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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표지에서 보이는 많은 학생들이 강의실을 가득채운 모습은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이다. 특히 그 강의가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라면 두말 나위 없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수강하는 과목이 뭐냐고 되묻는다면 아마 취업, 면접, 자기소개서와 같은 강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정의란 무엇인가] 이런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것은 지식인들에 대한 질문처럼 들리며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대답을 요구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과거 어린 시절 배운 정의에 관한 내용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옳고 그름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요즘에 들어 정의란 것을 생각함에 있어서는 스스로의 견해보다는 언론의 역할을 통해 정의란 것을 접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정치적, 경제적, 종교적으로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판단하는 것은 개인의 생각보다 사회적 다수결로 결정이 된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저자는 오랜 세월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펼쳐왔다. 그 정의란 것이 다른 질문과 같이 확실하게 정의내릴 수 없는 것은 앞서 말한 옳고 그름에서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더 큰 범주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와 개인에게서 나타나는 정의는 그 상황과 역할에 따라서 서로 다른 이론을 만들어내어 정의를 표현한다. 벤담의 공리주의, 자유지상주의, 존 롤스의 평등분배, 칸트의 권리옹호,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적 사고 등 정의를 말하는 이론은 다양하고 그것을 적용하기 위한 것들 또한 여러 입장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사회를 우선으로 말하는 정의에서는 개인이 손해를 보게 되고, 개인을 우선으로 하는 정의를 말할 때에는 사회의 존재자체를 무시하게 되는 현상이 벌어짐으로 인해서 정의란 것을 말할 때에는 한쪽에 치우치기 보다는 사회와 개인 간의 조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각 이론들에 속하는 설명과 더불어 그것이 가지고 있는 허점이나 반론 등을 보여줌으로 인해서 독자에게 정의에 대한 단순한 생각을 벗어나고 계속적으로 논의 해 봐야 한다는 것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이론들을 보여주는 예문들은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많이 쟁점화 되었던 것들을 보여줌으로 인해서 여러 이론이 정의에 대해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 가를 쉽게 이해시키도록 하는 논의의 성격을 띠고 있다.
흔히 어떤 쟁점에 대해서 옳고 그름을 말할 때 '당연히'라는 것을 은연중에 많이 생각한다. 그 쟁점이 가지고 있는 본질의 파악이나 반론의 여지를 염두 해 두지 않고 '당연히'라는 기존의 생각을 옳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당연히'는 감상적이나 동정심과 같은 감정에 속한 개념이고 쟁점에 대한 옳고 그름을 판단하거나 정의를 논함에 있어서 그러한 것들은 필요 없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정의를 논하고 판단함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바로 이론의 적용이고 그것이 쟁점 속에서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 가를 판단하고 또 반론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진정 정의를 알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여러 예시에서 표현하고 있다.
정의를 표현하는 많은 내용 중에 눈에 띄는 부분은 "조상의 과거 잘못에 대해 현재의 자손이 사과할 필요가 있는 가"라는 부분이다. 특히 이 부분은 우리나라와 일본과의 역사적 관계 속에서 주장하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라서 민감하면서도 공감되게 지켜봤다. 이러한 쟁점을 접했을 때에도 여러 가지 이론들은 그 쟁점에 대해서 다각적인 시선으로 정당성을 부여하여 자신의 말이 맞는다는 것을 피력한다. 그렇지만 그 속에 숨겨진 반론이나 논란의 여지를 끄집어내어 새롭게 판단하는 의견은 정의란 것이 확실하게 어느 이론에 속함이 없이 다양한 관점 속에서 존재함을 알려주는 부분이다. 그리고 그러한 정당성은 누구에게나 이해가 되고 공감이 되어야만 정의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정의란 것은 특정하게 정의내릴 수 없는 다양한 시선을 가지고 있다. 사회를 살아오면서 똑같은 상황에서도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것을 보면 실제적으로 정의와 관련된 이론들은 사회곳곳에 보이지 않게 적용되고 있음을 느낀다. 정의라고 생각하지 못한 것에서도 정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책에 소개된 내용들은 삶을 살아가는 일부임을 망각해서 안 될 것이다.
이 책을 덮으면서 비록 책으로 정의를 접했지만 과연 실재로 강의실에 가면 어떠한 모습이 보일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많은 학생들과 교수와의 의견교류와 더불어 반론과 반론이 난무하면서도 의견을 공감하는 깔끔한 광경이 연상된다. 정의란 것이 딱딱하기 보다는 세상에 존재하는 일원으로서 가져야 할 의견의 일부임에는 두말할 여지가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