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빨강 창비청소년문학 27
박성우 지음 / 창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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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내내 동시집을 여러 권 읽었다. 의무감으로 몇 권 읽다 보니 좀 지겹다는 생각이 들어서 대충 보고는 얼른 책꽂이로 보내버렸다. 책을 덮고 돌아서면 시인의 이름도 시제목도 떠오르지 않았다. 아이들의 눈높이로 책을 읽는 나에게 몸도 마음도 훌쩍 커버린 아이들의 마음을 보여주지 않는 동시집은 슬슬 식상하다는 생각이 들던 참인데...  

창비청소년 문학 시리즈로 나온 박성우 시인의 <난 빨강>이란 시집을 만났다. 서평을 쓰러 와서 별점 체크를 하다가 최고 5개밖에 줄 수가 없어서 안타까운 생각마저 들었다. 별 50개쯤 주어도 아깝지 않은 시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이 시집에는 중고딩 아이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엄마 아빠도 선생님도 몰랐던 솔직한 중고딩들의 마음이...  

공부 때문에 힘들다고 투덜대다가도, 몸의 성장과 이성에 눈을 뜨고 호기심이 발동하는 마음을 드러내기도 하고, 그 속에서 덜 영근 연둣빛으로 물이 오르고, 발랑 까지고 싶은 빨강 빛깔로 성장해가는 아이들의 모습에 미소가 지어지곤 했다. 특히 솔직하게 드러내놓기 뭣했던 몽정 이야기라든가, 거시기에 난 털을 면도했는데 자꾸만 나는 털 때문에 고민하고, 자위를 하고 있는데 문 열고 들어온 아빠 때문에 민망했던 이야기 등등. 이 시집 덕분에 아이들이 정말 궁금해하는 게 뭔지도 알게 되었다는... ㅋㅋㅋ  

요즘 우리 아이들의 현실은 알람 시계가 울리면 일어나서 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보충 수업 듣고 학원에 가서 공부하다가 집에 돌아와서 고장난 기계처럼 깜박깜박 불이 꺼지는 공부 기계처럼 산다.(공부 기계) 공부 잘하는 누나가 밤늦게 먹고 싶다는 만두를 사러 나갔다가 문 연 만두집을 찾아 헤매느라 늦게 왔더니 엄마는 딴짓 하다 왔다고 잔소리를 한다. 하지만 뒤에서 5등인 난 말대꾸도 못한다.(심부름)  그래서 기말 고사 보러 간 날 고릴라가 교실을 뜯어먹고 염소가 시험지를 뜯어먹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실컷 놀다가 집으로 가는 꿈이나 꿀 뿐이다.(신나는 악몽)  

하지만 늘 아이들이 절망만 하며 사는 건 아니다. 사업하다 망한 아빠 때문에 경매로 넘어간 집에서 이삿짐을 싸며 눈을 붉히기도 하고(가벼운 이사), 공부 열심히 안 하면 엄마 아빠처럼 고생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짜증내는 못된 아들이라고 자책도 하고(못된 아들), 학원에 다니고 싶다고 말하려다 식당에서 힘들게 일하는 엄마의 모습에 꾹 참기도 하고(학원), 컴퓨터 없인 못 살 것 같지만 엄마 아빠 없이는 정말 못 살겠다고 고백하기도 하고(컴퓨터를 조심해), 신나는 가출을 꿈꾸며 계획을 짜지만 결국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중간고사에 매달리고(신나는 가출), 사춘기 동생도 챙겨주고 삐딱하게만 듣던 선생님 말씀도 제법 듣는(몽땅 컸어) 아이로 성장해가고 있다. 

아이들이 자신의 마음을 일기로 쓴 것만 같다. 시를 읽으며 난 통쾌하게 하하하 웃기도 하고, 코끝이 찡해져서 눈물을 훔쳐내기도 했다. 난 그런 시들을 읽으며 한 편 한 편에 댓글을 달았다. 모든 시의 화자인 아이들이 속을 터놓고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아 대답을 안 해줄 수가 없었다.   

내가 단 댓글들 꼭 머리 빗을 때만 쳐다보는 엄마, 머리도 시간 정해놓고 엄마한테 보고하면서 빗어야겠구나(대체 왜 그러세요?), 똥처럼 너희들이 자라 우리를 나가면 세상을 더 깊고 푸르게 키울 거야.(거룩한 똥), 나도 이런 어미가 되고 싶은데 혹 닭보다 못한 어미가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엄마 아빠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을 텐데 어른들은 왜 아이들 마음을 모르는 걸까?(사춘기인가?), 공부 열심히 하라고 잔소리하는 엄마보다 서울대 간 옆집 완상이 오빠가 더 미웠겠네(서울대), 아이들의 일상이 공부뿐이라는 게 참 슬프구나. 공부 때문에 모두 기계가 되어버리다니 이렇게 살지 않을 방법은 없는 거니?(공부 기계)...

시집 한 권 읽었을 뿐인데 중고딩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며칠 동안 함께 캠프라도 다녀온 듯하다. 아, 소통이란 게 이런 거로구나 싶다. 공부에 지치고 엄마의 잔소리에 지친 중고딩 아이들의 책상 위에 놓아주고 싶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엄마나 선생님, 친구보다도 더 위로가 되고 속이 후련해지는 시들을 만날 수 있다. 중고딩들이 공감 100%에 플러스 알파를 외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리고 엄마 아빠, 선생님이 함께 보고 아이들과의 벽을 허물 수 있는 최고의 시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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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3-07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성우 시집이라면 저는 안 보고도 인정합니다.
이 책은 당장 장바구니로~~~

소나무집 2010-03-08 00:22   좋아요 0 | URL
아우, 중고딩 아이들에게 선물하면 정말로 공감할 만한 시집이에요.
읽으면서 내내 머릿속으로 선물할 아이들 생각했다니까요.
선물하기 좋게 책을 좀 고급스럽게 만들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싶어요.
지원 받아서 만든 책이라서 그런지 제작비 덜 들인 티가 너무 나는 게 흠이에요.

빨강이 2010-03-08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ㅎㅎ 중고등학생들이 사본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저는 7000원에(요새 책값치고는 너무 좋잖아요!0 가볍게 만든 게 너무나 좋았답니다. 이런 식으로 생각이 다를 수도 있는 거지요. ㅎ

소나무집 2010-03-08 23:57   좋아요 0 | URL
저도 착한 책값 7000원이 넘 마음이 들어요.
그런데 선물할 생각을 하니 하드커버였으면 어땠을까 싶더라구요.^^

연두랑 빨강이랑 2010-03-08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직은 연두이지만 진한, 빨강을 향해.....
스트레스지수 확 날릴 만큼 재미있고 웃겼습니다.
그러면서도 두고 두고 힘들 때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꺼내어 볼 것만 같은...

소나무집 2010-03-09 00:00   좋아요 0 | URL
그렇죠? 스트레스 지수 확 날려주는 시집이죠?
저도 정말 웃기고 재미있고 찡했답니다.
중고생들에겐 정말 힘이 될 것 같고, 응원꾼이 될 것 같은...
혼자 있을 때도 여럿이 있을 때도 꺼내 보고 싶은 <난 빨강> 너무 좋지요?^^
 
전우치전 재미있다! 우리 고전 13
김남일 지음, 윤보원 그림 / 창비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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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시댁에 갔다가 폭설로 결항되는 바람에 며칠 더 제주에 머물면서 영화 <전우치전>을 보았다. 영화관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이 영화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제목만 듣고 사극 비슷할 거라고만 짐작했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니 사극도 현대극도 아닌 퓨전쯤 된다고 할까 뭐 그랬다.  

영화를 본 결론은? 판타지에 몰입이 안 되는 내겐 영화가 너무 길었는데 아이들은 전우치의 매력에 푹 빠져서 전우치 따라쟁이가 되었다. 강동원의 흐르는 듯 리드미컬한 말투...  "저 그림이 어떠하냐~"  "도사란 무엇인가~ 바람을 다스리고~ 비와 눈을 내리게 하는 것이 바로 도사이니라~ 휙~ " 

집에 돌아온 후 창비에서 나온 '재미있다! 우리고전' 시리즈 중 <전우치전>을 찾아 읽었다. 아이들은 영화가 더 재미있었다는데, 나는 책이 훨씬 재미있었다. 영화에서는 현대와 오백 년 전을 왔다갔다 해서 내 정신을 쏙 빼놓곤 했는데, 책에서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으니 스토리에 몰입하기가 좋았다. 이러다가 머지않아 아이들 입에서 엄마랑은 세대 차이가 나서 영화 같이 못 본다는 말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고전소설 <전우치전>은 원래 하늘 나라에 살던 전우치가 짓궂은 장난을 친 죄로 인간 세상에 태어나게 된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그후 여우에게 비기를 얻어 혼자서 열심히 도술을 익힌 전우치는 어렵게 살아가는 백성들을 거들떠보지도 않는 양반과 임금을 혼내주기 위해 신선이 되어 나선다. 그래서 거만한 선비들을 혼내주고, 억울한 사람들을 살려주거나 도적 떼를 물리치는 등의 이야기가 아줌마 밥하는 것도 잊을 정도로 흥미진진하게 이어진다.  

영화에서도 이런 점을 좀 부각시켜 부패 정치인을 혼내주거나 부도덕한 경제인을 혼내주는 장면들이 있었더라면 좀더 전우치다웠을 텐데 너무 흥미 위주로만 몰고 간 듯해서 영 아쉽다. 요즘 요괴보다 더 요괴 같은 정치인들, 그리고 그 요괴 믿고 기고만장해진 경제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말여!!

하늘을 날아다니거나 그림 속을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장면이 영화에서는 기술 부족 탓인지 좀 어색하더라만 소설에서는 하나도  어색하지 않았다. 그리고 재미있는 건 전우치는 아무리 잘못한 선비라도 반성을 하고 새사람이 될 기미가 보이면 쿨하게 용서하고 사라진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화담을 만나 뭔가 이야기가 계속될 듯 잔뜩 기대하게 해놓고는 돌연 화담과 함께 태백산(백두산)으로 사라지면서 소설이 끝나니까 좀 황당했다. 이게 도교의 영향이라나 뭐라나.

책을 읽다 보면 그동안 어디선가 접해 본 듯한 이야기가 많았는데 그만큼 <전우치전>에 매력이 있다는 이야기 같다. 가장 먼저 생각 난 건 그림책으로 먼저 만났던 <신기한 족자> 이야기였다. 특히 책 끄트머리에 붙어 있는 작품 해설은 재미있다 고전 시리즈의 백미가 아닐까 싶다. 10여 페이지가 넘는 해설에는 작품에 대한 의의부터 출판 배경, 작가에 대한 이야기까지 세세하게 설명되어 있어 아주 유익하다.  

그리고 해설 마지막 단락에는 영화 전우치전을 만든 사람들이 이 책의 해설을 읽은 건 아닐까 싶은 대목이 나오기도 한다. 

   
 

독자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이런 보물을 그냥 썩혀 두지 말라는 것입니다. 갈고 닦아야 한다는 말이지요. 예를 들어 컴퓨터 게임으로 만들어내는 것도, 만화 영화로 만들어내는 것도 각기 한 방법이 아닐까요? 그럴 때 전우치는 도서관 낡은 서고 속에서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채 잠만 자는 신세를 벗어나, 늘 우리와 함께 하는 말하자면 우리의 이웃, 우리의 친구가 될 것입니다.  

이 책을 처음 읽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21세기의 전우치를 어떤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게 할지 자못 기대가 큽니다.(131~132쪽)

 
   

우리 아이들은 작가의 바람대로 이미 전우치의 친구가 되었다. 4학년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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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거짓말 창비청소년문학 22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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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읍내 나갔다 오다 교복 입은 여중생 무리를 만났다. 아파트 근처에 여중학교가 있어 종종 만나는 풍경이었는데 어제는 유독 홀로 뒤처진 아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문득 천지 생각이 났다. 그리고 무리지어 가면서 웃고 떠드는 아이들 속에 혹여 화연이 있는 것은 아닌가 아이들의 수다에 귀가 예민해지기도 했다.  

책을 읽는 내내 정말로 마음이 어지러웠다. 소설이 아닌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마음으로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내 아이가 마음 약한 천지일 수도, 영악한 화연이일 수도, 방관하며 조롱하는 미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더 슬펐던 건 그런 아이들을 만들어낸 책임이 모두 내 아이만 최고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어른에게 있다는 사실이었다. 

우아한 거짓말, 그게 뭘까? 제목에서 느껴지는 호기심 때문에 서둘러 책장을 넘겼는데 본문보다 먼저 만난 첫 문장이 충격적이었다. "내일을 준비하던 천지가, 오늘 죽었다." 같이 살고 있는 엄마나 언니에게도, 그리고 학교 선생님에게도 천지는 착한 아이였다. 그동안의 천지답지 않게 아침에 mp3를 사 달라고 끈질기게 조르더니 오후에 자살을 했다. 착하고, 아무 문제도 없어 보이던 아이의 마음속에서 무엇이 자살을 하게 만든 것일까? 

천지는 다 알고 있었다. 화연이가 착한 자신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천지는 바보가 되는 것보다 왕따가 되는 게 더 두려웠다. 그래서 화연이가 자신을 코너에 몰아넣고 따돌리고, 친구들과 함께 지켜보는 걸 모르는 척 참아내야만 했다. 해마다 다른 친구들보다 한 시간 늦게 생일 파티에 초대해서 모욕을 준다는 걸 알면서도 천지는 화연이의 의도대로 늘 한 시간 늦게 생일 파티에 갔다. 천지는 속아주고 화연이는 즐겼다.  

화연이를 미워했지만 천지는 아무에게도 미워한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엄마는 늘 바빴고, 언니는 머리가 아파지겠다 싶으면 말을 끊어버렸다. 우울증이 생겼지만 일부러 명랑한 척 반대 행동을 함으로써 엄마도 언니도 전혀 눈치챌 수 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천지는 자살을 했다. 더이상 착한 아이가 되고 싶지 않아서... 아무도 용서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그렇게 하나밖에 없는 목숨으로 대신했다.

똑같은 상황에서 싫은 건 싫다고 되받아칠 줄 아는 미소는 왕따가 되었지만 착하게 끌려다닌 천지는 왕따에서 살아남았다. 하지만 천지는 죽었고, 미소는 살아서 뜨게질을 하고 있다. 착한 천지, 혼자 있는 외로움보다 같이 있으면서 느끼는 외로움이 더 두렵다는 걸 알게 된 아이. 하지만 그런 두려움을 이겨내기에 중학교 1학년의 착한 천지는 너무 어렸던가 보다.    

나도 천지처럼 싫어도 싫다는 말을 잘 못했다. 덕분에 '착하다'는 말, 어릴 적부터 수도 없이 들어왔다. 초등학교 때 우등상은 못 받아도 착한어린이상은 받았던 아이가 바로 나였다. 난 그 말이 참 싫었다. 여고 다닐 무렵 언젠가 차곡차곡 모아두었던 그 상장들을 모두 찢어버렸던 기억이 난다. 아마 착하다는 말에서 바보 같다는 말을 함께 느꼈던 때문은 아니었을까 싶다. 이젠 착하게 살면 꼭 이용당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아이들에게 착하게 살라는 말도 못하겠다.

책을 읽은 우리 딸이 참 슬프긴 하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소설이라고 해서 놀랐다. 5학년짜리 여자애의 머릿속에서 발견해낸 아름다움이 뭘까 궁금해서 물어보니, "천지의 언니가 화연이를 미워하지 않고 용서했잖아!"라고 말했다. 화연이 제2의 천지가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 이해는 가지만 내 가족을 죽게 만든 장본인을 금방 용서하고 끌어안는다는 건 소설 속에서나 가능한 이야기 아닐까? 그래서 나는 끝까지 화연이에 대한 분노가 가시지 않았는데 나보다 책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먼저 파악한 딸...   

무거운 주제를 재미있게 그리고 유쾌하게 써낼 수 있는 작가가 정말 존경스럽다. 초등 5학년 이상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고 친구 관계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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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12-01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려령의 책이군요~ 궁금하네요.
작가들은 첫 문장으로 독자를 사로잡아야 한다는 강박이 있겠지요.^^

소나무집 2009-12-02 09:56   좋아요 0 | URL
통통 튀는 문장, 제가 글을 쓴다면 쓰고 싶었던 문체예요.
정말 중고딩들에게 왕따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가요?
님은 아이들 다 키워봤으니까 아실 것 같아요.
이젠 아이들을 착하게 말고 강하게 키워야 할 것 같은데 비결 뭐 없나요?

순오기 2009-12-05 10:08   좋아요 0 | URL
강하게 키우는 건, 돈 없으면 절로 됩니다~ ㅋㅋㅋ

소나무집 2009-12-05 11:08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우리 아이들도 강하게 클 것 같은데요. 조건이 됩니다. 하하하.

같은하늘 2009-12-02 0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문장이 정말 충격인데요.
이런 이야기 너무 슬퍼요. ㅜㅜ

소나무집 2009-12-02 09:57   좋아요 0 | URL
슬픈 이야기를 김려령은 유쾌하게 풀어놓는 재주를 가졌어요.
생각을 하면 울적하지만 읽는 순간은 전혀 울적하지 않아요.

2009-12-02 17: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03 08: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첫사랑 미래의 고전 1
이금이 지음, 이누리 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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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그리고 이금이 선생님의 딸이 그렸다는 표지의 소년처럼 얼굴이 붉어질 것만 같다. 너무 오래 되어서 이젠 가물가물하지만 내게도 분명 첫사랑의 기억이 있어서이리라. 동재처럼, 그리고 이금이 샘의 고백처럼 나의 첫사랑도 짝사랑이었다는 기억이 찐하다. 

연아(요즘 피겨로 한참 이름을 날리는 연아랑 이름이 같아서 친근감이 더 느껴지고 오래 기억될 것 같은 이름이다)를 사랑하는 동재의 모습에서는 과거를, 동재 아빠와 재혼한 은재 엄마와의 이야기에서는 현재를, 앞집으로 이사 온 할머니의 사랑에서는 노후 모습을 떠올려볼 수 있었다. 모두 아름답고 보기 좋은 사랑이었다. 특히 노인들의 사랑은 한 편의 영화 같기도 했는데, 아이들의 사랑을 이야기하면서 우리의 긴 인생살이 속에서 겪어야 할 사랑에 대해 모두 알려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세 살 동재와 친구들이 겪는 사랑을 보면서 든 생각은 요즘 아이들은 참 솔직하다는 것과 어른들의 사랑을 많이 닮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동재의 순수하고 순진한 모습에 흠뻑 빠졌다가도 엄청난 데이트 비용 때문에 휘청대는 걸 보면서는 이건 아닌데 싶기도 했다. 스킨십 때문에 고민할 때는 좀 아슬아슬해져서 '요것들이 벌써?'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고... 내가 요즘 아이들을 너무 모르는 건가 싶기도 하고... 우리 딸이 5학년이긴 하지만 좋아하는 애가 있냐고 물어봐도 새침만 떨어대니 더 모르겠다. 

요즘은 이혼과 재혼한 가정이 많다고는 해도 아이들에겐 모두 받아들이기 힘든 특별한 상황이다. 동재네 집도 재혼으로 이루어진 가정이다. 엄마는 아빠랑 이혼한 후 스페인으로 유학을 갔고, 아빠는 온라인 쇼핑몰을 하는 은재 엄마랑 재혼을 했다. 재혼한 아빠와 새엄마에 대한 거부 반응을 한참 보이고 있을 때 동재의 첫사랑 연아가 나타났다. 동재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폼나는 찬혁이 쪽으로 기우는 연아가 좀 괘씸하긴 한데 그것도 오래 가지 못하는 걸 보면 아이들은 아이들이다.

동재 아빠와 은재 엄마는 재혼한 가정이 성공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그건 바로 부부간에도 서로 배려하고 인정해줘야 한다는 것. 이렇게 아주 단순한 결론이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살 수 있는 비결이라는 것도 재혼 후 변화된 동재 아빠를 통해 알게 해준다. 재혼한 아빠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던 동재가 새엄마가 데리고 온 은재의 도움을 받으면서 갈등이 풀리고 새엄마와 재혼한 아빠를 이해해가는 과정이 자연스러워서 좋았다. 

이금이 선생님이 동재가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가서 만나는 사랑 이야기도 써 주셨으면 좋겠다. 동재가 첫사랑의 아픔을 겪고 만나는 다음 번 사랑은 좀더 성숙한 모습이  될 것 같아 기대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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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9-04-10 0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사랑에 대한 동화가 있군요? ^^
책 표지를 알라딘 메인에서 본 것 같긴하네요.
아.. 갑자기 저도 첫사랑 생각나네요. -_ㅠ
(유부녀가 못 하는 말이 없어 ㅋㅋ)
방금 책 주문했는데.. 철학동화라는 책..
소나무님 리뷰가 있어서 도움이 되었답니다.
요즘 온라인으로만 책을 주문해야 해서..
리뷰를 보고 선택할 수 밖에 없어서요.
친절한 리뷰 감사드려요.^^
5월부터 다시 일을 하려고 이 책 저 책 읽고 감을 살리려고 노력중이거든요.
아- 교재도 만들어야 하는데.. 걱정이 태산입니다. 흑!

소나무집 2009-04-10 18:50   좋아요 0 | URL
저도 첫사랑 이야기 쓸까 말까 하다가 유뷰녀인지라 마음속에 간직하기로 했어요.ㅋㅋㅋ 철학책,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나는 죽지 않겠다 창비청소년문학 15
공선옥 지음 / 창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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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선옥의 소설을 처음 읽었다. 그리고 바로 그녀의 팬이 되었다. 공선옥의 소설에는 요즘 한창 쏟아져 나오는 청소년 소설과는 구별되는 점이 있었다. 그녀의 소설에는 부잣집 아이도, 공부를 잘하는 아이도, 부모가 대신 인생을 설계해주는 아이도, 학원을 오가느라 바쁜 아이도 나오지 않는다. 

그녀의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가난하다. 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야 하고, 학급비로 걷은 돈을 쓸 수밖에 없고, 여자친구에게 사주는 라면값도 버거운 아이들이다. 학교에서는 물론 어디에서도 주목을 받아본 적이 없다. 이런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우울하고 희망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공선옥은 그렇지 않다고 소설을 통해 대답해준다. 가난한 부모 덕분에 돈의 의미를 좀 일찍 알아버린 아이들도 희망이 있고 꿈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공선옥은 그늘 속에 묻혀 있는 아이들의 삶을 양지쪽으로 끌어내는 재주를 가진 것 같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아이들에게서 희망을 발견하고 그들의 삶을 유쾌하게 이야기하는 공선옥이라는 작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표제작인 <나는 죽지 않겠다>는 제목에서부터 강렬함이 느껴진다. 요구르트 배달원인 엄마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만원 이만원이 목숨줄인 집. 학급비를 보관하고 있던 주인공이 엄마를 위해 그 돈을 썼다가 죽음을 떠올리고 강가로 간다. 하지만 돈 때문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며 자신은 죽지 않고 명랑하게 살아가겠노라는 결심을 한다. 

<라면은 멋있다>. 이 제목을 처음 읽을 때 '멋있다'가 아닌 '맛있다'로 읽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멋있다'였다. 여자친구가 떠나면서 '가난한 집 아이라서 재수없다'고 했던 말을 잊지 못하는 민수는 새로 사귀게 된 연주 앞에서 자기 집도 가난하다는 말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가난하지만 착한 연주의 마음 씀씀이 덕분에 라면 한 그릇을 '맛'이 아닌 '멋'으로 먹을 줄 아는 성숙함을 보인다.  

<힘센 봉숭아>에 나오는 민수는 알바비를 받지 못해 화분을 걷어찬다. 민수는 떡볶이집 아줌마처럼 황폐해지지 않기 위해 다시 찾아갔다가 깨진 화분 속에서 화사하게 꽃을 피운 봉숭아를 발견한다. 깨진 화분 속에서도 시들지 않고 꽃을 피운 봉숭아 같은 존재가 바로 민수다. <일가>의 주인공 희창이는 중국에서 온 일가 아저씨의 외로움 때문에 눈물을 흘리면서 철이 들고, <울 엄마 딸>에 나오는 승애는 위로 받으려고 만났던 남자 친구의 아이를 임신하면서 오히려 엄마를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다.  

공선옥의 소설 속에서 만난 주인공들은 어딘가 불안하고 보듬어줘야 한다기보다 씩씩해서 더 단단하게 살아갈 것 같은 아이들이었다. 그리고 그 아이들에게서 유쾌한 희망을 읽었다. 지금 세상에는 가난한 아이들을 외면하는 어른들도 참 많다. 가난을 비관하지 않고 현실로 인정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이 아이들을 지지해주는 어른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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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09-03-04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잊고 지내던 작가인데 소나무집님 리뷰보고 생각이 나네요. 공선옥 작가 책을 찾아봐야겠어요. 좋은 리뷰예요.^^

소나무집 2009-03-05 11:06   좋아요 0 | URL
공선옥에 대해 쭉 찾아보니 다작을 하지는 않더라구요.
독자들에게 잊혀질 만하면 이렇게 책 한 권씩 나오는 것 같아요.
다른 작품도 찾아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miony 2009-03-05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해에 출간된 소설집 <명랑한 밤길>을 저도 잘 읽었답니다.
그렇게 작가를 알고 나서 살펴보니 여기저기 한 두 편의 단편이 있었더라지요.
세상을 보는 눈이 따뜻한 분 같아요.^^

소나무집 2009-03-06 10:02   좋아요 0 | URL
그죠. 본인이 젊은 시절을 참 어렵게 살았더라구요.
그래서 작품마다 소외받은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듬뿍 들어 있는 것 같아요.
요즘 드문 작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