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어 갈 마음의 언덕 하나 나에게 내준다. 덕분에 이런 길도저런 길도 울지 않고 깔깔거리며 걷는다. 날마다 전화해서 늘어놓는 온갖 푸념을 다 들어주는 이도, 새로운 일이 있는 길로손을 끌어주는 이도, 어려운 일을 만나면 언제든 연락하게 되는 이도, 다 그런 사람들이다. 강준이도 그런 사람이었다. 소규모의 수업인 데다가 학습의욕이 낮은 녀석들이 많아서, 자칫하면 적당히 때우는 마음으로 보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강준이와 아이들은 다 같이 열심히 하고 뭐든 협력하려고 애썼다. 강준이는 나의 감정을 살피는 담당이기도 했다. 내가 너에게 무엇을 줄 수 있다는 확신은 얼마나 건방진가. 얼마나진실하지 못한 자만인가.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주게 될지, 누가 누구에게 어떤 마음을 받게 될지 미리 알 수 없다. 인생이그렇다. 강준이가 나에게 가르쳐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