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들을 돌봤어." 노인은 느릿하게 말했지만 더 이상 내게 하는 말은 아니었다. "짐승들을 돌봤을 뿐이라고."
그 노인은 더 이상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그날은 부활절이었고, 파시스트들은 에브로 강을 향해 진격해 오고 있었다. 나지막한 하늘이 잿빛으로 잔뜩 찌푸린 날이어서 놈들의 비행기는 뜨지 않았다. 그 사실과, 고양이들이 제 몸 정도는 돌볼 줄 안다는 사실이 노인이 바랄 수 있는 유일한 행운이었다.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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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자신이 어떤 존재이고 또 어디쯤 서 있는지를 살피려고 우리 자신뿐 아니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를 읽는다. 우리는 이해하기 위해, 아니면 이해의 단서를 얻기 위해 읽는다. 우리는 뭔가를 읽지 않고는 배겨 내지 못한다."

알베르토 망구엘, 『독서의 역사』 - P356

"답은 고전이 보여 주는 자아들을 자기 몸에 넣어 보고, 다시 빠져나와 보고, 다시 또 다른 것을 넣어 보고, 또다시 빠져나와 본 다음에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무의미한 일일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얻어질 자아가 과연 진정한 것인지 확인할 길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예 텍스트를 손에 잡지 말아야 하는가? 알 수 없는 일이다, 사실."

강유원, 『책과 세계』 - P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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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철저한 거짓말쟁이다. 자기 자신까지도 속이니까. 우리가 가장 자랑하는 재능인 언어는 우리의 거짓말하는 능력을 강화할 뿐 아니라 그 범위를 크게 확장한다. 우리는 시간적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진 사건들, 남이 한 행동의 세부 사항과 의미, 가장 내밀한 생각과 욕망 등등에 관해 거짓말을 할 수 있다."

로버트 트리버스,
『우리는 왜 자신을 속이도록 진화했을까?』 - P292

"우리는 구경꾼에게 더 잘 숨기기 위해 자신의 의식적인 마음이 모르게 현실을 숨긴다. 그 정보의 사본을 자아에 저장할 수도 있고 그러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남이 그것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로버트 트리버스, 『우리는 왜 자신을 속이도록 진화했을까?』 - P299

"내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되,
마침내 찾아낸,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은 없더라."

- 토마스 아 켐피스

『장미의 이름』(움베르토 에코) 서문에서 재인용. - P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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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중독자들은 베스트셀러에 냉담하다.
(어쩌다 읽은 책이 훗날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조차 불명예로 여길 정도.) - P119

자네,
일반인과 독서 중독자의 가장 큰 차이가 뭔지 아나?

글쎄.

독서 중독자들은 완독에 대한 집착이 없어. - P147

내가 그은 밑줄도 괴로울 때가 있어.

으아,
그거 창피하지!

과거에 내가 끄적인 메모나 밑줄을 재독하면서발견할 때!
어렸을 때 그은 밑줄일수록 더 그래.
판단이나 가치관이 전혀 다르니까. - P194

셰익스피어를 읽을 때면 경이로움에 휩싸인다
그토록 하찮은 인물들이 중얼대고 외쳐 대다니
그토록 아름다운 언어로

D. H. 로렌스, 「When I Read Shakespeare」 부분 -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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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의 지속적인 상호작용 과정,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 - P63

"작품이란, 그 책이 없다면
아마도 독자가 자기 자신 속에서
못 가려내고 말 것을, 독자에게
분간시키기 위해서 작가가
제공하는 일종의 광학기계에
지나지 않는다." - P68

"나는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한 번도 읽은 적이 없으며 아마 앞으로도 그 책을 읽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의 내용은 대부분 내게 생소하다. 하지만 내용이 그렇다는 얘기지 이 책의 상황까지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한데 어떤 책의 내용은 대부분 그 책의 상황이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때 내가 『율리시스』에 대한 얘기를 할 수 없는 처지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이 책이 다른 책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제법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나는 이 책이 『오디세이아』의 모작이라는 것, 그리고 의식의 흐름에 결부되어 있다는것, 사건이 더블린에서 하루 동안에 전개되는 책이라는 것 등을 알고 있다. 덕택에 종종 나는 학교에서 강의를 할 때 아무런 거리낌 없이 조이스를 언급하곤 한다."
피에르 바야르,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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