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갑니다, 편의점 - 어쩌다 편의점 인간이 된 남자의 생활 밀착 에세이
봉달호 지음 / 시공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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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흐 정말정말정말 재미있어서 이분이 최근 조선일보에 연재 시작한 코너도 찾아 읽었다.

아직 세 편이 올라왔을 뿐이지만 그중 <편의점 수학선생님>이라는 글이 정말 좋았다.

편의점 이야기라면 이제 지긋지긋하다는 마음이 들 때까지 계속 써주시면 좋겠다.

마지막 회에는 어느 곳에 있는 어느 편의점인지 꼭 알려주셨으면!

덕분에 즐거웠다고 인사하고 싶다.



죽는 날까지 글을 쓰면서도 내가 한때 편의점에서 젊음의 한 시절을 복닥거렸다는 사실에 늘 고마워하고 또 자랑스러워할 것이다. 오늘의 경험은 앞으로 내가 쓰는 모든 글에 잔잔한 밑그림으로 녹아 있을 것이다. (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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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여성 첫 세계 일주기
나혜석 지음 / 가갸날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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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보이가 갖다 주는 꽃을 먹고 남은 통조림통에 꽂아놓고, 구매한 음식을 탁자 위에 벌여놓고 부부가 마주앉아 먹을 때, 우리 살림살이는 풍부하였고 재미스러웠다. (36)

구미 만유 1년 8개월 동안의 나의 생활은 이러하였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서양 옷을 입고, 빵이나 차를 먹고, 침대에서 자고, 스케치 박스를 들고 연수소를 다니고(아카데미), 책상에서 프랑스어 단어를 외우고, 때로는 사랑의 꿈도 꾸어보고, 장차 그림 대가가 될 공상도 해보았다. 흥 나면 춤도 추어보고, 시간 있으면 연극장에도 갔다. 이왕 전하와 각국 대신의 연회석상에도 참가해보고, 혁명가도 찾아보고, 여성 참정권론자도 만나보았다. 프랑스 가정의 가족도 되어보았다. 그 기분은 여성이요, 학생이요, 처녀로서였다. 실상 조선 여성으로서는 누리지 못할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장애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87)

구경도 많이 하고 돈도 많이 썼다. 대체 얻은 것이 무엇인가. 아직 비빔밥 같아서 정신을 차릴 수 없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이용할 수 있는 대로 최선을 다한 것은 자신에 부끄러움이 없다. (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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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크아웃 11
최은영 지음, 손은경 그림 / 미메시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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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고, 괴롭고, 지치고, 부끄러워 때때로 제대로 쓰지 못하는 스스로에 대한 모멸감밖에 느낄 수 없는 일, 그러나 그 시기를 쓰는 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에 당신은 마음을 빼앗겼다. 글쓰기로 자기 한계를 인지하면서도 다시 글을 써 그 한계를 조금이나마 넘어갈 수 있다는 행복을 알기 전의 사람으로 당신은 돌아갈 수 없었다. (51)

나는 그런 사람이 되기 싫었어. 읽고 쓰는 것만으로 나는 어느 정도 내 몫을 했다, 하고 부채감 털어 버리고 사는 사람 있잖아. 부정의를 비판하는 것만으로 영영 자신이 정의롭다는 느낌을 얻고 자신이 옳다는 생각만으로 사는 사람들. 편집부 할 때, 나는 어느 정도까지는 그런 사람이었던 것 같아.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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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괜찮습니다 - 네거티브 퀸을 위한 대인관계 상담실 자기만의 방
호소카와 텐텐.미즈시마 히로코 지음, 황국영 옮김 / 휴머니스트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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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리의 문제를 다룰 때는 그런 침묵을 ‘파괴적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불러요. 한숨이라도 쉬면 ‘기분이 나쁘다‘는 것 정도는 눈치챌 수 있지만 침묵만 하고 있으면 뭐가 뭔지 알 길이 없잖아요. 입을 다무는 건 커뮤니케이션을 포기하는 일이에요. 역할기대를 전달한다는 면에서는 생산성 제로. ‘침묵‘은 괴리를 더 커지게 하는 가장 좋지 않은 커뮤니케이션이에요. (106-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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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는 간소하게
노석미 지음 / 사이행성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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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색이라는 것은 이른 봄을 대변하는 연두색과는 다른 깊은 뽀송함의 촉감을 지닌 색이다. (46)

쑥은 봄을 지나 더워지는 여름이 오면 이른바 쑥대밭으로 변하여 정원에서는 미안하지만 미움을 받는 존재가 되고 만다. (46)

바질잎은 이파리를 그리라고 했을 때 전형적인 관념 속의 단순한 잎 모양이다. (82)

나의 떡볶이는 고추장을 넣지 않고 고춧가루와 간장을 맛을 낸다. 텁텁하지 않고 감칠맛이 나서 더욱 많이 먹을 수 있다. 이런. (189)

가을의 대표적 양식 중 하나가 바로 이 고구마 줄기다. 고구마를 수확하기 전 통통한 고구마 줄기를 자르면서 느끼는 점은 ‘흠, 이게 먹거리라니, 대단한데.’라는 생각. 그렇지만 언제나 그렇듯 고구마 줄기를 자르고 껍질을 벗기고 삶고 무치고 하는 수고로움에 비해 후루룩 먹는 시간이 너무 짧다는 것. 그리고 나물로 만들어놓으면 그 양이 팍 줄기 때문에 내가 너무 뭔가를 한 번에 많이 먹고 있다는 죄책감 같은 것도 든다. 하지만 곧 ‘흠, 내가 이렇게 수고롭게 일했는데 이 정도는 먹어야지.’ 하며 곧바로 자신을 위로하기로 한다. 자책과 위로가 반복되는 분주함이 지나면 조용하고 쓸쓸한 계절이 온다. (200)

심고 난 뒤 고구마 순이 뿌리를 내리기 전에 뜨거운 햇볕을 못 이겨 죽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살기로 결심한 고구마 순은 여름을 지나면서 밭을 점령하려고 작정한다. (208)

세상의 모든 것이 갈색으로 바뀌고 싱싱함이 사라진 추워지는 날들이 오면 곳곳에서 시래기를 말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스산한 계절의 시골 풍경이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시래기가 널려 있는 농가들의 모습은 사실 초라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말라가고 있는 시래기의 모습은 정말 쓰레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것이 과연 음식이 될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뭐든 말라가는 식물이 예쁘기는 어렵기도 하겠지만. 그러나 다른 그 어떤 채소보다 시래기가 오래도록 겨울 양식이 되어준 것은 맛이 좋아서일 것이다. 시래기를 말리는 귀찮음과 그 보기 흉함을 지나서 시래기가 시래기밥이나 나물, 된장국 등의 음식으로 바뀔 때 ‘아, 어찌 이런 음식이?’ 하는 감동이 몰려온다. 다른 어떤 것으로 대체될 수 없는 시래기만의 맛과 식감이 있다. (220)

먹을 게 별로 없는 추운 아침. 일어나자마자 먹을거리를 챙기는 나는 냉동고의 유물을 탐사해본다. 냉동고를 뒤져 발견된 돌처럼 딱딱한 가래떡을 꺼내 해동한 뒤 잘라 굽는다. 따스한 커피와 함께 먹는다. (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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