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좋은 지도자란 ‘기회를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기회를 준다는 말, 언뜻 보면 단순하다. 기회를 준다는 것은 선수가 운동장에 나가 뛰게 하는 것이 다가 아니다. 운동장에서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진정으로 기회를 주는 일이다. 선수가 자기가 원하는 만큼의 플레이를 펼치려면 구장 안팎에서 서로 도와야 한다. 선수 개개인의 노력이 있어야 하고 또 외부 환경도 제공되어야 한다.

노벨문학상을 받기도 한 미국의 가수 밥 딜런은 ‘가치가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항상 시간이 필요하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평범한 노래 수백 곡이 버려진 뒤에야 훌륭한 노래 한 곡이 나온다는 것, 그만큼 긴 시간과 큰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흥민이가 축구를 가르쳐달라고 한 것은 나랑 같이 놀아달라는 게 아니라 크게 마음먹은 뭔가가 있으니 그걸 봐달라는 의미였음을 난 알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몸에 나쁜 건 먹지도 않고

몸에 나쁜 일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축구를 위해 내 몸을 최적화하는 것이

그때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

그뿐이었다. 본질에 집중하는 것.

흥민이의 기본기를 채우기 위해 7년의 시간이 걸렸다. 365일 쉬지 않았다. 방학 때 친척집에 놀러 가는 일도 없었다. 하루를 쉬면 본인이 알고 이틀을 쉬면 가족이 알고 사흘을 쉬면 관객이 안다는 말처럼, 죽을 때까지 놓지 말아야 하는 가치는 ‘겸손’과 ‘성실’이다

나무를 벨 시간이 여섯 시간 주어진다면 네 시간 동안 도끼날을 갈겠다는 링컨의 말처럼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오랜 준비의 시간이 필요하다. 기본기에 오랜 시간 매달리는 사람을 보며 미련하다고 폄훼하는 이들도 있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기본기야말로 그 어떤 방법보다 높은 효율성을 지녔다. 더 빨리해보겠다고 무딘 도끼로 백날 나무를 베어봐야 힘만 빠지고 시간만 낭비할 뿐이다.

다행히 아이들은 날 믿어주었다. ‘하나’를 하고 나면 ‘둘’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하나’를 해내고 나면 자신에게 어떤 기본기가 쌓이는지 경험으로 알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셋’을 기대하며 ‘둘’을 훈련했다. 실력이 늘고 재미가 붙었다. 힘들었지만 그 재미에 빠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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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의 정체를 알아채지 못하도록 하고 싶었고, 돈을 많이 버는 아버지는 아니었지만 시간만큼은 원 없이 함께 보내는 아버지가 되고 싶었다. 어떠한 계산도 편견도 없이 바라보는 두 아이의 눈이 무서워 언제 어디서든 떳떳한 아버지가 되고자 했다. 우리 아이들은 알 것이다. 공 차는 것, 체육관에서 운동하는 것, 운동장에서 뛰는 것, 사색하는 것, 책 읽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은 오직 이 다섯 가지뿐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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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틸다 (한정판 스페셜 에디션)
로알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김난령 옮김 / 시공주니어 / 2022년 12월
평점 :
절판


가끔 글을 쓰는 내 팔이 10만 킬로미터쯤 되어, 연필을 잡은 손이 세상을 가로질러 어린이들이 사는 집과 다니는 학교의 교실까지 닿는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떨립니다. 정말스릴이 넘치죠. - 로알드 달

"헤밍웨이의 작품은 이해가 안 되는 것들이 많아요. 특히 남자와 여자에 대해서요. 그래도 무척 좋았어요. 헤밍웨이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은 제가 꼭 그 일이 일어나는 장소에서직접 보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 줘요."
펠프스 여사가 말했다.
"훌륭한 작가는 늘 독자가 그런 기분이 들게 만들지. 그리고네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은 걱정하지 마라. 편안히 앉아서,
그 말들이 네 온몸을 촉촉이 적시게 내버려 두면 돼. 음악처럼말이야."
"그럴게요, 그렇게 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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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잘하는 일이 아니더라도,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하고자 하는 마음 말이다." 그 말은 오랜 세월이 지나 녹이 슬어 이제 낡은 욕실의 장식장 안에서도 발견된다.

나는 이렇게 만들어지고 있다. 예전처럼 먹어야 하니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먹고 싶어서 만든다. 그리고 그 시간이 점점 늘어난다. 나는 나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하루하루 정성인 삶을 살 수밖에 없다. 피곤하고 쉽지 않은 일이지만 아무쪼록 나는 여기서 사는 데까지 잘 먹고 잘 살아 볼 작정이다.

세상을 원망하지 말 일이다. 사람이 아니라 장소에 홀리는마음이 뭐가 문제 되겠는가. 특별한 장소는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쏟아져 내리는 태양 아래 환하게 드러난 이곳. 밀양의 또 다른 변방의 변방. 은밀 속의 은밀. 여기는 당분간 나의 위험한 안식처가 될 것이다. 나는 오래도록 이곳을 배회할 것이며, 이곳의 풍경처럼 고요히 늙어갈 것이다.

"벌에 쏘인 일로 찾아와도 되나요?"
간호사는 당연하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그럼요, 당연하지예. 시골 보건소에서 성형 수술이나 암수술은 안 됩니다. 벌에 쏘이거나 뱀에 물리거나 하면 당연히보건소로 많이 옵니다. 사소하다 생각 말고 무조건 오이소. 올일이 없으면 가장 좋긴 하지만예."
아, 이 얼마나 정확하고 따뜻한 배려가 느껴지는 말인가.
덕분에 미안해하지 않고, 천원 남짓으로 주사를 맞고 3일 치약도 받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보건소라는 곳은 병원보다 따뜻한 곳이고, 효과도 더 좋은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보건소에서는 정신적 치유가 함께 제공된다는 것도

뜬금없다. 노후 대책이란 얼마나 많은 돈을 모아두었는가가 아니라, 현재의 씀씀이를 얼마나 줄이는 연습을 하고 사느냐 밖에 없다던 누군가의 말이 생각났다. 목탁소리가 멀리 들리지 않는 이 바위에 앉으면 삶의 태도에 관한 이런 말들이 불쑥불쑥 생각이 난다.

가령 "시골은 인적 드문 곳이니까, 환경에 눈을 두고 살아야지 사람에게 눈을 두고살면 오래 살 수가 없다"라는 삼촌의 말은 씨앗처럼 단단하고 뭉클하다. 이모는 꽃의 태생과 이름을 알려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세상의 모든 꽃들은 예쁘지 않은 것이 없는데, 예쁘게 볼 줄 알아야 하는 마음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처럼 이모는 시처럼 읊어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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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고치기, 가구 만들기, 텃밭 가꾸기, 장작 패기, 멍멍이들 산책 시키기, 장구 치기, 바다 수영, 옷 수선하기, 책 읽기, 영화 보기, 눈 감고가만히 앉아 있기, 요가, 가끔 돈 벌러 가기…. 모든 일이 즐겁고 소중하다. 어느 하나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것이 없다. 이러한 일상에서가슴이 조금 더 두근거리는 일도 있게 마련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이 내겐 바로 그런 일이다.

앞서 말했듯 지금 나는 돈을 사용한다. ‘돈을 사용하지 않는다‘라는프로젝트의 금기는 사라진 지 오래다. 돈에 대한 거부감도, 엄격한 규칙도 없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간다. 이제 내 삶의 가능성은 돈의 유무와 상관없이 무한으로 흐른다.
‘0원살이‘ 여정이 내게 가져다준 것은 돈으로부터의 자유만이 아니다. 사실 여정의 어느 순간부터 내 관심사에서 ‘돈‘이라는 화두 자체가 사라져버렸다. ‘돈을 사용하지 않음‘은 어느새 익숙한 일상이 되었고, 마음을 쏟을 더 중요한 가치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0원살이‘ 여정은 내 삶을 물질보다 더 깊고 높은 차원으로 이끌었고, 그 속에서 나는 참으로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

…그냥 이렇게 다른 것 바라지 않고 숨만쉬면서 살겠다는데 돈이 없으면 그것마저 안 되는 거야? 내 삶이, 인생이, 시간이, 나의 존재가 오직 돈을 벌기 위해 쓰이는 것이 당연한거야? 아니, 그렇지 않다. 내 인생은 돈이 없다고 해서 끝나지 않는다.
나는 오직 돈을 벌기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다. 살아 있는 그 자체로도 살아야 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돈이 없어도 살아갈 방법이 있지않을까? 돈을 벌지 않고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이내 곧 아주 단순하면서도 분명한 답이 떠올랐다.
‘돈을 쓰지 않으면 되잖아!‘

돈 없이 먹고 자고우핑이 뭐지?
WWOOFWorld Wide Opportunities on Organic Farms우프는 자원봉사자와 유기농 농장을 연결하는 상호 교환의 네트워크다. 자원봉사자에게는 무료 숙식과 친환경 농사법, 현지 문화 등을배울 기회를 제공하고, 호스트에게는 일손을 제공함과 동시에 전세계 여행자와 문화를 교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친환경지구 공동체를 구축한다.‘

"인간의 가장 큰 욕망이 뭐라고 생각해요? 행복을 조건 짓는 가장강력한 욕구 말이에요."
갑자기 던진 나의 질문에 프란은 조금도 놀란 기색이 없었다. 마치그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 너무도 쉽고 간단하게 말했다.
"사랑받는 것" (To be loved)D

"<선행 베풀기>라는 게 있어요. 내가 당신에게 무언가를 주면, 당신은 그것을 내게 도로 되갚는 것이 아니라 전혀 상관없는 다른 사람에게 갚음으로써 대가 없는 선행을 이어가는 거죠. 이렇게 서로를 돕는 선행이 퍼져나갈 때 우리의 삶은 사랑과 가능성으로 가득 차게 될거예요."

페드로는 자신을 차에 태워주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승낙하기는커녕 오히려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을 제안했다. 간혹 페드로와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아니었다.
누군가는 그 혼자 부리는 고집은 세상에 아무런 변화를 일으키지 않는다며 조롱했다. 그러나 페드로는 개의치 않았다. 사람들이 그의 제안을 거절하더라도 자동차가 기후 위기에 미치는 영향을 한 번은, 잠깐이라도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죄책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기후 위기에 대한 책임을 각성할 기회를 주는 것만으로도 페드로는 자신의 ‘자동차 탑승 거부‘ 운동이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큰 변화가 시작된다고. 한 사람의 강한신념은 결국 어떻게든 영향을 주게 되어 있다고 말이다.

"조금 힘들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큰 문제 없었잖아요. 자전거는몇 군데만 손보면 되겠어요. 내 생각에 당신은 지금 다른 자전거가 필요한 게 아니라 그냥 원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은 종종 ‘원하는 것‘을
‘필요한 것‘으로 착각하기도 해요. 다시 잘 생각해봐요. 정말 필요한것인지 말이에요."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 나는 ‘원한다‘를 ‘필요하다‘로 착각하고 있었다. 더 좋은 것을 갖고 싶다는 욕망을 이런저런 핑계로 포장하고 있던 것이다. ‘필요한 것을 준비하지 않았다‘는 불안감에 스스로 불가능이란 한계를 만들었고, 하마터면 소비를 저지를 뻔한 위기를 자초했다. 아저씨 덕에 소비의 유혹에 무너지지 않았고, 무소비 여정을 지속할 수 있었다.

푸는 영리한 생각도 계산도 할 줄 모르며, 무언가를 굳이 애써 노력해서 해내려고 하지도 않는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그 일을 해결하려 곰곰이 생각해보지만, 아무리 관자놀이에다 검지를 대고 "생각, 생각, 생각" 하고 중얼거려도 현명한 답을 찾아내지 못한다.

따라서 모든 ‘영리한 역할’은 토끼나 부엉이에게 맡기고 푸는 그저 즐겁고 단순한 일만을 따른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모든 일의 해답은 언제나 즐겁고 단순한 푸가 찾아낸다.
푸는 많은 일을 하지 않고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게 해낸다. 그리고 자신이 이루어낸 모든 일을 그저 ‘저절로 이루어진 일‘이라 여긴다. 푸는 세상에서 가장 노력하지 않는, 애쓰지 않는 곰이지ㆍ무슨 일이든 잘되게 하는 곰이다. 굳이 어른들의 어려운 말로 표현하자면, 곰돌이 푸의 신비한 능력은 노자의 ‘무위자연‘을 연상하게 한다. 우주 만물의 모든 일이 인위적이고 억지스러운 인간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자연스럽게, 즉 ‘저절로 그러함‘에의해 스스로 이루어진다는 도교의 진리 말이다. 그리고 이 진리는 넵튠을 비롯한 많은 레인보우가 믿는 ‘레인보우의 절대적 진리‘와 상당히 비슷하다.

곰돌이 푸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를 즐겁게 보내는 것처럼, 나 역시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를 즐겁게 보내기로 했다. 모든 일은 내가 해내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믿음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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