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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엔젤
가와이 간지 지음, 신유희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언덕위에서 호수를 바라보고 있는 이는, 한 노인이었다. 발치에는 온통 야생 잔디인가 싶게 키 작은 잡초가 파랗게 돋아나 있었다. 이따금 호수면을 거쳐 온 바람이 노인의 하얀 턱수염을 어루만지고, 주변 나무들 사이에서 파드닥 날아오른 작은 새가 소리 높여 지저귀며 하늘을 날아다녔다. 노인은 언제부터 이 자리에 앉아 있었을까. <가와이간지>의 섬세한 표현과 심리묘사, 속도감 있는 전개에 스크린을 보는 듯한 스토리에 빨려 들어가는 소설은 <스노우엔젤>입니다. 전 세계가 코로나 팬데믹에 직면한 지금, 질병에 지상의 망가진 자들을 구원하기 위해 하얀 천사가 내려온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약과 도박을 이용해서 이 세상에 ‘쾌락의 천국’을 건설하려는 자들과 그들을 막기 위해 나선 추락한 자들 간의 암투에 긴박감도 있습니다. 우리가 기다리는 백신은 언제 나올까요? 지금 시대와 많이 공감이 가는 소설로 추천합니다. 작가의 또 다른 소설 <구입한 데블 인 헤븐>도 읽어 볼 예정입니다.
도쿄 한복판, 차와 흉기로 행인 수십 명을 무차별하게
살해한 후 빌딩 옥상에서 투신한 남자가 남긴 의문의 말
“천사님, 이 미친 세상에서 저를 데려가주세요.”
“아마도, 천사의 모습을 본뜬 도안으로 보입니다.”
또 천사냐……. 상을 찌푸리는 진자이에게 미즈키 쇼코는 설명을 계속했다.
“이 도안은, 설국의 아이들이 쌓인 눈 위에 누워 팔다리를 위아래로 휘저어 만드는 눈의 천사와 모습이 매우 비슷합니다.
때문에 저희는 이 합성 약물을 ‘스노우 엔젤’이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스노우 엔젤…….
--- p71
“약물을 합법화하면 어둠의 자금원을 잃은 마피아가 힘을 잃고 약물 시장이 축소될 것이라는 논리죠. 요컨대 현재 위법인 약물을 담배나 술처럼 해금해서 국가가 관리하여 세금을 거둬들이겠다는 심보인데…….”
이사는 빨아들인 수증기를 맛없다는 듯이 후우, 하고 토해냈다.
“그런데 약물을 합법화하면 이번엔 세수를 늘리기 위해 매상을 올리려 들 테니까, 담배나 술과 마찬가지로 사회에 정착해버릴 거란 말이죠. 요컨대 국가란 놈은, 어떤 국가든 국민의 건강보다는 돈이 중요한 거예요.”
--- pp.190~191
이 책은 작가정신에서 협찬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