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나는Yo 5
안토니오 텔로 지음, 강신규 옮김, 아르만드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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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래아이에서 나오는 나는 YO 시리즈는 세계를 움직인 역사적인 인물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들려주는 형식의 위인전이다. 주인공이 마주앉아 이야기를 직접 들려주는 형식이기 때문에 위인전을 싫어하는 아이들이라도 거부감 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더구나 삽화 외에도 실제 사진이 많이 들어 있어서 인물에 대한 친근감이 더 든다.

초등학생쯤 되면 아인슈타인이라는 이름을 모르는 아이는 없을 것이다. 우리 아들은 이 책을 보면서 자기는 어렸을 때 아인슈타인이 사람이 아니라 우유 이름인 줄 알았다고 해서 한참을 웃었다. 그가 연구하고 발표한 상대성 이론이 뭔지는 몰라도 아인슈타인은 우유 이름이 될 정도로 우리에게 익숙한 과학자이다.    

무조건 외우기보다 원인과 결과를 생각하며 호기심을 갖고 관찰했던 아인슈타인의 이야기를 읽으며 사물의 법칙을 깨우쳐간다면 아이들 누구나 과학자의 꿈을 키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해준 동생 마야와 함께 찍은 사진. 아인슈타인은 어린 시절이 남달랐다. 말을 더듬는 버릇 때문에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왕따 당하고 선생님과의 갈등도 심해 결국 학교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호기심이 왕성했던 아인슈타인은 어떤 물체를 볼 때 주의 깊게 관찰하는 아이로 자라났다.


질문하기 좋아하는 아인슈타인에게 무조건 외우라고 강요하는 학교를 그만두게 한 후 아들에게 맞는 학교를 찾아 계속 공부를 할 수 있게 해준 부모님과 지적 호기심을 키워준 삼촌은 아인슈타인이 과학자가 될 수 있었던 밑거름이 아니었나 싶다.   

선생님에게 말대꾸한 벌로 학교를 그만두게 된 대목에서 말대꾸하다 얻어맞은 우리 아들 생각에 마음이 찡해졌다. 아직도 여전히 학교의 권위를 내세우며 아이들의 호기심을 뭉개뜨리는 학교가 대한민국 공교육의 현실이라고 생각하니 한숨만 나온다.

삼촌은 문을 열어보지도 않고 방 안에 의자가 있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는 것처럼 과학은 눈으로 볼 수 없는 사실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재미있는 학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해주었다고 한다.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대학은 스위스의 취리히 공과 대학에 들어갔다. 앞줄 맨 왼쪽에 삐딱하게 앉은 사람이 아인슈타인이다. 대학 시절 아인슈타인은 굉장히 똑똑했지만 자신이 싫어하는 공부를 게을리하다가 교수에게 미움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아인슈타인은 취리히 대학에서 물리학, 철학, 종교, 음악을 배웠고, 일생을 함께할 친구들도 사귀었다.  

특히 음악을 좋아한 아인슈타인은 바이올린을 연주하면서 복잡한 과학 문제를 생각하고 풀어내곤 했는데, 바이올린 독주회를 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다고 한다.


취리히 대학에서 만난 밀레바와 결혼을 한 후 두 자녀를 낳았다. 밀레바는 아인슈타인이 물리학 이론을 더 깊이 생각하고 연구할 수 있도록 용기를 준 훌륭한 동료 과학자였다. 상대성 이론에 대해 맨처음 말한 사람도 밀레바였다고 한다. 이 시기가 아인슈타인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때였다고.

대학을 졸업한 아인슈타인은 특허사무소에 취직을 해서 힘겨운 생활을 하면서도 자유로운 상상을 하고, 실험과 연구를 계속해서 논문을 발표했다.


아인슈타인의 연구와 논문은 처음엔 아무에게도 인정을 받지 못했다. 아인슈타인의 이론과 실험을 이해하려면 아이 같은 상상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일반화된 과학은 상상에서 나온다는 상식이 아인슈타인에게서 시작되었다는 얘기다. 결국 끈질긴 연구 끝에 1921년 <광전자 효과> 이론으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으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밀레바와 이혼하고 결혼한 두번째 부인 엘사는 아인슈타인의 사촌이다.  


베를린에서 강연하는 아인슈타인. 버렸던 조국 독일로 돌아가 대학 교수가 되었지만 1914년에 시작된 세계 1차 대전은 평화를 사랑하는 아인슈타인이 미국인이 되도록 했다.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이 시작되었고, 유대인이었던 아인슈타인도 독일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1931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의 프린스턴 대학에서 강의중인 아인슈타인. 아인슈타인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바람머리와 동그랗게 뜬 눈이 인상적이다.


프린스턴 대학 학생들과 함께. 

E=mc² 은 아인슈타인 하면 떠오르는 공식이다. 이 공식을 이용해 독일에서 무서운 폭탄을 만들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된 아인슈타인은 이 사실을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알려 핵무기 사용의 무서움을 경고했지만 오히려 미국은 원자폭탄을 개발해서 히로시마에 떨어뜨리는 비극을 초래했다. 

자신의 연구가 인류를 파괴하는 데 쓰인 것에 절망한 아인슈타인은 죽기 일주일 전 핵무기 시대에 평화를 보장하는 세계 기구를 설립하라는 선언문에 서명을 했다고 한다.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바코드 인식기, 프린터기 등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이용해서 만든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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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0-03-19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인슈타인에 대해서 짧고 강하게 이해하게 해주셨어요. 친절한 리뷰 잘 읽었어요.^^

소나무집 2010-03-22 17:25   좋아요 0 | URL
너무 많이 알려져서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차근차근 읽다 보면 모르는 게 더 많더라구요.

2010-03-23 2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집 2010-03-25 08:58   좋아요 0 | URL
바빠서 그렇지 뭐. 울 아들도 아인슈타인 책 계속 좀 읽혀야겠어. 닮은 데가 많아서... 그럼 울 아들도 천재가 될 가능성이 있나...ㅋㅋㅋㅋ
 
제주의 빛 김만덕 푸른숲 역사 인물 이야기 1
김인숙 지음, 정문주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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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주말에 제주의 여인 김만덕을 다룬 사극이 방영되고 있다. 드라마는 한 번 보면 중독성이 있어 보지 말아야지 했는데 김만덕은 어쩔 수가 없었다. 제주가 시댁이다 보니 제주 이야기가 들리면 귀를 세우고 눈을 크게 뜨게 되는데다, 아이들도 아빠의 고향 사람 이야기니 부쩍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제주에 갔다가 김만덕 기념관에 다녀온 적이 있다. 사라봉 올라가는 쪽에 모충사라는 사당이 있는데 그곳에 작은 규모의 김만덕 기념관이 있었다. 작고 초라한 기념관을 보며 제주를 알린 인물 중 하나인가 보다 하면서 둘러본 적이 있다. 사실 그때는 김만덕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기 때문에 굶주린 사람들을 위해 전재산을 내놓았다는 이야기도 크게 와닿지 않았다. 그후 이 책을 사서 보았고, 김만덕에 관한 이야기가 들릴 때마다 관심을 갖게 되었다. 책을 보면서 비로소 김만덕이 어떤 인물인지, 그녀의 삶이 왜 조명을 받을 수밖에 없는지도 알게 되었다. 이 책을 먼저 읽고 기념관에 갔더라면 더 꼼꼼하게 살피고 왔을 텐데 하는 아쉬움마저 들기도 했다. 

김만덕은 지금도 제주 사람들에게 만덕 할매로 불린다. 지금이야 제주 하면 화려한 관광지의 이미지로 남아 있지만 30년 전만 해도 제주는 가난한 섬이었다.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고 귤을 비롯해 다양한 농작물을 재배한 덕분에 지금은 아무도 제주를 가난의 섬으로 떠올리지 않는다. 하지만 오랜 가난의 습관 때문인지 제주 사람들은 정말로 검소하게 사는 이들이 많다. 우리 시어머니만 해도 상다리 부러지게 음식을 차리거나 허투로 버리는 음식도 없고, 쓸데없는 물건을 사들이지도 않는 검소함이 몸에 배여 있다.  

농사 짓는 집에서 태어나 김치도 서너 가지, 나물도 몇 가지씩은 상에 올라오는 집에서 자란 나는 처음에는 너무 검소한 제주의 밥상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제주 며느리로 살다 보니 슬슬 제주의 역사가 보이고, 그런 면들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제주의 과거는 정말 가난했다. 육지에서 멀리 고립되어 있어 조선 시대 가장 험한 유배지이기도 했던 제주는 흉년이 들거나 태풍이 와서 농사를 망치게 되면 그냥 굶어 죽어야 했던 섬이다.

그런 제주에 김만덕이 있었다. 김만덕은 영조 시대에 태어나 정조를 거치고 순조 때 74세로 세상을 마감한 여자 상인이다. 출생에 관한 이야기는 유배 온 양반의 자식으로 그려진 드라마와는 다르다. 김만덕은 평민 집안에서 태어나 돌림병에 부모를 잃고 살아남기 위해 기생의 수양딸이 되었다고 한다. 제주 최고의 기생이 되었지만 다시 평민으로 돌아와 포구 근처에 객주를 열고 제주의 거상이 되었다. 그녀는 돈을 많이 모았지만 그 돈을 자신이 아닌 제주 백성들을 위해 썼다.  

정조 시대 연이은 흉년에 굶어죽는 제주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을 때 김만덕은 전재산을 풀어 육지에서 쌀을 사들인 후 굶주린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다. 그 시절에 이미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한 것이다. 자기 집안 불릴 줄밖에 모르는, 우리나라 최고 부자라 불리는 삼* 집안에서 본받아야 할 사람이 아닌가 싶다. 그후 정조 임금에게까지 이 사실이 알려져 제주 여자는 육지로 나갈 수 없다는 당시의 법을 깨고 한양에 가서 임금을 만나고, 금강산 구경을 한 후 다시 제주로 돌아온다. 

작가는 당시 재상이었던 채제공의 문집 <번암집>에 실려 있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 이야기를 썼다고 한다. 김만덕이 여자인데다 기록도 그리 많지 않고, 한양이 아닌 제주 사람이었기에 지금까지도 널리 알려지지 못했던 것 같다. 

책의 말미에는 어린이책 사이트 <오른발 왼발>을 운영하는 오진원 씨가 쓴 제주에 깃든 작은 역사 편이 실려 있어서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제주 역사와, 풍습, 문화도 배울 수 있어 아주 유익하다. 3학년 이상이면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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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0-03-18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V를 없애고 나니 제가 제일 아쉽습니다.
지붕뚫고 하이킥도 못보고, 파스타도 못 봤고...둘 다 끝나서 다행입니다.
요것도 궁금해 지는군요.
참 멋진 거상 김만덕이죠.

소나무집 2010-03-19 09:33   좋아요 0 | URL
아직은 어린 김만덕이라 그닥 끌리지는 않는데 성인 김만덕으로 이미연이 등장하면 더 흥미진진하지 않을까 싶어요. 월화는 제중원, 수목은 추노, 토일은 김만덕. 요즘 일주일 내내 사극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어요.ㅠㅠ

엘리자베스 2010-03-19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주가 시댁인 소나무님이 부럽습니다. <놀멍 쉬멍 걸으멍>을 읽으면서 제주 올레길에 푹 빠져서 한동안 헤어나지 못했었는데...급기야 올레계를 결성했답니다. 3년안에 아이들 다 떼어놓고 엄마들끼리 한번 폼나게 다녀 오자고 말이에요. 어디 해외여행 가는 것도 아닌데 왜이리 힘들까요? <거상 김만덕> 보고 싶은데 그 시간에 타방송사에서 하는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에 밀려 못 보고 있답니다. 남편에게 TV 주도권이 있기에...대신 책으로 봐야 겠어요. 저번에 초대해 주셔서 고마웠어요. 에너지 넘치는 모습 정말 짱!!! Thanks to 했습니다. 저 이쁘죠?

소나무집 2010-03-19 09:38   좋아요 0 | URL
당연 이쁘지요. 또 놀러 오세요. 지척인데...
그리고 전 그리 에너지 넘치게 사는 아줌마는 아닌데 그리 보였나 봐요.
그날 넘 과장스러웠나...
올레길 막상 가보면 실망할 수도 있어요. 그냥 바다를 마주하고 걸을 수 있는 제주의 시골길이 많거든요. 올레에 대한 로망은 사실 올레길을 천천히 걸을 수 있는 여유를 누리고 싶음이 아닌가 싶어요. 올레길에 대한 사연도 많은데 언젠가 글 한 번 써봐야겠어요.
 
빈센트 반 고흐 나는Yo 4
가브리엘 마르틴 로이그 지음, 김지연 옮김, 파티마 가르시아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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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화가 중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사람은 고흐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너무 유명하다 보니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런 인물일수록 수박 겉핥기만 한 경우도 많다. 우리 아이들에게 물어봐도 해바라기, 자화상, 자살 정도가 고흐에 대해 알고 있는 상식이다. 주변에 고흐를 소개하는 책이 넘쳐나고 있지만 제대로 안 읽었다는 얘기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너무나 유명해진 고흐지만 젊었을 때는 교회의 전도사가 되기도 했고,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방황도 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화가가 되기로 하고 열심히 노력을 했지만 늘 외로웠다. 사랑에서도 실패를 했고,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은 동생 테오와 몇 사람밖에는 없었다. 좋아하는 동료 화가 고갱과 다투고는 귀를 자르고 정신 병원에 들어가기도 했다.그리고 젊은 나이에 자살로 인생을 마감했다.  

짧은 인생을 살면서 힘들게도 살았구나 싶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고흐가 불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건 없건 자신의 생각을 담은 그림을 열심히 그렸고, 그 결과 비록 죽은 후이기는 하지만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가 되었기에 자신은 행복하노라고 이야기해주기 때문이다.  

고흐가 편안하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새 고흐가 살던 시대와 살던 도시들을 통과하며 고흐의 그림을 이해하게 된다. 그림 그리면서 있었던 다양한 에피소드도 소개해주는데 가로등도 전등도 없던 그 시대 밤하늘을 그리기 위해 챙이 넓은 모자 앞부분에 초를 붙이고 그림을 그렸다는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앞으로 고흐의 밤하늘 그림을 볼 때면 촛불 달린 모자를 쓴 고흐의 모습이 동시에 떠오를 것 같다.  

미래아이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는 나는요 시리즈의 특징은 역사 속 인물들이 등장해서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데 있다. 직접 이야기를 들려주는 화법을 쓰다 보니 인물이 더 친근하게 느껴지고 삶을 이해하기도 쉽다. 고흐라는 화가의 이름이나 그림에 익숙해진 초등 3, 4학년 정도의 아이들이라면 고흐의 삶도 궁금할 것이다. 이 책은 너무 어렵지도 그렇다고 유치하지도 않으니 이 정도의 아이들이라면 재미나게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아주 질이 좋은 종이에 인쇄되어 있는 고흐의 대표적인 그림을 보는 건 보너스다. 그림 보는 재미에 종종 넘겨보고 싶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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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세계 기록 유산을 구하라! - 제13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기획 부문 대상 수상작, 역사 사회와 친해지는 책
날개달린연필 지음, 곽성화 그림 / 창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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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덕분에 공부하는 경우가 많은데 세계 문화 유산에 대한 것도 그랬다. 4학년 때는 우리나라의 세계 자연 유산이, 5학년 때는 세계 기록 유산이 사회 교과서에 나와서 관심을 갖고 아이들과 함께 찾으며 공부할 수 있었다. 내가 학교 다닐 때는 시대랑 연결해서 항목이나 외우는 걸로 공부를 마쳤기 때문에 우리 조상들이 남겨주신 문화 유산이나 역사에 대한 자부심도 갖지 못했던 것 같다.  

그동안 세계 기록 유산에 관한 책을 몇 가지 읽기는 했다. 하지만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나온 것이 없다 보니 이 책 저 책 뒤적이거나 인터넷 검색을 해야만 했다. 특히 작년에 지정된 <동의보감>까지 포함한 책은 아직 없기 때문에 더 반가웠다. 이 책은 제13회 창비 좋은어린이책 기획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나는 이 기획 부문의 책을 좋아한다. 그동안 많이 다뤄지지 않았으면서도 교과 과정에 꼭 필요한 지식 정보들로 채워 지루함 없이 읽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명탐정, 세계 기록 유산을 구하라!>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추리 소설 형식과 특별 신문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주인공 명탐정과 나지혜는 노교수를 도와 기록 유산 박물관 개관을 앞두고 사라진 특별 신문의 기사를 채워가면서 우리나라 기록 유산의 우수함과 가치에 대해 알게 된다. 이 책의 핵심은 특별 신문에 있다. 특별 신문에서 세계 기록 유산에 관한 정보를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추리 소설 부분은 빼고 특별 신문만 읽어도 된다. 하지만 아이들은 추리 부분을 더 좋아할지도. 

그렇다면 유네스코에서 인정한 우리나라의 기록 유산은 몇 개나 될까? 자그마치 7개나 된다. 이는 세계적으로 여섯번째에 해당하는 숫자라고 하니 듣기만 해도 뿌듯하다. 그 중 세계에서 자장 오래된 금속 활자인 <직지심체요절>은 지금 프랑스에 있다. 신경숙의 <리진>을 읽으며 알게 된 외교관 콜랭이 프랑스로 가져갔다고 한다. 그후 프랑스 국립 도서관에 보관된 <직지심체요절>을 발견하고 그 가치를 알린 사람은 유학중에 도서관 연구원으로 일하던 박병선 박사. 프랑스에 있으면서도 대한민국의 기록 유산으로 등재되기까지의 이야기가 더 소설 같다.  

<팔만대장경>은 글자가 8만자가 아니라 322글자가 양면으로 새겨진 경판의 숫자가 8만 개가 넘어서 팔만대장경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리고 대장경은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었단다. 돈과 기술, 인력이 갖추어져야만 가능했기 때문에 대장경을 만들 수 없었던 일본은 <팔만대장경>을 달라며 협박하고 애원하다가 단식 투쟁을 벌인 일본 사신까지 있었다고 한다. 대장경도 못 만들어서 굽신대던 일본인데... 지금은 그 반대가 된 것 같아 불편하기도.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는 조선 왕실에 대한 기록이다. 그렇다면 두 기록의 차이는 무엇일까? <조선왕조실록>은 사관이 전 왕조의 역사를 기록함으로써 새 왕조의 정통성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요약하여 정리한 기록이지만, <승정원 일기>는 왕을 따라다니며 왕의 기분이나 사소한 일까지 생생하게 기록했다. 특히 하루도 거르지 않고 기록한 자세한 날씨는 기후 연구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 

이젠 창제 과정을 알 수 있는 유일한 문자가 '훈민정음'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세계 기록 유산으로 등록된 <훈민정음>은 세종대왕이 만든 문자 '훈민정음'을 설명한 책이다. 일제 시대 일본인들에게 넘어간 <훈민정음>을 그들이 요구하는 값보다 열 배나 더 주고 찾아온 간송 전형필 선생의 이야기엔 존경심이 절로 일어난다. <훈민정음>의 가치를 알아보고 제값을 쳐준 거라니...  

복잡하고 까다로운 왕실의 행사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그림과 기록으로 남겨놓아서 후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한 <조선왕실의궤>는 수원 화성 때문에 더 널리 알려진 것 같다. 1978년에 복원되었으면서도 수원 화성이 세계 문화 유산에 등록될 수 있었던 것은 <조선왕실의궤>중 <화성성역의궤>의 공사 기록에 따라 그대로 복원해낸 덕분이라고 한다. 새삼 기록하는 문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되는 대목이다.  

작년 여름 <동의보감>이 세계 기록 유산에 등록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동의보감>은 선조의 명에 따라 허준이 집필한 동양 최대의 의학 백과 전서. 동방 의술의 보물이라는 뜻을 가진 <동의보감>이라는 책의 이름은 광해군이 붙인 것이라고 한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세계 속에 우리 대한민국의 위상이 높아진 것 같아 어깨가 으쓱해진다. 이 책을 읽은 아이들도 이렇게 자랑스러운 기록 유산을 남겨주신 조상들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세계 어디에 나가서도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해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란다. 4학년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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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1-18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 책 며칠전에 주문해서 받았어요. 아직 못 봤지만요.^^

소나무집 2010-01-20 08:07   좋아요 0 | URL
우리 것을 재미있게 알게 해주니 좋은 책이에요.
 
옛 그림 속 우리 얼굴 - 심홍 선생님 따라 인물화 여행
이소영 / 낮은산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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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우리 것을 다룬 책을 만나면 정말 반갑다. 그동안 우리 그림에 관한 책을 꾸준히 보아 온 덕에 처음 보는 그림은 없었다. 하지만 얼굴이라는 주제 하나를 가지고도 이렇게 풍성한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을 했다. 다음에는 또 다른 주제로 묶인 시리즈가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든다.  

우리 그림 속 얼굴에 대한 본격적인 설명으로 들어가기 전에 사람을 그린 이유, 아름다움의 기준, 우리 그림과 서양 그림을 비교하는 내용 등도 간단하게 나온다. 특히 윤두서의 <자화상>과 뒤러의 <모피 코트를 입은 자화상>을 비교하면서 두 그림의 차이에 대한 설명을 해주고 있다. 서양 그림은 빛과 그림자를 강조해서 그렸지만 우리 그림에서 빛과 그림자를 강조하지 않은 것은 그렇게 그릴 경우 본래 모습과 달라져서 사람의 본성도 달라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치관의 차이가 그림도 달라지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임수윤상>이나 <채제공상><황현상> 등의 초상화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사람들의 성격이 짐작이 갈 정도로 옛 사람들은 초상화를 그릴 때 겉모습뿐만 아니라 성격, 가치관, 개성까지 초상화에 담아내려고 했음을 알 수 있다. 초상화를 그릴 때는 밑그림을 그리고 그 뒷면에 채색을 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았다. 그리고 한 번 그린 밑그림을 여러 번 재활용한다는 사실도 재미있었다.  

가장 내 마음을 움직였던 그림은 역시 풍속화 속에 나타난 얼굴들이었다. 표정이 딱딱했던 초상화와 달리 풍속화 속의 인물들은 표정이나 동작이 생생해서 옆에 있던 사람이 금방 그림 속으로 들어간 듯 친근하다. 김득신의 <짚신 삼기>를 보면 삼대가 나오는데 서로 닮은 듯하면서 나이에 따른 얼굴의 특성을 잘 잡아내고 있다. 다른 책에서 쓱~ 한번 훑어보기만 하고 지나간 그림이었는데 이 책 덕분에 꼼꼼하게 들여다보며 삼대의 얼굴을 비교해 볼 수 있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아이들에게 일방적으로 우리 그림에 대한 지식을 주입하는 게 아니라 함께 느끼고 그림을 그려 보도록 한 데 있다. 원본 그림을 보며 앞에서 미리 보여준 부분 그림 찾아보기(53쪽), 청동 거울에 내 얼굴형 눈 코 입 그려보기(83~91쪽), 실제로 화선지에 내 얼굴 그려보기(103~104쪽) 등. 우리 아들은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내내 자신의 얼굴에 관심을 가지며 즐거워했다. 

또 우리 그림 속에 나타난 얼굴을 통해 옛 사람들의 삶을 바라보고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책을 읽는 사이사이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해 아이들과  잠깐이나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얼굴의 아름다움은 결국 마음에서 우러나온다는 사실을 많은 아이들이 책을 보며 느꼈으면 좋겠다. 글의 양이 꽤 되어서 4학년 이상은 되어야 관심을 갖고 읽을 것 같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으로 아이세움에서 나온 <옛그림 속으로 풍덩~ 조선 시대로 놀러가자>가 있다.

뱀꼬리-> 요즘 들어 얼굴 사진을 찍는 게 꺼려진다. 나이 들어가는 사진 속의 내 모습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좀더 아름답게 변해가고 싶은데 그게 아니어서... 나도 이젠 얼굴에 삶이 드러나는 나이가 되어가고 있다. 얼굴을 책임질 나이, 내가 타인의 얼굴을 보며 인생을 읽어내듯 남들도 나의 얼굴을 보며 내 삶을 읽어낼 것 같다. 그러니 마음을 더 잘 다스리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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