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기 전에 아들 녀석이 발뒤꿈치뼈에 금이 가서 3주 넘게 깁스를 하고 다녔다. 여행 다녀와서 통장을 찍어보니 두 보험사에서 30만원씩 입금시켜놓았다. 그동안 넣은 원금 생각은 안 하고 어째 공돈 같다. 병원비 10만원 정도 들어간 것 빼고 50만원이 남는다. 

아이 때문에 생긴 돈이니 책을 안 사줄 수가 없어 몇 권 골라 보았다. 아들 땜시 생긴 돈인데 책은 5학년 딸아이 기준이다. 다른 책은 다 성공인데 <국사 시간에 세계사 공부하기>는 글씨가 작아서 아이들이 보려면 좀 기다려야 할 듯.  해리포터 시리즈는 딸아이 중간 고사 올백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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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 아들이 올해는 선생님을 정말 제대로 만났다. 2학년 때 아이의 특성을 생각해주지 않는 할아버지 샘 때문에 내 마음 고생이 엄청 심했는데 올해는 그런 마음 고생은 안 해도 될 듯하다. 대신 5학년 딸아이 샘은 학교를 경로당이라고 생각하는 할아버지 같아 정이 안 가고...

어제 체험학습신청서 쓰러 학교에 갔더랬다. 50대 초반의 여자 샘인데 부산스러운 우리 아들 땜시 걱정을 했더니 다 괜찮다 하신다. 10살 아이가 너무 얌전하면 그건 어디가 아픈 거란다. 2학년 때 샘이 일 년 내내 지적했던 글씨 못 쓰는 것도 요즘 아이들 다 그러니 흠이 될 게 없단다.  

오우, 집에 돌아오는 길에 발걸음이 가볍고 고마운 마음에 코끝이 다 찡해졌다. 같은 아이를 바라보는 선생님의 시각이 이렇게 다르다. 선생님의 틀 안에 아이를 가두지 않고 각자의 개성을 인정해주는 선생님, 이게 진정한 선생님의 모습 아닐까 싶다. 오랜만에 선생님께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할 수 있어서 정말 흐뭇했다.

선생님과 이야기 하던 중에 아이들에게 학급 문고(완도 와서 학급 문고 신경 쓰는 샘도 처음 만났다)를 세 권씩 가져오라고 했는데 몇 명 안 가져 왔다기에 우리집에 있는 책을 넣어주기로 했다.  한 학기에 한 번씩 바꿔서 넣어주겠다고 했더니 선생님 너무 좋아라 하셨다. 그래서 책 챙겨 갔더니 '강지우가 가져온 책입니다. 깨끗하게 보고 다시 돌려주세요.' 라고 쓴 스티커를 다 만들어 놓으셨다.  

집에서 학급문고로 가져간 책들이다. 좀 얇은 책 30권으로 골랐는데도 들고 가려니 팔이 좀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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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04-08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다행이에요 작은 배려가 아이에게는 큰 힘이 되지요

소나무집 2009-04-09 16:32   좋아요 0 | URL
좋은 선생님인 것 같더라구요. 님도 나중에 태은이 학교 가면 선생님의 말 한마디에 울고 웃는 엄마들의 마음을 이해할 거예요.
 

우리 아이들은 완도에 와서 아주 널널하게 산다. 처음 일 년 정도는 도시 아이들한테 뒤지면 어쩌나 불안한 마음에 공부 하라는 잔소리를 좀 했다. 하지만 1년 2년을 넘기고 어느새 완도 생활 3년차, 요즘 나는 아이들에게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거의 끊었다. 요것이 나중에 아이들 인생에 영향을 미쳐 엄마를 원망할 일이 생길지는 모르지만 지금 당장은 아이들도 나도 스트레스 안 받아서 좋~다.   

학원이라고는 딸아이가 미술 학원 3일, 아들은 미술 학원 3일에, 태권도 학원을 다녔다. 그런데 아들은 요즘 발뒤꿈치뼈에 금이 가서 반깁스를 하는 바람에 태권도 학원도 못 가고 목발 소년이 된 지 3주가 되어 가고 있다. 내가 요 아들 땜시 마음 편할 날이 하루도 없다. 어쨌거나 집에 오면 우리 아이들은 저녁 먹을 때까지 뒹굴뒹굴 책이나 보면서 논다. 특별하게 뭘 가르치고 싶어도 가르치는 곳도 없고, 갈 곳도 없는 완도. 공부도 너희들 알아서 할 일이라는 생각에 그냥 방치중이다. 사실은 정말 나중에 후회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시시때때로 내 머리 속을 휘젓기는 한다.

그런 중에도 내가 딱 끊지 못하는 게 하나 있으니 바로 영어다. 슬프게도 완도에는 내가 아이들을 맡길 만한 실력을 갖춘 영어 학원이나 선생이 하나도 없다. 땅끝 마을 해남보다 더 먼~~ 땅끝 마을임을 인정한 것도 다 교육 때문이다. 할 말이 많지만 여기서 참고. 믿을 수 없겠지만 나한테도 영어 선생을 하지 않겠냐는 제의가 들어왔을 정도니 원. 내게는 우리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칠 실력도 끈기도 없다. 사실은 끈기가 더 문제지만. 그래서 선택한 게 윤선생 영어다.  

딸이 영어를 좋아해서 요즘 배우는 내용이 제법 어려운데 지난 달부터 주제가 Famous People 이다. 첫번째 인물이 간디, 두번째가 마틴 루터 킹, 세번째가 나이팅게일, 네번째가 허준이었다. 딸아이가 간디마틴 루터 킹을 공부하면서 어찌나 어려워 하던지.... 그래서 살짝 들여다보니 나도 어려웠다. 비폭력, 무저항, 인권, 카스트 제도, 철학, 권리, 불평등, 정부.... 우리말 단어만으로도 5학년에겐 좀 버겁다 싶어서 인물에 관한 책을 사서 함께 읽었다.    

아이랑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5학년은 위인전을 읽히기에 가장 적당한 시기로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간디>는 책으로 읽고 나서도 어렵다고 한다. 카스트라는 인도의 신분 제도가 뛰어넘기 힘든 벽인가 보다. 하지만 <마틴 루터 킹>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고 싶은 인물이란다. 딸아이가 이런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슬슬 알아가는 것 같다. 

  

 

 

 

  

    

 

 그리고 더불어 함께 읽은 책 <오바마 이야기>. 

딸아이가 말했다. "미국에서 유명한 사람은 다 흑인인가 봐 !"  

이 말을 듣고 보니 미국이 살기 좋은 나라라는 이미지를 갖게 된 건 끊임없이 차별 없는 사회를 위해 노력한 흑인들 덕분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살아 보지 않아 실제로 살기 좋은지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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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3 15: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4-04 16: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여동생네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18개월 되었을 때 쌍둥이 동생들이 생기는 바람에 우리집에 와서 3개월 동안 함께 산 적이 있어 남다른 애정이 있는 조카다. 벌써 학교에 간다니 세월 참 빠르다 싶고, 얼마 전 들렀을 때 보니 맏형으로서 제법 의젓한 티가 나서 살며시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우리 아이들 맡기러 갔던 날 동생에게 봉투를 내밀었더니 책으로 사 달라고 했다. 꼬맹이 삼형제가 이모가 보내주는 책을 내내 기다렸을 텐데 이제야 책을 주문했다. 쌍둥이 동생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책 위주로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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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2-08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곱 권만 읽은 책이고... 저도 추천하는 책이 많이 들었네요.^^
 
2008년 내맘대로 좋은 책 연말 스페셜!

2008년에 읽은 책 중 내 마음대로 좋은 책을 골라 보았다. 

내가 이 책을 처음 만난 날 책제목을 보며 <완득이>가 뭐냐며 깔깔댔던 게 기억난다. 요즘도 이렇게 촌스런 이름을 짓나 싶어서. 하지만 그 덕분에 완득이가 더 만만했던 걸까? 완득이와 똥주 선생은 금방 나의 친근한 이웃이 되었고, 공부하느라 머리 터지고 있는 중학생 조카들에게 선물하느라 바빴다.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책이다.

내가 사는 동네는 시골이라서 정말 다문화 가정이 많다. 그들에게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완득이>를 읽은 이후 그들의 삶에 관심이 갔다. 그래서 요즘은 다문화 가정에 대한 공부도 시작했다. 

    

제주 며느리로 12년을 살았으면서도 내가 제주에 대해 아는 것은 그저 일반 관광객들과 비슷했다. 시댁에 갈 때마다 너무 이질적인 문화에 고개를 젓기만 했지 제주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려는 노력 같은 건 별로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난 내가 얼마나 행운아인지 알았다.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분위기로만 알아챘던 제주 사투리와 저걸 어떻게 먹나 싶었던 제주 음식들, 그리고 제주의 풍광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뜨게 되었다. 시댁이 제주이기에 일 년에도 몇 번씩 그 곳을 찾을 수 있는 난 진짜 행운아다. 올레가 있는 제주에 가고파서 설날이 기다려지는 요즘이다. 

 

재작년에 큰 수술을 하신 친정엄마, 그래서인지 그후 자꾸만 친정 엄마가 눈에 밟힌다. 그런데도 멀리 떨어져 살기에 친정엄마에게 해드릴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그러다 이 책을 읽었다. 책을 읽는 이틀 동안 난 하루에 두 번씩 전화를 했다. 왜 또 전화를 했냐는 엄마 말씀에 "그냥"이라고 대답했지만 그 속엔 그동안 전화도 자주 못했던 미안함이 가득 들어 있었다.  

내가 대학에 다닐 때부터 엄마는 당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면 몇 권은 될 거라고 하셨다. 그래서 한때는 엄마의 이야기를 써 드리고 싶다는 생각도 했는데... 신경숙은 이런 우리 엄마들의 바람을 알고 있었던가 보다. 작품 속 엄마와 나의 친정엄마는 참 많이도 닮았다. 그래서 비질비질 나오는 눈물을 참기 힘들었다. 

                                         

늘 아이들 책 위주의 독서를 하는 사람이라 아이들 그림책 중에서도 세 권을 골라 보았다. 

태안 앞바다에서 있었던 기름 유출은 정말 충격이었다. 더구나 친정이 그 근처이기에 내게 다가온 충격은 더 남달았다. 이 책은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손길 덕분에 겉으로 보이는 기름 흔적이 사라져갈 무렵에 나왔다.  

벌써 1년이 되었다. 기름으로 바다를 시커멓게 덮었던 그 일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버린 듯 요즘은 아무도 기름 바다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 1년 전 기억을 떠올리며 아이들과 수업을 했다.  

거미와 파리의 관계를 빗대어 어린이들에게 충고하는 책이다. 이 이야기는 1829년에 처음 소개되었다는데 20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전달하는 메시지가 강렬하다. 왜냐하면 지금도 아첨과 거짓으로 사람들을 함정에 빠뜨리고 싶어하는 이들이 아주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이 책에 반한 건 그림 때문이다. 그림의 느낌이 영화 <유령 신부>와 흡사하다. 흑백 톤의 어두침침하면서도 으스스한 그림에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한글을 학습 대상으로만 생각했던 나를 반성하게 만든 책이다. 자음과 모음이 만나서 글자가 아닌 새나 잠자리, 소, 꽃, 기차 같은 모양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달았다. 

책 속에 들어 있는 자음과 모음 스티커로 놀다 보면 한두 시간이 훌쩍 간다. 한글의 아름다움과 다양한 미술 놀이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려줘서 무척 고마웠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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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9-01-15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부터 친구가 이주여성들을 위한 한국어강좌를 맡았어요.
아직 돈은 안 되는 곳이고 그저 봉사한다 생각하고 시작했답니다.
감정소통에 가끔 어려움이 있다고 해요.
전 주변에서 직접 보진 못했는데 님이 사는 곳엔다문화 가정이 많군요.

소나무집 2009-01-18 08:17   좋아요 0 | URL
저도 한국어강사 공채에 합격해서 다음 주 5일간 교육받으러 간답니다.

프레이야 2009-01-18 08:20   좋아요 0 | URL
우왓, 축하합니다. 교육 잘 받고 오셔서 후기 좀 남겨주세요.
궁금해요.^^

순오기 2009-01-15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득이와 엄마를 부탁해, 나도 올해의 책으로 뽑았어요.^^
그림책은 눈여겨보고 도서관에서 찾아봐야겠어요.
한글책, 마노아님이 묻길래 님 서재 알려줬어요. 이책으로 조카 선물한다더군요.

소나무집 2009-01-18 08:17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이 댓글 남겼더군요.
제가 워낙 어른들 책을 많이 안 읽다 보니 읽는 게 베스트셀러뿐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