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패트릭 브링리 지음, 김희정.조현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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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말하면 될까? 너나 내가 기계를 만든다면 논리적으로 접근하겠지. 최소한의 부품을 써서 깔끔하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지만 살아 있는 자연은 전혀 그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아. 겹치는 것도 엄청나게 많고, 빙빙 돌고, 주제하나를 놓고 수백만 개의 변형을 만들어내, 그래서 4분의 3쯤 잘못돼도 생명체는 죽질 않아. 그 결과로 생기는 게 골드버그 장치같은 건데, 무지 튼튼한 골드버그 장치인 거지. 상상할 수 없을만큼 괴상하고 엄청나게 여러 겹을 가진 물건이 탄생하는 거야.

글자 그대로 상상이 불가능한 물건 무슨 말이냐면 우리 두뇌로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위대하고 엄청난 것이 작은 세포 안에숨겨져 있다는 얘기야. 난 그게 정말 재미있다고 생각했어." 톰은 ‘재미있다‘는 말을 여기저기에 붙였다.

"이봐, 형." 언젠가 내가 이렇게 물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런 일이라는 건 암을 뜻했다. 형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흠, 모를 일이지. 내가 하는 일, 그러니까 생물 수학이 웃기는 게가끔은 나도 장외 홈런을 치기도 한다는 사실이지. 생각해보면대단한 일이야. 멋들어진 순수 수학뿐 아니라 우리가 관찰과 본능을 통해 알고 있는 것들이 실제로 자연을 정확하게 설명하고있다는 걸 깨달을 때가 있거든. 믿기 힘든 일이지. 하지만 일을하다 보면 많은 순간 진심으로 겸손한 마음이 들어, 연조직 육종으로 말하자면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이제 곧 말을 못 하게될거야. 하지만 행복해 여러 가지로 운이좋았지. 가족, 크리스타를 잘 돌봐줘. 수학을 끝내지 못한 건 후회가 돼. 포기하지는 않을 거야. 넌 걱정 안 해. 훌륭한 녀석. 사랑해. 나도 괜찮은 사람으로 산 거 같아. 잠들었는데 그사이에 누가비디오를 대여점에 돌려줘버렸어. 누구나 고통을 겪지, 내 차례야. 누구나 죽어, 내 차례고, 고통을 피하는 약을 먹고 싶기도 하고 먹고싶지 않기도 해. 죽는 건 상관없어. 다만 고통을 겪고 싶진 않아, 모두들 늙어가는 걸 보고 싶은데…. 크리스타를 행복하게 해줘. 행복한 추억이 많아. 너랑 이야기한 것도 좋은 추억이야 영화를 보다 잠이 들었는데 다 끝내지 않은 비디오를 누군가가 돌려줘버린 느낌이야.

형의 아담한 입원실은 대체로 명랑한 분위기였다(사실 형은여러 병실을 전전했지만 내 기억에는 모두 하나의 병실로 뭉뚱그려져남아 있다). 검소한 방이었다. 십자말풀이, 신문, 야구 경기를 중계하는 텔레비전, 책을 읽어주는 소리, 점심 배달 주문. 형은 투중에도 안절부절못하지 않았다. 새 종교를 찾지 않았고 자기가 늘 좋아했던 것들을 계속 좋아했다. 그 덕분에 나는 형이 좋아했던 것들에서 뭐랄까, 후광이 비치는 느낌을 받았다. 함께 보던 야구 경기들은 좋은 경기들이었고 책들은 좋은 책들이었으며 병실을 찾아온 친구들은 좋은 순례자들이었다. 모든 게 단순했고, 모든 게 포옹 같았다.

그날도 그런 순간 중 하나였다. 동이 트기 시작하는 새벽녘이었을 것이다. 나와 함께 형의 침대 옆에 앉아 있던 어머니는 모든 것을 마치 처음인 것처럼 바라봤다. 어머니는 잠이 든 아들을보고, 나를 보고, 새벽빛을 보고, 아픈 몸을 보고, 그 끔찍함을 보고, 그 우아함을 보았다. "우리 좀 봐." 어머니가 말했다. "봐, 지금 우리가 바로 옛 거장들이 그렸던 그런 그림이잖아."
몇 달 후, 우리는 필라델피아에 사는 어머니의 네 형제자매를 찾아갔다. 스물여섯 살짜리 아들을 땅에 묻은 후에 자신의 형제자매 그리고 그들의 자녀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혹은 되지 않는지,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일지 짐작이 갈 것이다. 시간을 보내다가 어머니가 좀 더 단순하고 조용한 곳으로가자고 제안했고 우리 두 사람은 자리에서 슬쩍 빠져나왔다. 차창문 밖으로 평범한 도시의 삶이 흘러가고 있었다. 거리는 조깅하는 사람,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을 비롯해서 누군가에게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일이 벌어졌다고 한들 세상이 멈추는 일은 없으리라는 증거들로 넘쳐났다. 우리는 벤 프랭클린 파크웨이를 벗어나 미술관 앞에 차를 세웠다.

이런 테마의 장면을 ‘경배Adoration‘라고 부르는데 나는 그 아름다운 단어를 마음에 품었다. 그런 순간에 생겨나는 애정 어린 숭배의 마음을 표현하기에 참 유용한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이미지 앞에서 우리는 말문을 잃고 말랑말랑해진다. 뒤이어강렬하고 명백하지만 일상생활의 소란 속에서는 약하게밖에 느껴지지 않던 무엇인가가 우리의 안으로 침투한다. 경배하는 대상에 대한 설명은 필요 없다. 맥락을 더하는 것은 이 수수께끼같지 않은 수수께끼의 명백한 의미를 흐릴 뿐이다. 누구나 자고있는 아이나 연인, 떠오르는 태양 혹은 어쩌면 성스러운 유물이나 죽은 지 오래된 이탈리아인이 곱게 그려낸 그림을 보면서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형이 두 손을 꼭 쥐고 용감하게 고통을 참아내는 모습을 보면서 그 느낌 말고는 다른 감정이거의 들지 않았다. 기쁨의 별에서 특별한 종류의 선명한 빛이 나오는 듯했다. 옛 거장의 그림들에서 볼 수 있는 선명함과 같은것이었다

매우 아름답지만 당돌하리만치 죽은 게 확실한 젊은이를그의 어머니가 온몸으로 받치고 있는 장면이다. 마치 아들이 살아 있는 것처럼 그를 껴안고 있는 어머니를 그린 이 그림은 ‘통곡amentation‘ 혹은 ‘피에타Picti‘라고 부르는 장르에 속한다. 어머니는 늘 잘 울었다. 결혼식에서나 영화관에서나 눈물을 흘리곤 하는 사람이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어깨가 흔들리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쳤을 때 그녀가 심장이 부서지는 동시에 충만해져서 그렇게 울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그림이 어머니 안의 사랑을 깨워서 위안과 고통 둘 다를 가져다주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경배‘를 할 때 아름다움을 이해한다. ‘통곡‘을 할 때 ‘삶은 고통이다‘라는 오래된 격언에 담긴 지혜의 의미를 깨닫는다. 위대한 그림은 거대한 바위처럼 보일 때가있다. 말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냉혹하고 직접적이며 가슴을 저미는 바위 같은 현실 말이다.

내 나이 스물다섯이었다. 모든 의미에서 어디로 갈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로 미드타운의 분주한 행인들 틈에 섞였다. 운 좋게 얻은 전도유망한 직장이 있는 마천루의 사무실로는더 이상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세상 속에서 앞으로나아가기 위해 애를 쓰고, 꾸역꾸역 긁고, 밀치고, 매달려야 하는 종류의 일은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누군가를 잃었다. 거기서더 앞으로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어떤 의미에서는 전혀 움직이고 싶지가 않았다. 필라델피아 미술관에서는 침묵 속에서 빙빙돌고, 서성거리고, 다시 돌아가고, 교감하고, 눈을 들어 아름다운것들을 보면서 슬픔과 달콤함만을 느끼는 것이 허락되었다.
지친 승객들을 가득 태우고 브루클린을 향해 달리는 지하철의 흔들림에 몸을 맡겼다. 그러다 한 생각이 머리 속에서 형태를갖추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나는 뉴욕의 훌륭한 미술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눈여겨봐왔다. 보이지 않는 사무실에서 일하는큐레이터들이 아니라 구석마다 경계를 늦추지 않고 서 있는 경비원들 말이다. 그들 중 한 사람이 되면 어떨까? 해결책이 이렇게 간단해도 되는 것일까?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세상에서 빠져나가 온종일 오로지 아름답기만 한 세상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속임수가 과연 가능한 것일까?

이집트인들은 시간에 대해 우리와는 다른 관념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시간을 ‘네헤Neheh‘, 즉 ‘수백만 년간‘이라고 불렀고 그것의 본질은 화살처럼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원과 같은순환이었다. 해가 뜨고, 지고, 또 뜬다. 나일강은 범람하고, 물러났다가, 또다시 범람한다. 별들은 한자리에 선 관찰자의 주위를절대적인 규칙에 따라 회전하며 거대한 시간의 바퀴 또한 망자들을 처분하고, 새로 태어난 이들을 성숙과 숙성을 겪게 해 죽음으로 안내한다. 모든 것은 끊임없이 흐르지만 실제로 변하는 것은 없다. 이집트인들에게 이것은 너무나 명백한 사물의 본질로여겨졌고, 이런 사고방식은 사후 세계로까지 확장해 메트에 전시된 인물상들의 끝없는 노동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나는 나 자신에게 말했다. ‘이렇게 뛰어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는 것은 내가 잘하고 있다는 거야! 그들 중 많은 이들이 내 이름을 알고 있어! 나는 중요하고 존재감 있는 자리의 명함을 지니고 있으니까, 이런 식으로만 계속하면 반드시 그런 사람이 될 거야!‘
이 달갑지 않은 역설을 직시하는 데는 거의 3년이 걸렸다. 내가 만약 덜 ‘대단한‘ 일을 하고 있었더라면 그동안 틈틈이 내 생각들을 흐릿하게나마 적어두었을테고, 영감을 주는 주제가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과감히 도전해 글을 써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도리어 이런 빅리그였기에 내 생각에 스스로 족쇄를 채웠고야망은 이상하리만치 줄어들었다. 나는 평론 한 마디」라는 섹션에 들어가는 한 단락짜리 서평을 쓰는 데도 스스로가 아닌 목소리를 사용하고, 내 것이 아닌 권위를 주장하고, 정말 그렇게느끼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는 의견들을 피력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나는 거북이처럼 흐르는 파수꾼의 시간에 굴복한 것 같다. 나는 이 시간을 소비할 수 없다. 그것을 채울수도, 죽일 수도, 더 작은 조각들로 쪼갤 수도 없다. 이상하게 한두 시간 동안이라면 고통스러울 일도 아주 다량으로 겪다보면견디기가 수월해진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나는 일이 끝나는 것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나는 사치스러운 초연함으로 시간이 한가히 흘러가도록 내버려두는 구식의, 어쩌면 귀족적이기까지할 삶에 적응해버렸다.

멜로디를 뽑아낸다. 음악은 알 수 없는 리듬을 따라 내가 예상하는 음계에서 항상 조금 위나 아래에 있는 음들로 이어진다. 나는이것이 선입견을 버리고 일어나는 일들을 그대로 흡수할 때 비로소 할 수 있는 종류의 경험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연주자가 마침내 손을 멈췄을 때는 아마 10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을테지만 수많은 디테일로 채워진 그 연주를 듣는 동안 마치 수천번의 붓놀림으로 채운 그림이 순간순간 공중에 걸려 있는 듯했다. 나는 겸손해지는 것을 느낀다. 세상을 탐험해볼 자격만을 간신히 갖춘 갓난아기가 된 기분이다.

곽희는 풍경화가 "일상 세계의 굴레와 족쇄"로부터 "두루미의 비행과 원숭이의 울음소리가 우리의 가까운 벗이 되는 곳으로 도피할 수 있게 한다는 글을 남겼다. 하지만 반드시 글자 그대로 자연 속이라고 느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 그림 안에있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자연과 작가의 마음이 적절히 어우러

시간이 흐르면서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나만의 방식을 갖추게됐다. 우선 작품에서 교과서를 쓰는 사람들이 솔깃해할 만한 대단한 특이점을 곧바로 찾아내고 싶은 유혹을 떨쳐낸다. 뚜렷한특징들을 찾는 데 정신을 팔면 작품의 나머지 대부분을 무시하기 십상이다. 프란시스코 데 고야가 그린 초상화가 아름다운 까닭은 그의 천재성을 반영한 특징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색채와형태, 인물의 얼굴, 물결처럼 굽실거리는 머리카락 등이 아름답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이 다양하고 매력적인 세상의 속성들이 훌륭한 표현 수단 안에 모아졌기 때문이다. 어느 예술과의 만남에서든 첫 단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한다. 그저 지켜봐야 한다. 자신의 눈에게 작품의 모든 것을 흡수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건 좋다‘, ‘이건 나쁘다‘ 또는 ‘이건 가, 나, 다를 의미하는 바로크 시대 그림이다‘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이상적으로는 처음 1분 동안은 아무런 생각도 해선 안 된다. 예술이 우리에게 힘을 발휘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만약 무언가가 웃기는지 알고 싶다면 그것이 우리를 웃게 만드는지 확인하면 된다. 어떤 그림이 아름다운지 알고 싶다면 그림을 바라볼 때 우리 안에서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 확인하면된다. 웃음만큼 확실하지만 대부분은 좀 더 조용하고 주춤거리며 나오는 반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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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이나 슬픔 없이 사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갈등이 고도 갈등으로 변하면 마음의 집을 태워버립니다. 당장 원하는 대로 되고 짜릿한 도파민이 분출된다고 해도 곧 양육권 분쟁, 무례한 방문, 폭력, 비방전 등이 뒤를 잇습니다. 고도 갈등에 승자는 없어요.

"저는 옳고 그름보다 무엇이 더 생산적인 방법일까로 관심을 옮겼습니다. 40년의 중재 경험에 따르면 내 관점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는 것은 소용없는 일이었어요

그는 질문을 통해 각자 불만에 가려 보지 못하던 소중한 것을 대면하도록 도와준다. 냄비를 서로 가져야겠다고 싸우면 그 냄비가 왜 중요한지를 질문한다. 돈 때문에 양보 없이 싸우는 것 같지만 그 액수의 의미를 파고들어 가면 각자의 고통과 소망이 보인다. 그리고 눈을 감고 10년 후 각자가 어떻게 살아갈지 상상해 보라고 한다.

최고의 해법은 경청입니다. 게리 프리드먼이 제게 그러더군요. 남의 말을 듣는 것과 듣는 척 연기하는 것은 다르다고. 사람들은 남에게 이해받기를 너무나 갈망합니다. 상대가 내 말을 듣는다는 느낌을 받으면 마법이 일어나요. 스스로 모순을 인정하기까지 하죠.

타르 웅덩이를 빠져나오려면 진짜 들어야 해요. 비록 사실과 다른 말을 하더라도 정성을 다해 들어주는 것만으로 갈등의 악순환을 멈출 수 있습니다.

착각입니다. 상대방을 설득하려는 생각에는 ‘내가 옳고 당신은 그르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늘 내가 옳고 상대방은 그르다고 설득하려고 하나요? 이제는 제발 소셜미디어에 그런 글을 올리지 마세요. 그런 행동은 역풍을 불러옵니다. 남을 설득하기 전에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이해하려면 경청해야죠.

언어가 중요하다

스스로 갈등 촉발자가 되지 않으려면 다양한 논조를 읽으세요. 복잡한 글을 읽은 사람은 더 많은 질문을 던지고 높은 수준의 아이디어를 내놓습니다. 복잡성은 전염돼요. 호기심도 전염되죠. 갈등이 극한에 달했다고 할지라도 더불어 살아가려는 태도가 있으면, 갈등은 반드시 극복됩니다.

상대를 악마화하는 교착 상태’에서 빠져나와 ‘아이의 평안’이라는 가장 큰 목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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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이상한 삶에 너무 익숙해져서 더 이상 그것을 이상하다고 느끼지 못하고, 후퇴나 양보에 익숙하지 않은 모습.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보듯 그녀의 얼굴이똑똑히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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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공공디자인에도 이러한 퍼블릭 정신은 유효하다. ‘공공소‘ 디자인에서 공평할 공소은 ‘퍼블릭public‘으로 도시의 공공재와 시설을, 한 가지 공은 ‘커먼스commons‘로 공동체가공유하는 목적을 뜻한다. 공원을 예로 들자면 사람들이 걷거나 쉬고 싶어 하는 것이 커먼스에 해당하고, 그것을 지원하는산책로, 조경, 벤치 등이 퍼블릭이다. 여기서 경중을 따지자면퍼블릭보다 주목할 것은 커먼스, 즉 공동체의 목적이다. 영어로 ‘public design‘이라 불리는 공공디자인은 단순히 시설물로서의 의미를 넘어 시민들의 행복한 삶을 위한다는 공동체의 목적을 의미한다.

공공디자인은 도시 침술을 통해 빠르게 다양한 계획들을 실험해 볼 수 있으며, 대중의 만족이 검증되면 이는 영구적시설 설치까지 이어진다. 국내에서도 이런 사례들을 찾아볼수 있다. 서초구에서 시작한 횡단보도 사거리 그늘막이 대표적이다.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폭염 방지 그늘막은 처음에는 무단 시설로 여겨지기도 했으나, 이제는 횡단보도를 기다리며 한낮의 뜨거운 태양을 피하고 장마철 폭우를 피하는 시설이 되어 전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프란시스코 공식 제도를 만들었다. 주차장 Parking Lot을 공원 park으로 허용 let한다는 뜻이다. 파크렛이 생기며 샌프란시스코 사람들은 거리에서 더 많은 공간과 편의 시설을 누릴 수 있게됐다.18 특히 코로나19 동안 2000개가 넘는 노상주차장이 야외 식사 공간으로 임시로 바뀌어 활용됐다. 방역 지침으로 다른 공간들이 폐쇄되자, 이 작은 공공 공간들이 사회적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일상 속 만남의 공간이 된 것이다. "
파크렛은 이제 샌프란시스코를 넘어 전 세계가 동참하는 국제적 운동으로 발전했다. 바로 파킹데이 Park(ing) Day다. 매년 9월 셋째 주 금요일, 런던, 뉴욕, 브뤼셀, 쾰른, 밀라노, 도

파크렛이 설치된 요일과 시간대, 그리고 지역적 특성에 따라 대중의 반응도 갈렸다. 우선 강남의 경우 유동 인구의 대부분이 직장인으로, 많은 사람들이 분주히 점심을 먹으러 가던 중 파크렛을 보고 무슨 행사가 일어나는지 궁금해했다. 식사를 마치고 한 손에 커피를 든 직장인들 중에는 주차장이었던 곳에 마련된 쉼터에 앉아 인증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있었다. 시간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앉아 수다를 떠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냥 지나치려던 행인도 가까이 다가와 이쉼터가 어떤 공간인지 물었다. 일과 도중 점심시간이라는 제약 때문인지 길게 쉬는 시간을 갖는 사람은 많지 않았으나, 지나가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임시 쉼터가 된 이 주차 공간을 재밌어했다.

홍대 파크렛의 경우 토요일 오후에 운영돼 유동인구도많고 그만큼 반응도 뜨거웠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삭막한 주차 공간에 마련된 녹색 인조 잔디와 컬러풀한 의자들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뜨거운 태양을 가리기 위해 설치한 그늘막 아래서 많은 사람들이 앉아서 쉬는 시간을 가졌다. 주변 카페에서 커피를 사와 잠깐 앉아서 이야기하는 연인도 있었고,
가족끼리 쇼핑을 나왔다가 엄마와 딸이 마저 쇼핑을 하는 동안 아빠와 아들이 앉아서 쉬는 모습도 보였다.

그강남과 홍대를 지나치던 사람들은 거리 위 주차 공간이쉼터로 바뀌자 그 상황을 낯설어하면서도 재밌어했다. 어쩌면 자동차가 점유하던 공간이 사람을 위한 공간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처음 접해보고, 체험하고, 또 다른 가능성들을상상하는 계기가 됐다. 이처럼 파킹데이는 그동안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자동차 중심의 공간에 새로운 시각을 제공함으로써 도시가 사람 중심의 공간으로 바뀌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나틱 프로젝트나틱 프로젝트Project Natick는 데이터 센터를 수중에 구축하는실험적 프로젝트다. 지난 2018년 여름, 마이크로소프트는 스코틀랜드 오크니섬 근처해저에 컨테이너 형태의 데이터 센터를 설치했다. 바다 마을 주민의 50퍼센트 이상이 해안가 주변에 거주하는 점을 고려할 때, 가까운 바닷속에 서버를 설치할 경우 주민은 신호를 대기할 필요 없이 빠르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차가운 바닷속이라는 특성을 이용해 서버냉각도 이전보다 쉽고 자연 친화적인 방식으로 가능하다. 발열이 높은 데이터 센터에 들어가는 전력 소비량을 줄이고, 결과적으로 전력 발전을 위한 탄소 배출량도 줄게 된다.
나틱 프로젝트가 시사하는 바는 간단하다. 점점 심각해지는데이터 센터의 전력 소비 등에 의한 문제를 자연과 함께 해결할 방도를 찾고자 한 것이다. 또한 데이터 센터의 구성품은 소모품으로 이용된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제로 웨이스트에 동참하는 의미로 아모레퍼시픽은2020년 ‘아모레스토어 광교‘를 연 바 있다. 고객이 각자 재사용 용기를 들고 오면 리필 스테이션에서 샴푸와 바디 워시를골라 담고 무게당 비용을 지불하는 시스템이었다. 이외에도아모레퍼시픽은 공병을 수거해 예술가들과의 컬래버레이션

으로 작품을 만들거나 문화 행사를 기획하는 등 환경과 관련된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일례로 글로벌 환경 기업인 테라사이클TerraCycle, 그리고 건축 공예적 콘크리트를 만드는 예술 집단 디크리트DCRETE와 함께 키엘KIEHL‘S 화장품 공병을 잘게 부수어 업사이클링 테라조 타일을 만들었다. 이 테라조는 키엘신세계백화점 매장 인테리어 자재로 활용됐다. 또 삼표그룹과의 협력으로 폐플라스틱을 섞은 UHPC라는 새로운 소재의콘크리트를 만들었고 이 소재로 업사이클링 벤치를 제작했다. 폐플라스틱 조각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의 업사이클링이다.

벤치는 누구나 쉬었다 갈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휴식의 공간이며, 누군가에게는 만남의 장이 되기도 한다. 그만큼벤치는 공공장소에서 다양한 역할을 담당한다. 아모레퍼시픽과 같이 단순한 재정 기부 혹은 분리수거가 아니라 환경에 대한 영향을 고려해 전에 없던 소재를 개발하고, 그 결과물을 공공재로 기부하는 것은 그 기업만이 사회에 줄 수 있는 가치다.
현재 이 벤치는 서울 종로구 창덕공원 및 충남 태안 천리포수목원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분이면 오를 수 있는 소래산 정상에 임시 설치된 곰표 플로깅 하우스가 오픈하자마자, 1시간 만에 준비한 굿즈는 품절됐고 등산로에 보이던 쓰레기도 모두 사라졌다. MZ세대에 퍼진 등산 문화와 화제성 있는 ‘곰표 굿즈‘라는 아이템이 한몫한 것이다. 특이하게도 이 행사는 사전 홍보를 통해 참가자를 모으지 않았다. 행사 당일 설치된 부스 앞을 지나던 소래산 등산객을 대상으로 벌인 이벤트였다. 이전까지 플로깅행사는 주로 시내 혹은 강변에서 이뤄진 반면, 곰표의 캠페인이 SNS에서 핫했던 이유는 바로 ‘자연스러움‘ 때문이었다."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고, 불필요한 공정을 없애는 등 기업 차원의 임팩트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거기에 더해서시민이 진심으로 공감하고,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활동들을 제시할 때 기업의 공적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다.
지금까지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은 눈에 보이지 않는것이 많았다. 단순 기부 혹은 일부 집단을 위한 좁은 지원이대부분이라 기업이 어떤 활동을 하는지 알기란 쉽지 않았다.

표시가 455개가 들어 있는데, 일곱 장에 800원이에요. 800원으로 서울 시민 1000만 명이 편리해진다니… 참 괜찮지 않나요?" 이민호 씨가 붙여 놓은 화살표 스티커 덕에 스마트폰을사용하지 않는 사람들도 버스 방향을 파악할 수 있었고, 이후서울시가 노선도 디자인을 개선하는 계기가 됐다. 33한 명이 시민이 도시민 전체의 삶에 변화를 일으키기도

고한마을 주민들은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지저분한 도로와 골목길을 청소하자 거리가 조금씩 밝아졌고, 주민들의 인식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자진해서 자기 집 앞을 청소하고, 직접 가꾼 꽃 화분으로 단장했다. 폐허가 되어가던 고한 18리 산골 마을에서, 주민의 참여로 불과 1~2년 새탄생한 예쁜 호텔이 바로 지금의 마을호텔18번가다.

마을호텔18번가는 골목 상점들을 하나로 모아 호텔처럼 운영한다. 민박집은 호텔의 객실이 되고, 중국집은 호텔의식당, 마을 회관은 작은 컨벤션 센터가 됐다. 수직으로 높은호텔이 아니라 일명 ‘누워 있는‘ 호텔이다. 높다란 건축물을새로 짓거나 없던 가게를 창업한 것이 아니라, 마을에서 영업

신호를 기다리는 장수의자경기 남양주경찰서 교통관리계장이었던 유창훈 경찰은 횡단보도에서 어르신들의 사고가 유난히 자주 발생하는 이유가궁금했다. 관찰 결과, 어르신들이 서서 신호를 기다리다가 무릎이 아파 그 고통을 참지 못하게 되면 무단 횡단을 한다는것을 알게 됐다. 그는 신호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 사람들이 앉을 수 있으면서도 평상시 다른 시민들의 통행에 방해되지 않는 간단한 접이식 의자를 스스로 스케치했다. 이후 의자를 제작할 수 있는 공장을 직접 수소문한 결과 창대시스템이라는회사를 알게 됐다. 그는 회사에 개발 비용은 지불하기 어려우나 특허권을 제공할 시 제작이 가능한지 문의했고, 창대시스템은 이를 수락했다. 완성품이 만들어지는 데까진 약 5개월이 걸렸다. 어르신들이 안전하게 오래 사시길 바라는 마음을담아 ‘장수의자‘라 이름을 지었다.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마르세유의 사거리는 상업 시설 말고는 쉴 곳이 없고 식물이 적어 삭막하다는점을 발견했다. 이를 해결하고자 만든 것이 바로 시민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상징 조형물인 스트리트 코너Street Corner다.
각기 다른 높이로 쌓은 노란색 큐브들 사이에 나무를 배치하고, 그 옆에 사람들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설치를진행하는 동안에도 지나가던 몇몇 시민들은 그 위에 앉아 한참을 쉬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의 쉼터가 된 스트리트 코너는 비엔날레 기간 동안의 임시 상징물로 시작됐으나, 비엔날레가 종료한 이후 마르세유 현대 미술 담당 부서에 기증돼 그 공간에 영구적으로 남게 됐다. 도심 속 사용되지 않던 작은 공간에 숨을 불어넣고, 새로운 풍경을 선사함으로써 시민들과 함께하는 배

싱가포르에서도 지난 2017년 바닥 신호등을 도입했고, 우리나라 또한 2018년시범 운영을 거쳐 전국에 바닥 LED 신호등을 설치하고 있다.
바닥 신호등은 스몸비족에게 보다 명확히 신호를 알릴 뿐만아니라, 일반 보행자들 입장에서 반대편에 위치한 신호등이커다란 물체에 가려져 보기 어려운 경우에도 유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운전자 입장에서도 비가 오거나 어두운 날,
차도와 횡단보도를 명확히 구별하게 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조사에 따르면 2018년 서울 용인, 수원 등6개 지역에 바닥형 신호등을 설치한 이후 교통 신호 준수율은 90퍼센트대로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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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만 5천 6백 분의 소중한 순간들52만 5천 6백 분1년의 가치를 어떻게 잴 수 있을까요?
- 뮤지컬 <렌트>, ‘Seasons of Love‘ 가사 중에서 -

"호영, 어떤 배우가 되고 싶어?"
<킹키부츠> 공연을 할 때 어느 날 정성화 형이 나에게 물었다. 형의 질문에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형, 나는 그냥 내가 교차로에 서 있는 사람 같아요. 뮤지컬, 드라마, 영화, 예능, 홈쇼핑, 사업··· 수많은 갈림길 앞에 서 있는 것 같달까요? 좋은 엔진으로무장한 사람들이 각자 자기 길을 찾아서 쌩쌩 전속력으로 흩어져 가는데 난모르겠더라고. 매일의 선택이 달라. 오늘은 이 길, 내일은 저 길."

아주 어릴 적, 아득한 그 시절부터뭔가 될 거라고, 되고 말 거라고 생각했다. TV에 나갈 거야, 예쁜 옷을입는 사람이 될 거야, 사람들이 모두 나를 바라보게 할 거야. 그렇게연극학과에 들어가고 뮤지컬 배우가 되고 어린 시절의 꿈이 이루어졌을 즈음엔 다른 꿈을 그렸다. 내 끼를 발산하고 나를 표현할 수 있다면 드라마, 영화, 예능, 홈쇼핑, 트로트… 장르 불문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그 덕에 삶은 항상 총천연색이었다. 그런 내 곁엔 "너는 무조건잘될 거야, 너니까 반드시 해낼 거야, 너는 슈퍼스타야"라고 말해주는엄마가 있었다. 엄마 덕에 세상 누구보다 삶이 선명한 채도와 명도를가지게 됐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나의 엄마, 다이애나 김 여사님께 제일 먼저 깊은 감사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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