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면에서는 자존심과 시기심도 머물러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 자존심이 자기 주위에 쌓아 올린 것에 기초하는 것처럼 시기심은 자신의 이웃이 길 건너편에 쌓아 올린 것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 P655
에밋은 샐리도 그와 마찬가지로 부끄러워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그 점도 위안이 되었다. 다른 사람도 비슷하게 비난의 아픔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아는 데서 오는 위안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옳고그름에 대한 자신의 감각이 다른 사람과 공유되었고, 그래서 더 진실에 부합한다는 것을 알게 된 데서 오는 위안이었다. - P675
사진의 재미있는 점은 사진이 찍힌 그 순간까지 일어난 모든 일을 아는 데 반해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점이라고 울리는 생각했다. 그럼에도 일단 사진이 액자에 담겨 벽에 걸리고 난 뒤에는 그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막 일어나려고 했던 모든 것들뿐 아니라 일어나지 않은 것들, 예상하지 못한 것들, 의도하지 않은 것들, 그리고 되돌릴 수 없는 것들을 볼 수 있었다. - P703
뉴욕에 도착한 직후 20대 후반의 황금기에 애버커스는 세 명의훌륭한 친구를 사귀었다. 두 남자와 한 여자였는데, 그들은 가장 강한 동지이자 마음과 영혼의 모험을 추구하는 동료였다. 그들은 합리적인 근면함과 적절한 침착성을 유지하며 인생의 바다를 함께 항해했다. 그러나 최근 5년 사이에 첫 번째 친구는 시력을 잃어 앞을 못 보게 되었고, 두 번째 친구는 폐공기증에 걸렸고, 세 번째 친구는 치매에 걸렸다. 그들의 다양한 운명을 ‘시력 상실, 폐활량 상실, 인지능력 상실‘로 표현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실은 그 세 가지 질환은 다음과 같은 동일한 문장에 해당한다. 다이아몬드 형태의 저 끝 점에서의 삶의 협소함. 이 친구들의 활동 영역은 세계 그 자체에서 자기 나라로, 이어 자기 카운티로, 자기 집으로,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방 한 칸으로 단계적으로 줄어들어서, 그들은 눈멀고, 숨이 가쁘고, 기억하지 못하는 육신으로 그 방에서 생을 마감할 운명을 맞는다. - P713
『개요서』 24장에서 애버네이스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위대한 업적을 이룬 위인들이 있는 한, 그들의 위업을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꾼들도 늘 있어왔다. 그러나 헤라클레스든 테세우스든, 카이사르든 알렉산드로스든, 이 사람들이 무슨 업적을 이루었든, 이들이 어떤 승리를 거두었든, 이들이 어떤 역경을 극복했든, 그 모든 것은 크세노스의 공헌이 없었다면 결코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크세노스는 크세르크세스나 크세노폰처럼 역사에 나오는 사람이름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사람 이름이 아니다. 크세노스는 고대 그리스어에서 온 단어로, 외국인, 낯선 사람, 손님, 친구 등을 의미한다. 더 간단히 말하면, 남을 의미한다. 애버네이스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크세노스는 평범하고 소박한 옷을 입은 주변 인물로, 우리가 거의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람이다. 역사를 살펴보면 그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경비원이나 종업원으로, 심부름꾼이나 사환으로, 가게 주인, 웨이터, 방랑자 등으로 나타났다. 크세노스는 보통 이름이 밝혀지지 않고, 대부분 알려지지 않고, 흔히 망각 속으로 사라지지만, 그러나 그는 항상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장소에 나타나서 사건의 전개 과정에서 필수적인 자신의 역할을 수행한다. - P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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