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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느낌일까? ㅣ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65
나카야마 치나츠 지음, 장지현 옮김, 와다 마코토 그림 / 보림 / 2006년 9월
평점 :
책제목만 보고는 무슨 감각에 관한 책인 줄 알았다. 책장을 한장 한장 넘기던 나는 그만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신체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안 보인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나는 한참 동안 눈을 감아 보았다. 풀벌레 소리, 헬리콥터 지나가는 소리, 계단 올라가는 소리, 멀리서 공사하는 소리 등 신경 쓰지 않으면 무심코 지나치고 마는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눈을 뜨면 그런 소리들은 어느새 또다시 멀어진다. 그래, 안 보인다는 건 정말 대단하다. 그렇게 많은 것을 들을 수 있게 해주니까. 보인다는 건 조금밖에 들을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눈 뜬 나는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듣지 못하고 사는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안 들린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잠시 귀마개로 귀를 막아보자. 그러면 다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다시 눈에 들어온다. 생전 눈에 띄지 않던 책제목도 보이고, 어제 찾다 찾다 못 찾은 손톱깎이도 보인다. 이 책의 주인공 히로도 귀를 막아 보고서야 너무나 익숙한 엄마 얼굴에 점이 일곱 개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귀가 안 들린다는 것은 대단하다. 그렇게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해주니까. 더구나 들리지 않는 친구는 수화도 할 줄 알고 입모양만 보고도 무슨 말을 하는지 다 알아내니 정말 대단하다.
엄마 아빠가 없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히로는 무척 쓸쓸할 거라고 생각한다. 엄마 아빠가 없는 키미에게 물어 보지만 꼭 쓸쓸하지만은 않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있는 엄마 아빠를 없애 볼 수는 없으니까 어떤 느낌일지 계속 생각해 보는 히로. 어제 우리 딸아이가 그랬다. 자기 반에 엄마 아빠가 없어서 할머니랑 사는 친구가 있다고. 그런데 1학기 동안은 그런 사실을 전혀 몰랐단다. 개구쟁이 같을 때도 있지만 숙제도 잘해 오고 준비물도 잘 가져와서 엄마 아빠가 없는 줄은 몰랐다나. 이 책을 읽은 때문인지 그 친구가 좀 쓸쓸할 것 같다고 말해서 등를 두드려 주었다.
움직일 수 없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엄마 아빠는 없지만 보고 듣고 움직일 수 있는 키미가 히로에게 해준 말. "온종일 움직이지 않고 있어 보니 다른 때보다 백 배는 많은 생각이 떠올라. 움직일 수 없다는 건 정말 대단해." 이때까지 나는 궁금한 게 많은 히로가 휠체어에 몸을 의지해 살아가는 아이라는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우주라든가 고대, 분자에 대한 그림이 나온 다음 쪽의 그림은 약간 충격적이었다. 신체 장애가 없는 아이가 주인공인 줄 알았기 때문이다. 휠체어에 꼼짝 못하고 앉아 있는 히로의 모습에 코끝이 시큰해졌다.
이 책은 장애를 단점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장애로 인해 새로운 장점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켜 준다. 그래서 보이지 않지만 더 많은 것을 들을 수 있고, 들리지 않지만 더 많을 것을 볼 수 있고, 움직일 수 없지만 더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장애아도 나와 똑같은 장점과 단점을 가진 친구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아이들이 읽고 장애아에 대해 혹은 나와 다른 친구들에 대해 편견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