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만약 그 흔들기가 춤이라면 너는 다른 모든 아가씨들보다 잘 추는구나."
"그 말을 들으니 기뻐요"
조는 흡족한 듯 말했다.
"이제 아저씨는 말하겠지요. 이런 춤은 정신병원에나 어울리는 거라고"
"아니야. 음악 소리에 몸을 움직인다는 사실 자체가 정신병원에 어울리는 것이겠지. 하지만 수천 년 전부터 인간은 그걸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음악 소리에 몸을 흔드는 방식은 중요하지 않아." - P130

"아저씨께 여기 오시라고 부탁한 것은, 요즈음 젊은이들은 고삐 풀린 미치광이들이라는 말을 듣기 위해서였어요."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미치광이들이었고, 요즈음 젊은이들은 또 다른 방식으로 미치광이들이지"
나는 대답했다.
"젊음이란 모든 인간 존재가 의무적으로 치러야 하는 질병이야. 그 병에 걸려 있을 때에는 심각한 중병처럼 보이고, 심지어 치유할 수 없는 병처럼 보이기도 해. 다만 요즈음에는 좀 더 복잡해졌는데, 바로 정신 분석, 콤플렉스, 욕구 등의 발결 과 함께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면서 그 경이로운 질병을 없애려고 노력하는 바람에 젊은이들이 더 빨리 늙어 버리게 된다는 거야." - P131

하지만 나는 이렇게 주장하고 싶어. 만약 내가 할 수만 있다면, 학교 교육을 의무적으로 시작하는 나이를 여섯 살에서 열 살로 늦추고 싶어. 어린이들을 대량 사육 장치 안에서 기르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겠어. 닭을 아주 좁은 우리 안에 가두어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과학적 사료를 먹여 에너지와 지방질 을 소모하지 못하도록 만들면, 한 달 된 병아리가 1킬로그램 이 되도록 만들 수 있다는 거야. 놀라운 일이지. 하지만 그 우리에서는 닭이 나오는 게 아니라, 흐느적거리고 연약한 살덩이의 괴물이 나올 뿐이야. - P136

아이들에게서 어린 시절을 빼앗지 말아야 해. 오히려 가능 한 한 어린 시절을 더 늘려 주어야 해. 나무가 튼튼하고 건강 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좋은 뿌리를 가져야 하지. 어린 시절과 꿈과 동화들은 바로 우리 인생의 뿌리야. 마르게리타, 내가 온갖 고난을 놀랍도록 침착하게 극복하고 지금도 젊은이 같은 열정으로 일할 수 있는 건, 내 부모님이 내게 준 귀중한 자산 덕분이야. 바로 꿈과 동화들로 가득한, 길고도 깨끗한 어린 시 절이 그것이지. - P137

"난 과거가 없어요."
"길든 짧든 모든 사람에게는 과거가 있어." 나는 반박했다.
"요즈음 젊은이들에게는 없어요." 조가 말했다.
"거의 모두가 똑같은 생활 방식, 똑같은 취향, 똑같은 오락, 똑같은 열망, 똑같은 경험을 갖고 있지요. 과거란 집단적 사실이 아니라 개인적 사실일 경우에만 가치가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나는 과거가 없다고 말하는 거예요." - P143

"조, 추리 소설이나 영화에 현혹되지 말아야 해. 액션물에는 멍청이들이나 나오지. 범죄 계보에서 첫 번째 자리는 사기꾼이 차지하고 있어. 그런 사람은 자기 얼굴을 드러내 보이면서 작업하고, 그의 유일한 무기는 지적 능력과 교활함, 상상력, 심리적 능력이야. 그 다음이 진정한 도둑인데, 바로 주거지, 가게, 사무실, 창고 등에서 단지 확실한 방법으로만 작업을 하지. 그 다음이 소매치기, 자동차 도둑, 그리고 자전거 도둑과 닭 도둑 순인데, 우주 비행선과 억만장자들의 시대에 자기 활동을 고집하는 모습을 보면 그들은 감상주의자나 낭만 주의자로 간주되어야 할 거야. 그 다음이 가짜 골동품상이고 가치와 체면의 서열에서 맨 꼴찌는 바로 강도야."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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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게 아니야, 조."
내가 말했다.
"우리는 모두 사방에다 자신의 시체를 남겨 두지." - P111

"이해해요. 아저씨는 다른 사람들의 젊음이 싫은 거지요."
"아니야, 조. 내가 늙었다는 게 싫은 거야. 그건 미학적인 문제이기도 해. 젊은이들 사이에 늙은이가 끼여 있는 건 마치 장미 꽃다발 속에 홍당무가 들어 있는 것과 같아."
"거짓말이에요! 댄싱 클럽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들도 와요"
"그래, 조. 하지만 그건 너무 많은 사람들이 늙는 방법을 몰라서 그런 거야. 너무 많은 사람들이 두 가지 방향으로 정도를 벗어나고 있어. 마치 자기가 완전히 늙어 빠진 것처럼 낙심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세월이 전혀 흐르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는 거지. 그 결과 앞의 경우에는 괴로워하고, 뒤의 경우에는 웃게 만들지" - P125

"그런데 말이오, 사랑에 대해서 어떤 충고를 할 수 있을까?"
"우리가 그 아이의 감성적 문제들에 관심을 보이는 것만으로 충분해요."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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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그림이든 비밀이 있어야 하지. 나조차 그게 뭔지 모를 수도 있어. 그리고 사람들이 내 그림에서 나보다 훨씬 더 많은 걸 발견할 수도 있단다."
그러고 나서 아저씨는 덧붙였습니다.
"나는 수집가일 뿐이야. 난 순간을 수집한단다. "
그때는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이제야 난 아저씨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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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감옥에서 오랫동안 머물렀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밀라노와 묶어 놓은 뿌리는 잘려 나가지 않았다. 대가를 치르고 다시 자유를 얻은 나는 세 번째로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나를 시골로 쫓아 보낼 때까지 계속했다.
지금은 밀라노의 그 작은 집에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다. 하지만 다락방은 아직 내 것이며, 나는 그것을 절대 잃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 마음의 배는 아직도 거대한 ‘안개들의 항구’에 정박해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나는 파르마의 번호판을 달고 다니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밀라노의 번호판을 달고 있는 것이다. - P106

어쨌든 관료제는 세상의 모든 나라를 병들게 하는 악이며, 밀라노는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특이한 도시로 남아 있다. 그곳은 잊을 수 없는 도시다. 고유의 자연적인 아름다움이나 유적들의 오만함으로 사람들을 짓누르지 않는 도시다. 밀라노의 가장 중요한 유적은 바로 밀라노 사람이기 때문이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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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눈엔 안 보이지만, 어떤 그림이든지 그 그림에 다가갈 수 있게 해 주는 길이 하나씩 있는 법이란다."

"화가는 그 길을 꼭 찾아 내야 해. 그리고 사람들한테 그림을 너무 일찍 보여 주면 안 돼. 찾았다 싶은 길을 다시 잃어버릴 수도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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