야."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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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가 길을 나선 건 숲속에 봄기운이 감도는 어느 화창한 날 아침이었단다. 작고 보드라운 구름들은 파란 하늘에서 즐거운 장난을 치는 것만 같았어. 해를 감추려는 것처럼 이 따금씩 앞을 막아섰다가 휙 흘러가버리고, 그러면 또 다른 구름이 그 자리를 넘겨받고는 했지. 하지만 구름이 막아설 때나 비켜설 때나 해는 힘차게 빛을 비추었어. 일 년 내내 전 나무 옷을 입고 있던 잡목림이 낡고 초라해보일 만큼, 옆자리 너도밤나무들이 차려입은 연둣빛 신록은 곱고 예뻤단다. - P70

"다른 물건처럼 들어갔다 나왔다 한다고."
"무언가를 넣어 둘 수 있는 쓸모 있는 단지를 선물하게 돼서 정말 기뻐." 푸가 기뻐하며 말했어.
나도 쓸모 있는 단지에 넣어 둘 무언가를 선물하게 돼서 정말 기뻐." 피글렛도 기뻐했지.
하지만 이요르는 정말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어.
풍선을 단지에서 꺼냈다가 다시 넣었다가 하느라 너무나 행복했거든…… - P128

"나처럼 몸이 아주 작은 동물한테는 용기를 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니야"
뭔가를 열심히 적고 있던 래빗이 고개를 들고는 말했어.
‘"피글렛, 네가 아주 작은 동물이라서 우리 모험에 꽤 쓸모가 있을 거야."
피글렛은 쓸모가 있을 거라는 말을 듣고 너무 들떠서 겁 같은 건 까맣게 잊어버렸어. - P136

"이게 1절이야."
준비가 끝나자 푸는 피글렛에게 말했어.
"무슨 1절?
"내 노래."
"무슨 노래?"
"이 노래."
"어떤 노래?
"저기, 피글렛, 노래는 잘 들어보면 들릴 거야."
"내가 듣는지, 안 듣는지 네가 어떻게 알아? "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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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주근깨가 가득한 짐꾼이 이마의 땀을 훔치더니 클레멘티나에게서 가방을 받아 기차에 실으며 말했다. "기차에 탑승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는 민트색 실크 드레스 속에 자기만큼이나 쓸쓸한 여자가 웅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눈앞에 넓은 바다가 나타났다. 바다는 끝없이 펼쳐진 은빛 리본처럼 반짝였다. 마치 한 번도 바다를 본 적 없던 사람처럼, 클레멘티나는 신기하게 그 광경을 보았다. 그때, 그녀의 배 속 무언가가 심장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면서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고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나는 이 기차와 함께 가던 길을 계속 갈 겁니다. 이 여행이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청년이 대답했다. "아무쪼록 행운이 함께하기를 빌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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