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랑 놀아 줄게 맹&앵 동화책 1
김명희 지음, 이경하 그림 / 맹앤앵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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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짝꿍에 대한 추억 하나쯤은 누구나 갖고 있지 않을까 싶다. 나도 물론 짝꿍에 대한 몇 가지 기억을 가지고 있는데 대부분 마음에 안 들었던 짝꿍에 대한 추억들뿐이다. 공부 못하는 아이, 지저분했던 아이, 늘 냄새나는 도시락 반찬을 싸왔던 아이, 지각을 밥먹듯 하던 아이... 책상에 줄을 박박 그어가며 외면했던 그 시절 짝꿍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짝이 바뀌는 날마다 불만을 토해내는 우리 아이들을 보면 요즘 아이들도 좋은 짝보다는 싫은 짝에 대한 기억을 오래 간직할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우리 딸은 아이들이 싫어하는 짓만 골라서 하는 지금 짝꿍에 대한 불만이 참 많다. 하지만 내가 그랬듯이, 어른이 되어 이름을 기억할 수 있는 친구들은 바로 이런 짝꿍이라는 걸 아직은 모르겠지?    

난 이 책을 읽는 내내 공주처럼 자라서 모든 게 완벽한 주인공 연지보다는 노점에서 장사를 하는 할머니와 힘들게 사는 진성이의 마음을 따라다녔다. 좋아하는 짝꿍 연지와 함께 놀고 싶은 마음을 한 번도 드러내지 못하다가 아파 눕고 나서야 한 장의 그림 속에 그 마음을 담는 아이.    


 

요즘 나오는 동화에서 어려운 가정 환경이지만 늘 밝은 모습으로 공부도 잘 하는 아이를 만난 게 처음이지 싶다. 그래서 더 좋았다. 가난한 집의 아이들도 속이 깊고 공부도 잘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게 참 좋았는데, 그런 진성이를 결국 하늘 나라로 보내다니...  

진성이가 하늘 나라에 가 있는 엄마 아빠에게 쓴 편지를 읽다가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는데, 그 눈물이 다 마르기도 전에 진성이를 하늘 나라로 보내야 했다. 연지가 같이 못 놀아준 걸 후회하면서 가슴 아파한 것 만큼이나 나도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불쌍한 진성이를 하늘 나라로 보낸 작가에게 "왜 그랬냐"고 따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

진성이가 떠난 후에야 진성이의 처지와 마음을 이해하고 후회하는 연지, 아이들 마음에 연지처럼 하고 싶은 말을 미처 하지 못한 것, 해야 할 말을 그때 하지 못한 것, 꼭 전해 주고 싶은 것을 전해 주지 못한 것, 그때 같이 놀아 주지 못한 것, 그건 정말 아주 많이많이 미안한 일(본문 84쪽)이라는 사실을 아로새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좀 미운 짝꿍의 마음도 헤아릴 수 있었으면...

맑은 수채화로 그린 그림이 글과 어울려 아름다운 동화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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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09-10-16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프지만 아름다운 동화군요...

소나무집 2009-10-16 07:10   좋아요 0 | URL
네. 황순원의 <소나기>가 생각나는 그런 동화였어요.
 
새로 태어난 호진이네 가족
불량한 자전거 여행 창비아동문고 250
김남중 지음, 허태준 그림 / 창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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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동네 몇 바퀴를 돌다 보면 정말 신이 난다. 하지만 더운 여름 11박 12일 동안 1,100킬로를 자전거만 타고 전국 일주를 해야 한다면? 으악, 정말 사양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이런 생각이 변해서 슬슬 자전거 여행에 대한 동경마저 생겼다. 이런 생각은 함께 책을 읽은 우리 딸도 마찬가지여서 여름 방학 내내 자전거 여행 가고 싶다고 얼마나 졸라댔는지 모른다.  

<불량한 자전거 여행>에서는 지독한 땀냄새가 난다. 하지만 그 땀냄새 속에서 미소짓게 만드는 향기가 폴폴 난다. 책제목과는 달리 전혀 불량하지 않은, 오히려 한 아이를 쑤욱 성장하게 만드는 자전거 여행의 기록이다. 그래서 나도 그 여행에 동참해서 땀을 흘리고 싶어지게 만든다.

부모의 불화와 이혼 결정 앞에서 당황스럽지 않은 아이가 어디 있을까? 호진이는 자신이 길거리에 나뒹구는 쓰레기가 되어버린 것 같고, 길바닥에 눌어붙은 시커먼 껌자국이 되어버린 것 같은 심정이 된다. 엄마 아빠가 없는 곳으로 가고 싶었던 호진이는 어른들로부터 불량품 판정을 받은 삼촌을 떠올린다.

하지만 정작 만나본 삼촌은 자전거 여행 가이드를 하면서 자유롭게 충만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보통 사람들과 좀 다르게 살아가는 삼촌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불량했을 뿐이다. 얼떨결에 삼촌의 자전거 여행에 동참하게 된 호진이는 너무 힘이 들어서 순간순간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한다. 하지만 호진이는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힘들고 불편한 여행을 끝까지 감내한다.  

광주-구례-진주-창원-부산-울산-대구-안동-단양-원주-홍천-속초-통일전망대-속초. 처음 시작할 땐 도저히 끝날 것 같지 않던 힘든 여행, 도저히 친해질 것 같지 않던 사람들과 친해지게 만든 여행, 풀리지 않을 것 같던 마음까지 스르르 녹게 만든 여행이었다. 광주에서 시작해서 강원도 끝자락까지 여행을 마친 호진이는 미워하던 마음을 다 거둬들이고 엄마 아빠를 위해 새로운 자전거 여행을 계획할 만큼 부쩍 자라 있었다.  

얼마 전 한 대학의 교수님으로부터 요즘 아이들은 땀 흘리는 걸 제일 싫어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MT 같은 걸 가도 등산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대학생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몸이 힘든 일은 도통 해보지 않고 자란 아이들의 특성인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큰일이라고... 

요즘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동화라는 생각이 든다. 머리가 아닌 몸으로 힘든 경험을 하고 땀을 흘리면서 성장을 경험하게 만든 김남중이라는 작가가 너무 멋지다. 몸이 힘든 일은 해본 적이 없는 5학년 이상 어린이와 아이들이 공부만 잘하길 바라는 부모들이 함께 읽었으면 좋겠다. 정말 멋진 성장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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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9-09-11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아이가 이 책을 먼저 읽고는 뒷 이야기를 썼다.
먼댓글로 붙여둔다.

세실 2009-09-12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먼댓글 주소 클릭했는데 안 가네요.
저두 요즘 저녁에 자전거 타고 1시간 달립니다.
자전거 여행은 햇빛이 무서워서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소나무집 2009-09-13 12:15   좋아요 0 | URL
님, 책 이미지 위에 있는 주소 클릭해야 돼요.
자전거 타고 언덕 올라가는 건 장난이 아니지요?
저는 평지에서만 타요.
 
까만 얼굴의 루비
루비 브리지스 지음, 고은광순 옮김, 오정택 그림 / 웅진주니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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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딸아이가 학교에서 빌려와 읽고 나더니 좋은 책인 것 같다며 내게도 읽어보라고 했다. 책을 읽다가 딸아이를 다시 보게 되었다. 이젠 차별과 인권에 관한 책을 읽고 좋은 책이라고 생각할 줄 아는 아이가 되었구나 싶어 대견해 보였다.  

루비 브리지스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백인들만 다니던 학교에 다니게 된 흑인 소녀다. 그동안 간간이 흑인분리 정책과 차별에 관한 동화책을 읽긴 했지만 이 책은 정말 특별한 감동을 주었다. 백인들만 다니던 학교에 최초로 다니게 된 루비가 당시를 회상하며 솔직하게 직접 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미국이 얼마나 인권 후진국이고 이기적인 인간들의 집단이었는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오바마 같은 흑인이 대통령이 될 수 있는 나라, 그래서 대단해 보였던 그 나라에서 흑인과 백인 아이들이 같은 학교에서 공부를 하게 된 지 이제 40여 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너무나 놀랍다. 경찰들의 보호를 받으며 학교에 가고, 흑인 아이와 같이 공부시킬 수 없다며 등교 거부를 하는 바람에 텅 빈 교실에서 헨리 선생님과 단 둘이 공부하게 된 여섯 살의 루비.  

등교길에 백인들이 퍼붓는 "검둥이는 집에 가라" "너를 죽일 방법을 찾고 말겠어" 같은 외침과 수없이 몰려든 기자들의 관심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몰랐을 정도로 어렸던 루비. 하지만 그녀의 등교는 백인 우월주의에 젖어 흑백 분리를 주장하던 많은 백인과 이미 차별에 익숙해져 있어 왜 바뀌어야 하는지도 모르던 흑인들에게 서서히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그래서 최초로, 꿋꿋하게, 백인 학교에 다닌 루비의 상징성은 크다. 루비의 그 특별했던 1년은 루비는 물론 흑인과 백인들의 의식을 바꿔놓은 대단한 사건이었던 것이다.

루비는 헨리 선생님과 단 둘이 보냈던 1년을 행복한 시간으로 기억했다. 하지만 루비를 딸처럼 돌봐주었던 헨리 선생님은 흑인 아이를 가르친다는 이유로 같은 학교 선생님들에게도 따돌림을  받았고, 신변의 위협 때문에 남편 외에는 어느 누구에게도 흑인 아이를 가르친다는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고 한다. 당시 사정을 고스란히 전해주는 많은 사진과 신문 기사와 증언이 실려 있어서 더 생생하게 루비와 당시 흑인들의 아픔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이젠 다문화 국가가 되어가고 있고, 곳곳에서 얼굴색이 다른 그들에 대한 차별이 이루어지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읽고 그들과 잘 어울려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 아마 아이들은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인종 차별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책을 읽은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미래는 분명 더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약자에 대한 배려와 인권에 대해 생각할 줄 아는 4학년 이상 아이들에게 꼭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이 한 권 있다. <그들은 자유를 위해 버스를 타지 않았다> - 내일을 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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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09-09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고 싶네요. 님이 감동이라고 하시니 말이에요

소나무집 2009-09-09 09:52   좋아요 0 | URL
루비가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이에요.
꼭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아요.
책을 읽다 보면 가슴에서 울컥 하고 치미는 게 있어요.

비로그인 2009-09-09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합니다.
외국인 100만시대에..
우리 아이들에 대한 교육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

이스크라90 2009-09-09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찾아서 딸 아이와 같이 읽어봐야 겠습니다.

복돌이^^ 2009-09-09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음....차별이라...우리 스스로가 만들어놓은 숙제 인듯 하네요ㅠㅠ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 저도 한번 읽어 봐야 겠네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박수진 2009-09-09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아이와 함께 꼭 한 번 읽어봐야겠어여
좋은 글 감사합니다.

소나무집 2009-09-10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째 이리 많은 방문객이...

순오기 2009-09-14 15:37   좋아요 0 | URL
블로거 베스트 특종이네요~~ 축하해요!^^

소나무집 2009-09-16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로거 특종 신나네요.
적립금이 많아서요. ㅎㅎㅎ
 
날아라 태극기 보물창고 북스쿨 3
강정님 지음, 양상용 그림 / 보물창고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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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나 조선 시대의 역사는 줄줄 꿰는 아이들도 일제 강점기 이후 우리의 역사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막연히 일본은 나쁘다는 생각을 할 뿐이다. 왜 나쁘다는 건지,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이들은 잘 모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들이 그 시대의 이야기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우리 어른들은 어두운 역사여서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지도 모른다. 그 결과 100년도 안 된 우리 역사를 아이들이 너무 모르게 된 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자랑스럽지 않은 역사일수록 더 열심히 가르쳐서 일본에게 사과도 받아내고 그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일본의 교과서 왜곡이나 독도 문제를 말도 못 꺼내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참 반갑다. 일제 시대 말 태극기 때문에 벌어진 소동을 아이의 눈을 통해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태극기를 그려 붙였다는 이유 때문에 일본놈들에게 붙잡혀가는 작은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태극기와 우리 민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소녀의 이야기가 가슴 뭉클하다.  

태극기가 호랑이보다 귀신보다 더 무섭다는 아이들의 말은 어쩌면 우리 민족성을 말살하려던 일본놈들의 심정이었는지도 모른다. 달력에 그려진 작은 태극기 그림조차 용납할 수 없었던 걸 보면 말이다.   

일제 시대 태극기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사건 중 하나가 손기정 선수의 마라톤 우승과 일장기 말소 사건이다. 세계인 앞에서 태극기가 아닌 일장기를 달고 있어야 했던 손기정 선수는 우승을 하고도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바로 그 당시 우리의 현실이었다. 아이들에게도 왜 그런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지 솔직히 이야기해줘야 한다.

우리 아이들도 막연했던 일제 시대 이야기가 이 작품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그려졌던 모양이다. "일본놈들 진짜 나쁘다"는 말을 여러 번 반복한다. 이야기의 전개도 박진감이 있고 재미있다. 책 뒤에 부록으로 나와 있는 <꼼꼼히 읽고 곰곰히 생각하기>를 보면서 태극기의 의미는 물론 일제 시대와 현재 일본인들의 역사 왜곡까지 함께 이야기 나누고 독후 활동도 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3학년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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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08-31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책 아주 재미나고 필요한 책 같아요

소나무집 2009-08-31 09:36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꼭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작품은 교과서에도 실렸으면 좋겠어요.
 
뻔뻔한 칭찬 통장 미래아이 저학년문고 7
김성범 지음, 이수영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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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의 경우는 뭐든 알아서 잘하는 편이라 상도 종종 받아온다. 하지만 아들은 학교에서 수시로 상을 받아오는 누나를 늘 부러운 눈초리로 바라보기만 한다. 한 번쯤 아들 녀석도 상을 받아왔으면 싶지만 3학년이 된 여직껏 상다운 상을 한번도 받아 본 적이 없다. 그러다 보니 늘 뒤처지고 느릿느릿한 아들의 숙제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불쑥불쑥 일어난다.  

특히나 엄마들 앞에서까지 대놓고 편을 가르던 2학년 때 담임은 나를 자꾸만 뻔뻔하게 만들었다. 아이들보다 엄마의 발길과 손길을 더 좋아했던 그 선생님에게 내 아이가 미움받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나도 발 벗고 나서서 아들의 숙제를 보아주려고 했다. 하지만 아들은 자신이 하기 싫은 건 맞아가면서도 안 하는 고집불통이었다. 그래서였는지 상은 관두고 담임은 "문제가 많아서 부모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평을 생활통지표에 써 보내서 정말로 어이없게 만들었다. 

그 평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긴 했지만 3학년이 된 아들을 보면서도 하루하루가 불안했다. 그런데 아이의 입에서 "우리 선생님은 정말 좋아"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고, 매일같이 현관문을 열면서 학교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1, 2학년 때까지는 엄마가 물어봐야 마지못해서 이야기를 꺼내던 아이였다. 아이의 학교 생활을 갑자기 즐겁게 만든 건 뭘까?

알고 보니 담임 선생님은 '칭찬쟁이'였다. 한두 달 사이에 아이가 뭐 얼마나 변했을까? 새로운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볼 줄 아는 분이었다. 시끄럽게 했다고 혼내기 전에 왜 그랬는지 묻고 훌륭한 개그맨이 될 소질이 있다며 칭찬 먼저 해주는 선생님... 엄마의 손길보다 서투른 아이들의 솜씨를 더 훌륭하게 생각하는 그런 분이었다. 그림을 잘 그린다는 칭찬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던 아들이 솜씨자랑에 제 그림이 붙었다며 얼마나 자랑스러워했는지...   

요즘 엄마의 잔소리가 없어도 아들은 알아서 일기를 쓴다. 방학식하던 날 선생님이 직접 만들어준 일기상 덕분이다. 학교에서 주는 상은 아니었지만 아들은 선생님이 준 그 상을 받고 정말 뿌듯해했다. 엄마의 도움 없이 쓴 일기였기에 더 기뻐했던 건 아닌지...

요즘 학교엔 숙제를 도와주고 상을 받고 싶어하는 수많은 동현이와 예솔이 엄마가 있다. 그런 엄마들은 "학교 다닐 때 한 번도 상을 받은 적도 없고 누구의 도움을 받은 적이 없어서 작가가 될 수 있었다"는 이 책을 쓴 작가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 같다. 물론 여기엔 나도 포함되어 있다. 나 또한 아이가 상을 받아오면 아이보다 더 기뻐하는 엄마이기 때문이다.   

상을 좋아하는 엄마와 아이들의 진짜 모습을 가려낼 줄 모르는 선생님, 그리고 초등 저학년 아이들을 위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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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08-11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칭찬하는데 돈 드는 것도 아닌데 인색한 사람 참 많지요

소나무집 2009-08-11 13:25   좋아요 0 | URL
네, 정말 그래요. 우리 아들이 선생님 덕분에 많이 변해서 책내용과 상관 없는 이야기만 주절거렸네요.

치유 2009-08-12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스스로 받아온 칭찬거리와 상은 정말 기분 좋으면서 너무 대견스럽지요..
맘 넉넉하고 좋은 담임을 만나서 아이가 변해가고 학교생활이 즐거워 진다면 바랄것이 없지요..
이학기때는 더 많은 칭찬을 들으며 즐거워 하길..

요즘 엄마들은 가사 실습같은 것도 엄마가 해줘서
학교에서만 하게 하는 학교가 많아지고 있더라구요.
하는 만큼만 사인받고 다음실기 시간에 다시 거기서 부터 시작하구요..
그래도 해주는 엄만 어떻게든 해주더라구요..정말 애 망치는 것인줄은 꿈에도 모르나봐요..

소나무집 2009-08-12 11:19   좋아요 0 | URL
딸아이를 보면 엄마가 좀 참견을 하면 더 못하는 것 같아요.
요즘은 아이들과 거리를 점점 더 두려고 노력중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