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소설 토지학교 수학 여행의 날, 새벽 5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4시부터 일어나 수선을 떨었다. 6학년 딸아이가 학교에 체험 학습을 신청하고 함께 따라나서서 준비할 것도 더 많았다. 학생들이 얼마나 모범생인지 지각생 한 명 없어 정각 5시에 출발했다. 이른 시간인데도 학생들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은커녕 설레임만 가득해 보였다. 대부분 학교라는 공간을 떠난 지가 오래된 이들에게 수학 여행이라는 단어가 주는 묘한 기대감마저 있어 한껏 들뜬 분위기가 아니었나 싶다.  

소설 토지학교 학생들답게 차를 타고 가는 중에도 준비된 자료를 읽으며 공부를 했고, 다섯 시간 만에 통영에 도착했다. 그동안 유치환, 김춘수, 김상옥(시조시인), 윤이상 등을 비롯해 통영 출신의 문학 예술인들이 유난히 많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내게 특별한 도시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젠 박경리 선생이 잠들어 계신 곳이기에 통영이라는 지명만으로도 큰 의미로 다가왔고, 시내가 보이는 곳에서부터 눈을 크게 뜨고 창밖을 내다보게 만들었다. '아, 이곳에서 선생이 태어나고, 학교를 다니면서 일본인 선생 몰래 책을 읽고 수예점을 하신 곳이로구나' 하는 마음에...  
 
지난 5월 통영 미륵산 기슭에 문을 연 박경리기념관. 




통영을 배경으로 한 <김약국의 딸들>에 관한 자료 등이 있었지만 원주 시절 흔적이 너무 많아서 원주에 와 있는 착각이 들었다. 

선생이 <토지>를 쓰던 책상을 원주 단구동 옛집의 모습대로 재현해놓았다.   






기념관을 끼고 산기슭을 올라가면 선생의 묘지가 나온다. 묘지 자리는 원래 펜션이 있는 농원(양지농원)이었다. 지금도 주변은 농원이다. 몇 년 전 통영을 찾으셨던 선생이 펜션에 머물며 이곳에 살고 싶다고 한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던 농원 주인이 선생의 묘지로 기증했다고.


직선으로 올라갈 수도 있는 길을 지그재그로 길게 만들어놓아 천천히 오르면서 선생에 대한 추억을 하도록 했다. 


길 중간중간 자연석에 선생의 시나 말씀을 새겨놓아서 이야기거리를 만들어준다. 


드디어 묘지에 도착. 선생은 푸른 바다와 한산섬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누워 계셨다. 앞으로는 남해 바다가 보이고 뒤로는 미륵산이 지키고 있는 이곳은 왕후장상의 묘자리라고 한다. 그래서 땅주인마저도 감히 묘를 쓸 수가 없는 자리였다고. 


아주 작은 묘비며 소박한 묘지에서 번잡하고 화려한 것을 싫어하던 선생의 생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보통 사람의 묘지보다도 더 소박하다.


딸아이와 함께 절을 드리며 마음이 울컥했다. 


죽음마저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홀가분하다고 하셨던 선생, 나는 묘지 주변을 서성대기도 하고 옆에 앉아 묘비의 먼지를 닦아내기도 하면서 고향으로 돌아온 선생이 행복하시길 빌었다. 1박 2일 여행을 함께했던 딸아이는 체험학습 보고서에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박경리 선생님으로 바꼈다고 쓰기도 했다.


이름 석 자와 생몰 연대만 적은 아주 작은 비석.
  

묘지 주변에 있던 감나무. 


묘지 아래 정자에 앉아 있다 보니 소나무 두 그루가 눈에 들어왔다. 돌계단 몇 개를 오르면 선생의 묘지가 나오는데 꼭 묘지를 지키는 문지기 같다.    

통영 사람들도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박경리 선생의 고향이 통영이라는 사실을 모를 정도로 어린 시절 통영을 떠난 후 오간 적이 없다고 한다. 원주 사람들의 무심함이 선생을 통영으로 가시게 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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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10-06-07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님까지 같이 나선 수학여행이라니..
박경리선생님의 묘지는 정말 소박하네요. 저렇게 단촐하여도 많은 울림을 주셨던 분이시라 좋은 기운이 주변에 그득할거 같아요 ^^

소나무집 2010-06-08 09:31   좋아요 0 | URL
딸이랑 같이 가서 더 추억거리가 될 것 같아요.
묘지가 너무 소박해서 울림이 더 컸고 감동이었어요.

프레이야 2010-06-07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의 묘지에 이제 작은 비석이 섰네요.
두해 전인가 갔을 땐 묘만 뎅그러니 있더구만요.
통영에 가게 되면 꼭 다시 가보고 싶어요.
기념관도요.

소나무집 2010-06-08 09:41   좋아요 0 | URL
님도 다녀오셨군요.
작은 비석이 마음에 들더라구요. 박경리라는 대작가의 그릇을 보는 듯했어요.
돌아가신 지 2년이 되다 보니 이젠 공원으로 자리잡아 가는 듯... 저곳을 박경리 공원이라고 이름 지었더라구요.
기념관은 원주를 옮겨놓은 듯했해서 원주 단구동 집을 다녀가신 분들은 실망할 수도 있겠더라구요.
꼭 다녀오세요.

순오기 2010-06-08 0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통영 선생님의 소박한 묘소에 다녀왔군요.
나도 언젠가는 가뵈어야 할 곳이라~~~ 고마워요, 소나무집님!
농원 주인이 기증했군요. 앞이 탁 트이고 정말 좋은 자리네요.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박경리 선생님으로 바뀌었다는 선우~ 그 자체로 감동이에요.

소나무집 2010-06-08 09:42   좋아요 0 | URL
네, 이름하야 수학여행...
묘지는 누가 봐도 명당이었어요. 농원 주인이 기증했다는데 그 사람은 박경리 선생 덕분에 대대손손 먹고 살게 생겼더라구요. 묘지 입구에 펜션이 열 동 정도 있었는데 늘 북적이나 봐요.
딸내미는 어른들과 빡빡한 일정에 동참하느라 힘들어서 짜증도 많이 내더니만 집에 와서 내린 결론은 그랬어요.^^

세실 2010-06-08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여름 휴가로 통영에 갈 예정인데 이곳에도 다녀와야 겠습니다.
비석이 참 소박하네요.

소나무집 2010-06-08 09:40   좋아요 0 | URL
통영엔 가볼 곳이 참 많았어요. 제가 시간 되는 대로 갔던 곳 사진 올릴게요. 김춘수 기념관, 유치환 거리와 청마문학관, 윤이상 공원, 동피랑 마을, 이순신 공원...

꿈꾸는섬 2010-06-18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영에 갔을때 미처 찾아가보질 못했어요. 김춘수기념관이랑 유치환거리, 윤이상공원등은 다녀왔는데 말이죠. 다음에 다시 꼭 가보고 싶어요.^^

소나무집 2010-06-20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영은 정말 문학 예술인들이 많더라구요. 복 받은 동네예요. ^^
윤이상 공원은 시간이 없어서 못 들렀어요.
 

친정에 가던 날 엄청나게 밀리는 서해안 고속도로를 피해 국도로 들어섰는데 국도도 밀리기는 마찬가지였다. 기왕 늦은 거 하면서 쉬어가자며 해미읍성에 잠깐 들렀다. 6학년 1학기 읽기책 둘째마당해미읍성을 찾아서라는 단원이 나오기 때문에 아이들을 데리고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해미읍성은 조선시대 해안 지방에 출몰하는 왜구를 방어하기 위해 쌓은 석성으로 230여 년간 종2품 병마절도사가 주둔한 성이라고 한다. 선조 때(1579년) 이순신 장군이 10개월간 이곳에서 근무한 기록도 있다. 해미라는 이름은 조선 태종 때 정현과 여현을 합하면서 두 현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을 따온 것이다. 

조선 시대에는 190여 곳에 읍성이 설치되어 있었으나 지금까지 원래의 모습이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은 해미읍성과 고창읍성 정도라고 한다. 해미읍성도 일제 시대 해미가 서산에 통합되면서 읍성의 역할이 끝났고, 관청 건물은 민간에게 매각되고 학교와 면사무소 등이 들어섰다가 1970년대부터 복원과 발굴 작업이 시작되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담쟁이가 무성하게 늘어져 있어서 성벽이 훨씬 운치 있게 보였다. 신혼 초 남편과 친정에 가다 들렀을 때는 근처에 흐르는 냇가도 있고 길도 지금처럼 넓지 않았는데 주변을 너무 깔끔하게 정비를 해놓았다. 연휴라 그런지 사람들도 너무 많고 관광지가 된 느낌이 들었다. 예전의 느낌이 더 좋았던 것 같다. 

해미읍성의 정문인 진남문이다.


읽기책에 나온 것처럼 진남문에 올라가서 본 성 안 풍경. 


읍성이 평지에 있어서 성 밖의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우리 딸의 말에 의하면 실제보다 국어책에 더 멋지게 표현해놓았단다.


내 마음 같아선 1800미터인 읍성을 한 바퀴 다 돌고 싶었으나 오랜 시간 차 안에서 지친 아이들의 불만이 커서 잠깐 걷다 내려왔다. 


성 안으로 걸어가다 보면 중앙에 가장 눈에 띄는 게 이 회화나무이다. 해미읍성이 더 유명해진 까닭은 이곳이 바로 천주교 성지이기 때문. 1790년대 정조 때부터 시작된 천주교 박해는 병인양요와 1868년 대원군의 아버지인 남연군 묘 도굴 사건 이후 극심해지는데 당시 천주교인들을 잡아다가 해미읍성에서 처형하였다. 이곳에서 처형당한 분들이 1000여 명이나 되는데 이 나무에 철사줄로 매달아놓고 고문을 했다고 한다.  


이 순교기념비 뒷면에 자세한 내용이 적혀 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의 가독성을 생각해서 안내판을 다시 설치해줬으면 싶을 정도로 인내심 없이는 읽을 수 없는 깨알 같은 글씨와 세로쓰기 설명이었다.


회화나무 바로 앞에 있는 옥사.  직접 옥사 안에 들어가서 체험해볼 수도 있다.


병마절도사와 현감의 집무실이었던 동헌. 


재현해놓은 신기전이 신기해서 들여다보고 있는 아들. 


성 안에서 바라본 진남문. 성문 중앙에 붉은 글씨로 황명홍치4년신해조라고 쓰여 있다. 이때는 성종 22년(1491년)에 중수가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는 기록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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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0-05-26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신기전~

소나무집 2010-05-27 09:01   좋아요 0 | URL
우리 아들 해미읍성에서 가장 좋아했던 거랍니다.

치유 2010-05-26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아이들 며칠 데리고 역사공부한번 시켜주면 좋겠어요~!
선우랑 지우는 똑똑하고 야무진 엄마 아빠 둬서 넘 좋겠어라~~~~!

소나무집 2010-05-27 09:04   좋아요 0 | URL
날은 덥고 차에서 다섯 시간 가까이 보내고 난 뒤라 울 얘들 가기 싫다는 거 억지로 데려갔음. 좋기는...우리 부부 몇 번 만나봐서 야무지고 똑똑한 거랑은 거리가 멀다는 거 다 알면서 그러네용.

세실 2010-05-26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주말 여행 다녀오면서 잠깐 들렀던 곳인데 님 설명 들으니 한결 와 닿네요.
회화나무가 참 멋스러워요~~

소나무집 2010-05-27 09:05   좋아요 0 | URL
저도 다녀와서 딸아이 국어책 보면서 다시 공부했어요.^^
회화나무 정말 멋지죠. 저런 나무에 어찌 사람을 매달아 고문할 생각을 했는지...

같은하늘 2010-05-27 0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둘째가 좀 더 크면 부지런한 엄마가 되어보겠다고 마음은 먹고있지만...^^

소나무집 2010-05-27 09:05   좋아요 0 | URL
저도 일부러 간 게 아니고 친정 가는 길에 들렀어요.

순오기 2010-05-28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도 예전에 고향가면서 이 앞으로 지나가기만 했는데~
님 덕분에 잘 봤어요.^^

소나무집 2010-06-03 11:24   좋아요 0 | URL
저도 서해안 고속도로 생기기 전에는 종종 그 앞으로 지나갔는데 고속도로 생긴 후에는 지날갈 일이 있더라구요.

꿈꾸는섬 2010-05-28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미읍성 요새 가면 참 좋지요. 우리 아이들도 크면 꼭 데려갈거에요.^^

소나무집 2010-06-03 11:24   좋아요 0 | URL
네, 봄에 가면 신록이 푸르러서 참 좋아요.

2010-06-01 15: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03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리동네 꽃맞이

주말에 남편과의 추억이 많이 묻어 있는 치악산에 다녀왔다. 등산은 아니고 가벼운 산책. 봄 내내 눈이 오고 내 마음만큼이나 추운 날이 계속 되어서 봄이 올까 싶었는데 치악산 구석구석에 피어 있는 야생화들을 보니 변덕스런 날씨 속에서도 봄은 오고 있구나 싶어 반가웠다.  

 잎이나 줄기를 잘라보면 흘러나오는 빨간 유액이 피처럼 보인다고 해서 '피나물' 이라고 한다.          

  돌단풍. 잎이 다 펴지고 나면 단풍잎을 닮는다. 계곡 주변 돌 틈에서 잘 자란다.

 산괴불주머니. 노란색 꽃 모양이 노리개 중에 괴불주머니와 닮았다고 한다. 


족도리풀. 고구마 잎사귀 같은 넓은 잎을 헤쳐보니 바닥에 족도리 모양의 자주빛 꽃이 숨어 있었다. 
 
천남성. 독성이 있어서 함부로 만지거나 먹으면 안 된다. 한방에서는 약용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가운데 연한 줄무늬에 뚜껑 달린 호로병 모양이 꽃이다. 

   관중. 고사리와 같은 양치 식물이지만 크기가 크고 둥글게 펼쳐진 모습이 제법 근사하다.    


흰젖제비꽃. 흔히 산과 들에서 볼 수 있는 제비꽃의 한 종류이다. 예전에 겨울엔 뜸하다가 봄이 되면 우리나라에 외적(오랑캐)들이 쳐들어오곤 했는데 아마도 제비꽃이 피는 시기와 일치했던가 보다. 그래서 오랑캐가 쳐들어올 때를 알려주는 꽃이라는 의미로 '오랑캐꽃'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혹은 오랑캐 머리채와 꽃모양이 닮아서 지은 이름이라고도) 제비가 오는 시기에 꽃이 피어서, 혹은 제비와 닮아서 '제비꽃'이라고 한다.  



현호색. 이른 봄 숲속에 낙엽만 쌓여 있는데 순식간에 잎이 나고 보라색 꽃이 온 바닥을 뒤덮어버린다. 종 번식을 위해서 숲속에도 잎이 떨어져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햇볕이 잘 드는 시기를 골라 피었다가 열매를 맺고 금새 사라져버리는 생존 전략을 선택한 식물이다.(남부 지방의 상록수림에서는 봄에 무리지어 피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현호색이 필 때면 늘 생명의 신비로움에 감탄하곤 한다.

 괭이눈. 노란 꽃이 고양이 눈처럼 가늘게 벌어져 보인다고 해서 붙은 이름.  


  생강나무의 꽃과 물오른 겨울눈 모습이다. 노란 꽃이 산수유와 닮아서 초보자는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잎을 비벼서 코에 대면 '생강' 냄새가 난다고 해서 생강나무이다.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생강 냄새는 모르고 레몬 냄새에 익숙해서인지 '레몬' 향이 난다고 말하곤 한다. 시절이 바뀌고 세상이 변하니까 소통하는 방법도 변해간다.  


치악산 강원도 자연학습원 인근에서 향긋한 향이 난다 했더니 바로 요놈 '매화' 꽃이었다. 완도 살 때 해남 매화 축제에 다녀왔던 기억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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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0-04-26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예뻐요^*^ 야생화 이름은 특히 잘 모르겠어요.
맨 위 노란꽃 흔한 이름 같은데 뭐더라???

소나무집 2010-04-26 16:11   좋아요 0 | URL
꽃이름 SOS 청하고 외출했다 들어와 보니 남편이 야생화 설명을 근사하게 달아주었네요. 울 남편 짱이죠?

순오기 2010-04-26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하늘님이 꽃이름 물어본 꽃들이 여기 다 모였네요.^^
먼댓글로 연결하면 좋겠네요.

소나무집 2010-04-26 16:12   좋아요 0 | URL
같은하늘 님 서재 가서 먼댓글 연결하고 왔어요. 피나물하고 관중이 있더라구요.

순오기 2010-04-27 22:20   좋아요 0 | URL
피나물은 아닌 거 같아요. 꽃도 이파리도 생김이 다르잖아요.
같은하늘님 노란꽃은 취나물 종류인거 같아요. 이파리가 취나물 닮았거든요.
그래서 저는 돌단풍과 관중이랑 두 개 있다고 생각했어요.

소나무집 2010-04-28 08:53   좋아요 0 | URL
노란꽃만 보고 급하게 댓글을 달았더니 잘못 보았네요.
지금 가서 보니 완전히 다른 꽃이네요.

같은하늘 2010-04-26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나무집님 덕분에 야생화 구경 잘하고 꽃이름 공부도 하고갑니다.^^

소나무집 2010-04-27 01:14   좋아요 0 | URL
꽃이름이랑 설명은 남편이 써준 거랍니다. 요즘 서재 공유중... ^^

프레이야 2010-04-27 0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하나 모니터에 눈을 박고 들여다봤어요.
야생화 이름은 생긴 것만큼이나 참 예뻐요.
들어본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네요.
모두 참 낮은 곳에서 낮게 피어있는 수수한 그 모습이 참 좋아요.

소나무집 2010-04-27 16:25   좋아요 0 | URL
야생화가 정말 많았는데 사진 찍은 건 몇 개 되지 않아요.
그렇죠? 낮은 곳에서 수수하게 피는 꽃... 야생화 저도 참 좋아해요.

엘리자베스 2010-04-27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연은 봄이 오는 걸 아는데 저는 왜 이리도 추울까요? 오늘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겨울잠바 입고 나갔다가 사람들이 자꾸 쳐다봐서 많이 민망했어요. 맨 위에 있는 피나물...인상적입니다. 이름하고 안어울리게 참 예쁘네요. 좋은 구경하고 갑니다.

소나무집 2010-04-27 16:26   좋아요 0 | URL
저도 넘 추워서 남 시선 의식하지 않고 코트 입고 외출했는 걸요.
추운 사람끼리 만나서 차나 한 잔 마시게 오세요.
 

마라톤 대회가 끝나고 남편 회사 직원들과 함께 삼계탕 한 그릇씩 먹고 헤어져서 근처에 있는 암사동 선사 주거지(국가사적 제267호)에 들렀다. 잠실 운동장에서 10분 거리. 역사책에서 볼 때마다 언젠가 한 번 가보고 싶었는데 원주로 오려고 잠실운동장을 나서자마자 이정표가 보이길래 무작정 들렀다.   

암사동 선사 유적지는 6000여 년 전 우리의 신석기 조상들이 살았던 집터가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신석기 시대 최대의 집단 취락지로, 1925년 홍수로 인해 한강변의 모래가 떠내려가면서 수많은 빗살무늬 토기가 발견되었고, 신석기 시대 유적지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발굴과 연구가 시작된 것은 1970년대 들어서라고 한다.

   요즘은 어딜 가도 입장료가 무서운데 여기는 입장료가 정말 쌌다. 초중고생 300원에 어른 500원.

  먼저 전시관에 들렀다. 지붕도 움집처럼 짚 같은 걸로 만들어놓았다.



역사 지식이 풍부한 남편은 언제나 준비된 해설사 선생님이다. 그래서 늘 남편과 함께 하는 여행은 즐겁다. 이 전시관에서는 구석기 시대부터 청동기 시대까지의 유물을 볼 수 있다. 



전시관 중앙에 발굴 당시의 움집터 모양을 재현해놓아서 신석기 시대 사람들이 생활 모습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신석기 시대의 대표 유물인 빗살무늬토기다. 빗살무늬토기는 흙테를 반지 모양으로 하나씩 따로 빚어 위로 쌓아올린 후 겉을 흙으로 매끈하게 마무리했다. 이 토기는 크기가 상당히 큰 그릇이다.



빗살무늬토기는 그 무늬가 상당히 다양했다. 빗살 무늬, 생선뼈 무늬, 긴 무늬, 짧은 무늬 등 여러 가지가 있었다.


빗살무늬토기가 우리나라로 전해진 경로. 



신석기인들의 가장 큰 특징은 불을 사용했다는 것. 불을 피우는 도구가 세 종류 전시되어 있었다. 



직접 해볼 수 있어서 아이들이 재미있어 했다.    



암사동 유적지에서는 여러 종류의 토기와 석기가 출토되었는데 돌화살촉, 돌도끼, 갈판, 갈돌 등이 많이 나왔다.
 

전시관을 둘러본 후 밖으로 나오니 맷돌과 돌절구가 보였다. 맷돌과 돌절구는 석기 시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져서 쓰이고 있는 도구인 셈. 저 두 가지는 우리 친정집에도 가면 있는 물건일세. 


이젠 신석기인들이 살던 움집을 보러 가는 중. 



역사책에서 사진으로만 보던 움집을 실제로 보니 무지하게 반가웠다. 역사 논술 교실에서 선생님이랑 단체로 온 아이들이 바글바글했다.  


직접 움집에 들어가볼 수도 있었다. 움집은 구덩이를 살짝 파고 움집을 지어 올렸다.


안으로 들어갔더니 신석기 한 가족이 열심히 일을 하고 계셨다. 신석기인치고는 너무 잘 생긴 것 같다.

 전시관하고 움집 빼면 볼 게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선사 시대는 우리 역사 공부의 시작이기에 한번쯤 다녀오면 좋을 것 같다. 우리 아이들도 그동안 책에서 봤던 것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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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하, 신석기 시대에는 이렇게 살았구나!
    from 소나무집에서 2010-05-16 07:10 
    딸아이가 6학년인데 공부하는 걸 보니 사회가 처음부터 끝까지 국사였다. 다행스럽게도 딸아이는 역사 관련 책 보는 걸 좋아해서 어려워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아는 게 많이 나오니 사회 시간을 즐기는 듯했다. 6학년에서 한국통사를 한 번 훑은 후 중학교에 가면 훨씬 국사가 쉬워질 것 같기는 한데 역사책 보는 걸 싫어하는 아이들이라면 곤혹스러울 것 같기도 하다.   걱정스런 마음에 처음부터 통사로 서술된 역사책을 
 
 
순오기 2010-04-16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석기 시대가 완전 현대화되었군요.^^
언제 한 번 가봐야지 하면서도 기회가 없네요.
사실 나야 저기 안 가봐도 촌에서 살 때 비슷하게 살았지만요.ㅋㅋ

소나무집 2010-04-17 07:12   좋아요 0 | URL
맞아요. 현대화된 느낌...
볼 게 많은 건 아닌데 다녀오면 선사 시대도 소홀히 하지 않고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저도 어린 시절 비슷한 환경에서 살았어요. 우린 신석기 시대를 공유한 사람들이네요.^^

엘리자베스 2010-04-16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도 주말에 서울 갈 예정이랍니다. 학습적인 것과는 거리가 머~~~언 짱구 어드벤티지 빌리지! 용채가 마냥 들떠 있답니다. 그런데 4학년짜리도 들떠 있는 건 뭘까요? 쩝..
암사동 선사 유적지 일단 찜해둡니다.

소나무집 2010-04-17 07:13   좋아요 0 | URL
짱그 어드벹티지 용채 만한 아이들이 한참 좋아할 때네네요. 우리도 아이들 그만할 땐 그런 것만찾아다녔어요. 잘 다녀오세요.

같은하늘 2010-04-16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전 암사동 옆동네에 살면서도 한번도 안가본곳~~~ㅎㅎ

소나무집 2010-04-17 07:15   좋아요 0 | URL
아깝다. 오히려 너무 가까이 있다 보면 소중하다는 생각을 더 못하게 되지요? 나중에 아이들하고 한 번 가보세요. 역사 배우기 시작할 때 가보면 좋을 것 같아요.

세실 2010-04-17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서울로 가다보면 초입에 보이는 곳. 가야지 하면서도 아직 못가봤습니다.
요즘 가면 좋겠네요.

소나무집 2010-04-19 08:37   좋아요 0 | URL
님은 서울 자주 가시니 한 번 들러보세요.
책에서 본 걸 확인하는 재미가 커요.^^

꿈꾸는섬 2010-04-19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학교 다닐때 한번 다녀오고 알바하면서 한번 다녀왔던 곳이에요. 아이들 데려가면 참 좋을 곳이죠. 우리 아이들은 좀 더 자라면 데리고 가야겠어요.^^

소나무집 2010-04-20 08:50   좋아요 0 | URL
두번 씩이나 다녀왔군요. 책에서만 보던 움집을 보더니 아이들이 좋아하더라구요. 한가한 날 도시락 싸들고 가서 놀다 오면 딱일 듯...

찌찌 2010-08-06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담에 서울가면 이곳도 꼭 가봐야 겠어요!
 

서울 가기 전에 아이들과 함께 보고 올 수 있는 전시회를 검색했더니 딸아이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하는 앤디 워홀전잉카전 두 군데를 다 가고 싶어했다. 하나만 고르라고 하니 아들이 잉카전을 선택해서 결국 다수결로 잉카전 결정.  

파주에서 코키 폴을 만난 후 동생네 집에 가서 하룻밤을 잤다. 다음 날 아침 느긋하게 나와 남편을 회사 앞에서 만나(아이들을 위한 보너스) 일주일치 점심값을 한 끼에 다 쓰게 하고는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갔다. 방학인데도 의외로 박물관이 한산했다.      


이번 전시회는 잉카 제국뿐 아니라 잉카 문명의 근간을 이룬 안데스 고대 문명까지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전시물이 351점밖에 되지 않아(핵심 유물은 없는 듯) 너무 빈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로비를 제외하고는 사진 촬영을 금지하고 있어서 사진을 보며 복습할 수도 없으니 기억력이 바닥인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그리 좋은 전시회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전시장 들어가기 전에 보이는 계단을 마추픽추 유적지로 프린팅을 해놓아서 마치 현장을 걷고 있는 느낌이 든다.


문자가 없어서 정확한 기록이 없고, 스페인 정복자들에 의해 허망하게 무너지는 바람에 역사와 문화의 흔적마저 사라진 잉카. 만족스럽진 못했지만 안데스의 고대 문명과 잉카 문명까지 훑어보고 돌아온 아이들은 잉카와 페루에 대한 관심이 폭발해서 책도 뒤지고 영화(엘도라도, 쿠스코)도 찾아서 보는 열성을 보였다.   


안데스 고대인들의 우주는 비가 내리는 하늘, 일할 땅, 과일이 생기고 조상들이 묻혀 있는 지하 세계로 되어 있다고 믿었단다. 이런 세상을 동물들로 상징화했는데 하늘은 독수리 콘도르 같은 새로, 땅은 재규어 퓨마와 같은 펠리노로, 지하는 뱀과 거미로 상징화해서 나타냈다. 신격화된 이런 동물들은 인간의 모습과 합쳐져 신의 존재로 표현되었다고 한다. 그 모습이 제물용 칼이나 장신구, 양탄자 등에 남아 있다.  


해발 3700미터에 있는 삭사이우아만 유적 프린팅 앞에서. 나중에 너희들이 돈 벌어서 직접 안데스 산맥에 올라가 잉카 유적을 보고 오렴. 엄마 아빠도 데려가면 더 좋고...  


전시물 중에는 인간의 피를 신의 제물로 바치는 의식과 관련된 물건이라든지 장신구들이 가장 많았다. 인간 중심으로 살았던 동양 사람들의 눈에는 너무나 끔찍하고 잔인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아이들 기억 속에 가장 뚜렷하게 남은 것 중 하나는 미라였다. 어른, 아이, 개 등 미라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너무 생생해서 겁없는 아들마저 무섭다고 멀찍이 도망가버리곤 했다. 

 
다녀와서 잉카나 마야 문명에 관한 책을 검색해 보니 아이들이 볼 만한 게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도 책 몇 권은 읽어 봐야 오래 기억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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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10-01-30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먼 나들이를 다녀가셨군요. 시간을 쪼개어 이곳저곳 바쁘셨겠어요.^^

소나무집 2010-02-03 18:28   좋아요 0 | URL
완도 생각하면 원주에서 서울은 한 시간 반이니까 코앞이더라구요.^^
오랜만에 서울 가서 친구도 만나고 여기저기 돌아다녔어요.

꿈꾸는섬 2010-02-03 0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모리님이 할인권을 나누어주셨었는데 받으셨나요? 생각보다 입장료가 비싼 것 같던데요. 아이들이랑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도 하시고 옆지기님이랑 점심까지 하셨으니 아이들은 정말 좋았겠어요.

소나무집 2010-02-03 18:31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이 표 나눠준 건 몰랐네요.
입장료는 어른 만원, 아이들 8천원이었어요.
2년 만에 서울 간 것 같아요. 그래서 지하철 타면서도 촌티 팍팍 내면서 어리버리 헤매고 그랬답니다. 주말(금요일 밤에 와서 월요일 새벽에 올라가거든요)에만 보다가 평일에 남편 만나니까 너무 신나고 좋았어요. 비싼 점심까지 얻어 먹구요.^^

치유 2010-02-03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계단 너무 환상적이에요.

소나무집 2010-02-04 18:02   좋아요 0 | URL
들어갈 때는 안 쳐다보아서 몰랐는데 나오면서 보니까 계단이 보이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