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후회하지 않겠느냐’는 걱정에 대해서는 심리학적으로 더욱 간단히 정리했다. 후회는 ‘한 일에 대한 후회regret of action’와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regret of inaction’로 구분해야 한다고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 심리학과의 닐 로스Neal J. Roese 교수는 주장한다. ‘한 일에 대한 후회’는 오래가지 않는다. 이미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그 결과가 잘못되었더라도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얼마든지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는 쉽게 정당화되지 않는다. ‘한 일에 대한 후회’는 내가 한 행동, 그 단 한 가지 변인만 생각하면 되지만,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는 ‘그 일을 했다면’ 일어날 수 있는 변인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심리적 에너지가 너무 많이 소비된다. 죽을 때까지 후회한다는 이야기다. 이루지 못한 첫사랑의 기억이 그토록 오래가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지금 이 섬의 미역창고에 작업실을 짓지 않는다면 죽을 때까지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할 것임이 분명하다. 반대로 섬에 작업실이 완공되어 습기와 파도, 바람 때문에 아무리 괴롭고 문제가 많이 생겨도 난 내가 한 행동에 대해 합당한 이유를 얼마든지 찾아낼 것이다. 그리고 내가 이 섬에서 왜 행복한가의 이유를 끊임없이 찾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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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가치’는 내 구체적 필요와는 상관없는, 지극히 추상적 기준일 뿐이다. 한국 사회의 온갖 모순은 무엇보다도 주택이 ‘사는 곳(사용가치)’이 아니라 ‘사는 것(교환가치)’이 되면서부터라고 나는 생각한다. 오십 대 후반의 나이가 되도록 난 한 번도 내 구체적 ‘사용가치’로 결정한 공간을 갖지 못했다. 이 나이에도 내 ‘사용가치’가 판단 기준이 되지 못하고, 추상적 ‘교환가치’에 여전히 마음이 흔들린다면 인생을 아주 잘못 산 거다. 추구하는 삶의 내용이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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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타자와 교류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게 되며 자기가 싫어하는 타자도 가까운 존재로 여길 수 있다’면서, 도시는 그런 타자를 만나는 장소이기에 인간을 자유롭게 할 수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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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깨달음 속에서 그는 앞으로 하나의 정체성 안에서 ‘졸고 있는 인간’이 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다양한 정체성을 받아들이며 살겠다고 다짐한다. “진정한 자기란 없고, 있는 것은 지금 거기 있는 자신뿐이기에 ‘있는 그대로’ 자기 안의 모순을 껴안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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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덴티티라는 것은 몇 개의 면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어느 것이 진짜이고 어느 것이 거짓이냐는 문제는 그렇게 간단히 정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 오늘날에는 ‘부동不動의 나’ 또는 ‘확고한 아이덴티티’라는 것이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만큼 불확실한 시대도 없었으니까요. 모든 것이 너무나 빨리 변해가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변하지 않는 것을 간절히 바라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현실에서는 확실한 안정을 얻는다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 결과 자신이 안고 있는 불안이나 울분이 부정적 에너지가 되어 타자에게 분출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저놈은 형편없어, 저놈보다는 내가 나아’라는 말을 하면서 남들보다 강해지려는 것입니다. 이는 요즘 시대가 안고 있는 큰 문제입니다.
—『도쿄 산책자』 23~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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