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좋아진 날
송정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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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기다림이다. 서로 온도와 속도가 다르다고 조바심 낼 게 아니라 그 사람이 나와 비슷해질 때까지 기다려주자. 그 사랑이 걸어오고 있을지라도 어서 달려오라고, 어서 뛰라고 재촉할 게 아니라 그 사람을 향해 미소를 보내며 기다려주는 것, 인내를 가져야 꽃피우는 것, 그것이 사랑일 것이다.

 

-P.65-

 

1.

 

 '아파도 사랑하며 사는 게 낫다'는 카피 문구가 무척이나 와닿았습니다. 얼마전 <사랑의 역사>를 읽으며 그 사랑의 달콤 쌉싸름함에 대해 생각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생각해보면 내가 지금까지 해 온 사랑의 대부분은 짝사랑이였습니다. 누군가 나를 좋아해주는 것보다,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그것의 우울하면서도 고독한 감정이 사춘기 시절 내가 동경하던 사랑의 이상이였습니다. 때문에 저는 사랑에 있어 항상 약자의 역할을 자처했습니다. 그것이 주는 찌질함과 우울이, 타인들에게 감성적이고 숭고한 무엇처럼 보이기를 희망했기 때문일 겁니다. 어느정도 성숙해진 후 그때를 되짚어보면 전 무척이나 유치했습니다. 제가 사랑을 하지 않았던 건 아닐겁니다. 헤어짐의 순간이 무척이나 아팠으니까요. 

 

 그때의 전 무척이나 미숙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때의 실패를 인정하고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며 연애를 하고 있습니다. 항상 그 끝을 인정하고 시작했던 과거의 연애와 달리, 지금은 그 순간 순간의 행복함에 감사하며 사랑을 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헤어짐의 순간이 찾아올지도 모릅니다. 그 이후의 삶이 무척이나 힘들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이후의 사랑에 있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만드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과감하게 사랑의 감정에 몸을 맡길 겁니다. 아파도 사랑하며 사는 게 나으니까요.

 



 

 

 

빈티지와인처럼 시간과 함께 연륜이 생기면 상처 가득한 사랑도 추억으로 회상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눈을 치우면 또 눈이 내리듯이, 치워도 치워도 눈은 또 내리듯이 그렇게 사랑은 온다. 우리는 눈을 치울 때 힘들어하다가도 다음 눈이 내릴 땐 환호성을 지른다. “함박눈은 무죄” 라고 고은 시인이 말했다. 사랑도 무죄다.

 

 

-P. 129-

 

2.

 

 송정연의 <당신이 좋아진 날에>는 사랑을 하며 행복한 순간, 끝내 이뤄지지못한 아픈 이별, 과정은 힘들었으나 결국엔 이루어진 사랑등 사랑에 관한 짧은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습게도 나도 모르게 그 이야기들 속 주인공의 성공 여부에 따라 그의 사랑을 평가 했습니다. 결혼을 한 사랑만이 성공한 사람인 것 마냥 말이죠. 사랑에 과연 성공이 있는 것일까요. 성공의 기준이 결혼이라면 결혼에 이르지 못한 사랑은 모두 실패한 사랑일까요.

 

 어느새 20대 중반이 된 나 또한 지난 사랑의 여러 추억이 있습니다. 그 사랑이 내 생각과 달리 끝나버렸다고 그 끝을 새드엔딩이라 치부해도 되는 것일까요. 사랑한다는 것은 아픈 기억조차 행복한 기억으로 남고 사랑으로 인한 상처조차 나중에는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사랑의 기억은 웃었든 울었든 인생을 더 충만하게 해주니까요. 책은 그 사소하면서 인정하기 어려운 진리를 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결국 쓸모없는 사랑은 없다구요.

 


 

 

 

성숙해진 뒤에는 여름 바다보다 가을 바다와 겨울 바다의 진가를 알게 된다. 바다는 버려진 뒤에 더욱 아름답기 때문이다. 바다의 본색은 그럴 때 드러나기 때문이다. 헤어진 다음 울고 회상하고 반성하고 미워하다가 겸허해지는 친구들을 보면서 헤어진 다음에 영혼이 가장 아름답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너무 작가적 관점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헤어진 연인들이여, 슬플 때 흘리는 눈물이 진정한 인생의 진주라고 하지 않는가. 당신은 눈물이 아니라 진주를 흘리고 있는 것이다. 그 진주는 목걸이가 될 때까지 아픔들을 겪을 때마다 성숙해지기에 아름답다.

 

-P. 141-

 

3.

 

 쉽게 읽히지만, 쉽게 잊혀지지 않을 이야기들이였습니다. 아마 수많은 사연들을 접한 라디오작가의 경력이, 수 많은 사랑들 속 우리에게 인상적으로 남겨질 이야기들을 선택했기 때문일 겁니다. 아픈 사랑이라고 쓸모없는 사랑은 아닙니다. 인용한 구절처럼 흘린 눈물이 진주 목걸이가 될 수 있는 재료가 될 수 있으니까요. 짧은 이야기들이 우리에게 전하는 이야기는 간단하지만, 마음으로 이해할 때까진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사랑에 데인 사람들에게는 제가 그랬듯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요. 그런 사람들이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장은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시간이 지난 뒤 추억할 수 있는 사랑이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줄테니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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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 BOOn 2호 - 2014년
RHK일본문화콘텐츠연구소 편집부 엮음 / RHK일본문화콘텐츠연구소(월간지)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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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현재는 문화콘텐츠의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문화콘텐츠 산업은 최근 급속도로 성장하여 전 세계에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발신하고 있으며 특히 한류는 더 이상 아시아에 국한된 문화현상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렇듯 국경을 초월한 문화교류는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혼종적인 문화의 장을 제시합니다. 이번에 출범하는 잡지 <BOON>은 '문화콘텐츠'를 매개로 '일류(日流)'와 '한류(韓流)'를 넘어서는 '환류(還流)'의 가능성을 지향하는, 양국 상호신뢰 구축의 발신자 역할을 수행하고자 합니다. <BOON>은 공감하는 문화, 소통하는 문화를 통해 한국과 일본이 서로를 이해하여 신뢰를 구축하고 나아가 아시아와 세계의 문화 창출에 기여하는 첫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바입니다.

 

-창간사 中-

 

1.

 

 한국에서 일본문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몇 년 전 조사지만 청소년의 도서관 상위 대출 도서에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 '츠츠이 야스타카'의<시간을 달리는 소녀>등이 상위권을 차지했고, 대학 도서관에서도 '무라카미 하루키', '히가시노 게이고', '에쿠니 가오리' 등 일본 작가들의 작품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장르소설로서의 일본문화가 한국에서도 먹힌다라는 이야기로 생각할 수 있을겁니다. 저 역시도 어려운 이야기보다, 책의 엔터테인먼트적 성격을 중요시 하는 장르소설을 즐겨 읽곤 하는데요. 이러한 문학 흐름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문화가 변동하고 있다는 점을 먼저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일본이라는 나라와의 청산되지 않은 역사적 문제, 일본 정부의 우경화 등 최근의 한일 관계가 대립관계에 놓여져 있지만 컨텐츠 영역에 있어 많은 부분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개방을 앞두고 있는 영화 <방황하는 칼날>의 원작은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고, 흥행에 성공한 영화 <화차>역시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을 원작으로 합니다. 이는 영화 외의 장르에서도 가시화되는 부분입니다. <직장의 신>, <여왕의 교실>등 최근에 방영된 드라마도 일본의 드라마를 바탕으로 리메이크 되었고, 게임 역시 일본 콘텐츠 디자인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부분에서 우리는 일본 문화를 수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가까운 일본의 문화 콘텐츠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일본과의 정치적 문제 때문에 사회적으로 일본 문학이라면 일단 거리감을 두고 바라보기 때문이죠. 

 

 



 

 

 

토속촌 삼계탕 한 그릇 값으로 이런 설렘을 맛본다는 것도 어찌 보면 참 희한한 일입니다. 그러니 시대감각을 공유하는 독자들의 다양한 방식의 해석이 담겨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철 반짝하다 사라지는 고만고만한 소설 나부랭이라는 비아냥 따위에는 더 이상 신경 쓰지 마십시다. 'QUEEN'을 난해하기만 한 빚얼 밴드라고 혹평했던 근엄하신 평론가들은 지금 어디서 뭐하고 계시는지 관심 없지만, 좌우간 그 양반들의 진단이 틀렸음은 명확합니다. '오페라 록'의 정점으로 추앙받는 그들처럼 언젠가 당신도 플롯의 전설로 회자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는 것 아니겠습니까.

 

-P.13(작가를 읽다 '히가시노 게이고' 中)-

2.

 

 RHK 일본문화콘텐츠연구소에서 출간한 잡지 <BOON>은 재미있는, 유쾌한 등의 뜻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제목만큼이나 재미있고, 유쾌한 일본 문화의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들려줍니다. 일본의 미스터리 소설들을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그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과 견해를 듣기란 거의 불가능 했습니다. 신빙성있게 그러한 내용을 언급하는 전문지가 없었기 때문이죠. 인터넷을 통해 한정된 정보만을 얻고 생각할 수 있었던 팬의 입장에서 이번에 출간된 잡지 <BOON>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였습니다.

 

 먼저 작가를 읽다 코너에서는 미스터리 장르의 대표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를 통해 그의 작품이 담고있는 세계관을 보여주며, 그 안제 담긴 문제의식들을 이야기 합니다. 특정 몇 작품에 한정되어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이 아쉽긴 했지만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의 이야기를 바라볼 수 있어 제가 놓쳤던 부분의 의미를 다시 상기시켜 볼 수 있었습니다. 특집인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계'에서는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세계를 이해할 수 있었는데요. 최근 개봉을 앞둔 <바람이 분다>가 한일 문제에 대한 논란을 불러 왔었기에 더욱 관심이 가는 특집이였습니다. 이야기를 읽다보니 제가 오해했던 부분도 이해할 수 있었고, 그의 작품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전문가 한 사람의 편협된 시각이 아닌  다양한 시각으로 이야기 하는 점이 개인적으로는 무척이나 좋았는데요. 객관적인 거리를 가지고 진실에 가까운 세계관을 나름대로 추측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노감독은 격렬한 이데올로기적 비난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한다는 삶의 의지를 불러 일으키려 하는 듯하다. 그가 일으키고 싶은 바람은 그런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노장의 마지막 작품이 일제의 식민지 경험을 가지고 있는 우리에게는 여전히 불편하고 비판해야 하는 대상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결국 모든 문화는 이데올로기 투쟁의 장이기 때문이다. <바람이 분다>는 우리에겐 영원히 갈라진 혀로 말하는 양가적인 작품일 수밖에 없다.

 

-P.61(특집'미야자키 하야오의 세계' 中)-

 

3.

 

 이외에도 '다자이 오사무'의 전집을 출간하며 그의 흔적을 따라가는 과정,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의 작가 '이사카 코타로'의 또 다른 작품 <종말의 바보>에 관한 이야기, 앞으로 출간될 신간들의 출판동향, 기모노와 신사에 관한 칼럼 등이 다채롭게 정리되어 있는데요. 단순히 일본 문학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일본 문화와 작가등 다양한 콘텐츠를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 문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지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잡지의 다음편이 기대되는 이유는 흥미로운 연재소설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만은 아니였습니다. 어떤 작가와 어떤 작품이 소개될지에 대한 궁금함과 다음 특집에 대한 설레임 역시 다음호를 기다리게 만드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만화, 게임 등 다채로운 일본의 콘텐츠를 이야기하는 내실있는 잡지가 되길 바라며 다음 호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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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아랑전
조선희 지음, 아이완 그림 / 노블마인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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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그 인기는 3년을 넘기지 못헀다. 기다리고 있는 것은 인기 하락이 아니라 예정된 죽음이었다. 이단강, 오정모, 최브레인 이 세 배우들 모두 예외가 없었다.

 사람들의 뇌리에 영원히 남는 전설의 스타로 남고 싶은가, 아니면 죽은 후의 영광은 소용없으니 현실 속에서 관객들과 함께 사는 배우로 남겠는가? 당신은 어느 쪽을 원하는가? 아니, 당신은 과연 어느 쪽 배우를 오래 기억할까?

 

-P.23-

 

1.

 

 모든 스토리텔링의 창작은 ‘만약에 ……라면’이라는 상황의 가정에서 시작된다고 배웠습니다. 스타니 슬라브스키가 ‘매직 이프(Magic If)’라고 명명한 이 창작의 발상법은 말 그대로 현실에서 불가능할 것 같은 일들을 '만약'이라는 가정을 통해 이야기를 진행해가는 과정입니다. 만약 인형이 사람처럼 말을 할 수 있다면, 만약 내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다면, 만약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면 등과 같은 다양한 가정들은 작가의 손을 거쳐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이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가정을 얼마나 현실적으로 독자에게 인식 시킬 것이냐의 문제입니다.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대중성을 잃어서도 안되고, 너무 뻔한 이야기로 독창성을 잃어도 안됩니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을 일어날 수 있도록 설득시키는 일. 그러기 위해선 작품 세계에 대한 단단한 사고와 배경 지식이 우선시 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살펴볼때 작가 '조선희'는 이 '매직 이프'에 무척이나 능한 사람입니다. 만약 아랑과 장화홍련의 한을 풀어준 사또가 없었다면, 만약 인당수에서 돌아온 심청이 이미 죽은 사람이었다면, 착한 나무꾼이 처음부터 원했던 것은 금도끼였다면 등 다양한 가정으로 풀어가는 이야기들은 한국 전통을 기반으로 하고있는 금기들과 결합하여 고증됩니다. 독자는 이러한 고증을 통하여 위화감 없이 이 재배치된 동화에 몰입하게 됩니다.




 

 

 

 버들고리는 우리가 품고 있는 불안에 대한 답을 기약하며 서서히 가라앉았다. 그때 우리는 각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버들고리에 담은 우리의 소원이 이뤄지기를? 그것은 곧 우리 중에 하나가 죽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는 사실을 제대로 깨닫고나 있었을까? 우리 스스로 소원과 친구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함정을 만들었다는 것을 그때의 나는 알지 못했다.

 이제 혜지가 죽고 나자 묻혀 있던 나쁜 마음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온다. 우리 중에 하나가 죽었어. 소원이 이뤄질지도 몰라. 신난다.

 

-P.148-

 

2.

 

 조선희 작가의 책을 두번째로 접했습니다. <모던 팥쥐전>에 이은 <모던 아랑전> 두 작품 모두 우리에게 익숙한 전래동화들을 현대에 맞게 재해석하여 보여줍니다. 작품을 읽다보면 <페로 동화집>처럼 몽환적이면서 뒷맛이 찝찝해지는 기분을 경험할 수 있는데요. 아마 이러한 작품들이 모두 작가가 살아가는 현실의 모순들을 이야기 속에 숨겨 두었기 때문일 겁니다.

 

 첫 번째 이야기인 <영혼을 보는 형사>에서는 평범한 삶 대신 3년이라는 한정된 수명과 성공한 삶을 과감하게 선택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상풍화된 인간의 가치를 이야기하고, 효녀 심청을 재해석한 <버들고리에 담긴 소원>에서는 세명 중 한명이 죽어야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버들고리에 소원을 비는 소녀들을 통해 타인의 목숨을 담보로 해서까지 자신의 소원을 이루고 싶어하는 인간의 잔인한 욕망을 보여줍니다. 이외에도 <오소리 공주와의 하룻밤>, <할미꽃>에서 드러나는 부모는 자식에게 무조건적인 사랑만을 베풀어야 한다는 윤리적 인식의 배반 등 현실에서 일어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은 모습들을 책은 이야기합니다.

 


 

 

 

 정신은 이미 저승 가는 길에 놓아버렸고 몸은 고작해야 부스러기밖에 남지 않았을 죽은 외할머니를 향해 엄마는 사과했다.

 "엄만 늘 저한테 엄마처럼 살지 말라고 노래를 하셨죠. 자기 이름을 잊어버리고 가족의 그림자로 살다가 이렇게 엄마처럼 하릴없이 인생을 마감하면 안 된다고. 근데 엄마, 잘 안 돼요. 다들 그렇게 사니까. 저도 별 수 없네요. 미안해요, 엄마 바람대로 살지 못해서요."

 

-P.298-

 

3.

 

 책의 재미를 더해주는건 작품 중간 중간 등장하는 삽화들입니다. 몽환적이면서 섬짓한 그림들은 냉혹하고 애절한 이야기들과 어우러져 감정과 몰입을 배가 시킵니다. 일본의 괴담과, 유럽의 신화. 이들을 기본 콘텐츠로 재해석한 작품들은 세계적으로 인기몰이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전통의 콘텐츠를 살린 작품들이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던 팥쥐전>은 한국의 전래동화와, 일상적인 금기, 잊고 살았던 전통의 면면을 버무려 한국형 콘텐츠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과거의 이야기들은 그 속에 인간이 명심해야 할 교훈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오랜 시간 지혜가 담긴 우리의 전래동화를 통해 새롭게 탄생한 이야기들은 무척이나 흥미로웠습니다. 그 이면을 조금만 뒤집어 보았을 때 생기는 틈과 잔혹함은 잊지 못할 서늘함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더운 여름 다시 한번 꺼내 읽어보고 싶은 책 <모던 아랑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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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합시다
이철희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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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진영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해답은 명쾌하다. 진보는 보수와 다른 해법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정책집을 두껍게 만든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쉽고 간명한 정책적 쟁점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다. 2010년 지방선거,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권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민주당 박원순 후보를 선택한것은 수많은 복지정책 중에서 무상급식 단 하나를 보고 투보했기 때문이다. 진보는 친복지고 보수는 반복지라는 평범한 구도가 만들어졌고 다수의 유권자들이 이해하기도 쉬워졌다. 선명한 정책적 차별점을 제시했다면 그다음으로 이에 걸맞은 인물을 길러내야 한다.

 

-P.29-

 

1.

 

 정치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지만 젊은이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기엔 어려운 세상입니다. 좌파, 우파로 나누어 정치 세력을 분리 시키는 것도 우습지만 일단 자신의 정치적 견해가 있더라도 좌파에 가깝다면 빨갱이로, 우파에 가깝다면 수구 꼴통으로 낙인 짓는 것이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이니까요. 선거철 정치와 관련된 수 많은 글들이 올라왔을 때, 진실에 가깝다고 생각되는 글들보다는 자극적이고 거짓에 가까운 글들이 이슈가 되었습니다. 대부분이 루머인 글들 속에서 세대간의 격차는 더욱 크게 드러났습니다. 젊은이들은 루머를 사실인 냥 믿고 퍼나르고, 그 윗세대는 그런 젊은이들을 거짓에 선동된 한심한 이들이라 이야기 했으니까요.

 

 친한 후배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차라리 정치에 관련된 글들을 올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요. 모두가 볼 수 있는 공간에서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드러내는 것이 불편하고 꼴보기 싫다며 말이죠. 어느 정도 공감하는 바가 있지만, 정치에 대한 자기 견해도 없는 젊은이들만 존재한다면 대한민국은 과연 발전할 수 있을까요? 정치에 포기한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면, 투표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없어진다면 과연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존재할 수 있을까요?

 

 

 

 

 

이런 현상은 어찌 보면 진영 간의 대결이 낳은 폐해 중 하나다. 진영이 극명하게 나뉘면 언론은 자기 진영 편들기에 우선순위를 들 수밖에 없다. 보수 언론이라도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다른 목소리를 낼 수도 있지만 진영 대결이 심한 상황에서는 그조차도 힘들다. 진영 대결이 극심했던 지난 대선 이후로도 갈등이 계속되는 지금, 우리나라 언론이 언론다운 비판적 역할을 해낼 상황은 아직 아닌 듯하다.

 

-P.233-

2.

 

 최근 '썰전'이라는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마녀사냥과 더불어 종편 방송 jtbc의 시청률을 끌어 올리는 간판 프로그램이죠. '썰전'은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표방하고 있지만, 정치를 유희의 소재로 활용하며 예능과 정보 전달 사이에서 전 연령층에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들을 알기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 하기에 자연스레 정치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방송. 수 많은 정치 관련 프로그램 사이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비결일 겁니다.

 이러한 썰전의 중심에는 이철희가 있습니다.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서울디지털대 겸임교수, 인터넷 언론 프레시안 편집위원, 비례대표제포럼 운영위원 등 그를 수식하는 타이틀 만해도 갖가지인데요. ‘독설가’ 김구라와 ‘고소왕’ 강용석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며 납득할만한 ‘썰’을 우리에게 이야기 합니다. <뭐라도 합시다>는 이런 이철희 소장의 정치 생각이 담긴 따끈 따끈한 신간입니다.



 

 

 

우리는 정치가 숙명적으로 욕을 주고받는 일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의 자원은 제한되어 있고 한정된 재화를 나눠 가져야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많이 가진 자와 덜 가진 자, 못 가진 자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 혜택을 받은 소람보다 손해를 본 사람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당연한 이치다. 정치적 투쟁이란 한정된 재화를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더 많이 주고 있으니 이걸 바꾸자고 외치는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정치인이나 정치판이 무엇 때문에 욕을 먹는지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그 속에 우리의 삶이 들어 있고 보통 사람들의 무기가 들어있다.

 

-P.168-

 

3.

 

 저자는 정치가 숙명적으로 욕을 주고 받는 일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한정된 재화를 나눠야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밥그릇 싸움은 어쩔 수 없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 밥그릇 싸움에서 덜 가진 자들이 더 가진 자들이 계속해서 그 몫을 늘려 달라고 주장하는 과정이 정치라는 것이죠. 이러한 과정에서 계속 밥그릇을 차지하는 사람들이 달라져야 하는데 오늘날의 사회는 그렇지 못합니다. 가진자들은 계속해서 자본을 늘려가고, 없는자들은 나날히 가난해져 갑니다. 어느순간 정치를 믿지 못하게 된 시민들은 투표를 하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밥그릇을 차지하려는 경쟁이 없는 사회에서 빈부의 격차는 더욱 심해집니다.

 

 책은 우리가 너무 잘 알지만 여러가지 핑계들로 미루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직접적인 사례와, 알기 쉬운 설명으로 이야기 합니다. 1부에서는 진보와, 보수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 관계의 문제점을 짚어나가고 있고, 2부에서는 의료민영화, 세제 개편안등의 정책등의 문제를 통해 현대 우리 정치의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이제 혁명도 정치와 선거를 통해서 해야 한다. 삶을 바꾸려면 정치밖에 없다는 각성이 생겨나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되고있다. 이제 기폭제만 생긴다면 달라지지 않을까? 실제로는 희망적이지 않지만 말이다. 어쩌겠어. 그러나 절망 속에 내건 결단이 희망을 현실로 바꾸는 법 아니던가.

 

-P.274-

 

4.

 

 개인적으로 진보적 정치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오늘날의 진보 세력 역시 많은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곪아버린 보수와, 갈피를 못잡고 있는 진보 사이에서 젊은 세대인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이철희 소장이 이야기 하는 것처럼 정말 뭐라도 해야하는게 정답일 겁니다. 적어도 자신의 명확한 정치적 성향을 인지하고 활동하는 것이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는 가장 빠른 방법일 겁니다.

 

 개인이 쓴 책이기에 누군가 읽기에는 편협된 시각에서 서술된 책이라 비판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진보와 보수 모두의 바른 길을 이야기하는 객관적인 시각의 책이였다고 생각합니다. 삶을 바꾸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정치를 바꾸는 일 입니다. 이것이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일이라 생각 할 수도 있겠지만, 계란에서 태어난 병아리는 바위를 뛰어 넘을 수 있을 것이라 믿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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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역사 - 언젠가 어디선가 당신과 마주친 사랑
남미영 지음 / 김영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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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랑을 배우지 못하고 인생에 뛰어들었던 과거의 젊은이들과 여전히 사랑을 배우지 못하고 인생에 뛰어들고 있는 오늘날의 젊은이들에게 바치는 사랑 교과서입니다. 여러분은 이 책을 읽으며 톨스토이, 제인 오스틴, 알랭 드 보통 등 시공을 초월한 동서양의 작가 서른네 분이 애끓는 가슴으로 들려주는 사랑의 강의를 듣게 될 것입니다.

 

P. 8

 

1.

 

 십년이 넘는 기간동안 학교를 다니고, 여러가지 강연을 들었지만 사랑에 관한 내용을 배운 적은 없습니다. 수학, 과학, 사회 과목보다 더 중요한건 어쩌면 누구나 한번은 경험하게 되는 '사랑'일텐데 왜 학교에서는 사랑을 가르쳐주지 않는걸까요?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행위는 자연스럽고 동물적인 본능에서 시작 되기 때문에 배우지 않아도 되는 걸까요? 그렇다고 생각하기엔 여러가지 부작용들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것 같습니다. 심심치 않게 변심한 애인에게 잔혹한 복수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기사에 실리고 또 잊혀질 즘 비슷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들은 사랑했기 때문에 그런 끔찍한 일을 벌였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 세대의 젊은이들은 책을 많이 읽지 않습니다. 과거 수많은 작가들이 고심끝에 펼쳐낸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먼지낀 채 책장속에 꽃혀 있습니다. 빠르고 쉬운 사랑. 인스턴트 같은 사랑이 우리 시대 젊은이들의 사랑입니다. 사랑에 빠지고는 싶지만 상처받기는 싫어합니다. 과거의 사랑이 어땠는지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은 저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오래전 사랑에 관한 명작들을 통해 유추할 뿐이죠. 소설이라는 것이 허구이기에 과거의 사랑 모습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 속에 담겨있는 진리는 아마 작가들이 생각한 궁극적인 사랑의 모습일 겁니다.

 



 

 

 

 

 

동양에서나 서양에서나 18세기와 19세기는 이렇게 전통 결혼 시장이 붕괴될 조짐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21세기인 현대로 오면서 재산이 결혼 시장의 최고 조건이라고 외치는 결혼 정보업체들이 성업을 하고 있는 걸 보면 시대가 거꾸로 가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P.78-

2.

 

 남미영 작가의 <사랑의 역사>는 사랑에 관한 교과서 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하지만 채 읽어보지는 못한 책들 속 사랑을 통해 우리가 해야하는 사랑이 어떤 모습일지 스스로 정답을 찾게 만듭니다. 동서양과 과거와 현대.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는 작가들의 작품은 모두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가치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사랑의 모습은 무척이나 다양합니다. 사랑을 지키기 위한 방법도, 사랑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도 다양합니다. 그러한 방법 속에서 나의 사랑을 비교하고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데요. 이 과정이 무척이나 즐거워 집니다.

 

 <사랑의 역사>에 소개된 책들 중에는 읽어본 책들도 있었지만, 읽어보지 못한 책들도 많았습니다. 소개된 책들에는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사랑의 모습도 존재했고, 이해하기 힘든 사랑의 모습도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사건들이 결국 '사랑'의 감정이 촉매가 되어 일어났다는 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입장이였다면 나 역시 이해할 수 없는 사랑의 방법을 선택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이 개츠비와 같은 선택이던, 베르테르와 같은 선택이던 결국 모두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선택이였으니까요.

 


 

 

 

잃어버린 사랑에 대응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미국의 '위대한 개츠비'는 돈을 많이 벌어서 애인을 빼앗을 계획을 세웠다. 이탈리아의 '로미오'는 둘이서 도망갈 방법을 궁리했고, 영국의 '히스클리프'는 연인의 가정을 파괴하고, 프랑스의 '몬테 크리스토 백작'은 상대를 파멸시켰다. 그리고 조선의 '이몽룡'은 과거에 급제해 권력을 쥐고 돌아온다. 그러나 독일의 젊은 베르테르는 자신의 이마에 권총을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베르테르에게 사랑은 빼앗는 것이 아니라 지켜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P.96-

3.

 

 책은 명작과, 사랑이라는 낭만적인 소재들만으로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다채로운 사랑의 모습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시공간의 초월하는 작가들의 이야기는 좋았지만 지극히 정상적인(?) 사랑들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슬픈 카페의 노래>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과 같이 평범하지 못한 사랑 이야기들도 함께 담아 공감할 수 있게 만들었으면 더욱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지만 다수의 독자층을 생각해 볼 때 작품의 선정은 무척이나 적합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이란 감정은 감히 언어로서는 정의 내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 다양하고, 복잡한 사랑을 어떻게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아마 그렇기 때문에 학교에서 사랑을 가르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변해가는 시대 속에서 변해가는 사랑을 욕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명작 속 애절하고도, 절실한 사랑이 잊혀져 가는건 참으로 아쉽습니다. 명작속 사랑의 모습이 그리워질 즈음 다시 책장을 펼쳐 보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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