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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새해가 되었다. 

해는 넘어갔는데, 내 생각은 그대로이다. 나는 여전히 '나'를 몽상한다. 내가 절대 되어보지 못할 인물들의 감정선을 상상한다. 그들은 그들의 삶을 어떻게 지탱할까. 나는 어느정도 그들의 삶에 몰입할 수 있을까. 그들의 삶과 내 삶이 어떻게 다를까. 내 육체는 여기 이곳에 묶여 안온하게 숨쉬는 채 두고서, 몽상한다. 단지 몽상하지 않으면, 숨이 쉬어지지 않기 때문에, 앞날은 보이지 않아도 괜찮을 만큼 여유로운 척 앉아서 물을 마신다. 물이 꼴깍꼴깍 넘어가는 가운데 침도 꼴깍꼴깍 삼킨다. 나는 나로부터 달아나고 싶고, 나에게 안주하고 싶다. 변화하고 싶지만 변화하고 싶지 않다. 올해도 여전히 그런 날들일 것 같다. 

작년엔 희망이 무엇인지 배웠다. 숨을 쉬기 위해 필요한 것. 절망만을 품고 사는 줄 알았던 나조차도, 사실은 절망이 일침이기를 바라는 까닭에 품었다는 것. 그 일침이 뭔가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기를 바랬다는 것. 그러고서 그 모든 무거운 짐을, 절망을 말로서 남에게 퍼부었다는 것. 말을 끝맺을 때 절망만을 쏟아내서는 곤란한 까닭은, 그것이 나만의 불평불만으로 끝나버리기 때문이다. 나는 몽상하면서 숨통을 찾고, 나를 벗어난다. 그러고서 내가 내지르는 글들은 누군가가 대신 품어주길 바라는 절망으로 가득차 있던 것은 아닌지. 그게 내가 살려는 발버둥이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아무리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닌 것들이 많다고 해도, 나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생각하고 이야기하고 조금 더 넓게 포용해나가는 과정이,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행복하길 바라면서, 근데 그게 욕심이고 이기심이라는 것도 이해한다. 타자를 위한 것이라 하고서 나에게 돌아오는 콩고물을 기다릴 때 처절하게 느낀다. 정신적인 위안이 되었다는 말이 되돌아오길 늘 기다렸다. 결국 나는 나를 위할 수밖에 없기에, 모두가 동의할 수 없다는 것도, 숨쉬고 살려면 이해할 수밖에 없다. 결국 내가 매번 이해하는 건, 나는 나를 움직이는 것도 힘겨운 무력한 존재라는 것 뿐이다. 그래도, 이것 또한 살아가는 필연적인 한 방법이라면, 나는 책을 읽고 몽상하고, 끊임없이 다른 세계를 꿈꾸는 것으로 그 사이를 메우려고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인간의 의미는 인간에게 있지 않고 인간과 인간 사이 그 공간, 여백이라 불러도 좋고 무어라 불러도 좋은, 그러나 단 하나 분명한 점은 결코 인간에게 속하지 않는 그 공간에 있다.”(「배회」)




전소영 문학평론가가 추천사를 쓰며 퍼온 글이다. 나에게도 와 닿았다. 인간의 의미는 인간에게 있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인간의 의미를 인간에게서 아직 찾는다. 나는 이 간극 안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이 작가는 이 간극을 어떻게 파악했을까. 






<출판사 제공 책 소개>

미국 현대문학을 이끄는 작가 조이스 캐롤 오츠의 대표작. 오츠는 1960년대부터 50편이 넘는 장편과 1000편이 넘는 단편을 썼으며, 시, 산문, 비평, 희곡 등 거의 모든 문학 분야에 걸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통해 부조리와 폭력으로 가득한 20세기 후반 미국의 삶을 예리하게 포착했다. 


천명관이 조이스 케럴 오츠의 말을 언급했다. 소설은 예술만 있으면 개인적인 것이고, 기술만 있으면 밥벌이에 불과하다. 그럼 그는, 적어도 소설에 예술적인 것과 기술적인 것 모두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던 작가인 셈이니, 그것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겠지.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기대된다. 




<출판사 제공 첫 소개>

20세기 유럽의 가장 훌륭한 역사소설로 꼽히는 <라데츠키 행진곡>의 작가 요제프 로트가 생애 마지막 넉 달을 바쳐 쓴 작품. '살아감'의 힘겨움을 술로 달래며 구원을 찾아 길 위를 헤매는 한 남자의 애환과 소망을 사실적인 문체로 그려낸 단편소설이다.


나는 사소한 이야기가 좋아졌다. 버로스의 '정키'라는 소설을 읽고, 나는 마약중독자는 아니지만, 구원을 쫓으며 허공을 짚는 내 삶이랑 어떤 면에서 별로 다를 바가 없다고 느꼈다. 사소하게 노력하고, 사소하게 실패하고, 인생을 말아먹는 것처럼 보일 지라도, 그 안에서 숨쉬는 생명력이, 좋다. 이 소설에서 그걸 기대해도 괜찮을까.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전작 <굿바이 동물원>을 통해 특유의 날카롭고 위트 있는 문체로 경쟁사회에서 실패하거나 좌절한 이들의 웃픈 현실을 생생히 묘파했다는 평가를 받은 작가는 이번 작품 <두 얼굴의 사나이>에서 인간의 잠재된 욕망을 상징하는 또 다른 인격체의 등장으로 정체성의 혼돈을 겪으며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고 밀도 있게 그린다. 


재미있는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욕망이 꿈틀거리는, 찌질한 삶의 이야기 였으면.








<알라딘 밑줄긋기>

P.262 : 가끔 우리는 사실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우리는 순간들일지도 모른다. 
약한 순간, 강한 순간. 
구원의 순간, 모든 것의 순간.

이 구절이 마음에 들어 가져왔다. 살아가지만 내 삶은 아니고, 도대체 나는 뭔지 모르겠는 상황들을 스쳐서, 과거를 붙들고 여기까지 왔다. 이 작가는 삶에 관한 어떤 통찰력을 이 책에서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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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6-01-05 18: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끼님께 새해 인사를 하고 싶었는데 드디어^^
영웅과 불굴의 의지를 말하지만 사실 우린 매우 나약한 존재죠. 찰라에도, 아주 긴 시간에서도. 들키지 않길 바랄 뿐. 하지만 초원에 내어 놓으면 바로 사자밥-_-(좀 웃으셨습니까. 요즘 벗을 웃기(그러고보니 우끼...님..)려는 가당치 않은 병이 생겨, 쿨럭쿨럭쿨럭;;;)
우끼님이 곰브로비치 <코스모스> 소개한 것도 반가웠는데, <거룩한 술꾼의 전설> 추천하신 것도 반가워요. 일전에 부코스키 책 놓친 걸 몇 권 샀어요. 버로스도 그렇고 그 절절한 망가짐도 좀 영웅적인 데가 있죠. 다른 세계를 꿈꾸는 자들의 모험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우끼님께 웃는 일을 더 뿌려 달라고 하늘의 별을 보고 특별주문 할께요 :) 어머; 나 좀 느끼한 거 같아ㅜㅜ;

우끼 2016-01-05 22:44   좋아요 1 | URL
Agalma님 감사합니다 사자밥 좋네요 ㅎㅎ 영양식이었으면 ㅎㅎ 오염되었다고 싫어하면 어쩌나 ㅎㅎ
Agalma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 한해 가득 웃음으로 채우시길 기원합니다~~

서니데이 2016-01-21 17: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끼님, 친구신청 해주셔서 감사해요.
새해복많이 받으세요.^^

우끼 2016-01-21 19:08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서니데이 2016-01-22 19: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끼님,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우끼 2016-01-22 19:40   좋아요 0 | URL
따뜻한 밥드시고 힘찬 저녁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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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상사는 부하 직원들의 의견을 묵살한 채 권력을 누리고, 만나고 싶었던 여자는 끝내 연락이 되지 않으며, 실종된 a의 소식도 들려오지 않는다. E는 이 모든 것들이 어딘가 모르게 폭력적이고 권태롭고 불합리하다고 생각하지만 생각은 거기서 더 나아가지 않는다. E가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출판사 제공 줄거리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한다. 아이히만은 생각하지 않고 명령대로 했기에 유대인들을 학살할 수 있었다. 생각하지 않음이 악이 되는 세상, 새로운 종류의 악의 출현이라고 말하는데, 오래된 것인지 새로운 것인지는 몰라도 오늘날 반드시 말해져야 하는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구멍은 '나 자신'이기도 '내 생활'이기도 하지만, 우리는 늘 나 자신을 택하기 보다는 어쩔 수 없이 내 생활을 택한다. 우리는 구멍을 채우는 대신 목구멍을 채우고 만다. 서로의 구멍을 바라보는 대신 서로의 목구멍을 바라보고 만다. " 출판사 제공 책소개


나 자신과, 내 생활은 분명히 다르다. 내가 존재한다는 감각은 내 생활에 의해 유지되지는 않는다. 생활이 없이는 존재한다는 감각을 느낄 새도 없다. 생활에 먹혀버린  나와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지 않나 하는 무력감에 떨던 나를 감화시킨 책소개말.




'정의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어떠한 인간적인 기획을 신뢰할 수 없다.' (밑줄긋기)고 말하는 그의 책이, 어디까지 건드리고 있는 지 궁금해졌다. 

그럼에도 인간적인 기획을 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소설에는 욕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인물의 목적이 서로 얽히면서 사건이 발생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이 서사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 소설의 인물들은 욕망이 없다고 한다. 아무것도 욕망하지 않는 인물들로 도대체 어떤 서사를 펼쳐나가는 걸까?

현대인이 너무 많은 것들에 짓눌려 어떤 것도 욕망하지 못하는 것을 꼬집으려는 걸까? 욕망은 도처에 널려 있는데 모두 내 욕망을 자극하고서 쫓지 못하도록 나를 짓누른다. 










이방인의 시선에서 본 나치 전후의 분위기가 잘 드러난 작품이라고 하니 호기심이 일었다. 독일 사람들은 어떻게 그 시기를 보낸 걸까. 어떤 상황이 그들을 지배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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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다, 나는 지루하기 때문에 누군가를 보고 싶고, 지루하기 때문에 공백이 나를 찾아오는 것을 내버려둔다. 미래에 대해 상상하면 공허해진다. 나는 그때는 어떤 사람들과 함께 있을까. 나는 그때쯤은 무엇을 더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게 될까. 내 마음은 여전히 할 말이 많고, 상황을 분석한다. 나는 여전히 자주, 나를 허락하지 않는다. 나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의 나라도 괜찮다고, 존재 자체로 살아있는 환희를 느낄 준비가 되지 않았다.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으면서도, 이 외로움을 어떻게 할 줄 몰라서 바둥거리는 순간. 몰입이 절실한 순간, 책을 만나고 싶다.


 


어떤 사람으로 이 지상에 서 있다는 건, 

어디까지가 내 선택이고 어디까지가 주변사람의 영향이고, 어디까지가 사회적 차원의 영향일까. 

인간에게 악의 측면이 있다는 것은 요즘에는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다. 

집단에게 악의 측면이 있다는 것도,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가야 할 문제라는 것도, 당연했다. 

당연하기에 의문이 든다. 왜 그런 것들이 당연해야만 할까. 그러면 소설이, 문학이 하는 역할은 무엇일까?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상황에 놓인 피해자의 언동은 무조건 정당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출판사 제공 책 소개 중)


 

답을 알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늘 그 답을 알 수 없는 일.




"P.99 : 어떤 감정들은 견뎌내야만 했으니까. 그들은 하고픈 말이 넘쳤고 말해야 했기 때문에 이야기를 했다. 슬픔 혹은 황홀함이 넘치는 개울을 흔들어야 했기 때문에 몸을 흔들었다. 그 모든 삶과 죽음이 저 작은 관 속에 갇혔다는 생각에 춤을 추고 고함을 질렀다. 신의 뜻에 반항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을 인정하고, 신의 손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거기 닿는 것뿐이라는 자기들의 신념을 다시 한번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알라딘 밑줄긋기)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신의 손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거기 닿는 것 뿐이라"면, 

살아있는 고통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고통을 인정하고 살아있는 것을 느끼며 사는 것인가. 근데 그런게 도대체 무엇일까.




"희망이 없다. 그들은 유령처럼, 쇠락한 조선소처럼 황폐한 상태로 겨우 삶을 이어간다. 그들을 지탱하는 건 광기와 증오이다."(출판사 제공 책 소개_)



'희망'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살고자 하는 희망일까. 왜 살아야 할까. 어느날부터 살기를 고민했던 걸까. 사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해서 살기를 고민하지 않아도 괜찮았던 걸까. 살아있는 그 자체로 행복한 것과 살아있는 그 자체로 허무한 것은 같은 거라면 왜 선택하지 못하는가. 왜 광기와 증오에 때때로 몸을 내맡기게 되는가. 




"고전 동화의 경계 밖으로 추방되었던 다양한 삶의 국면을 담은 이번 작품집은, 확고하게 여겨지는 진리와 교훈을 경계하며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기를 촉구하는 제언이다. 즉 아름답고 화려한 것만을 추구하다가 현실의 아픈 자리를 돌아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을 일깨우는 구병모식 ‘탐미주의보’이다. " (출판사 제공 책 소개_)


동화를 화소로 현실을 이야기하는 구병모 작가의 신작이다. 

나는 그녀의 판타지가 좋다. 

이번엔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까?


 

 


 

 "일상을 날카롭게 해부하여 거친 폭력성의 심연에서 다부진 진실 탐문 작업을 계속해온 등단 15년차, 사십대에 이른 작가의 자기 성찰이 돋보이는" (출판사 제공 책 소개_)


P.36 : 나는 아무렇지 않게 잘 살아왔고, 그를 보자 오래전의 일이 떠올랐고, 그러한 일들이 있었다는 것에 화가 난 것뿐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그가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살고 있다는 것은 안 될 일이었다. 사실은 그를 한 번도 떠올려본 적이 없다는 것은 거짓말이었다. 외면하고, 망각하려 애쓰던 과거의 시간이 우연히 만난 그 때문에 너무나 선명해졌다. 나는 왜 내 인생이 그렇게 삐뚤어졌는지 그제야 알 것 같았다. (알라딘 밑줄긋기)


무엇을 잊고 잊지 않을 수 있는 것일까. 잊으려 해도 잊히지 않는 일들이 있다. 잊으려고 그 일을 떠올리는 것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게 의지에서 벗어난 일을 마주할 때마다, 무력감을 느낀다. 하지만 생을 무력감이 지배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는 일이다. 끊임없이 자기기만하거나, 아니면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거나. 그도 아니면 다른 것에 몰입하여 행복해지거나, 정말 잊어버리거나. 어떤 일이든 벌어질 준비가 되어 있다. 그 어떤 일들을, 이 책에서 읽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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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기 소설 신간평가단을 마무리하며

이번 기수에 받았던 소설들도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다. 읽고 나서 할 말을 잃은 소설보다, 읽은 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 지 모를 소설들이 더 많았다. 나는 될 수 있으면 별점을 후하게 주는 편이다. 소설을 쓴 사람이 느낀 고뇌가 독자에게 전달되지 않은 소설을 아직 신간평가단을 하면서는 접하지 못했다. 내가 준 별점은 너무 후한 까닭에(?) 책을 선택하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날을 지탱하는 것은 책임감이라고, 지금의 나는 믿는다. 죽지 못해 산 생명이라도, 살아있다면 산 생명을 산 생명답게 살도록 만들 책임이 있다. 그렇게 멋대로 생각해버리고 결정해버린 까닭에. 살아남는다는 것이 어떤 것일지 매번 생각한다. 그리고 수많은 것들을 짓밟으면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내 생명의 하찮음에 절망한다. 그래도 다시 죽지 못해 살기로 결심할 수밖에 없어서 비루하다고 여긴다. 

내게 생존은 큰 문제다. 생명력이라는 건 위대한 힘이라, 그것에 기대어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지만. 그래도 나와 같이, 상처받기 쉬운 사람에게는 매일매일이 생존의 문제다. 외부적 생존의 문제- 내일은 어떻게 밥벌이를 할 것인가.-와 내부적 생존의 문제 - 나는 왜 보고 싶지 않은 것들을 보고 느끼고 싶지 않은 감정들을 느끼며 삶의 기쁨을 만끽하지 못하는가. - 는 늘 나를 버겁게 한다. 산다는 것이 무엇일지 생각하게 한다. 글쓰기를 꽉 붙들게 만든다. 만약 글쓰기가 고도로 발달된 시대에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정신병자로 취급받지 않았을까 하는, 자조 섞인 생각도 한다. 


그래도 15기 소설 신간평가단을 무사히 마쳤다는 게 기쁘다. 

비록, 만족스럽게 리뷰를 썼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이번에도 책을 읽고 뭔가를 말하고는 싶은데 허공만 겨우 짚다 앗 하는 사이에 여섯달이 지나버렸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만의 시선으로 긁어모아서 하는 일은 정말 어렵다. 숙련이 필요하다. 



내가 뽑는 나만의 베스트 5는 이렇다. 

내게 오래 남아 나를 괴롭혔던 소설들을 뽑았다.
순서는 무작위다. 먼저꼽았다고 더 좋은 소설이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익사

읽으면서 울었다. 담담하게 말하는 게, 너무 아팠다. 

나는 매일 붕괴되고 있지만 글조각 하나에 의지하여 살고 있다는 번역에.. 공감했다. 동감했다.

차분하게 한꺼풀씩 벗겨 진실에 도달하는 소설의 모양새도 마음에 들었고, 살아움직이는 인물들도, 문장들도, 가슴을 울렸다.  


용감한 사람들

평범하게, 행복하게 사는데 얼마나 많은 자기기만이 필요한지, 생각하게 된 소설이다.(정작 리뷰에는 쓰지 않은 이야기지만) 타자를 상처입히지 않고는 자기 자유를 실현하면서 살 수 없단 말인가. 인간의 생은 결코 한 번에 한가지 문제만 해결하라고 하지는 않는다. 골치아프다.


리모노프

아아, 카레르가 표현한 리모노프는 자기기만의 절정에 다다른 사람이다. 수많은 사람을 상처입히고도 에너지넘치고 한편으로는 비인간적인 방식이 아닌 삶을 살 수 있다는 게, 외부적으로는 비루해도 누군가에게 스타로 추앙받는다는게, 그 아이러니가 참 소설적이어서, 소설적 삶을 산 인물을 다룬 소설이어서, 놀라웠던 소설.


지평

내가 아무리 고독해도 누군가를 나 이상으로 사랑할 수 있을까. 고독하기 때문에 고독하게 남을 것이다. 나는 언젠가 곧 잊혀질 것이다. 사라질 것이다. 그것밖에 남지 않았으니, 최선을 다해 기억하고 , 최선을 다해 사라질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을 살려고 노력할 것이다. 사라지는 기억을 붙잡고 싶어서 안달이 나도록 만든 문체들. 예쁘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지금을 살고 있는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기 때문에 선택했다. 소설이 끊임없이 말하는 게 현재적인 문제였기 때문에, 제목부터 나를 움찔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선택했다.



나만의 최고의 소설은 '익사'이다. 붕괴 위기에서 지탱할 곳을 찾고 싶어서이다. 그것이 지향할만한 공동체이든 무엇이든. 

"These fragments I have shored against my ruins." 를

'나는 지금도 실제로 붕괴 위기에 처해 있고, 어떻게든 그 위기를 버티려 하는 것이라고. 그리고 여전히 이런 글 조각 하나가 의지가 되고 있다고.'

라고 번역한 부분이 (그것을 또 우리말로 번역한 부분이) 인상깊었다. 


이 구절이 책 내용을 대변하는 것 같지는 않다. 책의 내용은 앞으로 더 잘 이해하기를 바라면서. '익사'를 뽑았다. 내게는 한 권을 따로 뽑기는 다섯권을 뽑기보다 어려웠다. 


신간평가단이 되어 덕분에 즐겁게 읽었던 것 같다. 



> 감사합니다.


p.s. 너무 늦게 올려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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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다는 게 더 자신이 없다. 잘 써야 한다고 여겼는데, 사실 이렇게 우울해하면서까지 잘 써야 할 이유는 없다. 아마도? 하여튼 모든 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애초 마음에 들었던 적이 없던 것처럼. 단 것을 아무리 먹어도 살 부딪치는 소리만 출렁거리고 엔돌핀이 돌지 않았다. 자꾸 도망치려 하고 회피하려 해도 그럴 수 없는 지점에 도달해버렸다. 딱 벽에 머리를 찧어서 세상이 팽글팽글 도는 순간의 기분이다. 

 더 섬세하게 글을 써야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단어 하나 하나에 무게감을 두고 쓰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잘 전달되지 않고, 주어, 목적어를 빠뜨리고... 과감한 생략이라 여기며 위안했는데, 곡해를 부르는 생략이었다. 

활자들이 알알히 가득 의미가 있는, 그러고도 재미까지 꽉 찬 소설이 마음을 정화해주길 바랬다. 

 

 

잭런던, 이름만 많이 들었다. 요즘들어 이름이 자주 들린다. 서점에 가서 곳곳을 둘러보다가 이름을 몇 번 발견했고, 2-3년전에는  EBS 에서 그의 소설을 영어로 읽어주었다.

 

 매일 하루에 천 단어씩 글을 쓴 것으로 유명한 그는 만 40세에 세상을 뜰 때까지 『야성의 부름』 『늑대개 화이트팽』 등 19권의 장편소설뿐만 아니라 수백 편의 기사, 에세이, 비평을 비롯해 200여 편에 가까운 단편소설을 남겼다. (출판사 책소개)

 

책 소개를 읽으니 참 소설 많이 쓰셨다. 한 번도 읽지 않은 게 신기할 뿐이다. 이번 기회에 읽어보자 하는 생각이 든다.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이라니 제목부터 참으로 찰지다 찰져. 나는 구제불능 비관주의자인데 낙천주의자는 어떻게 사고하는지 듣고 싶다. 

 

역사의 큰 사건들과 정교하게 겹쳐지는 청소년기를 보내며 차츰 성숙해가는 소년 미셸의 삶을 그린 소설.(출판사 책소개)

 

 역사적 사건과 개인은 절대 따로 놀 수 없다. 세계 2차대전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통스러웠는지. 또 역사적 사건으로 기술되지 않을만한 사소하고도 거대한 사건은 개인의 역사에는 지대한 영향을 미치곤 한다. 그러니까 그런 것보다 소설적으로 얼마나 잘 풀어냈느냐가 더 중요한 법이겠지. 과연 이 소설은?



  책소개를 보고 책에 대해 더 알고 싶었는데, 책 소개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선택한다. 처음 보는 작가, 이국적인 이름. 그런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에 속해있다. 호기심이 인다. 


 

 

 

 

 

 

 

 

 

 

 

 20세기 헝가리가 낳은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하나로 꼽히는 나더쉬 피테르의 중편과 단편들을 모은 소설집. 로베르트 무질과 마르셀 프루스트에 종종 비견되는 피테르 나더쉬를 가리켜 수전 손택은 "우리 시대 최고의 작가"라고 격찬했다. 그의 작품들은 한때 헝가리 검열의 그림자 아래 가려 있었으나 그 천재적인 문학성을 인정받아 현재는 전 세계에서 번역되고 있다. (출판사 책소개)

 

 새로운 글쓰기 실험? 좋지요. 헝가리 작가? 읽어보지 않았으니 더 좋지요. 

수전 손택이 꼽았다구요? 읽어볼래요. 궁금하군요.



 

 

역시 마음을 정화하는 데 소설, 이야기만한 게 없다. 지금 '오에 겐자부로'의 '익사'를 읽고 있는데, 아까보다는 마음이 안정되어 집중력이 돌아왔다. 다시, 또 하루를 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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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BBP 2015-05-08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자랑 완전 똑같..

우끼 2015-05-22 21:49   좋아요 0 | URL
:)!! 헤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