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하이웨이
에이모 토울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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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넷 주인공이 떠나는 여정에 어느 하나 계획대로 되는 일 없이 자꾸만 다른 길로 빠지고 모든 일이 삐끗하지만 그럼에도 실수하고 경험하고 배우며 어려움을 극복해 해결하는 모습이 여느 영웅들과 다를 바 없다. 읽는 내내 모든 풍경들이 영화를 보는 듯 눈 앞에 펼쳐 보여질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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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면에서는 자존심과 시기심도 머물러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 자존심이 자기 주위에 쌓아 올린 것에 기초하는 것처럼 시기심은 자신의 이웃이 길 건너편에 쌓아 올린 것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 P655

에밋은 샐리도 그와 마찬가지로 부끄러워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그 점도 위안이 되었다. 다른 사람도 비슷하게 비난의 아픔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아는 데서 오는 위안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옳고그름에 대한 자신의 감각이 다른 사람과 공유되었고, 그래서 더 진실에 부합한다는 것을 알게 된 데서 오는 위안이었다. - P675

사진의 재미있는 점은 사진이 찍힌 그 순간까지 일어난 모든 일을 아는 데 반해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점이라고 울리는 생각했다. 그럼에도 일단 사진이 액자에 담겨 벽에 걸리고 난 뒤에는 그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막 일어나려고 했던 모든 것들뿐 아니라 일어나지 않은 것들, 예상하지 못한 것들, 의도하지 않은 것들, 그리고 되돌릴 수 없는 것들을 볼 수 있었다. - P703

뉴욕에 도착한 직후 20대 후반의 황금기에 애버커스는 세 명의훌륭한 친구를 사귀었다. 두 남자와 한 여자였는데, 그들은 가장 강한 동지이자 마음과 영혼의 모험을 추구하는 동료였다.
그들은 합리적인 근면함과 적절한 침착성을 유지하며 인생의 바다를 함께 항해했다. 그러나 최근 5년 사이에 첫 번째 친구는 시력을 잃어 앞을 못 보게 되었고, 두 번째 친구는 폐공기증에 걸렸고, 세 번째 친구는 치매에 걸렸다. 그들의 다양한 운명을 ‘시력 상실, 폐활량 상실, 인지능력 상실‘로 표현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실은 그 세 가지 질환은 다음과 같은 동일한 문장에 해당한다. 다이아몬드 형태의 저 끝 점에서의 삶의 협소함. 이 친구들의 활동 영역은 세계 그 자체에서 자기 나라로, 이어 자기 카운티로, 자기 집으로,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방 한 칸으로 단계적으로 줄어들어서, 그들은 눈멀고, 숨이 가쁘고, 기억하지 못하는 육신으로 그 방에서 생을 마감할 운명을 맞는다. - P713

『개요서』 24장에서 애버네이스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위대한 업적을 이룬 위인들이 있는 한, 그들의 위업을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꾼들도 늘 있어왔다. 그러나 헤라클레스든 테세우스든, 카이사르든 알렉산드로스든, 이 사람들이 무슨 업적을 이루었든, 이들이 어떤 승리를 거두었든, 이들이 어떤 역경을 극복했든, 그 모든 것은 크세노스의 공헌이 없었다면 결코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크세노스는 크세르크세스나 크세노폰처럼 역사에 나오는 사람이름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사람 이름이 아니다. 크세노스는 고대 그리스어에서 온 단어로, 외국인, 낯선 사람, 손님, 친구 등을 의미한다. 더 간단히 말하면, 남을 의미한다. 애버네이스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크세노스는 평범하고 소박한 옷을 입은 주변 인물로, 우리가 거의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람이다. 역사를 살펴보면 그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경비원이나 종업원으로, 심부름꾼이나 사환으로, 가게 주인, 웨이터, 방랑자 등으로 나타났다. 크세노스는 보통 이름이 밝혀지지 않고, 대부분 알려지지 않고, 흔히 망각 속으로 사라지지만, 그러나 그는 항상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장소에 나타나서 사건의 전개 과정에서 필수적인 자신의 역할을 수행한다. - P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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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형의 삼촌은 스페인 내전에 참전한 거예요?"
울리가 재빨리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저었다.
"나도 잘 모르겠어, 빌리. 누나 말로는, 자기는 사람들이 자기에게 기대한 아주 많은 것들을 해왔으니, 이제 아무도 자기에게 기대하지 않은 한 가지 일을 하고 싶어 했다는 거야." - P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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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것에 관해서라면, 한물간 사람들은 많은 연습 경험이있었다. 큰 성공을 기다리거나 일거리가 생기기를 기다렸던 경우같은 거 말이다. 그런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게 확실해지고 나면 그들은 다른 것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예컨대 술집이 문을 열거나 생활 보조금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공원에서 잠을 자는 건 어떨지, 버려진 담배를 주워서 두 모금을 빠는 건 어떨지 보려고 기다렸다. 그들은 자신들이 어떤 새로운 모욕에 익숙해질 수 있는지 보려고 기다렸고, 그러는 동안 한때 그들이 소중히 여겼던 사람들에게서 잊히기를 기다렸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끝을 기다렸다. - P389

"내가 감히 말하자면, 멋진 반전이네요! 자기들은 이런저런 고정관념에 짜 맞춰져왔다고 불평하는 공연자들은 많아요. 그렇지만 프로듀서들이 실제로 거듭하는 실수는 자신들의 배우를 고정관념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관객을 고정관념에 맞추는 것이지요.
이 그룹은 이것만 원하고 저 그룹은 저것만 원해, 라고 그들은 말할거예요. 그렇지만 십중팔구 당신의 연극 애호가가 갈망하는 것은 좀 더 많은 떠들썩한 놀이일 것이고, 반면에 당신의 로데오 팬이 갈망하는 것은 좀 더 많은 극적인 재치일 겁니다!" - P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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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출발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새 도시에 새 주소를 갖는 문제가 아니다. 새 일자리나 새 전화번호, 혹은 새 이름을 갖는 문제도 아니다. 새 출발은 백지 같은 깨끗한 상태로 만드는 것을 필요로 한다. 그것은 남에게 빚진 모든 것을 갚고, 남이 나에게 빚진 모든 것을 받아내는 것을 의미한다. - P242

에밋은 누구도 업신여기지 말라는 가르침을 받으며 자랐다. 다른 사람을 업신여기는 것은 네가 그 사람의 운명에 대해, 그 사람의 의도에 대해, 그 사람의 공적, 사적 행동에 대해 너무 많이 알고 있어서 그릇된 판단일지 모른다는 두려움 없이 네 자신의 성격과 비교되는 그 사람의 성격을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주제넘은 짓이라고, 아버지는 말했다. -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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