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찾아?" 그녀의 남편이 물었다.
"그 집이 폭파된 곳."
"그건 저쪽 길 아니야?"
"아냐, 그건··· 아, 여기다." 마지가 차를 세우며 말했다. 폭파사건이 있은 뒤로 새로 지은 집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때 마지가 FBI의 기록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이야기를 내게 해 주었다. 폭파사건이 있던 날 밤, 그녀의 아버지와 고모와 몰리가 스미스의 집에서 밤을 보낼 계획이었다는 말을 아버지에게서 직접 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카우보이의 귀가 심하게 아파와서 그들은 그냥 집에 있었다. "그래서 그 세 사람은 무사할 수 있었어요. 운명이죠." 마지가 말했다. 나는 한순간 멈칫한 뒤에야 이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했다. "우리 아버지는 당신 아버지가 당신을 죽이려 했다는 사실을 평생 알고 있었어요." 마지가 말했다. - P360

역사는 무자비한 판관이다. 우리의 비극적인 실수와 멍청한 부주의를 낱낱이 드러내고, 우리의 가장 내밀한 비밀을 폭로하며, 처음부터 미스터리 소설의 결말을 알고 있는 오만한 탐정처럼 아는 척을 한다. 나는 역사기록들을 샅샅이 훑으면서, 몰리가 남편에게서 무엇을 보지 못했는지 알 수 있었다(한 오세이지족이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나와 결혼한 사람이 돈을 노리고 내 가족을 죽일 거라고 의심할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화이트가 로슨의 거짓 자백이나 후버의 못된 저의를 알아차리지 못한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 P361

버트는 자신이 오세이지족에게 사기를 치고 있음을 감추기 위해 괴상한 회계방법을 도입했다. 조지 빅하트가 사망한 뒤 유언 검인 청문회에서 한 변호사는 버트의 은행에서 오세이지족에게 대출되었다는 돈이 어째서 버트의 개인 수표로 발행되었는지 모르겠다며 당황스러운 심정을 표출했다. 버트는 자신이 "굳이 숨겨야 하는 거래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인신공격을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버트 씨. 하지만 이것이 조금 이상한 일이기는 합니다."
"우리는 항상 그렇게 일합니다." - P368

나는 여러 날 동안 문서보관소를 드나들며 빅하트의 살인사건에 경제적 동기가 얽혀 있는지 조사해봤다. 그의 죽음으로 이득을 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보려고 유언 검인 기록도 살펴봤다. 마사는 내게 보낸 이메일에서 "우리 아버지가 항상 하시던 말씀처럼 돈을 따라가면 돼요"라고 썼다. 하지만 헤일이든 버트든 아니면 다른 백인 남자든 빅하트의 재산을 물려받았다는 증거가 없었다. 그의 재산은 빅하트의 아내와 어린 딸에게 상속되었다. 그러나 빅하트의 딸에게 후견인이 있었으므로, 그 남자가 돈을 좌우했을 것이다. 나는 자료들을 훑어본 끝에 결국 그 후견인의 이름을 찾아냈다. H.G. 버트. - P370

하지만 버트가 빅하트와 보건의 살인사건에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뒷받침해주는 것은 여전히 정황증거뿐이었다. 보건이 기차에서 내던져질 때 누가 그와 함께 있었는지도 아직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옛날 신문들을 뒤지던 중 <포허스카 데일리 캐피털>에 실린 보건의 장례식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기사 중간쯤에 버트가 오클라호마시티에서 보건과 함께 기차에 올랐으며, 보건이 자리에서 사라졌을 때도 기차 안에 있었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 신문의 또 다른 기사에 따르면, 보건이 사라졌다고 신고한 사람도 버트였다.
나는 포트워스의 문서보관소를 떠나기 전에, 수사국 정보원과의 면담 내용이 실린 서류철을 우연히 발견했다. 헤일과 가까운 사이였던 이 정보원은 다른 살인사건들에서 헤일에게 불리한 결정적인 증거를 제공한 인물이었다. 그는 보건의 살인사건에 대해 아는 것이 있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대답했다.
"있습니다. 허브 버트가 그 일을 했을 겁니다." - P371

나는 또한 뉴멕시코의 어떤 도서관에서 페어팩 스 연방보안관과의 인터뷰 중 일부를 우연히 찾아냈다는 사실도 알려주었다.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이 인터뷰의 주인공은 오세이지 살인사건들을 직접 수사한 사람이었다. 그는 버트가 보건의 살인사건과 관련되어 있으며, 신흥도시 중 한 곳의 시장(그 일대에서 활동하던 불량배)이 버트를 도와 보건을 기차 밖으로 던졌음을 시사했다. 그는 또한 1925년에 수사국이 오세이지 살인사건들을 수사 중일 때 버트가 겁에 질린 나머지 도주를 생각했다는 말도 했다. 실제로 버트는 그해에 갑자기 캔자스로 이주했다. 마사는 내 설명을 모두 들은 뒤 가만히 있다가 작게 흐느꼈다.
"죄송합니다." 내가 말했다.
"아뇨, 마음이 놓여서 그래요. 우리 집안사람들 마음에 아주 오랫 동안 걸려 있던 일이니까요." - P372

톰 화이트가 나타나 수사를 시작한 1925년에 수사국은 화이트혼 사건을 거의 포기하고 있었다. 버거 요원은 이것이 "별개의 사건"이라면서 조직적인 살인사건들과 관련되어 있지 않다고 썼다. 이 사건은 오세이지 살인사건들에 대해 수사국이 세운 극적인 가설, 즉 이 모든 살인사건을 한 사람이 주도했으며, 헤일 일당을 체포하면 오세이지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것이라는 가설에 들어맞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헤일이 화이트혼 사건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이 바로 이 사건이 중요한 이유가 된다. 레드 콘의 할아버지가 수상쩍은 죽음을 맞이했듯이, 화이트혼의 살인사건과 그의 아내를 죽이려다 실패한 음모는 공포시대의 비밀스러운 이면을 보여준다. 사악한 헤일이 그 시대에 보기 드문 존재가 아니었다는 것. - P385

루이스의 살인사건을 기록한 이 원고를 다 읽은 뒤 내 머릿속에 자꾸만 떠오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그녀가 석유가 매장된 땅에 대한 균등 수익권 때문에 1918년에 살해되었다는 것. 대부분의 역사기록에 따르면, 오세이지족의 공포시대는 헤일이 애나 브라운을 살해한 1921년 봄에 시작해서 헤일이 체포된 1926년 1월에 끝났다. 하지만 루이스의 살인사건은 석유의 수익금을 노린 살인사건이 그보다 적어도 3년 전부터 시작되었음을 뜻한다. 또한 레드 콘의 할아버지가 1931년에 정말로 독살된 것이라면, 헤일이 체포된 뒤에도 살인이 계속되었다는 뜻이다. 이런 사건들은 석유 수익금을 노리고 오세이지족을 살해할 계획을 세운 사람이 헤일뿐만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헤일이 가장 오랫동안 가장 잔혹하게 피해자들을 살해한 인물일 수는 있다. 그러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다른 살인사 건들이 존재했다. 그 사건들은 공식적인 추정치에 포함되지도 않았으며, 몰리 버크하트의 살해된 가족들이나 루이스의 경우처럼 조사가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게다가 그중 일부는 아예 살인사건으로 분류되지도 않았다. - P392

나는 포트워스의 문서보관소를 다시 찾아가서 곰팡내가 나는 수 많은 상자와 서류철을 다시 조사하기 시작했다. […]
그런데 한 상자에 천으로 된 표지가 너덜너덜한 일지가 들어 있었다. 인디언실이 공포시대 동안 후견인으로 활동한 사람들의 이름을 적어놓은 자료였다. […]
나는 이 시기에 오세이지족의 후견인으로 활약한 다른 사람들도 찾아보았다. 한 후견인은 오세이지족 열한 명을 맡았는데, 그중 여 덟 명이 사망했다. 또 다른 후견인은 열세 명을 맡았는데, 그중 절반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 한 사람이 맡은 다섯 명의 피후 견인이 모두 사망한 경우도 있었다. 이런 기록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너무 엄청난 숫자라서, 자연스러운 사망률과는 전혀 일치하지 않았다. 이 죽음들은 대부분 조사된 적이 없기 때문에, 의심스러운 죽음을 맞은 사람이 정확히 몇 명인지 파악하기가 불가능했다. 누가 이런 짓을 저질렀는지 알아내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 P395

또 다른 오세이지족 피후견인인 흘루아토미는 공식적으로는 결핵으로 사망했다. 하지만 서류들 속에 한 정보원이 연방검사에게 보낸 전신이 섞여 있었다. 흘루아토미의 후견인이 고의로 그녀의 치료를 막고, 그녀를 병원에 보내는 것도 거부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후견인은 "그녀가 그곳에 가야만 살 수 있으며, 그레이호스에 남아 있으면 반드시 죽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정보원은 흘루아토미가 죽은 뒤 후견인이 스스로 그녀의 재산관리인이 되었다고 말했다. - P397

수사국은 오세이지 살인사건의 피해자를 스물네 명으로 추정했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았음이 분명하다. 수사국은 헤일 일당을 잡은 뒤 수사를 종결했다. 그러나 수사국 내에서도 적어도 일부는 이보다 훨씬 많은 살인사건들이 조직적으로 은폐되어 알려 지지 않았음을 확신했다. […] 오세이지 카운티의 여러 사람들이 남긴 기록에도 수상쩍은 죽음의 원인이 ‘소모성 질병‘이나 ‘원인불명‘으로 잘못 처리되는 일이 일상이었다는 내용이 있다. 그 뒤로 지금까지 이 살인사건들을 파헤쳐본 학자들과 수사관들은 오세이지의 사망자 수가 설사 수백 명 단위는 아니더라도 수십 명 단위는 된다고 보고 있다. - P39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난 알아······ 만약 내가 없었다면, 그 아이들 모두 거기에 있을 수 없었다는 걸 마음속으로 알고 있다고. 나는 좋은 경찰이니까. 엄청 많은 걸 해결할 수 있어서 좋은 경찰이라는 게 아니야. 난 그렇진 못하거든. 내가 좋은 경찰인 건 어느 한쪽을 완전히 편들어주기 때문이지. 나는 어느 한쪽을 지지한다고. 올바른 쪽 편을 든다는 소리야. 내가 매사에 올바르진 못할지 몰라도, 적어도 올바른 쪽 편을 들긴 한다고. 아이들 편을 말이야. 너하고 반대편을. - P157

아니, 난······ 네 이야기도 몇 개는 아주 괜찮아. 몇 개는 아주 마음에 들어.

어떤 거요?

‘필로우맨‘에는 뭔가 마음에 남는 게 있었어. 뭔가 다정하다고나 할까. (사이) 그리고 만약에 아이가 죽는다면, 혼자서 말이야, 교통사고 같은 걸로, 그래도 아이가 완전히 혼자는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도 들고. 이렇게 친절하고, 부드러운 사람이 아이 곁에 있어 주고, 손도 잡아 주고 그랬으니까. 그리고 어쩐지 그건 아이의 선택이었다는 생각도 들어. 그게 어쩐지, 안심이 되기도 해. 아주 형편없는 쓰레기는 아니었어. - P18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제 그 사람들이 모든 걸 망쳐 버릴 거야. 그 사람들이 우리를 없애 버릴 거야, 그 사람들이 내 이야기들을 없애 버릴 거야. 그 사람들이 모든 걸 망쳐 버릴 거야. - P106

왜 결말을 행복하게 하지 않았어? 현실에서처럼 말이야.

현실에선 행복한 결말이 없어. - P115

형이 죽었을 때 손에 뭘 쥐고 있었지? 이야기였어. 내가 쓴 그 어떤 이야기들보다 훌륭한 이야기. 봐봐, ‘작가와 작가의 형제‘에서······ 형은 작가였어. 나는 작가의 형제였고. 그 이야기는 형한테 행복한 결말이었어.

하지만 난 죽었잖아.

죽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야. 뭘 남기느냐가 중요한 거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지금 당장 그 사람들이 날 죽이든 말든 상관없어. 상관없다고. 하지만 그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죽이는 건 안 돼. 내 이야기를 죽이는 건 안 돼. 나한텐 내 이야기들이 전부야. - P117

어떤 이야기를 살려 줄까? 내가 쓴 4백 개 중에서, 어떤 이야기들의 목숨을 살려 줄래?

어, ‘작은 초록 돼지‘ 이야기. 그건 착한 이야기야. 그건 아무도 누굴 살인하게 만들지 않을 거야, 지 — 인 — 짜······ 그리고······ 그리고······ 사실 그게 전부인 것 같아. ‘작은 초록 돼지‘ 이야기. - P119

형이 실행에 옮기려고 고른 이야기 세 편이 하필이면 실행으로 옮기기에 가장 혐오스러운 이야기라는 사실만 아니었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 그 세 편의 이야기는 형이 우연히 먼저 접한 이야기가 아니었어. 형의 역겹고 비열한 마음하고 가장 잘 어울리는 이야기였던 거지. - P120

아기 돼지는, 그 돼지는 자기가 초록색인 게 정말 좋았어. 평범한 돼지들의 색깔이 싫은 건 아니었고, 분홍색도 멋있다고 생각했지만, 아기 돼지가 좋아한 건 자기가 다른 돼지들과 조금 다르다는 것, 약간 특이하다는 거였어. 하지만 주위의 다른 돼지들은 초록색인 아기 돼지를 좋아하지 않았어. 돼지들은 초록 돼지를 시기하고 괴롭혔고 초록 돼지의 삶을 비참하게 만들었어······.

비참하게······. - P124

그래서 작은 초록 돼지는 말했어. ( 돼지 목소리로 )‘오 하느님, 제발 부탁드려요, 이 사람들이 저를 다른 돼지들처럼 만들지 않게 해 주세요, 제발요. 저는 조금 특이한 존재로 있는 게 행복해요.‘

‘저는 조금 특이한 존재로 있는 게 행복해요.‘ 돼지가 하느님에게 말해. - P125

저는 모든 걸 솔직하게 자백했습니다. 제가 약속한 대로요. 그래서 형사님들이 제 이야기들을 전부 제 사건 파일과 함께 보관하고, 제가 죽은 뒤 50년이 지날 때까지 개봉하지 않을 거라고 믿습니다. 형사님들이 약속하신 대로요. - P152

저는 형사님을 믿을 수 있어요.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인지 네가 어떻게 알아?

모릅니다. 형사님에겐 그런 뭔가가 있어요.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요. - P155

난 증오를 느끼면서 잠에서 깨. 증오가 날 깨워. 증오가 날 버스에 태워서 직장에 데려다 줘. 증오가 나한테 속삭여. ‘그 새끼들 절대 못 빠져나가.‘ 난 출근을 일찍 해. 서류들은 깔끔하게 철해져 있는지, 전기 장치는 제대로 작동하는지 전부 확인해야 하거든. 그래야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니까. - P15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투리안. 나는 씨발 전체주의 독재 국가의 고위직 경찰 간부야. 대체 무슨 생각으로 내 말을 믿는 건데? - P46

하지만······ 저는 형사님들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전혀 이해를 못 하겠습니다. 제가 아동 살해를 소재로 하는 이야기를 쓰면 안 된다는 말씀을 하시는 건가요? 현실 세계에서 아동 살해 사건이 일어나니까? - P50

처음 악몽이 시작된 날은 소년의 일곱 번째 생일날 밤이었습니다. 소년의 옆방은 늘 빗장과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지만, 소년은 결코 이유를 알 수 없었고 의문을 품은 적도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릴로 구멍을 뚫을 때처럼 낮게 윙윙 거리는 소리, 볼트를 조이는 것 같은 끼익끽 긁는 소리, 뭔지 모를 전기 장치가 둔탁하게 쉭쉭거리는 소리, 입에 재갈이 물린 작은 아이의 숨죽인 비명 소리가 두터운 벽돌 벽 사이로 새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밤마다요. 매일매일 길고 절망적인 밤을 뜬눈으로 보내고 나면, 소년은 ( 어머니에게, 소년의 목소리로 ) ‘어젯밤 그 소리들은 다 무슨 소리였어요, 엄마?‘ ( 보통 목소리로 ) 하고 물었고, 그러면 어머니는 언제나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오, 우리 아가, 그 소리는 아주 멋진 네 상상력이 네게 심하게 장난을 친 거란다.

( 소년의 목소리로 ) 아. 저 같은 꼬마들은 모두 밤마다 그런 끔찍한 소리를 듣는 건가요? - P63

곧이어 그들은 이사를 했고, 악몽 같은 소리들은 끝이 났습니다. 하지만 소년의 이야기들은 여전히 기이하고 비틀린 동시에 훌륭했으며, 소년은 자신에게 기괴한 경험을 선사해 준 부모에게 감사할 수 있었습니다. 몇 년 뒤, 그의 첫 번째 책이 출판되던 날, 그는 이사한 후 처음으로 어릴 때 살던 집을 다시 찾아가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 자신의 침실을 서성거렸습니다. 장난감과 그림 들이 모두 여전히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그런 다음 옆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먼지 앉은 낡은 드릴들과 자물쇠들, 전기선이 여전히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었습니다. 그는 이 모든 것들이 얼마나 미친 짓이었는지 떠올리며 미소를 짓다가, 이내 미소를 잃었습니다. 무언가가 언뜻 눈에 들어왔는데······ - P66

잠깐 생각 좀 할게. 잠깐 생각 좀······

넌 생각하는 걸 좋아해, 그치?

우리 왜 이렇게 멍청한 거지? 왜 그 사람들이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있는 거야?

왜?

이건 꼭 스토리텔링 같은 거야. - P83

우리가 아는 건, 어떤 남자가 방으로 들어와서 다른 남자한테 ‘너네 어머니가 죽었다‘라고 말했다는 게 전부라고. 우리가 아는 건 그게 전부란 말이야. 스토리텔링의 첫 번째 법칙, ‘신문에서 읽은 내용을 다 믿어서는 안 된다.‘ - P84

이런 세상에. ‘전체주의 국가에 사는 어떤 작가가 심문을 받는다. 그가 쓴 짧은 이야기들에 담긴 섬뜩한 내용이 그가 사는 마을에서 벌어지고 있는 몇 건의 아동 살해 사건 정황과 유사하다는 이유에서다. 몇 건의 아동 살해 사건은······ 사실상 아예 일어난 적이 없다.‘ 지금 펜이 있다면 좋을 텐데. 이번 일로 괜찮은 이야기 한 편을 쓸 수도 있겠어. 우리가 한 시간 안에 사형당하지 않는다면 말이야. 그 사람들이 무슨 짓을 하든, 마이클, 뭘 하든, 절대로 서명하면 안 돼. 그 사람들이 형한테 무슨 짓을 하든, 절대로 서명하지 마. 내 말 알겠어? - P85

그래, 필로우맨은 이렇게 생겨야 했어, 부드럽고 안전해 보여야 했지, 그가 하는 일 때문에 말이야. 그가 하는 일은 아주 슬프고 아주 어려운 일이었거든······. - P90

필로우맨이 하는 일은 아주 아주 슬픈 일이었어. 왜냐하면 필로우맨이 하는 일은 그 아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하는 거였거든.
그 아이가 나중에 겪을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피할 수 있도록 말이야. 그냥 놔둬봤자 어차피 결국엔 같은 상황에 놓일 거였지. […] 필로우맨은 항상 비극적인 사고처럼 보이는 방식으로 자살할 수 있는 방법을 아이들에게 제안해 줬어. - P91

필로우맨은 누굴 죽인 적이 없어, 마이클. 그리고 죽은 아이들은 모두 어차피 끔찍한 삶을 살 예정이었어.

네 말이 맞아. 모든 어린이는 끔찍한 삶을 살게 될 거야. 그 아이들을 골치 아픈 상황에서 구하는 편이 나아.

모든 어린이가 끔찍한 삶을 살게 되는 건 아니야. - P10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옛날에 어떤 위대한 사람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야기꾼의 첫 번째 의무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저는 이 말을 전적으로 믿습니다. ‘이야기꾼의 첫 번째 의무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아닌가, ‘이야기꾼의 유일한 의무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였나? 네, 그게 맞겠네요. ‘이야기꾼의 유일한 의무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잘 기억나진 않지만, 아무튼, 제가 하는 일이 그겁니다. 저는 이야기를 해요. 뭐 불만 같은 거 없습니다. 전혀 아무 불만 없어요. 사회적인 무슨 그딴 거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그런 거 때문에 저를 여기 데리고 오신 거라면, 도저히 그 이유를 모르겠어요. 혹시라도 제 이야기에 어쩌다 정치적인 뭔가가 들어갔다면, 아니 정치적으로 보이는 구석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혹시 그렇다면, 어느 부분인지 저한테 보여 주십시오. 그 개 같은 게 어느 부분에 있는지 저한테 보여 달란 말입니다. 제가 당장 빼 버리겠습니다. 씨발 완전히 태워버리겠습니다. 아시겠어요? - P20

형이 낯선 장소에 혼자 있는 게 무서워요, 형사님 동료가 형을 두드려 팰까 봐 무섭고요, 그 사람이 와서 저를 또 두드려 팰까 봐 무섭고요. 저는 맞아도 괜찮지만, 아니 그러니까, 안 맞는 게 더 좋지만, 제 이야기들 안에 뭔가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으시면, 저한테 실컷 화풀이를 하세요. 하지만 저희 형은 겁이 많고, 이 상황을 잘 이해하지도 못하고, 어쨌든 이 이야기들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고, 제가 이야기 몇 번 들려준 게 전붑니다. 그래서 저는 형사님들이 형을 이곳으로 끌고 온 건 아주 부당하다고 생각하고요, 씨발, 지금 당장 형사님이 가서 좆같은 여기에서 형을 내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씨발 지금 당장이요! - P32

그거 있잖아, 네가 자주 사용하는 주제. ‘불쌍한 어린애가 존나게 신세 조지는 이야기‘ 그게 네 주제잖아. - P33

딱히 뭘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냥 정답이 없는 수수께끼를 쓰려고 한 거예요. - P36

이 이야기는 나한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아. 나는 겉으로는 이렇게 말하고 있지만, 표면을 들추면 다른 걸 말하고 있다. - P3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