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은 《원형과 무의식》(솔, 2002)에서 ‘당신이 인정하고 싶지않은 당신의 모습‘이 바로 그림자라고 말한다. 그림자는 우리가
아무리 거부해도 끊임없이 우리 자신을 가로막는 자기 안의
장애물이다. ‘너는 성격이 너무 불같아‘라는 말에 더욱 불같이 화를 내는 사람처럼, 그림자는 타인의 시선에서는 정확히 보이지만 자기 자신이 바라볼 때는 은밀한 사각지대에 존재한다.
‘어머, 아버지를 꼭 닮았구나‘라는 말에 버럭 화를 내는 사람은 아버지와 자신의 닮은 모습 자체, 그리고 자신이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이 바로 그림자인 셈이다. 인정하기를 거부할수록, 즉 의식의 차원에서 그림자를밀어내려 할수록 그림자는 더욱 짙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