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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 속의 고래 -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푸른도서관 17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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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금이, 그녀가 내게로 들어왔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나는 그녀에게 홀딱 빠졌다. 아직 아이들이 어리다 보니 그림책 세상에 머물러 있었는데 <주머니 속의 고래> 한 편으로 그녀의 팬이 되고 말았다.

아이들의 꿈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노래를 제법 하는 딸아이는 노래방에 가면 가수가 되고 싶어하고, 개그 콘서트를 보면 개그맨이 되고 싶어한다. 지금은 그런 아이에게 박수를 쳐주지만 정말 미래에 대해 꿈을 키워야 할 청소년기에도 박수를 쳐줄 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다. 아마 민기 엄마처럼 흥분하며 경고장을 들이밀 게 틀림없다.

왜 아이들의 꿈과 부모의 꿈은 일치하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은 걸까? 부모들은 미래에 더 관심이 있고, 아이들은 지금 하고 싶은 것에 더 관심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내 아이들에게 말하곤 한다. 사람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한 법이라고.  그러면서도 은연중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이 아닌 엄마의 꿈을 아이들에게 강요하고 있는 우를 범하곤 한다.

중학생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난 이 책을 읽는 내내 주인공이 누굴까 궁금했다. 화자가 바뀔 때마다 모두 주인공 같았다. 공부만 잘하길 바라는 집안의 민기는 약간 철딱서니다. 얼굴이 잘 생겨 어딜 가도 눈에 띄는 바람에 연예인에 대한 꿈이 생겨 오디션을 보지만 번번이 떨어진다. 준희보다는 자신이 연호에게 더 친밀한 사람임을 내세우려 하지만 연호의 마음을 알 수 없다.

연호는 민기네 집 문간방에 세들어 사는 자존심이 강한 여자 아이다. 급식비 걱정을 해야 될 정도로 어렵게 살아간다. 엄마가 열여덟에 미혼모로 자신을 낳은 그 순간부터 불행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떠돌이 가수인 엄마가 집안일에는 무책임하기 때문에 아픈 외증조할머니를 모셔야 하는 책임까지 떠안고 있다. 동갑내기 민기와는 대조적으로 속이 깊은 겉늙은이가 되어버렸다. 사람들 눈에 띄기 싫어 투명 인간처럼 살아간다. 진정한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생각하기도 싫어 기초 환경조사서에 회사원이라고 적는다.

랩퍼가 되고 싶은 준희는 부유한 집안에 공개 입양된 아이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 준희를 공개 입양시킨 친엄마는 잘 나가는 연예인 기획사 대표가 되었다. 하지만 찾아가고 싶지 않다. 늘 배려해주는 양부모와 형이 있지만 그것도 준희에게는 상처다. 준희는 연호의 아픔을 알고 난 후 관심을 갖고 보이지 않는 힘이 되어 준다.

열다섯 살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키우기 위해 엮어 나가는 이야기이다. 요즘 많은 아이들이 그러하듯 이들도 연예인을 꿈꾼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은 눈물겹다. 하지만 부모들에겐 그들의 노력이 허황되게 보일 뿐이다. 그러다 보니 갈등이 생기지만 결국은 타협을 하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스스로 자신의 갈 길을 찾아내는 아이들이 대견스럽다.

너무나 아프게 살아가는 연호 때문에 여러 번이나 눈물이 핑 돌았다. 어처구니 없을 때도 있지만 밝은 웃음을 전해주는 민기 같은 친구가 있어서,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고 눈물을 흘려주는 선생님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꼭 연호가 가수로 성공해서 지긋지긋한 대물림 가난에서도 벗어나고 착한 연예인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벼랑 끝에 있는 아이들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이들에게 이런 꿈이 있기 때문에 세상은 밝아질 수 있는 게 아닐까?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하지 말고  진지하게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건 어떨까? 왜냐하면 부모에게 아이들은 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이 아이들의 열정이 부럽기도 하다. 내 아이의 이야기라면 또 달라질까?

이 시기를 거치고 있는 아이와 부모라면 한번쯤은 고민할 부분이다. <주머니 속의 고래>는 올바른 꿈에 대해 고민하는 아이들, 그리고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예방 주사 같은 역할을 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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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밑 악어
마리아순 란다 지음, 아르날 바예스테르 그림, 유혜경 옮김 / 책씨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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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책장을 덮고는 내 침대 밑을 들여다 보았다. 악어는 보이지 않았다. 휴, 정말 다행이다. 아직은 내게 병적인 고독이나 소외감이 찾아들 여지가 없는 것 같아 가슴을 쓸어내렸다.
 
책을 읽는 내내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새어나왔다. 한마디로 이 책은 재미 있다. 하지만 안을 들여다 보면 결코 재미만으로 읽을 수 없는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이 책은 많은 현대인들이 안고 살아가는 소외감을 극복하는 과정을 간결한 문체로 풀어낸 소설이기 때문이다. 
아주 평범한 직장인 JJ에게 한 마리 악어가 찾아와 매일 밤 벗어 던진 구두를 먹어치운다. 그것도 아주 내밀한 공간인 침대 밑으로. 그래서 누군가에게 함부로 보여줄 수도 없다. 배려 없는 직장 동료들의 말에 상처만 입을 뿐 진정한 소통은 어디에서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런 소외감이 사랑하는 여인 앞에서 창피를 당하게 만든 구두를 먹어치우는 악어로 변해 나타난다.
 
열심히 신발을 사 나르면서 악어와 친해지기를 시도하던 주인공은 결국 의사를 찾아간다. 주인공은 너무나 기계적인 처방(흔한 병이기 때문에)에 오히려 안도하면서  약사에게 간다. 약사와의 만남은 악어의 정체를 제대로 알게 해준다. 악어는 바로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고독이었던 것이다.
약을 먹지만  눈물이 계속 흐르는 부작용이 생긴다.  
 
악어병은 약이 아닌 자신 안에 본질적인 치유책이 있는 것이었다. 자신이 먼저 고독이나 소외감 등의 감정을 마주보고 마음을 열어야 치유의 기회가 오는 것이다. 사랑하는 여인 엘레나가 찾아옴으로써 JJ에게도 그 기회가 온다. 그녀에게 마음을 열어 보이고 고민을 털어놓는다. 엘레나 또한 시계를 먹어치우는 악어와 살고 있다는 걸 알고 서로 눈웃음을 짓는다. 그러자 모든 것이 먼지처럼 가벼워지면서 악어는 사라진다. 
사실 엘레나는주인공 가까이 있던 사람이다. 가까운 사람들과의 단절이 우울증이나 소외감을 불러오는 것이다. 역으로 말하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 또한 내 주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고독을 즐기는 이라면 절대로 이 책을 읽어선 안 된다. 왜냐하면 읽는 순간 고독이 치유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아주 짧은 분량이기 때문에 사라져버린 고독을 주워담기엔 시간이 늦어버릴 수 있다. 하지만 즐기고 싶은 고독을 잃었어도 그리 억울하진 않을 것이다.  단순하지만 유쾌한 등장 인물들을 통해 고독을 즐기기보다 마음을 열고 소통하며 사는 인생이 훨씬 즐겁다는 사실을 알았을 테니 말이다. 
무거운 주제의 글을 읽고 나면 머리가 더 무거워지곤 했는데, 이 책은 누군가 불러내 데이트를 즐기고 싶은 마음이 들게 했다. 언젠가 내 침대 밑으로 악어가 찾아온다 해도 아무런 두려움 없이 잘 사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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