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언덕이라고 해서 일부러 찾아가 비싼 전차비까지 내고 올라갔더니만, 동네 뒷산에서 보이는 경관만 못했다. 꽃구경도못갔다며 한탄하던 어느 날에는 잠깐 짬을 내 산책하다가 뒷산에 흐드러지게 핀 꽃을 보며 ‘이렇게 지척에 장관을 놔두고 무슨꽃구경?‘ 했던 적도 있다. 내 몸에 필요한 건 에베레스트를 정복하는 것 같은 빡센 운동, 그리고 그 성취감이 아니라 뒷산을 실실 마실하듯 몸을 길들이는 운동, 그리고 그 호젓한 변화가 아닐까. - P76
나이스와 여러 트레이너들을 보면서 계몽주의시대에 『백과전서』를 편찬한 이들의 관점이 떠올랐다. 백과전서파는 암묵적인 지식과 생동감 넘치는 활력을 예찬했다.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워도 무슨 일을 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이 암묵적 지식이다. 보고 들은 것과 실제로 해본 경험이 차곡차곡 쌓이는 것, 몸소 경험하여 알아내고 이해하는 것, 그것이 배움이었다. 기량을 끌어올리는 것뿐 아니라 사람의 변화를 같이 하는 것, 상대방을 존중하고 자기도 존중하는 의식을 키워가는 것, 그것이 배움이었다. - P100
미드나 영화 수사물에서 중요한 기밀이 새어나가는 장소로 흔히 미용실이나 호텔 방이 등장한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내맡기고 나누는 수다에 긴장을 풀리기 때문일까, 유도 질문임이 빤히 보이는데도 술술 자기 은밀한 구석을 털어놓는다. 호텔 방에서는 청소 노동자나 룸서비스 노동자를 유령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그들이 드나드는 곳에 버젓이 기밀을 방치한다. 탈의실 정치에서도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풀어지는 것일까? 몸과 마음, 활동과 생각이 분리되지 않듯이 체육관에서도 몸을 조이고 닦는 만큼 인간의 미덕도 갈고 닦을 수는 없는 걸까. - P111
"나는 선천적으로 재능이 부족했지만 연습과노력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 나는 이것을 내가하는 모든 일에 적용했다."
"나의 주된 관심은 연습이었다. 철저한 연습은 긴장과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훌륭한 방법임을 알게된 것이다. 연습을 격하게 한 뒤에는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더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투쟁이 아닌 어떤 것 안에 내 자신이 몰두하는 한 가지 방법이었다. 저녁에 연습하고 난 다음 날 아침에는 다시 투쟁을 시작할 수 있는 상태, 즉 상쾌함과 강인함으로 느끼며 깨어났던 것이다."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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