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가정 친구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다 보면 정말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우리야 다 알아서 무심히 치나치는 것들도

외국어로 한국어를 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의문 덩어리일 수밖에 없다는 걸 새삼 느끼고

늘 그녀들에게 친절하고 세심하게 가르치려고 노력한다. 

 

우리나라에 온 지 얼마 안 된 친구들은 어휘랑 표현, 발음, 기본 문법 익히느라 정신이 없다.

그런데 한국에서 3,4년 살다 보면 서서히 우리말의 발음 규칙에 대한 의문도 생기고 

표현의 미묘한 차이에 대해서도 궁금해지기 시작하는 모양이었다.

 

중급 이상으로 갈수록 한국어가 너무 어렵다는 말을 한다.

발음 규칙도 수없이 많고, 예외도 많고, 불규칙 활용도 알아야 하고, 어미 활용에 연결어미,

끊어읽기나 억양도 생각해야 하고, 관형어나 연어, 속담, 높임말, 한자와 고유어 같은 것도 알아야 하니

그 말에는 나도 십분 동의~

 

방문 수업하는 친구들은 대부분 초급이라서 질문이 많지 않다.

하지만 내가 자원 봉사를 다니는 한 기관(이주여성 가정폭력피해자 보호시설)에서

만나는 친구들은 정말 다양한 질문을 쏟아낸다.

한국에 온 지 한 달 된 친구부터 15년 된 친구까지...

 

베트남, 중국, 필리핀, 일본, 캄보디아, 태국, 네팔,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몽골, 파라과이... 

각자 고향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고, 학력도 다르고, 한국에 오게 된 사연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고...

같은 거라고는 한국 남자를 만나 결혼했다는 사실 하나뿐.

 

시부모님과 같이 사는 친구들은 선생님이 가르치는 표준어와 시어머니가 쓰는 말이 달라서 질문이 많고

경상도나 전라도 쪽에서 살았던 친구들은 사투리 때문에 질문이 많아진다.

문화적인 차이에서 오는 질문도 많다.

그리고 영어나 일본어를 그대로 쓰는 표현, 외래어에 대한 질문도 단골이다.

 

가끔은 나도 대답해주기 애매한 질문을 받기도 한다.ㅜ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는 가르치면 가르칠수록 어렵다는 생각에

사이버로나마 한국어교육학을 다시 공부하고 있는데

공부하랴, 시험 보랴, 과제하랴 좀 바쁘긴 하지만

이제 조금 감이 잡히는 것 같아 공부하는 게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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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3-04-27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부하는게 즐거운 님이 부럽네요. ㅋㅋ
저도 퇴직하고 나면 님처럼 한글 봉사하고 싶어요~~~

소나무집 2013-04-29 15:35   좋아요 0 | URL
처음엔 한국 사람이 한국어 가르치는 데 공부가 뭐 필요한가 싶었어요.
그런데 가르치면 가르칠수록 제가 아주 많이 부족하더라구요.
그래서 아예 사이버 학위 과정을 시작했어요.
세실 님은 아주 잘하실 거예요.^^

이진 2013-04-27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걸 물어보는지 써주셨으면 더 좋았겠어요.
궁금하네요. 저는 늘 언어를 새로운 시선으로 보려고 노력하지만 잘 안 되는 게 현실이잖아요.
국어를 저도 처음부터 차근차근 배우고 싶어요.

소나무집 2013-04-29 15:38   좋아요 0 | URL
문법적인 것도 있지만 문화적 차이라든가 아주 사소하고 미묘한 표현의 차이 같은 걸 물어올 때가 더 많아요.
다음에는 이런 사례를 모아서 페이퍼를 하나 써봐야겠네요.^^

프레이야 2013-04-28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국인들에게 다른언어에 비해 한국어가 아주 어려운 언어로 취급된다고 들었어요. 우리는 다른 외국어가 어려운데 말에요. 열심히 꾸준히 하시네요, 소나무님! 좋아보여요. 제 친구도 올해부터 방문수업도 하더라구요. ^^

소나무집 2013-04-29 15:40   좋아요 0 | URL
어쩌면 가장 배우기 어려운 언어 중에 하나인지도 모르겠어요.
처음 시작할 때 자음 모음 배우고 읽기 시작하면 한국어가 굉장히 쉬운 것 같대요.
그런데 다양한 연결어미나 활용, 높임말 같은 걸 배우기 시작하면 머리 아파해요.^^
가르치다 보면 늘 부족한 게 느껴져서 공부를 하게 되더라구요.^^

나그네 2013-06-04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세계에서 두번째로 익히기 어렵다는게 한국어 인데...
정작 문제는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도 전부다 한국어를 완전히 익힌 사람은 드물다는 사실..
글씨를 쓸때도 띄어쓰기나 맞춤범 등등.. 물론저도 예외는 아니지만 ㅋㅋㅋ
노력 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힘내세요 !

소나무집 2013-06-28 09:04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응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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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날들
메리 올리버 지음, 민승남 옮김 / 마음산책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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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같지 않은 봄이 계속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평소 우리 동네는 다른 지역에 비해 겨울이 유난히 길게 느껴진다.

맑은 날씨 사이 사이 비가 자주 내리더니 어제는 30여 분 동안 엄지손톱 만한 우박이 쏟아졌다.

이렇게 변덕스러운 날씨 덕분에 난 3년 만에 감기에 걸려서 골골대고 있다.

 

아파트 응달 진 화단에서 피려던 백합은 2주째 봉우리를 터뜨리지 못하고 있다.

유난히 추운 겨울을 보내서 봄을 손꼽아 기다렸건만 봄 같지 않은 날씨에 참았던 불만이 터져 나온다.

 

이 책을 쓴 메리 올리버 시인이라면 이런 날을 분명 나와는 다른 마음으로 즐겼을 것 같다. 

평생 자연에서 명상하고 수련한 올리버는 어떤 감성으로 요즘의 날씨를 관찰하고

얼마나 경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았을까? 

좀 미약하긴 하지만  나 혼자 상상해 본다.

 

긴긴 겨울 난 봄을 기다리며 참 행복했다.

그리고 조용조용 봄이 왔다.

봄이 빨리 가버릴 것 같아 마음 졸이는 걸 알았는지 올해 봄은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

그래서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산수유가 피고 개나리가 피고 진달리개 필 무렵

여리고 여린 봄꽃들을 위해 가는 비가 내렸다.

목련이 피고 벛꽃이 필 때쯤 또 비가 내린다.

목련이, 벛꽃이 한꺼번에 져버릴까 봐 기온도 살짝이 내려준다.

오랫동안 꽃을 볼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세상에 엊그제는 우박도 내렸다.

봄이라고 얇은 블라우스에 슬리퍼를 끌고 딸아이 마중을 나갔다가 

옷을 뚫고 들어오는 냉기에, 슬리퍼 위로 쌓이던 우박에 발이 꽁꽁 얼고 말았다.

4월 말에 만나는 겨울 느낌이라니 이게 웬 행운인지 모르겠다.

세상에 내가 이런 변덕스런 봄을 만나다니 아이가 걸음마를 처음 시작한 것만큼이나 놀랍고 행복하다. 

 

고요한 숲속에 앉아, 혹은 바닷가에 앉아 새소리, 바람 소리, 나뭇가지 흔들리는 소리, 파도소리,

작은 곤충들의 움직임까지 자연의 사소한 모든 걸 느끼고 싶은 책이다.

너무나 평범해서 기억도 못하고 지나치는 풍경 하나도

올리버의 눈에 포착되면 의미 있고 귀한 것으로 변한다.

그녀의 생활은 자연과 더불어 그 속에서 살아갈 때

훨씬 여유가 생기고 마음이 넓어지며 생각에 더 집중할 수 있고 그로 인해 더 행복해진다는 걸 보여준다.

 

그런데 난 이 책을 아이들 소리, 티비 소리로 시끌시끌한 집이나 차 안에서 주로 읽었다.

그래서 고요하게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여지가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그래도 읽는 동안 마음이 참 평화로웠다.

나도 그녀처럼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작은 것에 집중하며 관찰하고

내면의 심오한 생각들과 감정들을 탐색하고

그것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순수하게 살고 싶어졌다.

 

올리버가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도 얼마나 따뜻한지 모르겠다.

"세상은 재미있고, 친근하고, 건강하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상쾌하고, 사랑스럽다."고 말한다.

세상에 경쟁이나 명령이나 복종, 이해 타산, 논쟁, 비방 같은 건 존재하지도 않는다.

 

<가자미>라는 시에는 나이에 대한 정의가 나오는데 정말 공감이 되었다.

 

날이 선, 반짝반짝 빛나는 십대는 자물쇠 채워진 시간. 단단한 이십대.

느슨해지는 삼십대. 초조한 사십대.

가끔은 희망과 약속의 시간이 있는 버팀의 오십대. 지금은, 육십대.

 

그녀도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젊은 날의 초조함과 자물쇠 채워진 마음이 열리고 느슨해졌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초조한 사십대란다, 딱 요즘의 내 모습이다.

하지만 머지않아 희망과 약속의 시간이 있는 버팀의 오십대가 기다리고 있으니 마음 편하게 받아들여야겠다 싶다.

 

그녀가 관찰하고 기록한 자연에 대한 글을 읽다 보면 정말 자연에 이런 세계가 존재할까? 의문이 생기기도 했지만

내가 모르는 세상에 대한 경이로움에 책을 읽는 내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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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책읽기]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젊은 날의 책 읽기 - 그 시절 만난 책 한 권이 내 인생의 시계를 바꿔놓았다
김경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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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평집 읽는 걸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그동안 읽어 본 몇 권의 서평집은 내가 읽기에 무척 어려웠다. 그리고 지루했다.

다른 사람이 쓴 서평을 통해 '나도 이 책 한번 읽어봐야지' 하는 마음이 든 게 아니라

오히려 그 책을 생각하기 싫어지게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어렵게 쓴 서평집을 때할 때마다 서평이란 게 이렇게 쓰는 거였나 싶어 

서평 쓰는 게 슬슬 두려워지고 멀어지기 시작한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이 서평집을 받아들었을 때 마음속으로 '또 서평집이야!' 하는 불평을 했다.

그런데 한 편 한 편 읽다 보면 제법 재미가 있었다.

어딘지 모르게 내가 쓰고 싶은 서평을 읽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다.

 

어려운 이론이나 고전을 들이대면서 기를 팍팍 죽이지 않고

사소한 일상의 삶 속에서 책을 읽는 의미를 찾아내고 있어 나 같은 아줌마 독자에게 공감할 수 있는 여지를 주었다.

그래서 참 편안하게 읽었다.

 

이 책의 각 장 제목처럼 서평을 통해 숨겨진 야심을 드러내거나 자존심을 드높이거나

스펙이나 비주얼을 내세우려 하지 않고

진심을 보여주고 자존감을 찾고 통찰할 수 있는 스토리로 서평을 풀어나간 점이 마음에 들었다.

 

36권의 책 중 몇 권 빼고는 내가 젊은 시절 읽어보거나 제목 정도는 들어본 책이라서 더 편안하게 읽었다.

책을 읽으며 반성도 하고 삶의 방향을 정하기도 하는 걸 보며 서평의 필요성을 느끼기도 했다.

한번 읽고 던져두면 금방 잊혀지지만 서평을 쓰면서

한번 더 생각하며 곱씹다 보면 책에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동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무언가 깊게 생각할 수도 있고(127쪽)

공자처럼 모르는 게 너무 분해서 공부를 하게 될 수도 있고(265쪽)

그동안 대충 빨리빨리 읽어치운 책들을 다시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252쪽)

 

신영복의 <강의>나 요네하라 마리의 <대단한 책>은 꼭 구입해서 읽어보고 싶다.

인생의 방향을 정하거나 사람을 대하는 태도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고등학생 이상 젊은이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쉬운 말로 잘 소개해주고 있어 책 속에서 길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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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말뚝 박완서 소설전집 결정판 11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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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딸아이를 위해 최신판으로 다시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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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 - 2012 뉴베리상 수상작 한림 고학년문고 25
탕하 라이 지음, 김난령 옮김, 흩날린 그림 / 한림출판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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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베트남 아이 하가 미국에 가서 정착하면서 어떤 생각들을 품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전쟁이 한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정말 엄청나다. 전쟁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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