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묻다 - 이길여 회고록
이길여 지음, 김충식 인터뷰어 / 샘터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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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역사를 엿본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잘 알지 못한 이의 발자취를 바라본다는 건 자신과 다른 삶의 행보를 보는 것이다. 그 안에서 무엇을 발견하게 될까? 그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이의 행적을 글자로만 따라간다면 의미없는 시간 죽이기나 다름 없다. 이길여 학장님의 삶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녀가 말한 행복과 치유,실력, 담력, 희생의 의미를 각각의 인생에 적용하길 바라본다.



2020년 9월부터 2년여 동안 김충식 교수가 이길여 총장님을 인터뷰하면서 그녀의 삶을 조명한 회고록이다.

나 같은 의료인이 돼라"

이런 말을 쉽게 타인에게 쉽게 내뱉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만심이 하늘을 찌른다거나 코웃음 치기 딱 좋은 말이다. 그럼에도 소신있는 발언은 그만큼 열과 성을 다해 산 사람만이 할 수 있다. 그녀의 생은 어떤 길이었을까? 



아들이 귀한 집안에 딸로 태어난 이유로 미운 오리 새끼로 자랐던 어린 시절. 백조로 자랄 수 있었던 건 한없이 품어 주는 어머니의 희생과 사랑이었다고 고백한다. 어렸을 때부터 지기 싫어 했던 성격 탓에 내기로 달리던 차를 세우기도 했다고 하니 담력은 어렸을 때부터 몸에 장착되어 있었나보다. 공부에 욕심이 있어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 쓰고 중학교에 입학하고 서울대 의대까지의 과정까지 어머니의 사랑이 아니면 해낼 수 없었다. 선영의 시제에 다녀온 후 급성 폐렴으로 짐작되는 병으로 돌아가신 아버지로 인해 의사가 되겠다고 결심한 그녀는 어디서든 열성파였다. 시체 한 구로 해부학 실습을 하는 가 하면, 추운 겨울 날 얼음장 같은 바닥에서 얼어버린 잉크를 손에 녹여 가며 공부하는 모범생이었다.



미국으로 유학을 가고 싶어 발버둥쳤던 시간들, 그 시간 속에 이길여 산부인과가 탄생했다. 젊은 친구들에게는 생소했을 '보증금 없는 병원'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무료로 검진을 하고 아이를 받았다. 무의촌 진료 뿐만 아니라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엔 병원을 세우는 담력까지,,,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이길여 학장님은 미혼이시다. 미국으로 유학을 갔을 때 생애 단 한 번의 로맨스를 했다는데, 만약 결혼을 했다면 지금의 그녀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



그녀의 삶을 통해 한국의 역사를 바라보다.

현재 80이 넘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많은 일들을 추진하고 결실을 맺고 있다. 꽤 긴 세월을 지내는 동안 전쟁과 해방, 수 많은 국가적 이슈들을 지나갔다. 1939년 한글 교육이 폐지된 시기 때, 친구들과 놀다가 무심코 나온 한글말로 인해 선생님께 뺨을 맞았다는 일화. 정신대에 가지 않기 위해 어린 나이에 첩으로 들어갔다는 동네의 한 언니.



일본의 식민지에서 해방이 되기까지, 또 동학 운동을 했던 집안 분위기, 천주교를 믿던 조부의 행태들로 인해 그 당시의 삶이 어떻게 급박하게 돌아갔는지 알 수 있다. 

이 책은 그저 한 사람의 회고록으로 국한하기보단 한국의 근현대사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



그녀의 실력과 담력은 많은 학생들에게 꿈이 되고 현실이 된다.



이길여 학장님의 업적을 일일이 열거하자면 밤새 이야기해도 모자라다. 학생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하면 지원을 아끼지 않는 투자와 그만큼의 추진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오랜 세월 동안 우여곡절이 왜 없었겠는가. 위기를 기회로 삼은 그녀의 실력은 전쟁 중에도 교육을 놓지 않은 우리나라의 힘의 발판도 하나의 힘이다.



현재까지도 총장님의 결단력있는 모습은 많은 이들의 멘토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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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3 - 마케팅 전문가들이 주목한 라이프스타일 인사이트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김나연 외 지음 / 싱긋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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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전문가들이 속해 있는 이노션 인사이트그룹에서 매년 친절하게 트렌드를 분석해준다. 2023년엔 어떤 트렌드가 인기 있을까? 한동안 코로나19로 인해 힘들었던 시기가 지나고 위드 코로나로 환경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시대에 우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 이 책을 통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 받길 바란다.

4개의 큰 쳅터로 이루어진다. 놀이, 일상, 세상, 마케팅
1. 놀이- 입고 쓰고 먹는 행위가 어디에서 이루어지는지 살펴 본다. 추상적으로 이야기하지 않고 데이터를 통한 방향성이라 더 믿을 수 있다. 팝업 스토어의 전망과 찐핫플을 찾는 인스타그램, MZ주류 사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2. 일상- 팬데믹 시대 속 디지털의 일상화를 바라본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함께 가는 사회가 되어 가는 변화 속에 '갓생 '루틴이 화제다. SNS상에 자신의 루틴을 올리며 개인의 삶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3. 세상-물가가 계속 치솟고 있는 현실에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쓰는 것도 중요하다. 절약 첼린지 즉 짠테크로 자산을 관리한다. 안 쓰는 기프티콘은 현금화 한다던가, 온라인 플랫폼에서 출석 체크로 금 소유권을 주는 것 등 불안정한 사회에서 살아 남기 위한 자신만의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4. 마케팅-멤버십 구독 서비스의 유료로의 전환, 친환경 마케팅이 점점 힙해지고 있음을 알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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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를 통해 분석되어진 2023년의 모습을 통해 각자가 방향을 정하면 될 듯 하다. 알고만 있어도 무기가 되는 책이니 한 번 꼭 읽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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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별에서의 이별 - 장례지도사가 본 삶의 마지막 순간들
양수진 지음 / 싱긋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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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_별에서의_이별

📌
아무리 필멸이 필연이라는 것을 머리로 인정해도 그것만으로는 가슴의 고통이 덜어지지 않는다. 되뇔수록 인간은 죽음 앞에 한없이 나약하고 무력한 존재임을 깊이 깨닫게 될 뿐이었다.(p30)

국제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우연한 기회에 장례 지도사의 길을 걷게 된 양수진 씨. 고인의 마지막을 함께 하는 사람이다. 젊은 나이에 하필 그런 일을 하나? 라고 되묻는 가족들과 지인들이 있을 게다. '결혼은 할 수 있겠어?' 라는 적잖은 핀잔이 돌아온다. 어떤 장례 지도사는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타박하기도 한다.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던 특별한 직업 장례지도사 이야기, 양수진 씨가 경험하고 느낀 바를 책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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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기다려주지도 사정을 봐주지도 않는다. 안타까운 생명의 소멸 속에 수많은 감정을 느꼈을 작가. 울지 않고 볼 수 없는 책이다. 살아있는 자들이 힘을 내도록, 먼 길을 떠난 망자들의 명복을 빌어줄 수 밖에 없음이 슬프기만 하다.

가난해서 연인에게 버림을 받고 자살을 택한 사람, 내 집을 마련의 꿈도 홧김에 방화를 저지른 부부 때문에 대학생 딸을 잃은 엄마, 한 칸짜리 방에서 오롯이 혼자 죽어야 했던 한 남자, 신혼 여행 중에 남편을 잃은 아내, 주인의 죽음에 반려견도 곁을 지키며 함께 생을 마감했던 사연. 작가는 일을 하는 동안 다양한 죽음의 사연들 속에 얼마나 절망하고 안타까워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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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지도사라는 직업을 택하면서 먼저 행한 것은 긴 생머리를 자르는 거였다고 한다. 또한 아직 고착되어 있는 편견 때문에 힘든 일이 많았다. 그 속에서 살아 남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감정을 소모하는 직업 중의 하나인 장례지도사는 울면 안 되는 원칙이 있다. 하지만 그들도 인간이다. 거대한 슬픔 앞에서 눈물 흘리는 사람인 것이다. 작가도 일 자체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시기가 있었지만 상주의 감사 전화를 받고 다시 일어섰다고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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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은 하나의 연장선이다.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도 하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직업에 대해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게 한 <이 별에서의 이별>은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도 함께 던진다. 요즘은 죽음을 받아들이는 마음 부터 달라지고 있다. 한 번 쯤 누구나 경험할 이별이라면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고민도 해볼 필요도 있다. 

🔖
내가 장례지도사로서 성숙해지는 과정은 무언가를 얻어 채워가는 '더하기'가 아니라, 자존심과 거만함을 버리는 '뺴기'였다.(p157) 

🔖
죽은 자의 살아 있는 목소리를 듣는 것.
그리고 산 자의 죽어가는 목소리를 감싸안는 일.
그것이 남은 이들의 숙명일 수도 있지 않을까.(p80)

🔖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운가 하는 것이다.(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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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상의 역사 - 마키아벨리에서 롤스까지
사카모토 다쓰야 지음, 최연희 옮김 / 교유서가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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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상의역사

사회사상이란 무엇인가?
포괄적인 의미로 보면 가족, 회사, 국가 등을 예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정치나 경제도 사회사상의 일부라고 치부하기엔 명확하지 않다는 게 작가의 생각이다. 이 책은 근대사회, 즉 유럽 사회와 그 연장선상에 있는 북미 대륙 사회로 한정시킨다. 경제학적 접근 방법으로 사회사상을 엿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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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은 과거와 무관하지 않다. 많은 사상가들이 주장하는 이론들을 만나보는 것은 과거로부터 이어온 사상 전통들이 각 사상가들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 또 다른 변용된 사상이 탄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같은 시대의 사상가들도 자신이 주장하는 이론이 다르다. 전통과 자신의 사상이 만나 또 다른 이론이 나타나는 것처럼 말이다. 

_
마키아벨리로 시작하여 루터와 칼뱅의 종교개혁의 사회 사상으로.
사회계약은 어떻게 전개되어 가는지 홉스와 로크를 통해 알아본다. 그리고 루소, 스미스, 마르크스, 밀, 현대 '리버럴리즘'까지 사회사상이 과거의 사상가들에 어떤 영향을 받고 변해가는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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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상의 역사에서 배울 것이 무엇인가?
우리는 혼자 살 수 없는 '공'의 역사 속에 있다. 즉 '공'과 '사' 사이에 살아가는 존재이다. 제도 속에서 우리가 자유를 얻기는 쉽지 않다. 특히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완전하지 않기에 우선 앎이 선행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알아야 비판을 하고 바꿔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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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의 심장 - 교유서가 소설
이상욱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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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소설가를 만났다. 한 권의 책이 엄청난 존재감으로 다가올 줄 예상하지 못했다. 단언컨대 괴물 같은 작가다. 소설이 철학적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고 썼을까? 내면의 전쟁 같은 사투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글이다. 플롯의 신선한 재미는 독자들의 뒤통수를 제대로 가격한다. 또 허를 찌르는 반전까지 갖춘 작품이니 강력하게 추천한다.


<기린의 심장>은 9개의 이야기가 얼키설키 엮어져 있다. 소재와 분위기는 다르지만 어딘가 묘하게 닮아 있는 이웃사촌이라고 하면 이해가 되려나. 내용물은 다르지만 추구하는 본질은 같다는 말로 대신해도 되겠다.


등장인물들은 각기 다른 장소와 환경에서 자신만의 선택을 한다. 그 결과로 생과 사가 나뉘고, 선이 악으로 변하기도 한다. 책임 역시 개인에게 오롯이 돌아간다. 인간은 많은 선택 속에서 살아가야 하고 책임을 종용 받고 있다.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의 수레 속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가치를 선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들이 이곳에 있다.


운명은 정답이 없는 시험지 같다. 답이라도 있다면 틀렸다고 인정하면 될텐데, 참 어렵다. <하얀 바다>는 답이 없는 문제를 푸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누군가는 어렵게 가진 아이를 잃었고,어떤 이는 갑자기 생긴 아이를 지우는 인생을 어떻게 설명할까? 그들의 아픔은 그림자가 되어 마음에 담겼다.


📌"그림자 속엔 어두운 마음이 숨어 있거든. 원하던 걸 얻지 못할 때, 사랑하는 사람을 잃거나 몸에 병이 찾아오면, 그림자에 숨어 있던 어두운 마음이 슬그머니 나타나 발목을 움켜쥔단다." (라하이나 눈 중에서)

📌"가끔 마음이란 게 잔뜩 흠집 난 유리처럼 느껴질 떄가 있어. 흠집이 많아질수록 유리는 점점 불투명해지고, 마침내 저편이 보이지 않게 되는 거야. 어쩌면 죽음이 그런 건지도 모르겠어." (기린의 심장 중에서)

마음이란 참 알쏭달쏭한 녀석이다. 가까워진 것 같다가도 금새 낯선 아이가 되버린다. <기린의 심장>에 등장하는 K처럼 . 여자 친구와의 이별은 무의식 속에 상처의 그림자를 남긴다.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서 만난 여자아이. 어머니의 약으로 쓴다며 기린의 심장을 원하는 아이. 배경이 된 동물원은 사람의 무의식의 표현이다. 이미 쓸모가 없어진 저장소. 그럼에도 우리는 무엇을 선택하는가? 그건 개인차가 있는 가치의 문제가 아닌 인식의 문제임을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다.

블랙 코미디를 보여 주는 <어느 시인의 죽음>, 자신을 선이라 하는 자가 과연 선한 사람일까의 물음을 던져 주는 <마왕의 변>, 그 외에 언급하지 않은 단편들도 많은 시사를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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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 잡기
-우선 생각하지 말고 재밌게 읽을 것
-작가만의필력과 상상력이 버무려졌으니 결론을 쉽게 단정짓지 않기.
-의미가 모호한 단편들도 있어서 토론용으로 굿

@gyoyu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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