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말한다. "내가 꼭 해야 할 일을 잘 해내고 살기에도 시간과 힘은 터무니없이 부족해. 세네카가 말했어. 삶이 짧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시간을 낭비한다고." 그런데 이 말을 꼭 속으로 뭔가를 억누르면서 한다. 이건 말뿐이고 현실 세계의 나는 늘 삶을 낭비한다. 늘 쓸데없는 일에 힘을 빼앗긴다. 늘 하고싶은 일이 아니라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더 많이 한다.나에게도 뇌라는 것이 돌아가고 있는 중이라면 최종적으로 좋은 결과를 끌어내는 데 쓰고 싶고, 죽을 때 후회하지 않을 삶을 살아보고 싶은데 잘 안 된다. 나는 의미 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아쉬워하는 사람의 괴로움을 겪는다. 더 슬픈 것은 정열을 기울인 많은 일이 무의미로 끝났다는 점이다. 열정적으로 무의미한일을 하느라 최소한 다른 무의미한 일을 하지는 않았다 정도로 위안을 삼아야 할까? 그러나 열정적이기 위해서는 열정적인 동시에 무심할 수밖에 없는 것은 맞다. - P25
•나의 내일은 오늘 내가 무엇을 읽고 기억하려고 했느냐에 달려 있다.•내가 밤에 한 메모, 이것으로 나의 내일이 만들어질 것이다.•나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은 나의 메모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 P35
오늘의 문장은 밑에 여백을 남겨놓고 썼다. 생각나는 것이 있으면 여백에 계속 내 나름의 각주를 달았다. 그러다 여백이 점점 늘어나더니 결국 오늘의 문장은 왼쪽 페이지에만 쓰고 오른쪽 페이지는 아예 비워두게 되었다. 그 오른쪽 빈 공간에 생각날 때마다 생각을 덧붙이고 덧붙였다. 이런 식으로 메모를 하는 것은 꽤 재미있었다. 더 많이 덧붙이고 싶어서 페이지들이 무한히 늘어나는 노트를 상상했다. - P37
어느 날 정말로 ‘갑자기‘ 결심했다. 달라지기로. 뭔가를 하기로. 그만 초라하게 살기로 제일 먼저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떠보는 일을 그만뒀다.누가 나를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는지 관찰하는 일도 그만뒀다. 누군가 나를 좋게 생각한다고 "넌 내게 딱 걸렸어!" 기뻐하는 일도, 나쁘게 생각한다고 앙심 품는 일도 그만뒀다. 남의 마음에 들지 않을까 걱정하는 일도 그만뒀다. 삶이 간결해져서 좋았다. 그 대신 앞으로 뭘 할까만 생각했다. 세상 어디선가 나를 필요로 한다면 거기 가서 그 일을 잘해내고 싶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세상이 필요한데 세상이 과연 나를 필요로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세상에 관심을 가질 마음이 있는데 세상도 나에게 관심을 가질 마음이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건 마치 나에겐 사랑이 필요한데 누가 나를 사랑해줄지 알 수 없는 것과 같았다. 그때 당시 나는 더는 무의미하게 살고 싶지 않았고, 무의미하게 살지 않은 것, 그것이야말로 행복이라고 믿었다. - P32
개소리는 거짓말을 한다기보다는 분명히 허세 부리기에 가깝다.거짓말하기와 허세 부리기는 둘 다 부정확한 전달 또는 기만의 양상이다.그러나 빤한 거짓말과는 달리, 허세 부리기는 좀 더 특수하게는 거짓이 아니라 속임수의 문제다.개소리의 본질은 그것이 거짓이라는 데 있는 게 아니라, 그것이 가짜 phony 라는 데있다. - P48
사실 사람들은 거짓말보다는 개소리에 대해 좀 더 관용적인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개소리를 개인적인 모욕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덜하기 때문이다. - P52
불세션에서 대화의 목적은 신념을 가지고 소통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사람들이 하는 말은 그들이 가진 믿음과 연결되어 있다는 통상적인 가정들은 유예된다. 불 세션에서 행해지는 발언들은 이러한 연결이 유지되고 있는 체하는 가식이 없다는 점에서 개소리와는 다르다. - P40
‘불‘ 항목에서 다음을 정의로 제시한다. ‘사소한, 진실하지 않은, 거짓된 말이나 글, 난센스.‘ 이제 ‘불‘이 의미상 불완전해야만 한다든가 아니면 반드시 중요하지 않다든가 하는 것은 불의 고유한 특징처럼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난센스‘와 ‘사소한’은, 심지어 그 애매함과 별개로, 잘못된 방향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 P43
하지만 나는 개소리가 허세를 부릴 때는, 허세 부리기가 개소리의 본질을 구성하기 때문이 아니라 개소리의 동기이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보고 싶다.어떤 사람이 허세 부리는 행동을 한다는 사실은 그의 발언을 개소리의 사례로 만드는 데 필요한 구성요소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 사실은 분명히, 종종 그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그러나 개소리의 동기가 항상, 그리고 반드시 허세 부리기라고 전제해서는 안 된다. - P16
비트겐슈타인이 볼 때 핵심은 오히려 파스칼이 현실을 정확하게 묘사하려 할 때 요구되는 제약에 성실히 따르지 않은 채 어떤 사태를 묘사했다는 것이다. 파스칼의 잘못은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는 것이 아니라,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데 있다. - P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