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높은 벽에 둘러싸여 있어서 들어가기가 무척 어려워."너는 말한다. "나가기는 더 어렵고." "어떻게 하면 그곳에 들어갈 수 있는데?" "그냥 원하면 돼. 하지만 무언가를 진심으로 원한다는 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야. 시간이 걸릴지도 몰라. 그사이 많은것을 버려야 할지도 몰라. 너에게 소중한 것을. 그래도 포기하지 마.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려도, 도시가 사라질 일은 없으니까."
그건 어떤 자리일까? "꿈 읽는 이‘가 될 거야"라고 너는 소리 낮춰 말한다. 중요한 비밀을 털어놓는 것처럼. 그 말에 나는 무심코 웃고 만다. "저기, 나는 내가 꾼 꿈도제대로 기억 못해. 그런 인간이 ‘꿈 읽는 이‘가 되기란 상당히어려울 텐데." "아니야, ‘꿈 읽는 이‘가 직접 꿈을 꿀 필요는 없어. 도서관서고에서, 그곳에 보관된 수많은 ‘오래된 꿈‘을 읽기만 하면돼. 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야." "그런데 나는 할 수 있다?" 너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할 수 있어. 네게는 자격이 있으니까. 그리고 그곳에 있는 나는 너의 그 일을 도와 매일 밤네 곁에서."
. "맞아. 그런데 하나 기억해줘. 만약 내가 그 도시에서 너를 만난다 해도, 그곳에 있는 나는 너에 대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걸."
그래도 그림자는 조금 저항했지만 곧 문지기의 억센 힘을당해내지 못하고 내 몸에서 벗겨져나가, 힘을 잃고 옆 나무 벤치에 미끄러지듯 주저앉았다. 몸에서 분리된 그림자는 생각보다 훨씬 볼품없었다. 아무렇게나 벗어던진 낡은 장화처럼. 문지기는 말했다. "막상 떨어지고 나면 상당히 기묘하게 보이지. 뭐 저런 걸 애지중지 달고 다녔나 싶을 거야." 이나는 대답을 얼버무렸다. 자신의 그림자를 잃고 말았다는사실이 아직 제대로 실감나지 않았다.
"그런데 왜 다들 그림자를 버리지 않죠?" "버리는 방법을 몰랐다는 이유도 있어. 하지만 설사 알았더라도 아무도 그림자를 버리려 들진 않을 거야." "어째서요?" "사람들은 그림자의 존재에 익숙해져 있으니까. 현실적으로쓸모가 있고 없고와는 관계없이." 물론 그게 어떤 얘기인지 너는 이해하지 못한다.
"어두운 마음은 어딘가 먼 곳으로 보내져 결국 생명을 다하게돼요." 나와 너는 강을 따라 나란히 걷는다. 바람이 한 번씩 생각났다는 듯 수면을 훑고 지나고, 너는 양손으로 코트 깃을 여민다. "당신의 그림자도 머지않아 생명을 잃겠죠. 그림자가 죽으면 어두운 생각도 함께 사라지고, 그뒤엔 정적이 찾아와요."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은, 문지기는 젠체하며 내게 충고했다. 혹은 경고했다. "머리 위에 접시를 얹고 있을 땐 하늘을 쳐다보지 않는 편이 좋다는 거야."
"그때 내가 본 것을 나 자신에게 어떻게든 설명하려고, 긴세월 동안 말을 찾고 또 찾았네. 온갖 책을 뒤져보고 온갖 현자에게 가르침을 청했지. 하지만 원하는 말을 찾아낼 순 없었어. 그리고 올바른 말을, 적절한 표현을 찾아내지 못하면서 내고뇌는 나날이 깊어갔어. 고통은 늘 나와 함께 있었네. 사막한복판에서 물을 구하는 사람처럼." .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건-거기 있던 게 결코 사람이 봐서는 안 되는 세계의 광경이었다는 걸세. 그러나 한편으로는 누구나 자기 안에 품고 있는 세계이기도 하지. 내 안에도 있고, 자네 안에도 있어. 그럼에도 역시, 사람이 봐서는 안 되는 광경이라네. 그렇기에 우리는 태반이 눈을 감은 채로 인생을 보내는 셈이고." **노인이 한 번 헛기침을 했다. "이해하겠나? 그걸 보면, 사람은 두 번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지 못해, 일단 눈으로 보면・・・・・・ 자네도 모쪼록 조심하게나
되도록 그런 것에 가까이 가지 않게끔 가까이 가면 반드시 안을 들여다보고 싶어지지. 그 유혹을 물리치는 건 보통 일이 아닐세."
"마음이 굳어버려." 나는 여전히 침묵한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까? 너는 말한다. "그러면 내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어딘가에 매달려서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나는 네가 하려는 말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 애쓴다. 마음이 굳어버린다면, 사람은 두 번 다시 원래대로가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상태를 뜻하는지 상상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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