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비는 집중력 면에서 "차이가 매우 뚜렷했"다고 말했다. 기본소득을 받자 사람들의 집중력이 크게 개선된 것이다. 시그네는 그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돈과 관련된 문제가 집중에 매우 나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경제 상황을 걱정해야 한다면··· 뇌가 가진 능력의 상당 부분이 거기에 쓰입니다. 걱정할 필요가 없으면 다른 것들을 생각할 능력이 생기죠." - P284
다른 많은 곳에서도 이와 비슷한 시도를 했다. 실험의 내용은 무척 다르지만 계속해서 비슷한 결과가 나오고 있다. 1920년대 영국에서는 W. G. 켈로그(시리얼 제조업체 창립자)가 하루 근무시간을 여덟 시간에서 여섯 시간으로 줄였고, 작업 중 사고(집중력을 측정하는 좋은 기준)가 41퍼센트 줄었다. 2019년 일본에서는 마이 크로소프트가 주4일 근무를 도입했고 생산성이 40퍼센트 개선되었다고 보고했다." 같은 시기 스웨덴 고센버그에서는 한 요양원 이 임금을 줄이지 않고 하루 근무시간을 여덟 시간에서 여섯 시간으로 줄였고, 그 결과 직원들은 수면 시간이 늘고 스트레스가 줄었으며 병가를 더 적게 냈다. 같은 도시에서 토요타는 하루 근시간을 두 시간 줄였고, 그 결과 정비공의 생산성이 114퍼센트로 높아졌으며 이윤이 25퍼센트 늘었다. - P297
우리는 더 빨리 걷고 더 빨리 말하고 더 오래 일하라고 명령하는 문화에 살며, 바로 거기서 생산성과 성공이 나온다고 생각하게끔 배웠다. 그러나 이곳에는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니요. 우리는 속도를 줄일 것이고, 휴식과 집중을 위한 공간을 더 많이 마련할 겁니다. - P299
현재 이 같은 결정은 우리 대다수에게 불가능한 사치처럼 보인다. 사람들 대부분은 속도를 늦추지 못하는데, 그렇게 하면 일자리나 사회적 지위를 잃을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오늘날 미국인의 56퍼센트가 1년에 단 1주일의 휴가를 쓴다.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사람들에게 집중력 개선을 위해 해야 하는 일들(한 번에 하나씩만 하고, 더 많이 자고, 책을 더 많이 읽고, 딴생각하기)을 말하는 것이 그토록 쉽게 잔혹한 낙관주의로 변질되는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에서는 그런 것들을 실천할 수 없다. 그러나 꼭 이런 식일 필요는 없다. - P299
20세기 중반에 신선 식품은 미리 조리된 가공식품으로 급속히 대체되었고, 이 가공식품은 슈퍼마켓에서 구매해 데워 먹을 수 있도록 제조되었다. 이러한 음식은 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생산해야 했다. 슈퍼마켓의 진열대 위에서 상하지 않도록 각종 안정제와 방부제를 쏟아부었고, 이러한 가공 절차에서 수많은 영양 성분이 사라진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 P314
니컬러스를 만나기 전에는 그가 이러한 결과를 특정 방식으로 정당화할 것이라 생각했다. 수많은 의사가 주의력 문제를 겪는 자 녀들의 부모에게 하는 말, 즉 집중력 장애는 생물학적 원인에서 비롯되므로 약물을 이용한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리라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니컬러스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이 여정이 시작된 지점, 바로 끙끙이를 하던 말에서 부터 설명을 시작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야생에서 이런 행동을 하는 말은 지금껏 본 사람이 없습니다. 이건 말들을 부자연스러운 상황에 가두는 ‘가축화‘의 문제예요. 말들이 마구간에 갇히지 않았더라면 초기에 그런 심리적 압박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고, 끙끙이를 하게 되지도 않았을 겁니다." - P343
니컬러스가 이 말들에게 일어난 일을 설명하면서 사용한 표현 하나가 나를 놀라게 했다. 그는 말들이 "생물학적 목적의 좌절‘로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말은 돌아다니고 달리고 풀을 뜯고 싶어 한다. 이런 타고난 본성을 표현할 수 없을 때, 말들의 행동과 집중력은 망가지고 그것이 겉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니컬러스는 "생물학적 목적을 좌절시키려는 압력이 너무 심해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면 "이 파괴적인 심리 압박이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을 완화해줄" 행동을 뭐든 찾게 된다. "야생말은 자기 시간의 60퍼센트를 풀을 뜯는 데 씁니다. 그러니 말에게 해방감을 주는 행동 중 하나가 일종의 가짜 풀 뜯기인 끙끙이라는 사실도 놀라운 일은 아니죠." - P343
니컬러스는 ‘주코시스zoochosis (동물원과 정신질환psychodis의 합성어로, 동물원에 갇힌 동물의 이상 증세를 가리킨다)‘라 불리는 증세를 보이는 동물에게 약물을 처방하는 자신의 접근법이 몹시 제한적인 해결책임을 스스럼없이 인정했다. 예를 들어 나는 그에게 북극곰에게 약을 먹여서 문제가 해결되었는지 물었다. "아니요." 니컬러스가 대답했다. "그건 반창고를 붙이는 것과 같습니다. 문제는 북극곰을 북극에서 끌어내 동물원에 가둔 것이에요··· 자연에서 북극곰은 북극 툰드라를 몇 마일씩 걸어 다닙니다. 물개들이 있는 곳을 찾아서 수영을 하고 물개를 먹죠. 전시장[북극곰이 갇혀 있는 동물원 우리]은 실제 삶과 전혀 같지 않아요. 그러니 곰들은 감옥에 갇힌 수감자처럼 진짜 삶을 부정당한 내면의 고통을 달래려 서성이는 겁니다··· 곰들에게는 본능이 있어요. 그 본능은 생생히 살아 있는데, 쓸 수가 없습니다." - P344
니컬러스 혼자서는 그런 세상을 불러올 수 없다. 그는 이러한 장기적인 해결책이 부재한 상황에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내게 물었다. 우리는 오랫동안 이 문제를 논의했다. 나는 그가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는 이해는 가지만 본능적으로 불편함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동물들이 문제 행동을 보이는 것은 고통을 표현하는 방식이었다. 말 포커는 갇혀 있는 것이 싫었고, 비글 에마는 혼자 남겨지는 것이 싫었다. 말은 본래 뛰어다녀야 하고, 개는 본래 무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동물들이 보내는 신호를 그가 약물로 덮어버림으로써 주인들에게 일종의 환상을 불어넣고 있지는 않은지 우려되었다. 한 생명체를 데려다가 그 본성을 무시하고, 동물의 필요가 아닌 주인인 자신의 필요에 맞는 삶을 살게 할 수 있다는, 그러면서도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을 수 있다는 환상 말이다. 우리는 동물의 고통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그 고통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 P345
사미는 보통 사람들이 어떤 아이가 ADHD 진단을 받았다는 말을 들으면 폐렴 진단을 받은 것과 비슷할 거라 상상한다고 했다. 이 경우 의사는 숨어 있던 병원균이나 질병을 확인하고, 그 신체적 문제를 해결할 무언가를 처방한다. 그러나 ADHD는 의사가 실시할 수 있는 신체검사가 없다. 의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이 본인 및 그 아이를 아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아이의 행동이 정신과 의사가 작성한 점검표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것뿐이다. 그게 다다. 사미는 이렇게 말한다. "ADHD는 진단이 아닙니다. 이따금 동시에 발생하는 특정 행동들의 묘사일 뿐이에요. 그게 전부입니다." 아이가 ADHD를 진단받을 때 할 수 있는 말은 아이가 잘 집중하지 못한다는 것뿐이다. "그 말은 ‘왜‘라는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해주지 않습니다." 그건 마치 아이가 기침을 한다는 말을 듣고 실제로 아이의 기침 소리를 들은 뒤, ‘그렇군요, 아이는 기침을 합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의사가 아이에게서 집중력 문제를 확인한다면, 그것은 진료 과정의 끝이 아니라 첫 단계여야 한다. - P350
스트레스가 심한 환경에서 성장한 아이가 집중력 문제를 겪을 확률이 더 높은 이유가 무엇일까? 물론 네이딘 버크 해리스를 통해 알게 된 모든 내용을 떠올렸다. 앨런은 여기에 네이딘의 연구 결과와 양립하는 또 다른 층위의 설명을 덧붙이기 시작했다. 그는 어릴 때는 속이 상하거나 화가 나면 자신을 달래주고 진정시켜 줄 어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위로받는 경험을 충분히 하고 나면, 시간이 흘러 성장할수록 혼자서 자신을 달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가족이 주었던 안심과 이완을 내면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쌓인 부모는 자기 잘못이 아닌 다른 이유로 자녀 달래기를 힘들어하는데, 본인이 너무 흥분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 말은 그들의 자녀도 중심을 잡고 스스로를 진정시키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 결과 그들의 자녀는 화를 내거나 괴로워하는 방식으로 힘든 상황에 대처할 확률이 높아지고, 분노와 괴로움은 집중력을 망가뜨린다. - P353
다른 과학자들을 인터뷰하면서 이 약물들의 긍정적 효과가 (실재하긴 하지만) 놀라울 만큼 제한적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뉴욕 대학의 소아청소년 정신의학 교수인 그자비에 카스테야노스는 각성제 효과에 관한 훌륭한 연구에서 중요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각성제는 반복을 요구하는 작업에서는 어린이의 행동을 개선하지만, 학습 능력은 개선하지 못한다. 솔직히 처음에는 그의 말을 믿지 못했다. 그러다 각성제 처방의 지지자들이 ADHD 연구의 황금률로 제시한 연구에서 관련 내용을 찾아보았다. 14개월간 각성제를 복용한 아이들은 시험에서 1.8퍼센트 나은 결과를 보였다. 그러나 같은 기간 행동 지도만 받은 아이들도 1.6퍼센트 개선된 결과를 냈다.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은, 증거에 따르면 초기에 나타나는 각성제의 효과가 지속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각성제를 복용하는 사람은 누구나 내성이 생긴다. 몸이 약물에 익숙해져서 똑같은 효과를 내려면 복용량을 늘려야 한다. 그러다 보면 결국 어린이에게 허용된 최대 복용량에 다다르게 된다. - P360
그래서 제이는 여러 연구에서 나타나는 차이를 설명해줄 유전자 이외의 다른 요인이 있다고 말했다. "일란성쌍둥이가 이란성 쌍둥이보다 훨씬 비슷한 행동을 유발하는 환경에서 성장한다는 사실"로 그러한 차이를 설명할 수도 있다. 일란성쌍둥이의 집중력 문제가 유사하게 발생하는 이유는 이들의 유전자가 더욱 유사해서가 아니라 이들의 생활이 더욱 유사해서일 수 있다. 만약 집중력 문제를 일으키는 환경 요인이 있다면, 일란성쌍둥이는 똑같은 정도로 그 요소를 경험할 가능성이 이란성쌍둥이보다 높다. 그러므로 제이는 "쌍둥이 연구는 유전자와 환경의 잠재적 영향을 구분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즉 우리가 자주 듣는 통계 수치(예를 들면 ADHD의 75-80퍼센트가 유전적 문제라는 것)가 믿을 수 없는 토대 위에 있다는 뜻이다. 제이는 이러한 수치가 "사람들을 호도하며, 잘못 이해되고 있"다고 말한다. - P364
그가 침울한 얼굴로 말했다. "이런 오래된 비유가 있습니다··· 어느 날 마을 사람들이 강가에 있다가 시체 한 구가 떠내려오는 것을 목격합니다. 그래서 해야 할 일을 하죠. 사람들은 시체를 건져서 장례를 치러줍니다. 다음 날은 시체 두 구가 떠내려옵니다. 사람들은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두 시체를 땅에 묻습니다. 한동안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마침내 사람들은 이렇게 묻기 시작합니다. 이 시체들은 어디에서 떠내려오는 걸까? 이 상황을 멈추기 위해 우리가 무언가를 해야 할까? 그래서 사람들은 그 답을 알아내려고 강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의자에 앉은 조엘이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말했다. "우리는 이 아이들에게 약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를 알아내야 합니다." 나는 지금이 강을 거슬러 올라가야 할 때임을 깨달았다. - P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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