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하는 행사의 총칭을 ‘톨로카Tonoka‘라고 하는데, 이는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에서 농촌 내 상호 지원 형태로서 이뤄지는 노동을 말한다. 품앗이와 같은 의미다. 구소련 지역에서 김장 등을 할 때도 이 용어를 썼다고 한다. 주로 추수, 삼림 벌채, 마을 내 공사 등 노동 인력이 많이 필요한 긴급상황일 때 진행되는 행사를 톨로카라고 불렀으며 그 외에도 교회, 학교, 도로 공사 및건설 작업, 쓰레기 수거 등의 노동이 그 대상이 되는 경우도있었다.
‘레이브 클린업Rave Cleanup‘이 정말 인상 깊었다. 어떻게자원봉사에 음악을 곁들일 생각을 했나? 지금 키우는 그나마 안정적인 상태가 됐고 많은 사람들이정상적인 삶을 되돌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통행 금지가 있고 심리적인 안정을 찾기는 어려운 상태다. 자유롭게 일상을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유익하게 봉사를 하면서 우리 자신들도 마음의 쉼을 얻을 수 있을지,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우리의 삶이 여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며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우리 자신부터 필요했다. 그러다테크노 음악을 떠올렸고 자원봉사 현장을 마치 파티처럼 만들어 보고자 했다.
자원봉사자들이 일을 끝내고 돌아오면 숯불에구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고 함께 캠핑하면서 밤새 대화를 나눈다. 캠프파이어 주변에 앉아 함께 음악을 들으며 이야기를 나누면 힘든 것도 금세 잊게 된다. 레이브 기간 중 보통둘째 날 공연을 한다. 우리 지인 중에는 많은 수의 우크라이나뮤지션이 있고 이들을 초청해 공연을 진행했다. 고맙게도 다들 무료로 공연을 진행해 주신다.
‘훈헬프Hunhelp’는 어떤 프로그램인가? 소개해 달라. 훈헬프라는 플랫폼에 난민들이 도움을 요청하면 자원봉사자들과 나는 식료품 카드(상품권)를 구입해 우편으로 보낸다. 사람들에게 음식을 제공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자 그들에게 음식의 선택권을 주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들에게 익숙하고 그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고를 수 있다. 익숙한 음식이 주는 아늑함과 선택권은 자신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할 수 있게한다. 정말 중요한 프로그램이다. 이 역시 계속 이 일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많은 분들께서 기부해 주셨기에 가능한 일이다. 사실 이는 부다페스트를 겨냥한 사업이 아니다. 부다페스트는 아무래도 대도시이다 보니 난민들이 어떻게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경로가 존재할 거다. 다만 헝가리 지방 지역에 있는 수천 명의 우크라이나인은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들이 걱정되어 시작하게 됐다.
다큐멘터리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는데, 기차역에서 난민을만났을 때 그들이 내게 어디에서 왔는지 물었다. 나는 부다페스트에 살고 있는데 원래 모스크바 출신이라고 답했다. 그때공기에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하나 확실한 것은 그 침묵이 아픈 침묵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를 절절하게 깨닫게 하는 침묵이었다. 어떤 러시아인들은 우크라이나에 가서 사람을 죽이고, 어떤 러시아인은 우크라이나인을 돕고 있고, 이게 말이되는 상황인가? 미쳐버릴 것 같다. 다만 내가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서 부정적인 반응을 얻은 적은 없었다.
드미트로 한 아이는 위시리스트에 자신의 것만을 적지 않았다. 자신의 남동생을 위해서도 자동차 장난감을 사달라고 적었다. 가족들까지 챙기는 모습에 크게 감동받았다. 또 어떤 아이는 쌍둥이 형제가 있는데 우리가 방문했던 날 마침 쌍둥이형이 마을에 없었다. 부모님을 따라 도시로 나갔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의 것뿐만 아니라 쌍둥이 형을 위해서 위시리스트를 적어줬는데, 자신의 것으로는 자전거 하나 만을 적고, 형을위해서는 장난감 여러 개를 적었다. 왜 하나만 적었냐고 물어보니, 자신이 하나만 적어야 다른 아이들도 위시리스트에 적은 것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줬다. 이런 부분들이 너무귀엽고 대견했다. 이기적으로 행동하기 쉬운 전쟁 상황 속에서도 서로서로 생각해 준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20세기 세기 소련 문학은 아픔이 가득하다. 1930년대스탈린의 탄압, 굴라크Gulag 수용소, 전쟁 등에 대한 기록들을보면 때때로 ‘이름 모를 누군가‘가 등장한다. 모든게 끝난 것만 같은 가장 절망적인 순간,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이름 모를 누군가.‘추위에 떨고 있을 때 스카프를 건네주거나, 안전한 잠자리를 제공해 주거나, 빵 한조각을 나눠주거나, 위험한순간 편들어 주고 지켜 준 누군가 말이다. 주인공도 아니고, 이름이 누구인지, 어디에 살고 왜 그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심지어 그는 도움을 주면서도 자신이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를 수도 있다………. 우리 모두가 그 ‘이름 모를 누군가‘가 되어야만 한다." (나스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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