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자유가 왜 같은 것인지 사랑을 해보면 알아요. 사랑을 해본 사람만이 자기가 자유로운지 아닌지를 아는 거죠. 부모님 말을잘 들었던 사람이 맹목적으로 그렇게 해야 되는지 알고 살았는데, 어느날 사랑하는 대상이 생기잖아요. 그러면 자기가 구속받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요. 사랑하는 대상을 만나는 데 일정 정도 부자유를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과 직면하는 거예요. 어쨌든 사랑을 하면, 8시까지 집에 들어가야 하는 규칙을 어기기 시작해요. 그리고 독립을 하려고 해요. 사랑을 하려면 자기 삶의 주인이 자기 자신이 되어야 가능한 거예요. 자유로운 주체로서 상대방을 만나고 싶은 거죠. 마찬가지로 내가 좋아하는 뭔가가 생기면 내가 자유로운 상태인지 자유롭지 않은 상태인지를 알아요. 내가 사랑하는 것을 하고 싶은데 생계가 그것을 가로막고 있어요. 아르바이트를 해서 1, 2년간 모은 돈을 배낭여행 하는 한두 달에 쏟아붓잖아요.

자기 자신을 위대하게 보지 않으면 돼요. 스스로 배워야 되고, 세상에 대해서 평가 내리고 생각한 대로 떠들고 다니지 말아야 되고,
자신이 항상 작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돼요. 그 태도만 유지하면 돼요. 그리고 노동하는 사람을 존중하고 고맙게 여기는 태도는 기본이고요. 벽돌을 올리는 사람의 힘 자체가 얼마나 센 것인지를 알아야해요. 이삿짐 나르는 사람을 돈 주고 부릴 수 있지만, 그 사람들이 없다면 이사를 할 수 있겠어요? 고마워하고 미안해해야 하는 거죠. 우리는 냉장고 하나도 혼자서 못 들어요. 다른 사람들의 노동으로 내가 살아가고 있구나, 착취하는 구조에서 내가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자각이 있어야죠. ‘고생하셨어요‘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 할 수 있는 감수성이 있어야 돼요. 내가 돈을 주고 배달을 시키니까 저 사람

말이나 텍스트에 사로잡히면 안돼요.
우리가 철학과 인문학을 공부하는 이유가텍스트와 콘텍스트 사이에서 왔다갔다하는 능력을 기르는 거예요. 문자로 쓰인것만이 전부가아니잖아요. 이 세상에서가장 어려운 책은 배우지 못한 어머니아버지라는 책이고, 우리는 그것을 잘읽어내야 해요.

그래서 어머니나 아버지가 화낼 때 이런 얘기를 하잖아요.
‘대학까지 나왔고, 배웠다는 놈이 그거 가지고 화를 내고, 역정을 내고, 어미를 구박하고 타박하냐?‘ 진짜 맞는 얘기예요. 대학 가서 잘못 배운 거예요. 배웠다는 것은 표현을 잘 읽어내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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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호기심이 왕성했던 수전 손택은 학교가끝나도 곧장 집으로 가는 법이 없었다. 동네 근처 사막에 난돌길을 따라 걸으며 땅에 떨어진 예쁜 돌을 주워 모으는 한편,
길을 잃거나 재난이 일어나 혼자 살아남는 상상도 했다.
길 주변의 사물과 풍경에 호기심을 느끼는 습관은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이어졌다. 이제 여기서 말하는 길이란 ‘도로‘가 아니라 자기를 만들어가며 사는 일을 뜻한다. 그녀는 뛰어난 재능과 노력으로 이 길가에 흩어진 호기심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자기만의 철학으로 발전시켰다. <사진에 관하여》,
《타인의 고통》 같은 사진과 문화에 관한 비평에서부터 영화와다큐멘터리 작업에 이르기까지 수전 손택은 살아가면서 만난역사적 현상과 사회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작품으로 승화해냈다.

그녀가 마냥 유행만을 따라간 것은 아니다. 호기심을 통해 알게 된 새로운 앎의 영역을 언제나 아는 상태 그대로 남겨놓지 않고 비판적인 자세로 의심했다. 1966년에 출판된 <해석에 반대한다》는 이런 모습을 아주 잘 보여준다. 어떤 대상을 일부러 해석하지 않고 드러난 그대로 바라보는 마음이야말로 큰 목소리로 내지르는 오해와 편견이 진실인 마냥고개를 내미는 현대사회에서 가장 훌륭한 해석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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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느낀 것은 시대적인 감각에 뒤떨어지는 것은 그자체로 폭력이 된다는 사실이었다. 단순히 옛날 사람이 되고새로운 시대와 섞이기 어렵고 그래서 때론 안타깝고 불편하기만 한 사람에 그치는 게 아니라, 존재 자체가 폭력이 된다.

새로운 시대에 대해 감각한다는 것은 단순히 세련됨이나트렌디함을 아는 일을 넘어서, 그렇게 무엇이 폭력인지를 느낄 줄 알고 새로운 비폭력의 법칙 속에 자기를 위치시킬 줄안다는 걸 의미할 것이다. 그런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세련됨이라면 세련됨일 것이다. 반대로, 새로운 시대의 것이지만 감각하지 못하는 혐오나 차별이 되는 것들이 있다. 그런 것들은 경계해야 할 ‘요즘 젊은 것들‘의 악덕일 것이다.
어느 쪽이든 그런 것들을 피하며 나라는 존재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참 중요하다고 느낀다. 그런 만들어감에 대해 평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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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바꾸는 새 - 새의 선물을 도시에 들이는 법
티모시 비틀리 지음, 김숲 옮김 / 원더박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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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무리의 새가 하늘 위를 맴돈다.
그저 한 무리의 새들,
그게 당신이 사랑을 생각하는 방식이지.
콜드플레이, <Fly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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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세례를 베푸는 천사에게 한마디 전할 수 있다면,
쉽게 부서지지 않을, 평생 간직할 수 있는 호기심을 아이들에게 선물해 달라고 부탁할 것 같다. 호기심은 나이가 들어 가면서 느끼는 권태와 환멸을 물리쳐 주고, 인위적인 것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도록 하며, 아이 안의 힘이 꺾이지 않도록 도와준다.

"수백, 수천 년 동안 관찰한 결과, 새는 안전하다고 느낄 때 소리를 낸다는 사실을 알아냈어요. 만약 새가 소리를 내지 않는다면그때는 정말로 문제가 생긴 거죠?"

얼마 전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에 실린 호스피스 전문의의 글에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잘 드러나 있다. 영국 건강보험공단(NHS) 소속 의사 레이첼 클라크는 생의 마지막을 앞둔 환자에게 가장 위안이 되는 건 자연이었다고 말했다. 클라크는 유방암 말기 환자인 다이앤 핀치가 죽음 앞에서 어떻게 마음을 다잡았는지를 이야기한다.
정원에서 지저귀는 찌르레기 소리를 들을 때면 왠지 마음이차분해졌어요. 모든 것이 영영 사라져 버릴 거라는 두려움이가라앉는 것 같았죠.

"야외 조명을 하루 종일 켜놓으면 어른 새의 먹이인 나방과 새끼 새의 먹이인 애벌레가 사라질 거예요."
야외 조명 때문에 별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문제에는 많은 사람이 공감하지만, 새들의 밥상이 사라진다는 사실은 거의 알려져있지 않다. 그는 이어서 이야기했다.
"별을 볼 수 없다는 사실도 문제지만, 새가 사라진다는 건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오아시아 다운타운 호텔은 다른 의미로 눈에 띈다. 이 호텔은 외관상으로는 다른 호텔과 다를 바 없는 전형적인 고층 건물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건물의 외벽이 덩굴식물을 위한 지지대로 가득하다는 점이 독특하다. 여기에 꽃이 피는 덩굴식물 21종을 심어, 연중 어느 계절에 호텔을 방문하더라도 꽃을 볼 수 있다. 나는 꽃이얼마나 자주 피는지에 따라 좋은 건물, 좋은 도시라고 판단을 내릴수 있다는 ‘꽃피는 건물(blooming building)‘ 아이디어가 굉장히 마음에들었다. WOHA의 웡 만 썸을 만나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는 건물을 디자인할 때 야생동물을 염두에 두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호텔 외벽에 조성된 수직 정원의 장점은 보기 좋다는 데 그치지않는다. 수직 정원은 그늘을 만들어 건물 내부를 시원하게 만들고이를 통해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을 줄인다.

터키콘도르가 하늘을 나는 모습을 보면 명상하는 기분이 든다.
양 날개를 펼치고서 바람을 타며 부드럽게 활공하는 모습은평화롭고 우아하여 사색을 하는 것만 같다.
물론 목적이 있어 비행하겠지만숨을 길고 천천히 쉬는 것처럼 느긋해 보인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머리 위를 지나는 터키콘도르를가만히 응시하면 바람을 타고 글라이딩을 하던 순간이 떠오른다. 케이티 팰런, 독수리(V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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