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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제인의 모험
호프 자런 지음, 허진 옮김 / 김영사 / 2025년 10월
평점 :

출판사 제공도서로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나는 내 바깥을 향해 모험을 찾았고, 내 안을 들여다보며 용기를 찾아냈다.”
《메리 제인의 모험》은 위험하고 예측 불가능한 여행을 떠나는 열네 살 소녀의 성장기를 그린 소설입니다. 소설의 배경은 19세기 중반으로 미국 중심부를 관통하며 흐르는 미시시피강의 상류입니다.
19세기 미국을 생생히 묘사하고 다층적인 캐릭터와 시대를 초월한 주제의식으로 높이 평가받은 작품이라고 합니다. 열네 살 메리 제인의 모험 기대가 되는 작품입니다.
미시시피강을 따라 흐르는 장대사 서사 그 뒤엔 용감한 메리 제인이 있었습니다.
1900년대 초반, 미국의 미시시피강 주변은 교역상 ‘보야저’와 이들을 위한 교역소로 북적이는 곳이었다. 주인공 메리 제인도 할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태어날 때부터 교역소에서 지냈다. 어느 날 그들이 머물던 교역소에 불이 나고, 메리와 가족들은 800㎞ 떨어진 스넬링 요새로 향한다. 즐거운 여행을 꿈꾸며 도착한 것도 잠시. 어머니는 이제 겨우 열네 살이 된 메리 혼자 강 남부에 있는 이블린 이모를 찾아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엄마가 메리제인에게 준비한 보자기에는 바늘 세 개, 실패에 감은 비단실 하나, 날카로운 석영, 무명천, 알코올이 든 작은 약병, 찻 숟가락, 야생원두 잎이 든 주석주전자, 양지꽃 뿌리, 호스민트, 남은 쑥국화 차들어 있었습니다.
“이제 여기서 잘 가라고 행운을 빈다고 인사해겠구나, 메리 제인. 크로퍼드 요새가 바로 저기야. 보이니? 아, 커다란 깃발이 펄럭이는 것 좀 봐!” “아아, 성조기군.” 마틴 목사님이 기뻐했다! “크로퍼드 오새에서는 선한 미국인들이랑 지내게 될 테니 안심해.” “아니에요. 저는 에드워즈 오새에서 내려요.” ---p.77
엄마는 사랑해 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엄마의 사랑은 말로 표현할 수 있는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스니다. 어쩌면 엄마의 사랑은 신뢰하지도 않는 사람한테 나를 맡기지 않고 직접 세례를 주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에드워즈 요새로 가는 증기선에 오릅니다. 이렇게 가족과의 첫 번째 긴 이별이 시작됩니다.
메리 제인은 집을 떠나기 전에는 알았을까요? 여행은 강과 들, 호숫가를 보면서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될줄은 교역소 주변에만 머물던 자신이 몰랐던, 할아버지와 어머니 로비 오빠도 몰랐을 세상과 마주합니다. 나무가 다르고, 새들이 다르고, 심지어 북부에서 알던 사람들과는 다른 사람들, 여행이 그렇듯 위험하고 예측 불가한 순간이 가득합니다. 건달에게 속아 표를 잘못 구매한 사실을 뒤늦게 선장을 통해 알게 되는데... 메네소타벨호는 세인트폴을 향해 갈거라고 하네요. 25달러 중 13달러를 돌려받아 다시 걸리니언호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
“시장의 말을 듣는 일엔 늘 위험이 따르지. 그건 부정하지 못해. 메리 제인. 결과가 완벽하다는 보장은 절대 없고, 설령 잘 되더라도. 힘든 시기는 오게 마련이야.”---p.168
메리제인이 이블린 이모와 조지 이모부를 지키려 애썼던 일은 바로 가정과 가족을 만드는 일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그 시간이 힘들었냐고 묻는다면 사실 그렇지 않았습니다. 필요한 건 특별한 용기나 자질이 아이었고 강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그저 선택의 문제일 뿐 누군가가 눈앞에서 서서히 죽음에 잠겨갈 때 선택지는 둘뿐이었습니다. 그 자리를 박차고 떠나든지 옆에 앉아 그대로 머물든지 어머니는 메리제인이 그 일을 훌륭히 해 낼 것이라 믿었기에 먼 곳 까지 보내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메리는 누군가를 믿고 또 배신당하며 성장하며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 보내는 아픔을 직접 경험하게 됩니다. 소설 속 1900년대 미국의 시대상은 현재를 비추어보게 하고, 주인공의 1인칭 시점으로 쓰인 글은 마치 독자가 주인공이 된 듯 몰입하게 만듭니다. 메리 제인은 이제 남은 수전과 조애나를 데리고 어떻게 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우리는 사랑할 거야.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을 거야. 다른 모든 것보다 우선 사랑을 해. 그게 지금 우리가 할 일이야.” ---p.205
‘나는 사람이 재산인 이곳에서 사촌들을 데리고 떠날 거야.’ 이곳이 나를 바꾸어 놓았지만 아이들은 바꾸지 못하게 할 거야. 나는 다짐했다.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리 잡는 걸 보고 나서 내가 자유롭고 편안해질 수 있는 어딘가를 찾을 거야.’ ---p.371
저자 호프 자런은 미국의지질학을 전공한 저명한 여성 지구물리학자입니다. 과학자로서 권위 있는 상을 여럿 수상한 것은 물론 <랩걸>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등의 논픽션을 집필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첫 소설인 <메리 제인의 모험>은 미국 현대문학의 효시로 꼽히는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 속 인물 ‘메리 제인’을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어린 시절 읽었던 추억을 되살려 보게 됩니다. 하지만 마크 트웨인의 소설에서는 단 28쪽만 등장하는 인물의 이야기를 호픈 자런은 재미있게 재탄생시킨 것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장면의 대부분은 실제 19세기 장소와 사건, 현상에 바탕을 두었다고 합니다. 교역소 생활에 관한 묘사는 근처 브랜드 하우스의 기록을 참고로 했고 교역소를 소실시켰던 1815년 화재와 그 이후 재건과 과정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19세기 비버 모피와 기타 모피의 교환 가치는 세인트폴의 미네소타 역사관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메리 제인은 이모댁에 도착한 뒤 사고로 다친 이모부와 생활과 병간호에 지친 이모를 돕고 사촌 수전과 조애나를 보살피면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 어려운 여정에 도움을 받은 선장과 어른들도 있었지만 여러 기지를 발휘해 문제를 잘 해결해 나가는 메리 제인의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인물로 묘사됩니다.
여성이자 과학자인 저자 호프 자런은 고전소설이 기록한 그동안의 여성의 틀을 벗어던지고, 한 소녀의 용감한 성장기를 훌륭히 완성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