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그리고 함께

우리는 혼자이고 싶은 욕구와 어울리고 싶은 욕구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고 애쓴다. 한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면서 자신에게 ‘적합한 평형상태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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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짜고짜 루크에게 왜 자기 아들 병실을 청소하지 않았느냐고 쏘아붙였습니다. 보통 이런 경우 사람들은 "아까 청소했는데요. 아까담배 피우러 간 사이에 했어요"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하지만 루크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곧장 아무 대꾸 없이 병실로 가서 다시 청소했습니다. 청년의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말이지요. 루크는 청소를 다시 하는 동안에 전혀 화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는 그 아버지의 행동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자기 아들이 무려 여섯 달이나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 있는데어떤 아버지가 온전한 마음일 수 있을까요.

저는 루크와 같은 삶의 태도야말로 ‘초월성‘의 경지라고 생각합니다. 초월성은 특별한 명상이나 수련을 통해 도달하는 저 너머의세계가 아니라 타인의 처지와 아픔으로 들어가서 그 아픔에 연민과 공감을 느끼고 함께하려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설명하자면, 초월성은 옳다 그르다, 좋다 나쁘다, 내 편 네 편, 선과악과 같은 대립적이고 이분법적인 사고를 뛰어넘는 것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분명히 억지를 피운다고 알면서도 이를 나무라지 않고 가만히 들어주는 것, 혹은 깊이 공감하는 태도라고 할수 있습니다.

냉혹한 경쟁에서 밀려나 고통과 설움에 시달리는 사람들, 불안하고 힘든 처지에 놓인 모든 사람들이 바로 나중에 온 일꾼들입니다. 존 러스킨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공평’의 기준을 뛰어넘어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고 연대할 줄 아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는 "사람이 추구해야 할 것은 더 많은 부가 아니라 소박한 즐거움이고 더 깊은 행복이다"라고 말했는데, 여기서그가 말하는 더 깊은 행복이란 타인의 행복에도 관심을 갖는 자세입니다.

1904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변호사 생활을 막 시작하던 간디가 러스틴의 이 책을 읽었다고 하지요. 그는 자서전에 "한번 읽기시작하자 놓을 수가 없었다. 나는 그날 밤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나는 내 생활을 그 책의 이상에 따라 바꾸기로 맘먹었다"라고 썼습니다. 이런 깨달음을 얻은 간디는 교외에 땅을 마련해서 피닉스 정착촌이라는 공동체를 세웠습니다. 그곳에서는 인종이나 종교에 관계없이 누구나 함께 어울려 소박한 삶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육체노동에 참여했습니다. 간디가 걸어간 위대한 길은여기서 시작된 것입니다.

성경의 일화에서 공평함에 대한 통찰을 이끌어낸 존 러스킨에게서는 조건을 따지지 않고 끌어안는 포용력을 느낍니다. 편을가르는 이분법적 사고와 나와는 다른 입장에 처한 사람을 낮잡아보는 자아와 결별함으로써 우리는 자유를 얻습니다.

소설의 진짜 재미는 방드르디라는 야생의 청년이 등장하면서부터입니다. 로빈슨은 방드르디를 처음부터 하인으로 대합니다. 로빈슨이 장군이면 방드르디는 병사였습니다. 로빈슨이 기도하는 성직자가 되면 방드르디는 성가대 소년이 되었고, 여행할 때는 짐꾼, 사냥할 때는 몰이꾼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로빈슨은 방드르디에게급료를 지불하고 하인의 노고를 치하하거나 질책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저는 이 대목부터 계속 웃음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둘밖에 없는 섬에서 권력을 휘두르고 만족해하는 로빈슨의 행동이 얼마나우스운가요. 마치 개그 프로그램을 보는 것 같습니다. 우스꽝스러운 몸짓의 찰리 채플린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로빈슨은 방드르디가 미개하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문명인으로서 그를 가르치는 것을 대단한 사명으로 여겼습니다. 소설을 읽는 독자는 로빈슨의 행동이 희극배우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로빈슨은 자신의 사고와 행동이 마땅하다고 여겼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어느 날 화약이 폭발하면서 로빈슨이 구축해놓은 문명의 흔적들이 몽땅 사라져 로빈슨과 방드르디의 관계는대전환을 맞이합니다. 로빈슨은 방드르디에게 야생에서 생존하는법을 배우고, 그를 통해 자연 세계의 숭고함마저 경험하거든요.
그는 문명인의 삶에서 해방되는 기분을 느낍니다. 로빈슨과 방드르디는 이제 평등한 우정의 관계로 깊은 이해와 소통을 나누게 됩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왕은 의사를 감옥에 넣으며 말했습니다.
"감방에 갇히니까 기분이 어떠냐, 이 돌팔이야!" 그러자 의사는 이번에도 또다시 "좋을지 나쁠지 누가 알겠습니까?" 하고 대답합니다. 왕은 의사가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고 외친 다음 자리를 떴습니다. 몇 주 후 왕은 다시 사냥을 하러 떠났지요.

그런데 사냥감을 쫓다가 그만 길을 잃었고 왕은 숲속에 사는 토인들에게 붙잡히고 맙니다. 그날은 토인들의 축제 날이었어요. 이에 토인들은 왕을 밀림의 신에게 제물로 바치고자 큰 나무에 묶었지요. 무당이 주문을 외우면서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무당이 소리칩니다. "가만! 이 사람은 손가락이 하나 없다. 신께 바칠제물로는 불경스럽구나. 풀어줘라!"

풀려난 왕은 며칠 동안 숲을 헤매다가 궁으로 돌아왔고 곧장 지하 감옥으로 달려가 의사에게 말합니다. "좋을지 나쁠지 누가 알겠느냐고 말할 때 네가 멍청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그대가 옳았다. 내가 나빴네. 미안하구나." 그러자 의사가 대답합니다. "무슨말씀이십니까? 저를 감옥에 가둔 건 좋은 일이었습니다. 제가 사냥에 따라나섰다면 제가 잡혀서 제물이 되었을 것입니다."

"있음과 없음은 서로를 낳아주고, 어려움과 쉬움은 서로를 전제로 성립하며, 길고 짧음은 상대를 드러내주고, 높고 낮음은 서로에게 기대며, 앞면과 뒷면은 서로 따라다닌다."
태어남과 죽음, 심을 때와 거둘 때 등은 모두 대립적인 것 같지만, 노자가 보기에는 그 둘 중 어느 쪽이 더 무겁거나 더 가치가 있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경계를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그는 말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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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는 독특한 제약과 기회가 있는 특별한 성장기이다. 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기간이기도 하다. 진심으로 원한다면 노후에 큰 변화를 이룰 수 있다. 어떤 이들에게 늙어가는 과정은 괴로운 변화의 연속이다. 당연시했던 것들이 산산조각난다. 나이드는 일에 놀라거나 창피해하거나 위축되거나 두려워하며 거기에만 정신 팔려 있거나 세상이 이미 정한 정체성을 못 견디면 ‘웰에이징‘에 집중하기 어렵다. 반대로 늙는다는 것을 잘 받아들여 도발적인 기회로 본다면 노화의 문제들을 좋은 사람이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늙는 것은 본질적으로 순리이다. 운이 좋아 중년을 지나 살아 있으면 상실과 기회라는 불가피한 경험들을 맞닥뜨린다. 특별한 개인사 외에 공통의 도전과 선택에 직면한다.

자기 안의 노인 차별주의를 깨달으면 자신을 노인으로 인정하고 사랑할 수도 있다. 노인을 차별하는 태도와 행동의 결과가 노년층을 더 불안정하고 불확실하게, 수치스럽고 비인간적으로 느끼게 한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다. 우리는 나이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나이, 즉 노인인 우리 모습 ‘덕분에‘ 귀하고 가치 있다고 느낄 수 있다. 노인 차별주의를 극복하면 자신을 긍정적으로 보게 되고, 노인 차별주의가 추한 머리를 쳐들 때마다 쉽게 맞설 수 있다.

lA늙어가면서 가장 신경 써야 하는 것은 균형이다. 균형이라는 밧줄을잘 잡아야 한다. 양식 있는 모습을 지키기 위해 적당히 잘 유지하고, 용기 내고, 쾌활하고, 관심을 가지며, 놀랍도록 솔직해야 한다.
플로리다 스콧 맥스웰, 『늙는다는 것의 의미』중에서

고등학교 2학년(미국 고등학교는 4년제이다―옮긴이) 때 프랑스어 선생님이 ‘Quel est le plus bel âge de la vie?‘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때는 언제인가?)를 주제로 작문 과제를 냈다. 답이 금방떠올랐다. ‘물을 것도 없다. 젊을 때이다.‘ 이후 20대 때 ‘인생은마흔에 시작한다 Life Begins at Forty 라는 책을 접했다. 괴상하고 허풍이 심한 제목이었다. 인생이 마흔 살에 시작된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니 이해되지 않았다. 그 무렵이면 인생은 거의 끝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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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좀머 씨 이야기(리뉴얼) 열린책들 파트리크 쥐스킨트 리뉴얼 시리즈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장 자끄 상뻬 그림 / 열린책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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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틀에 박힌 빈말을 했기 때문에 좀머 씨가 차에 타지 않았다는 점이오. 〈그러다가 죽겠어요〉라는 말을 해버리고 말았거든. 내가 도대체 그런 말을 어떻게 할 수 있었는지 나 자신도 모르겠소. 만약 그것보다 좀 더 거칠지 않은 말을 사용했더라면 분명히 차에 탔을 거요. 예를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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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좀머 씨 이야기(리뉴얼) 열린책들 파트리크 쥐스킨트 리뉴얼 시리즈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장 자끄 상뻬 그림 / 열린책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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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작 그가 어디를 그렇게 다니는 것인지? 그러한 끝없는 방랑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그리고 무엇 때문에 그가 그렇게 잰걸음으로 하루에 열둘, 열넷 혹은 열여섯 시간까지 근방을 헤매고 다니는지,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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