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아빠가 철들었어요 시읽는 가족 8
김용삼 지음, 안예리 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들을 키우면서 일상에서 마주치는 단상들을 동시로 읽다 보니 나도 모르게 "아이고, 맞아 맞아!" 이런 말이 절로 나온다.  

아들이 거짓말을 할 때마다 얼굴에 점이 생긴다며 점이 많은 걸 아들 탓으로 돌리려다가 오히려 당하는 아빠(거짓말), 손님이 올 때면 새색시 가면을 쓰고 친절하게 말하다가 손님이 가고 나면 새색시 가면을 벗어던진 채 숙제하라고 소리 지르는 엄마(가면놀이)의 모습이 너무나 익숙하다. 나도 이런 적이 가끔 있어서...

서점 가는 길에 있는 만두가게에 한 번쯤 들렀으면 좋겠는데 책값밖에 없다며 서점으로만 가는 아빠, 하루는 아빠가 만두가게로 가서 만두를 사주자 드디어 아빠가 철들었다며(아빠가 철들었어요) 좋아한다. 만두가게 앞을 지날 때마다 얼마나 군침을 흘렸을까? 아이 마음을 몰라주는 어른들은 반성해야 할 듯.

골 할머니가 오래 살아야 하는 이유가 김치 때문(오래 살아야 하는 이유)인 건 우리집이랑 사정이 너무나 똑같다. 나보다 아이들이 할머니의 김치를 더 좋아해서 할머니가 아프면 안 된다고 말하는 집이 바로 우리집이다.

선생님이 떠드는 아이를 칠판에 적으라고 하자 조용한 교실에 울려 퍼지는 선생님 전화 벨소리. 그소리를 듣고는 바로 휴대 전화라고 쓰는 반장(떠드는 아이), 단칸방에 사는 건호의 이야기에는 마음이 찡해진다. 밥을 먹으면 식당이 되고 차를 마시면 거실이 되고 공부를 하면 공부방이 되는 마법의 방(마법의 방)에 살기 때문이다. 친구들의 놀림에도 꿋꿋한 건호 화이팅! 

아이들의 마음이 가득 담긴 동시를 읽으면서 나의 어린 시절도 떠올려보고, 아이들의 입장에서 모든 걸 생각해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지개 - 최승렬 동시집
최승렬 지음 / 재미마주 / 200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주 작은 크기의 시집을 펼치는 순간 참 촌스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글씨체나 그림도 요즘의 화려한 책과는 거리가 멀고, 최승렬이라는 시인의 이름도 낯설었거든요. 하지만 이 동시집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하네요. 

올해가 육당 최남선이 ‘해에게서 소년에게’라는 신체시를 발표(1908년)한 지 100년이 되는 해라고 해요.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재미마주에서 우리 원로 작가들의 동시집을 다시 펴내기로 했다고 합니다. 그 첫번째 책이 바로 <무지개>라는 이 동시집입니다.

동시를 읽다 보니 자꾸만 아련한 추억이 떠올랐어요. 도시의 아파트에 살면서는 느낄 수 없는 풍경들이 떠오르고, 어린 시절 뛰어놀던 들판으로 달려 나가고 싶은 충동도 느꼈어요. 지금은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는 등불이나 달구지에 관한 추억도 떠올랐고요.

또 동시집을 읽는 내내 '어머니'라는 시어가 자꾸만 눈에 밟혔어요.1955년 이 동시집이 처음 발표되었을 때 신석정 시인이 쓴 서문이 그대로 실려 있어 읽어 보니 시인은 일찍 어머니를 잃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동시마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합니다. 마음이 짠해지면서 우리 엄마가 떠오르네요.

<어리광> 즐거운 꿈을 깨인 밤은/하도야 마음이 섭섭해서요./어머니 앞가슴에 얼굴 파묻고/흐으응 어리광을 떨고 싶었어.

<눈길> 눈길 하얀 길이 차요./내 발에 고무신/추웁다 신고 가란 어머니 고무신/어머니는 온종일 어찌 시려나/눈 위에 남는 호젓한 내 발자국

<슬픔> 달구지 끄는 엄마가 안타까워/애기 말은 말없이 따라갔다./엄마 엄마 따라갔다.

<자장가> 머언 산울림 은은히 퍼지는 노래가 있어요./어머니 손길에 포근히 잠겨 끝없는 꿈을 엮던 그때 그 노래가요.

글씨 크기가 작고 글씨체도 옛스러워서 아이들보다는 나이 좀 있는 어른들이나 보는 책으로 생각할 것 같아 좀 아쉽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둑고양이와 문제아 - 제6회 푸른문학상 동시집 시읽는 가족 7
김정신 외 지음, 성영란 외 그림 / 푸른책들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동시집을 읽는 동안 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특히 동시의 소재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친근해서 좋다. 
우리집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그린 동시도 몇 편 있어서
우리 아이들과 내가 주인공이 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첫번째 동시인 <나만 미워하는 엄마>를 읽으면서서 큰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길을 가다가 동생이
"엄마, 개미!" 하면
"개미가 우리 미소랑 친구하고 싶은가 보네."
하며 동생 옆에 나란히 앉는 엄마


길을 가다 내가
"엄마, 지렁이!" 하면
"빨리 안 오고 뭐해!"
하며 눈 흘기는 엄마


나뭇잎에 매달린 빗방울 보고 동생이
"엄마, 나뭇잎에 눈물이 달렸어!" 하면
"나무가 슬픈  일이 있나 보네."
하며 동생 등을 토닥여 주는 엄마


방충망에 달린 노린재를 보고 내가
"엄마, 노린재가 나랑 놀고 싶은가 봐!" 하면
"너 공부 안 하고 뭐하니!"
하고 소리 지르는 엄마


똑같은 상황에도 동생과 나를 차별하는 엄마의 모습이 어딘지 익숙하다.
나의 경우도 작은아이에겐 늘 관대하고 마음까지 헤아려서 관심을 가져주건만
두 살 더 먹은 큰아이에겐 좀더 엄격하게 대하게 된다. 아홉 살이나 열한 살이나 어리긴 마찬가지인데...
그럴 때마다 큰아이가 상처를 받았을 것 같은 생각에 미안해진다. 

"진짜 재미있는 동시다!"
이 동시집을 보며 우리 딸아이가 몇 번이나 했던 말이다.
딸아이가 이 동시집을 책가방에 넣어가기도 했는데 이런 동시를 읽으며 위로를 받은 건 아닐까?

쉽고 재미있는 동시들을 읽다 보니 나도 동시를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8-11-27 1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집 2008-11-28 13:03   좋아요 0 | URL
가끔 찾아와주셔서 저도 감사 드려요.
 
수수께끼 동시 그림책 I LOVE 그림책
조이스 시드먼 지음, 신형건 옮김, 베스 크롬스 그림 / 보물창고 / 200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 그림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너무나 강렬한 느낌을 주는 판화 그림이다. 색감도 과장된 화려함보다 차분한 기운이 더 많은데 눈과 마음을 꽉 잡아끈다. 맨 뒤에 독수리가 나오는 전면 그림은 벽에 걸어두고 싶은 마음까지 간절해진다.

책을 받은 첫날은 그림 때문에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데 아들이 책을 들고 내 꽁무니를 쫓아다니면서 수수께끼 낼 테니 맞춰 보라고 성가시게 했다. 그러면서 읽는 폼이 제법 동시를 낭송하는 듯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제서야 '아, 수수께끼 동시 그림책이었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번째 문제는 이슬이라고 답을 맞췄는데 두번째 문제는 좀 아리송해서 멈칫대고 있으니 아들 녀석이 그것도 모르냐면서 낼름 메뚜기라고 답을 말했다. 뒤로 갈수록 점점 수수께끼가 어려워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곤충에 관심이 많은 아들은 뒤로 넘어갈수록 신이 나고 엄마는 점점 기가 죽었더라는...

아이들이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는 함께 동시 낭송 대회 같은 것도 하면서 동시를 가까이 해보려고 노력했는데 어느새 그런 노력에도 게을러진 지 오래다. 감수성이 예민한 딸은 나름대로 동시책을 보기도 하고 동시를 짓기도 하는데 아들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던 차에 만난 이 책은 꼭 우리 아들을 위한 책 같았다. 곤충과 자연 현상에 관심이 무한한 아들을 동시의 세계로 은근슬쩍 끌어들일 수 있어서 정말 좋다. 더구나 동시가 수수께끼 형식이어서 문제를 내고 답을 맞추는 재미까지 함께할 수 있다. '꿩 먹고 알 먹고'는 바로 이런 책을 두고 하는 말일 것 같다.

동시의 마지막 문장은 항상 '나는 누구일까요' '이것은 무엇일까요?'로 끝난다. 곤충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은 정답에 대한 고민을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걱정 안 해도 된다. 그림을 꼼꼼하게 살펴보면 정답을 발견할 수 있다. 또 두 가지 수수께끼가 나온 다음 장에 답에 대한 설명이 바로 나온다. 

정답 설명 속에는 외골격, 포식 동물, 물관부, 체관부, 천이 등 아이들 책답지 않게 전문적인 용어를 과감하게 써서 과학책으로도 손색이 없다. 수수께끼 동시 부부은 전혀 어렵지 않은 단어를 썼으니 유아부터 고학년 아이들까지 다같이 봐도 될 만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