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한밤의 모험>은 발터 뫼어스의 작품 중에서도 좀 튀는 경우다. 먼저, 차모니아의 세계관을 공유하지 않는다. 그래서 서로서로 꽤나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는 작가의 여타 작품들에 비교적 익숙지 않은 독자도 접근이 용이하달까. 이미 여럿 소개된 작품 중 무엇부터 시작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이 책을 입문서 삼아 발터 뫼어스의 세계를 맛보아도 좋을 것이다. 


이 작품이 유독 튀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바로 작가 스스로 일러스트를 그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차모니아 월드라는 거대한 세계를 만들어내며 표지부터 책 속 구석구석까지, 어떻게 보면 귀엽고 어떻게 보면 징그럽고... 어쨌든 일반인의 상상력으로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경지의 모든 삽회를 몸소 그려온 작가라는 점을 생각하면 실로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은 그림 없이 텍스트뿐이냐. 결코 아니지. 이 작품의 또다른 주인공이 있었으니, 바로 귀스타브 도레이다. 현재 독일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이기도 한 작가가 전설적인 선배의 삽화들로 이야기를 엮어내 경의를 표한 것이다. 한 편의 오마주이기도 한 이 작품의 주인공은 당연히 '귀스타브 도레'. 위대한 예술가가 되겠다는 꿈 하나로 데생 이외에 다른 공부는 나 몰라라 하는 소년의 모습은 역시 작가가 상상한 도레의 어린 시절일 테고. 


대단한 것은 매 단계마다 일러스트와 이야기가 딱 붙는 것은 둘째 치고, 어떻게 그렇게 하나의 이야기를 위해 준비된 것처럼 매끄럽게 이어질 만한 그림들을 쏙쏙 골라냈나 하는 것이다. 도레가 일러스트를 그린 작품집만 이천 권이 넘는다는데! 당대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정평이 나 있는 작가의 작품인 만큼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한 편의 잘 짜인 모험담일 뿐 아니라, 신화적인 일러스트레이터와의 콜라보라는 대담한 시도를 확인하는 쾌감 또한 상당한, 꽤 오랜만에 만난 다이나믹한 수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