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방문
장일호 지음 / 낮은산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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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렸던 책 드디어 출간되엇네요 쏴리질러 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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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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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불현듯 데이지 포스터가 춤추러 가는 이야기를 할 때 내비치던 미소가 생각난다. 방금 데니즈의 카드에 대해, 데니즈가 자신의 인생을 행복해한다는 사실에 대해 느낀 안도감이 갑자기, 묘하게도 뭔가 소중한 것을 잃은 듯한 상실감으로 변한다. - P55

그리고 오래되지 않은 몇 해 전, 충치를 때우면서 치과 의사가 부드러운 손가락으로 턱을 살며시 돌리는데, 외로움이 너무 깊어서인지 그것이 마치 죽도록 깊은 친절인 것처럼 느껴져 올리브는 샘솟는 눈물을 숨죽이며 삼킨 적이 있었다. ("키터리지 부인, 괜찮으세요?" 치과 의사는 물었다.) - P403

매일 아침 강변에서 오락가락하는 사이, 다시 봄이 왔다. 어리석고 어리석은 봄이, 조그만 새순을 싹틔우면서. 그리고 해를 거듭할수록 정말 견딜 수 없는 것은 그런 봄이 오면 기쁘다는 점이었다. 물리적인 세상의 아름다움에는 언젠가 면역이 생기리라고는 생각지 않았고, 사실이 그랬다. 떠오르는 태양에 강물이 너무 반짝여서 올리브는 선글라스를 써야 했다. - P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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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의 삶
압둘라자크 구르나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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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표지 넘 이뻐여 노벨상스럽지 않게(?) 덜 어려워 보여서 읽어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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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꿈은 없고요, 그냥 성공하고 싶습니다 - 180만 유튜브 채널 [문명특급]의 밍키 PD가 90년대생 직업인으로서 생존해온 방식
홍민지 지음 / 다산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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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이 늘면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여기서 뜨개질의 비유를 들어보자. 처음에는 가장 간단한 안뜨기로만 목도리를 떴다. 그러다 보니 목도리에 꽈배기도 넣고 싶어졌다. 그다음부터는 방울도 하나 더 달아보고 싶고 색깔도 다양하게 넣어보고 싶지 않은가. 그렇게 숙달되다 보면 목도리를 만드는 시간은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늘어난다. 내 역량이 증가하는 만큼 시야가 넓어지므로 도전해보고 싶은 것이 더 많아지면서 결론적으로 일하는 양은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 - P00

그렇다면 나만 즐겁다고 이렇게 일해도 되는 것인가. 혼자서 일할 땐 몰랐지만 팀이 생기니 나의 이런 태도가 동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팀원들이 나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 그래서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기로 했다. 더 할 수 있지만 어느 선까지 기준을 세워두고 포기하기로 했다. 근무 시간을 지킬 수 있도록 문명특급의 콘텐츠 개수도 줄였다. 아이디어가 많아도 일부러 이야기하지 않았다. 편집팀의 근무 시간을 지켜주기 위해 "해보자" 대신 "하지 말자"는 말을 먼저 하게 되었다. - P00

누군가는 나보러 뭐 그렇게 사소한 것까지 신경을 쓰면서 사느냐고 한다. 복잡한 세상 편하게 좀 살라고. 그런데 나는 팀장이 이렇게 사소한 것까지 신경 쓰며 팀을 운영했을 때 더 좋은 성과를 낸다는 결론을 스브스뉴스팀에서 똑똑히 봤다. - P00

그래서 나는 제약이 있는 아주 작은 일이라도 일단 해보려고 한다. 나에게 찾아온 작은 기회들을 결코 하찮게 여기지 않으려고 한다. 누군가에게는 우스워 보이는 그 주먹만 한 눈덩이를 묵묵히 굴리다 보면 언젠가 올라프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굴리는 도중에 눈덩이가 녹거나 부서진다면 또 옆에 있는 눈을 박박 긁어모아서 다시 작은 눈덩이를 만들면 된다. - P00

이제 출고해야 할 시간이 시간이 다가온다. 더 수정하고 싶은 부분이 있어도 손을 놔야 한다. 바로 그 순간 만감이 교차한다. 드디어 끝났다는 생각에 후련하기도 하고,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 같은 출연자가 남아 있는 것 같아 죄책감도 든다.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정해진 시간에, 콘텐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시청자에게로 전달된다. - P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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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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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너무 많이 울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까지 눈물 콧물을 흘려본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을 만큼. 일단 참고 보는 사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법을 일찌감치 터득한 사람, 받아들여지고 싶은 마음이 스스로에게 있음을 끝끝내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 삼천과 지연에게서 나를 봤다면 주제넘은 소리겠지만, 그들의 좋은 면을 외면한 채 어느 일면만을 본 결과겠지만 어떤 말들은 내가 좀더 어렸던 시절 진료실에서, 상담실에서 조이는 목구멍 너머로 토하듯 겨우 뱉어낸 바로 그 말들과 정확히 일치해 울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그런 상태를 나는 지나왔는가? '그 시절'이라는 과거의 이름표를 붙인 것을 보면 맞는 것도 같고, 책을 읽던 자리에 잔뜩 쌓인 휴지를 보면 아닌 것도 같다. 시간이 좀더 지나고 언젠가 이 책을 다시 펼쳤을 때는 “쓰레기통”이 된 삼천과 지연의 마음보다 그 옆의 새비와 지우가, 그들이 나눠준 마음이 더 눈에 들어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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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를 가장해 나를 읽는 일은 이제 그만두자, 눈앞의 글에 집중해, 라고 생각하지만.

너는 너를 다그쳤기 때문에 더 나은 자리를 잡을 수 있었어. 너에게 조금이라도 관용을 베풀었다면 넌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인간이 되었을 거야. 아빠도 말했잖아. 넌 큰사람이 될 수 없을 거라고. 남편도 얘기했지. 네가 이룬 모든 것은 운일 뿐이라고. 그러니 넌 더 단련되어야 해. 이런 취급에는 이미 익숙해졌잖아.
나는 항상 나를 몰아세우던 목소리로부터 거리를 두고 그 소리를 가만히 들었다. 세상 어느 누구도 나만큼 나를 잔인하게 대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쉬웠을지도 모르겠다.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을 용인하는 일이. - P86

엄마는 일평생 내게 기대하고, 실망했다. (...)
나는 엄마의 그 작은 기대마저도 충족시키지 못했다. 엄마를 철저히 실망시켰다. 엄마에게 인정받기를 기대하고 번번이 상처받기보다는 내 일에서 인정받고 친구들에게 지지를 받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머리로는 아는 일을 내 가슴은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 자식은 엄마가 전시할 기념품이 아니야. 마음속으로는 그렇게 소리치면서도, 엄마의 바람이 단지 사람들에게 딸을 전시하고 싶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마음이 아팠다. - P135

인내심 강한 성격이 내 장점이라고 생각했었다. 인내심 덕분에 내 능력보다도 더 많이 성취할 수 있었으니까. 왜 내 한계를 넘어서면서까지 인내하려고 했을까. 나의 존재를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해서였을까. 언제부터였을까. 삶이 누려야 할 무언가가 아니라 수행해야 할 일더미처럼 느껴진 것은. 삶이 천장까지 쌓인 어렵고 재미없는 문제집을 하나하나 풀어나가고, 오답 노트를 만들고, 시험을 치고, 점수를 받고, 다음 단계로 가는 서바이벌 게임으로 느껴진 것은. 나는 내 존재를 증명하지 않고 사는 법을 몰랐다. 어떤 성취로 증명되지 않는 나는 무가치한 쓰레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그 믿음은 나를 절망하게 했고 그래서 과도하게 노력하게 만들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의미와 가치가 있는 사람들은 자기 존재를 증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애초에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 P156

희자에게 글을 쓰다보면 무언가 크게 잘못됐다는 느낌이 들었고,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질수록 마음을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어렴풋이 느꼈던 감정이나 생각들이 글을 쓰는 동안 분명해졌는데, 그건 할머니의 일상을 위협할 뿐이었다.
명숙 할머니가 보내오는 편지에도 할머니는 답을 하지 않았다. 편지에서 묻어 나오는 명숙 할머니의 애정이 할머니는 버거웠다. 명숙 할머니의 편지를 읽다보면 결국 자신이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으니까. 그것도 아주 간절하고 절실하게, 사랑받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됐으니까. 남선의 모진 말들은 얼마든지 견딜 수가 있었다. 하지만 명숙 할머니의 편지를 읽으면 늘 마음이 아팠다. 사랑은 할머니를 울게 했다. 모욕이나 상처조차도 건드리지 못한 마음을 건드렸다. - P220

새비 아주머니는 그런 사람이었다. 사람의 노력을 알아보고 애쓴 마음을 도닥여주는 사람. 겨울에 빨래를 하고 있으면 손이 시리지는 않은지 물어보고, 장을 봐오면 다녀오는 길이 힘들지는 않았는지 물어보는 사람. - P257

—아깝다고 생각하면 마음 아프게 되지 않갔어. 기냥 충분하다구, 충분하다구 생각하고 살면 안 되갔어? 기냥 너랑 내가 서로 동무가 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주면 안 되갔어? - P258

예전 같았으면 먼 곳까지 오게 해서 미안하다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저 고맙다고 말했다. 그리고 내가 느끼는 통증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지우도 힘든 일이 생겼을 때 강한 척하느라 아픔을 숨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그랬다. - P264

"착하게 살아라, 말 곱게 해라, 울지 마라, 말대답하지 마라, 화내지 마라, 싸우지 마라. 귀에 딱지가 앉도록 그런 얘기를 들어서 난 내가 화가 나도 슬퍼도 죄책감이 들어. 감정이 소화가 안 되니까 쓰레기 던지듯이 마음에 던져버리는 거야. 그때그때 못 치워서 마음이 쓰레기통이 됐어. 더럽고 냄새나고 치울 수도 없는 쓰레기가 가득 쌓였어. 더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 나도 사람이야. 나도 감정이 있어." - P278

어린 나는 차마 엄마와 살을 맞대지 못한 채 강이저처럼 곁에서 서성거리며 엄마를 바라봤다. 엄마가 소파에 앉아서 깜빡 잠이 들면 조심스레 곁으로 다가가 엄마의 온기가 섞인 냄새를 맡았다. 엄마가 손가락 하나의 거리에 있는데도 그리워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엄마가 유일하게 나를 만져주는 시간은 내 머리를 땋아줄 때였다. 나는 일찍 일어나서 빗을 들고 엄마가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내가 그 시간을 얼마나 애타게 기다렸는지 엄마는 짐작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여전히 그런 일들을 잊지 못한다. -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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