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을 번역가로 살다보니 세상이 다 번역으로 보입니다. 사실 우리는 누구나 번역가거든요. 상대의 말은물론, 표정과 기분을 읽어내 각자의 언어로 이해하는 것도 번역이고 콧속에 들어온 차끈한 아침 공기로 겨울이 오고 있음을 깨닫는 것도 일종의 번역이죠. 그 과정에서 때론 오역을 하기도 하고과한 의역을 하기도 해요. 그런데 반드시 정역해야 하는 제 일과달리 일상의 번역은 오역이면 오역,의역이면 의역 그 나름의 재미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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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류시화 지음 / 수오서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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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히지만 여운이 오래남는 작가님책, 밑줄긋고 머무르며 나를 만나는 시간을 선물받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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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D. 샐린저는 『호밀밭의파수꾼』에서 주인공 홀든 콜필드를통해 이야기합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읽는 사람을 이따금 웃게 만드는책이다. 그리고 나를 감동시키는 책은 다 읽고 난 후에 그 책을쓴 작가가 나의 친한 친구가 되어 내가 원할 때면 언제든 전화할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기분이 들게 하는 책이다."
작가가 누리는 즐거움은 이렇듯 독자가 자신의 책을 읽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네‘ 하고 공감대를 느낄 때입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동안 "마치 당신의 목소리로 옆에서 직접 읽어주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받는다."라고 말하는 독자는 더 이상타인이 아닙니다.

같은 길을 여행하는 동지애를 느낍니다. 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여행 중에 칠레의 탄광에 들른 적이 있습니다. 그때 갱도에서 일하는 얼굴에 석탄 때 잔뜩 묻은 광부가 다가와 네루다를 와락 껴안으며 외쳤습니다.
"당신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이런 동지 말입니다.
F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일본 작가는 ‘같은 책을 한 권만 읽어도 대화가 가능하다.‘라는 출판사 광고를 인용하며, 한 권이 아니라 여러 권의 같은 책을 읽었다면 별다른 말 주고받지 않아도서로를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썼습니다.
"처음부터 말이 통하는 사람과는 같은 책을 읽었을 가능성이높다. 그리고 처음부터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다면 상대방이 책을 전혀 읽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중략) 가능한 한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좋다. 같이 읽은 책의 수만큼 말과 고독이 통하는사람의 수가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미있는 책을 만나면 되도록 많은 사람에게 그 책을 추천하는 것이 좋다. 이것이 단절되어 가는 세계에 대한 최선의 저항 수단이다."

힘껏 당겨, 워릭!"
그러자 놀랍게도 노새는 별로 힘들이지 않고 차를 웅덩이에서끌어냈습니다. 남자는 믿기지 않아서 노새의 등을 두드려 주고농부에게 감사 인사하며 묻습니다.
"노새는 한 마리인데 왜 워릭 이름을 부르기 전에 다른 이름들을 계속 외치셨어요? 이 노새의 이름이 여럿인가요?"
농부가 웃으며 말합니다.
"아니오. 워릭은 늙어서 눈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이다른 노새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고 믿으면 어떤 무거운 것도 끌수 있소."

"그런데 왜 이곳 제주도가 당신이 생각한 제주도여야만 하죠?
자신의 관념 속 제주도를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제주도를 경험하기 위해 한 달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내어이곳에 온 게 아닌가요?"

내가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무엇인 줄 아는가? 자신이 상상한 인도가 자신이 기대한 명상 센터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만나 보니 자신의 생각 속 시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럴 때 나는 내가 자유 영혼임을 느낀다. 타인의 예측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존재라면 생생하게 살아 있다고 할 수 있는가?
내가 당신을 만났을 때, 당신이 상상 밖의 인물이면 더 좋겠다.

삶은 발견하는 것이다. 자신이 기대한 것이 아니라 기대하지 않았던 것을 인생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은 ‘다른 인생‘이다. 그 다른인생의 기쁨은 부스러기로 즐기는 것이 아니다.
사랑하면 세상이 말을 걸어온다. 인도의 두 신에게서 영감을얻을 수 있다. 남인도 타밀나두주에 가면 비슈누 신의 다른 형상인 랑가나트 신을 모신 사원이 있다. 랑가나트는 거대하고 아름다운 코브라 위에 누워 있는데, 인간이 앞에 오면 눈을 감는다. 그리고 동인도 오리사 주에 가면 비슈누 신의 또 다른 형상인 자간나트 신을 모신 사원이 있다. 자간나트는 눈을 뜨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둥글고 거대하게 뜨고 있다!
랑가나트 신이 인간이 앞에 오면 눈을 감는 것은 ‘나는 이 사

람에게서 나쁜 면을 보고 싶지 않다.‘라는 의미이다. 그리고 자간나트 신이 인간이 앞에 오면 눈을 크게 뜨는 것은 ‘나는 이 사람의 아주 사소한 좋은 면이라도 보고 싶다‘라는 의미이다. 랑가나트 신은 나쁜 면을 보지 않기로 의식적으로 감은 눈을 상징한다. 자간나트 신은 인간의 좋은 면에 의식적으로 초점을 맞춘 열린 눈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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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높은 벽에 둘러싸여 있어서 들어가기가 무척 어려워."너는 말한다. "나가기는 더 어렵고."
"어떻게 하면 그곳에 들어갈 수 있는데?"
"그냥 원하면 돼. 하지만 무언가를 진심으로 원한다는 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야. 시간이 걸릴지도 몰라. 그사이 많은것을 버려야 할지도 몰라. 너에게 소중한 것을. 그래도 포기하지 마.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려도, 도시가 사라질 일은 없으니까."

그건 어떤 자리일까?
"꿈 읽는 이‘가 될 거야"라고 너는 소리 낮춰 말한다. 중요한 비밀을 털어놓는 것처럼.
그 말에 나는 무심코 웃고 만다. "저기, 나는 내가 꾼 꿈도제대로 기억 못해. 그런 인간이 ‘꿈 읽는 이‘가 되기란 상당히어려울 텐데."
"아니야, ‘꿈 읽는 이‘가 직접 꿈을 꿀 필요는 없어. 도서관서고에서, 그곳에 보관된 수많은 ‘오래된 꿈‘을 읽기만 하면돼. 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야."
"그런데 나는 할 수 있다?"
너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할 수 있어. 네게는 자격이 있으니까. 그리고 그곳에 있는 나는 너의 그 일을 도와 매일 밤네 곁에서."

. "맞아. 그런데 하나 기억해줘. 만약 내가 그 도시에서 너를 만난다 해도, 그곳에 있는 나는 너에 대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걸."

그래도 그림자는 조금 저항했지만 곧 문지기의 억센 힘을당해내지 못하고 내 몸에서 벗겨져나가, 힘을 잃고 옆 나무 벤치에 미끄러지듯 주저앉았다. 몸에서 분리된 그림자는 생각보다 훨씬 볼품없었다. 아무렇게나 벗어던진 낡은 장화처럼.
문지기는 말했다. "막상 떨어지고 나면 상당히 기묘하게 보이지. 뭐 저런 걸 애지중지 달고 다녔나 싶을 거야." 이나는 대답을 얼버무렸다. 자신의 그림자를 잃고 말았다는사실이 아직 제대로 실감나지 않았다.

"그런데 왜 다들 그림자를 버리지 않죠?"
"버리는 방법을 몰랐다는 이유도 있어. 하지만 설사 알았더라도 아무도 그림자를 버리려 들진 않을 거야."
"어째서요?"
"사람들은 그림자의 존재에 익숙해져 있으니까. 현실적으로쓸모가 있고 없고와는 관계없이." 물론 그게 어떤 얘기인지 너는 이해하지 못한다.

"어두운 마음은 어딘가 먼 곳으로 보내져 결국 생명을 다하게돼요."
나와 너는 강을 따라 나란히 걷는다. 바람이 한 번씩 생각났다는 듯 수면을 훑고 지나고, 너는 양손으로 코트 깃을 여민다.
"당신의 그림자도 머지않아 생명을 잃겠죠. 그림자가 죽으면 어두운 생각도 함께 사라지고, 그뒤엔 정적이 찾아와요."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은, 문지기는 젠체하며 내게 충고했다. 혹은 경고했다. "머리 위에 접시를 얹고 있을 땐 하늘을 쳐다보지 않는 편이 좋다는 거야."

"그때 내가 본 것을 나 자신에게 어떻게든 설명하려고, 긴세월 동안 말을 찾고 또 찾았네. 온갖 책을 뒤져보고 온갖 현자에게 가르침을 청했지. 하지만 원하는 말을 찾아낼 순 없었어. 그리고 올바른 말을, 적절한 표현을 찾아내지 못하면서 내고뇌는 나날이 깊어갔어. 고통은 늘 나와 함께 있었네. 사막한복판에서 물을 구하는 사람처럼."
.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건-거기 있던 게 결코 사람이 봐서는 안 되는 세계의 광경이었다는 걸세. 그러나 한편으로는 누구나 자기 안에 품고 있는 세계이기도 하지. 내 안에도 있고,
자네 안에도 있어. 그럼에도 역시, 사람이 봐서는 안 되는 광경이라네. 그렇기에 우리는 태반이 눈을 감은 채로 인생을 보내는 셈이고." **노인이 한 번 헛기침을 했다.
"이해하겠나? 그걸 보면, 사람은 두 번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지 못해, 일단 눈으로 보면・・・・・・ 자네도 모쪼록 조심하게나

되도록 그런 것에 가까이 가지 않게끔 가까이 가면 반드시 안을 들여다보고 싶어지지. 그 유혹을 물리치는 건 보통 일이 아닐세."

"마음이 굳어버려." 나는 여전히 침묵한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까?
너는 말한다. "그러면 내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어딘가에 매달려서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나는 네가 하려는 말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 애쓴다.
마음이 굳어버린다면, 사람은 두 번 다시 원래대로가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상태를 뜻하는지 상상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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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순간 - 역사로 미래를 전망하다 북저널리즘 (Book Journalism) 95
강원국 외 지음 / 스리체어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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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는 경부 고속도로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날수 있을까?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제도를 바꾸는 것도, 유지하는 것도 우리 모두의 몫이기 때문이다. 효율을 추구하는 것과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살아가는 것, 그 둘 사이의 균형은 모두가책임져야 할 것이다. 물론 개인의 책임도 있겠으나, 지금의 가속은 사회가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생각이 커지고 있다. 많은아이가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영어 유치원에 다니는건 이상하지 않은가? ‘남들 다 하니까‘라는 구조 아래에서 모두가 속도에 지쳐가는 듯하다.

동물권이나 환경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의 출발선이 아예 다를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한번은 에너지 전환에 대해한 시간 동안 강의를 했는데, 강의가 끝날 때쯤 한 분이 "재생에너지가 뭐냐"며 질문한 적도 있었다. 설득할 때 상대가 어느 정도의 수용성을 가졌는지를 면밀히 살피면 좋을 것 같다.
누군가에게 타인의 생각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그건 타인을 미워해서가 아니라 그와는 다른 역사와 마음이 켜켜이쌓여서다. 그 다름을 이해하고 먼저 받아들이면 설득 방법이보인다.

경부 고속도로 건설 당시 청소년기를 보냈던이비부머 세대에게 속도와 연결은 풍요와 동의어였다. 그 이후의 세대에게 고속도로적인 사고방식은 당연한 감각이 됐다. 청년들은 임시적 공간인 휴게소에 잠시 머물 듯 5평 남짓의 원룸에서 대학 시절을 보낸다. 교통사고처럼 불시에 찾아오는 감속과 정지는 극복할 수 없는 뒤처짐으로 번역된다. 이과정에서 젊은 세대는 두 가지 길로 분화한다. 전자의 청년은
‘번아웃 세대‘로 명명되고, 후자의 청년은 소외된 은둔 청년으로 불린다.

코소보의 수도 프리슈티나는 대중의 참여로 도시를 바꿔 보고자 했다. 그들이 택한 대안은 ‘오픈 소스 도시주의 opensource urbanism‘였다. 오픈 소스 도시는 국가와 건축가가 설계한완벽하고 딱딱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프리슈티나가 택한건 절대 바꿀 필요가 없는 완벽한 도시가 아닌, 언제나 더 나은 결과를 향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도시였다. 프리슈티나에는 두꺼운 콘크리트 대신 노란색 페인트가 놓였다. 이동식 가구는 그때 그곳을 지나는 시민의 필요에 따라 때로는 벤치가,
때로는 울타리가 됐다. 사람들은 도시 전체를 이동하며 풍경바꿨다. 프리슈티나의 모습은 항상 달랐다. 그래서 도시의생김새만 봐도, 그곳을 지나친 시민을 그려 볼 수 있다. 콘크리트는 담지 못하는 우연한 만남이다.

첫 문장이 강렬하다. 인사 후 다른 설명 없이 "독도는우리 땅입니다"로 시작한다.
초안에는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도 없었다. 메일로 원고를받았을 때, 대통령이 왜 이 연설을 썼는지, 어디에 쓰려는지도모르는 상태였다. 그런데 첫 문장이 "독도는 우리 땅입니다"
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나에게 주문한 것이 있다. 첫 문장에서 사람들을 끌어들일 것. 보통 지루하고 장황한 이야기를하는 사람에게 "연설한다"고 하지 않나. 시선을 끌기 위해선
‘갑자기 뭐지?‘ 싶은 요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책을 추천했다. 제임스 C. 홉스James C. Humes의 《링컨처럼 서서 처칠처럼 말하라》다. 역대 미국 대통령 다섯 명의 연설문을 담당한 작가가 쓴 책인데, 거기에도 의외의 시작을 하라는 내용이 나온다.

유머다. 말이 각박한 세상이다. 모두가 말로서 칼을 겨눈 것같다. 유머로 숨통을 트여야 한다. 지도자의 자리에 있을수록유머가 중요하다. 호주 정상회담 때의 일이 기억난다. 호주 총리가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호주산 철광석을 많이 사달라고하니 노 전 대통령이 이렇게 답했다. "좋습니다. 우리는 철광석을 수입해서 자동차를 만듭니다. 그런데 그 자동차가 고향에 돌아가고 싶어 합니다." 우리나라가 만든 자동차를 많이달라는 뜻이다. 농담 속에서 웃음도 찾고 여유도 찾고 위로를 누렸으면 좋겠다.

우선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배제와 타도의 언어에서 벗어나야 한다. 민주주의가 좋은 이유는 공존의 제도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과 함께 간다는 것은 대화와 타협을 전제로 한다. 우리 정치에서는 실종됐다.

정치의 본질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왜‘라는 질문이다.
수사학의 주된 기능은 설득persuader이다. 고대인들이 이를 학문으로 구분한 것은 설득을 공부해야 하는 기술로 여겼기 때문이다. 수사학의 이론 체계를 만든 아리스토텔레스는 설득의 방식을 세 가지로 나눈다. 로고스logos, 에토스ethos, 파토스pathos다. 로고스는 전하고자 하는 핵심을 말한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말한 ‘첫 문장‘이다. 에토스는 ‘말하는 자의 고유 성품‘을 말한다. 말하는 사람의 시선, 단어 선택, 카리스마 등이다. 강원국 작가는 인터뷰에서 이를 대통령의 ‘영‘이라 표현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파토스다. 그대로 번역하면 정열, 충동인데, 말하는 사람의 진정성을 의미한다. 강원국 작가는 좋은 연설의 기본 조건을 진심이라고 말한다. 진정성을 담아야 반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는 말의잔치다. 하루에 수백 편의 기사가 정치인의 말에서 나온다. 시사 라디오 일일 편성표에 이름을 올리는 정치인만 해도 수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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