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일러 주는 하느님 - 오늘의 삶을 위한 식별
프란치스코 교황 지음, 자코모 코스타 엮음, 정강엽 옮김 / 성서와함께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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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은 특유의 스타일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중요한 선택은 복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지 않고 말고요. 그 선택에는 대가가 따르며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로욜라의 성 이냐시오를 언급하며, "예기치 못한 상황을 조심하라"고 말합니다. 이냐시오 성인은 ‘자신이 꿈꿔 왔던 삶‘을 산산이 부서트릴 만큼 심각한 부상을 입은 후 고향 스페인의 로욜라 성에서 회복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때 그는 자신의 내면에서일어나는 움직임에 주의를 기울이며, 우리 마음이 하느님에 대해 어떻게 일러 주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 크리스마스 카드에서 "하느님처럼 하십시오. 사람이되십시오!"라고 적힌 글귀를 보았습니다. 식별에 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리 교육은 우리가 사람이 되기 위하여‘ 매일 말씀의 빛 안에서 앞으로 나아가도록 훌륭한 가르침을줍니다.

식별은 하느님께서 세상의역사, 삶의 사건들, 그리고 내가 만나고 나에게 말하는 사람들 안에서 일하고 계시다는 확신에 기초합니다." 그러므로역사가 선을 지향한다고 가정하기에, 식별은 복음의 기쁨을 기준으로 삼는 믿음의 행위일 뿐만 아니라 희망의 행위입니다. 이렇게 믿음과 희망으로 현실을 받아들인다는 확신을 토대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식별의 과정을 인식, 해석, 선택이라는 세 단계로 특징짓습니다. 우리는 이 세 단계를 통해서 우리가 처한 현실과 선한 영과 악한 영이 활동하는 인간의 마음을 신학적 차원에서 깊이 바라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양심의 역할에 유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양심은 내면의 스승과 만나고 대화하는 장소로, 엄격한 규범이나 이상화된 자유의 이미지 뒤로 숨고 싶은 유혹을 이겨 내는 데도움이 됩니다.

이러한 예에 비추어 볼 때, 식별은 그 자체로 적절한순간을 포착하기 위한 지성intelligenza, 전문 지식perizia, 의지volontà의 표현입니다. 이것들은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한조건입니다. 즉, 좋은 선택을 하려면 지성, 전문 지식, 의지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식별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 우리가 치러야 할 비용도 있습니다. 어부는 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 노고를 마다하지 않고 긴 밤을 바다에서 보내야하고, 경매자에게 최상품의 생선을 넘기기 위해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어획물의 일부를 버리는 손실을 감수해야 합니다. 진주 상인은 값진 진주를 사기 위해 가진 모든 것을파는 일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우연히 보물을 발견한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듯 예상치 못하고 계획에 없었던 상황에서 내려야 하는 결정의 중요성과 긴급성을 인식하는것이 중요합니다. 모두가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우리를 대신해 결정해 줄 사람은 없습니다.

복음은 식별의 또 다른 중요한 측면을 제시하는데, 이는 몇 가지 정감과 관련이 있습니다. 보물을 발견한 사람은가진 모든 것을 파는 일을 어려워하지 않습니다. 보물을 얻은 기쁨이 훨씬 더 크기 때문입니다(마태 13,44 참조). 마태오복음에 나오는 ‘기쁨‘이라는 단어는 인간이 경험하는 현실에서는 맛볼 수 없는 특별한 기쁨을 지칭합니다. 실제로 이단어는 마태오복음의 다른 구절에서 아주 가끔 등장하는데, 모두 하느님과의 만남에서 오는 기쁨을 뜻합니다. 동방에서 온 박사들은 길고 고된 여행 끝에 다시 별을 보고 기뻐합니다(마태 2,10 참조). 여자들은 빈 무덤에서 천사들이전하는 예수님의 부활 소식을 듣고 돌아와 기뻐합니다(마태28,8 참조). 이는 주님을 찾은 사람의 기쁨입니다. 좋거나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과정의 끝에는 언제나 기쁨이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불확실성도 견뎌야 하고, 고민도 해야 하고,
답을 찾아야 할 수도 있지만 결국 올바른 결정은 기쁨으로여러분을 축복합니다.

하늘 나라는우리의 일상 삶과 행동 안에서 드러나며, 그때마다 우리에게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을 요구합니다. 따라서 식별하는 법을 아는 것은 중요합니다. 훌륭한 선택이 언뜻 부차적인 일로 보이지만, 결정적인 것으로 판명되는 상황에서 발생할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안드레아 사도와 세례자 요한이 예수님을 처음 만났을 때를 생각해 봅시다. 이 만남은 "라삐, 어디에 묵고 계십니까?"라는 단순한 질문에서 비롯됩니다.

"와서 보아라" 하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요한 1,38-39참조). 아주 짧은 만남이었지만, 한 걸음 한 걸음씩 그들의삶 전체에 영향을 미칠 변화의 시작이었습니다. 몇 년이 지나도 요한 복음사가는 그를 영원히 변화시킨 그 만남을 계속해서 되새길 것입니다. "때는 오후 네 시쯤이었다" (39절)라며 시간까지 기억할 정도입니다. 그의 삶에서 시간과 영원이 만난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올바른 결정에는 하느님의 뜻과 우리의 뜻이 만납니다. 바로 현재의 길과 영원한 길이 만나는 것입니다. 식별의 길을 걸은 후에 내린 올바른 결정은 바로 시간과 영원의 만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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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길은 로마로 김혜경의 유럽 문화 이야기 1
김혜경 지음 / 드림북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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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길은 로마로
"로마는 거대한 호수와 같다.
로마 이전의 물은 로마로 흘러 들어갔고,
이후의 물은 로마로부터 흘러나왔다."
레오폴드폰 랑케 Leopold von Ranke

고대 로마의 문인들이 ‘로마‘를 정의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일곱 언덕은 오늘날 로마를 부르는 또 하나의 이름이 되었다. 오늘날 로마가 이탈리아의 수도라는 점을 생각할 때, 이 일곱 개의 언덕은 중요한 정부 부처나 관공서가 있어, 해당 부처나 기관을 지칭하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예컨대 언덕 이름
‘비미날레‘라고 하면 이탈리아 ‘내무부‘를 말하고, ‘퀴리날레‘라고 하면 ‘대통령궁‘을 말한다. 그러니까 일곱 언덕의 이름은 여전히 ‘사용 중‘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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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은 날 우울하게 하고 몽상은 편안하게한다"라는 루소의 말을 기준 삼아 생각해보니,
성찰 없이는 몽상에 도달할 수 없고 몽상에서 성찰로빠지는 길은 가짜 몽상이다. 혼자 있어보면느낀다. 자연스레 시간이라는 기차가 성찰에서몽상하는 법을 알려준다는 걸. 몽상이 이렇게나즐거운 일일 줄이야.

아빠는 나에게 자연을 사랑하는 법과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 버스비를 내지 못하는 사람을만났을 땐 버스비를 내어줄 것, 그리고 다정한시선이 무엇인지 알려주었다.
엄마는 나에게 강인함을 주었다. 도전과 승부욕을.
연습의 힘을 보여주었고 보답은 두 배로 해야한다는 현명함을 심어주었다.
언니는 나에게 존재해야만 하는 이유를 알려주었다.

나의 두 눈은 타인들의 모습을 찍어내고 다른사람들의 생각을 훔쳐 삼켜버리는 글자들을품고 다닌다.
지금 나를 구성하고 있는 건 무엇인가 생각한다.
그럼 나는? 모든 것의 영향으로 구성된 나는.
본래의 나는? 나의 것이 있기는 한 건가.

마음이 저기 위에 떠 있길래 보다 못한 나는떠 있는 마음에 추를 달았다.
밑으로 조용히 가라앉자 모든 건 조용해졌다.

얹혀지는 탑승감정의 방향이 미세하게 자리가 잡히면 탑승시켜버린다. 감정의 탑승에 두려움을 느껴서는 안된다. 얹어진 감정은 이제 미끄러지듯이 달리고어떤 방해도 주지 않는다. 안정감을 느낀다.그 감정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방관한다.
손톱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수만 번의 탑승으로감정의 거리를 알게 되고, 한번 탄 감정은멈추는 법이 없고 순수하기에 내버려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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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 PATA
문가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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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야. 예열 중일 때 어중간하게 달리지 마라.
달려야 할 때 달리고, 멈춰야 할 때 멈출 줄알고, 경고가 울리기 전에 재정비하고, 예열중일 때는 모든 기회를 뒤집어보는 거야. 그리고끝이 났을 때는 아까워하지 않고 모든 걸제자리에 두고 오겠다고 약속해."

파타가 초등학교 1학년 2반으로 입학을 하자 또새로운 이야기꾼을 만나게 된다. 담임 선생님은등교 첫날 촛불을 챙겨오라는 숙제를 내주었다.
첫 수업이 시작되기 30분 전, 조회 시간에선생님은 항상 책을 읽어주었다. 커튼을 닫고각자 책상 위에 불을 붙인 초를 올려두자따뜻하고 비밀스러운 공기가 교실 안을 가득메웠다. 선생님은 늘 긴박한 상황에서 책을

"순리에 집중하지 마. 중요한 건 ‘흘러간다‘. 흐름을떠올려봐."
전화를 끊자 다시 같은 말풍선이다.

"지금도 슬퍼?"
"응."
"왜 슬픈데?"
"난 행복할 때 슬퍼."
"행복한데 왜 슬퍼?"
"이 순간은 다시는 오지 않을 지나갈 시간이니까."
"또 행복할 텐데?"
"그치만 이 세상에 같은 행복은 존재하지 않잖아."
"그럼 슬플 때는?"
"슬플 때는 안심해."
"왜?"
"이보다 더 나쁠 일은 없을 테니까."
"그건 너무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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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부터 ‘사고를 당했다‘라는 표현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말할 때마다 제가자신을 피해자라고 설명하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피해자로 살고 싶지 않았고, 돌아보니 그렇게 살지도 않았더라고요. 그래서 스스로 그냥 말을 바꾼 거예요. ‘사고를 만났다‘로."삶을 다시 써 내려가다 ‘사고를 당함‘이 ‘사고와 만남‘이 되자 비로소 사고와헤어질 힘이 생겼다. 예기치 않게 삶에 찾아온 불행을자신의 시선으로 돌아보고 자신의 언어로 다시 쓰는 일이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도 타인에게도 조금 더 관대해져야 해요. 항상 괜찮을 수 없음을, 괜찮지 않아도괜찮음을 서로 알고 이해하면 정신적으로 더 건강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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