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모어와 모국어의 구별을 의식하고 있는 사람은 극소수지만, 원래 양자는 근본적으로 다른 개념이다. 실제로 일어난 일을 예로 들어보자. 일제 식민지 시기에, 조선의 어느 소학교에서 한 조선인 학생이 넘어졌을 때 엉겁결에 "아야!"라고 외쳤다가, 선생님으로부터 꾸지람을 듣고 심한 체벌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로서는 드문 일이 아니었다. "아야!"는 일본말로 "이타이(아퍼)!"다. 여기서 학생에게 "아야!"는 모어이며 "이타이!"는 강요된 모국어다. 다른 예를 하나 더 들자. 태어나서 처음으로 조상의 땅인 한국을 방문한 재일조선인 3세가, 모여든 친척에게 "곤니치와" 하고 인사를 했다가, "한국 사람이라면 ‘안녕하십니까’ 정도는 말할 줄 알아야지"라며 꾸지람을 들었다. 여기서 이 재일조선인에게 "곤니치와"는 모어이며 "안녕하십니까"는 모국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저항‘은 자주 패배로 끝난다. 하지만 패배로끝난 저항이 시가 되었을 때, 그것은 또 다른시대, 또 다른 장소의 ‘저항‘을 격려한다.시에는 힘이 있을까? 나의 대답은 이렇다.
이 질문은 시인이 아니라 우리 한 사람 한사람에게 던져져 있다. 시에 힘을 부여할지말지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우리에게 달린것이다.
시의 힘-절망의 시대, 시는 어떻게 인간을 구원하는가(2015), 5쪽

하지만, 헛수고처럼 보이기도 하는 그런 희생 없이는, 애당초 어떤열매도 맺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역사라고 하는 것이다. 단순하지도직선적이지도 않다.
이 사실을 정말로 이해하는 일은 간단치 않다.

지나간 20년의 세월에 배운 것이 있다고한다면 희망이라는 것의 공허함일지도모르겠는데, 뒤집어 생각하면 그것은 도리어쉽게 절망하는 것의 어리석음이라 할 수도있다. 그 희망과 절망의 틈바구니에서 역사앞에서 자신에게 부과된 책무를 이행할뿐이다. ‘나의 서양미술 순례』(1992), 179쪽

서경식은 그런 느낌을 한나 아렌트의 글에서 찾는다. "망명자는싸우는 대신에, 또는 어떻게 하면 저항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는대신에 친구와 친척의 죽음을 바라는 데에 익숙해져 버렸다.
누군가 죽으면 그 사람은 이제 어깨의 짐을 전부 내려놓았구나하고 쾌활하게 생각해 보곤 한다." 서경식은 이런 심정을 자신에게빗대어 이렇게 말한다. "아는 재일조선인 중에 자살한 이들을 한사람 한 사람 떠올려 봐도, 화를 내야 할 때 서글프게 웃고 하고싶은 말도 못하다가 스위치를 뚝 끄듯이 사라져 버렸다는 인상이강하다. 그런 죽음과 만났을 때 나의 마음에 일어나는 감개는 잘표현할 수 없지만, ‘아, 역시나‘ 하는 심정에 가깝다. ‘그 사람은이제 어깨의 짐을 전부 내려놓았구나‘ 생각하고픈 마음을 알 것같다." 그는 이것을 ‘소수자의 마음‘이라고 부른다. 맞는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행의 가장 참된 매력은 걷기 그 자체나경치에있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나누는 데 있다. 걷기는입의 움직임의 타이밍을 맞추고, 혈액과 뇌에 자극을주어 활성화시킬 수 있는 좋은 도구다. 주변 경치와숲의 향기는 무의식적이고 특별하지 않은 매력으로사람들에게 다가오고, 눈과 영혼 그리고 감각에 위안을준다. 그러나 가장 큰 즐거움은 대화에서 비롯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카모토 다로, 『내 속에 독을 품어라』중에서)인간은 누구나 신체장애인이다.
설령 우아한 척해도, 팔등신이라도,
그것을 보이지 않는 거울에 비추어 본다면,
각자 절망적인 모양으로 구부러져 있다.

당신이 지닌 소수자성,
즉 ‘약점‘이나 ‘못하는 일‘이나 ‘장애‘나 ‘콤플렉스‘는극복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활용해야 하는 것이다.
누군가의 약점에는 누군가의 강점을 이끌어내는 힘이 있으니까.
이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저는이 책을 썼습니다.

20대에는 필사적으로 내 ‘강점‘을 갈고닦았습니다.
카피라이터로서, 광고 크리에이터로서,
그러나 좀처럼 싹이 트지 않았습니다.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장애가 있는 아들과 친구들이 저를 구해주었습니다.
"약점도 나다운 거야."
지금 저는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써서 일하고 있습니다.
카피를 쓸 줄 안다는 강점, 운동신경이 둔하다는 약점,
광고회사에서 일한다는 강점, 아이에게 장애가 있다는 약점.
모든 것을 그러모아서 ‘유루스포츠‘를 꾸리고 있습니다.
약점을 버리고 강점만으로 승부에 임했다면,
지금도 광고 카피밖에 쓰지 못했을 것입니다.

모두 여러 설이 분분한 모양이지만, 라이터는 ‘성냥으로 불을 붙이려면 두 손이 필요하니까 한 손만 있는 사람도 쓸 수있게 하자‘는 아이디어로부터 지금과 같은 형태가 되었다고합니다. 구부러지는 빨대는 ‘누워서 생활하는 사람이 손을 쓰지 않아도 스스로 음료를 마실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고 하고요. 그렇게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장애인이든 아니든 모두 사용하는 것입니다.
즉, 이른바 ‘사회적 약자‘는 ‘발명의 어머니‘가 될 수 있다는것을 깨달았습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톨스토이가 안나 카레니나』에쓴 유명한 말입니다.
가령 어느 영화감독에게 "행복한 가족을 찍어주세요."라고요청하면 웬만큼 비슷한 그림이 나올 것입니다. 식탁을 둘러싸고 앉아 있는 가족, 그 곁에 있는 큰 개, 실내를 따뜻하게 데워주는 난로 등, 그에 비해 "불행한 가족을 찍어주세요."라는 요청의 결과물은 천차만별이겠죠. 표현할 방법이 무수히 있을 것입니다.
즉, ‘약함‘에야말로 다양성이 있는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만약 우리가 새들에게 배워야 할 단 한 가지를 선택해야한다면, 말할 것도 없이 나는 우리의 삶을 자연과 다시연결하고, 그리하여 다양한 감각과 새로운 경험으로 가득찬 삶을 사는 거라 답할 것이다!
우리가 삶의 루틴 속에 좀더 자주 주변을 관찰하는습관을 넣는다면 어떨까? 무감각한 일상에서 벗어나자신과 자연을 연결하고, 주변과 상호작용하기 위해서 시각,
후각, 청각을 예민하게 갈고닦는다면? 새들이 날아가는모습을 바라보고 티티새와 제비의 울음소리를 듣기 위한시간을 갖는다면? 올빼미의 신비로운 울음소리가 밤의침묵을 깨고 지평선으로부터 커다란 달이 떠오르는 모습을지켜본다면, 그러면 우리의 삶에는 시가 넘쳐흐르기 시작할테고, 더 이상 회색빛 일상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삶이 모험 한가운데에 있을 때 작은습관들을 심어두는 게 좋다. 기운을 돋우는 오전 11시의커피 한잔, 일요일 저녁을 느긋하게 만드는 영화 한 편처럼말이다. 해로운 습관은 삶을 지루하고 우중충하게 만들뿐만 아니라 우리를 가두고, 구속하고, 경직되게 한다. 반면좋은 습관은 진정한 미덕을 가지고 있다. 생활을 튼튼하게쌓아올리고, 안정감 있는 흐름 위에 놓는다. 해마다 다시돌아오는 철새들은 언제나 같은 장소에 새집을 짓는다. 마치우리가 좋은 추억이 있는 공간으로 자꾸만 되돌아가는것처럼, 예기치 않은 경험으로 꽉 찬 삶을 살고 있을때 습관은 버팀목, 표지판, 좌표의 역할을 한다. 위대한모험가들조차도 지극히 사소한 자신만의 습관을 지니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