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이성적 과열
로버트 쉴러 지음, 이강국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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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곳곳의 사람들은 여전히 주식시장이나 주택시장이 크게 상승할 것이라고 과신하는데, 이러한 믿음은 불안정을 낳을 수 있다. 이들 시장의 추가적인 가격 상승은 결국 더욱 큰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가격 하락은 개인 파산을 크게 증가시키고, 그것이 또한 금융기관들의 2차적인 연쇄 파산을 초래할 수 있다. 다른 장기적인 영향으로 소비자와 기업의 신뢰 하락, 그리고 아마도 세계적인 불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 이러한 극단적인 결과―1990년 이후 일본의 상황이 크게 확대된―는 필연적이지는 않지만, 널리 인식되는 것보다는 훨씬 더 심각한 위험이다.

 

-P.9-

 

 

1.

 

 2013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며 우리에게 친숙해진 로버트 쉴러, 그는 경제학에 심리학을 접목한 행동경제학의 대가로 꼽힙니다. 기존에는 주류 경제학에 반하는 비주류 경제학(행동 경제학, 심리 경제학)들이 사이비 취급 당했지만 사회가 급변하며 과거의 경제원리로는 설명하지 못하는 일들이 생겨나게 되고, 인간의 행동에 기초한 행동 경제학이 귀추를 모으고 있습니다.

 

 로버트 쉴러의 이론에 대해 가볍게 정리해보자면 사람들이 시장의 수급을 감안하여 합리적으로 행동하며 이에 따라 시장이 균형을 찾아간다는 '효율적 시장 가설'의 대척점에 서서, 주식이나 부동산 등의 자산가격은 정치·사회·심리 등 다양한 비이성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인데요. 결국 인간의 비합리적인 판단과 행동이 시장의 왜곡을 초래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들은 불안이 차오르는 시기에도 언제나처럼 경제는 분명히 회복될 것이고 역사적으로 그랬듯이 주식시장은 상승해야만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주식시장의 투기적 상승과 경제적 호황 이후 받았던 대중적인 관심을 전혀 받을 수 없을 것이다. 청중들이 낙관적인 주장을 아주 쉽게 받아들이는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때도 있는 것이다..

 

-P.244-

 

2.
 
 얼마 전 읽었던 책에서 애널리스트들은 좀 더 과학적인 무속인들이라는 이야기를 봤었는데요. 예측 불가능 한 것들을 예측하는 그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그럴싸한 비유라는 생각이 듭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사람들은 자신의 자산을 불리기 위해 끊임없이 머리를 굴립니다. 그렇게 태어난 가상의 돈이 주식이고 채권이죠. 끝없이 성장만을 한다면 좋으련만 아쉽게도 그것이 불가능 하다는 것을 버블경제의 붕괴, 리먼 브라더스 사태 등 여러 사례들이 보여줍니다.

 주가가 하락하면 조만간 다시 오른다는 것은 잘못된 상식입니다. 주가는 하락할 수 있고 몇 년 동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일반적으로 주식은 한없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동산불패의 신화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기존의 경제학에서는 인간이 항상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때로 비이성적 선택을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과열되었을때 금융시장은 붕괴됩니다. 로버트 쉴러의 <비이성적 과열>은 이러한 내용들을 구조적 요인, 문화적 요인, 심리적 요인을 통해 분석하고 그 위험성과 동시에 해결책 역시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주식이나 주택에 너무 많이 의존하는데다 자신이 거둘 투자 성과에 대해 너무 낙관적인 사람들의 삶에 시장의 하락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상상해볼 수 있다. 주식시장에 많지 않은 금액을 투자하거나 주택자산으로 제한된 금액만을 지니고 있는 이들은, 포트폴리오의 실제 가치가 비싸지는 대학등록금에 훨씬 못 미치게 되면 저축만으로 아이들의 대학 교육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들의 아이들은 아마도 상당한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만 할 것이고, 임금이 낮은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할 것이다. 아니면, 그들은 약학이나 법, 혹은 다른 전문 분야 격력의 꿈을 포기하고 더욱 단기적인 경력을 선택할지도 모른다. 그도 아니면, 아예 대학을 가지 않기로 결정할지도 모른다.

 

-P.410-

3.

 ​문제의 해결 방안은 5부인 행동을 촉구하며에 나와 있는데요. 시장이 비이성적으로 움직일수록 보다 지혜로운 대응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항들을 살펴 보자면  주식 보유를 줄이고 더 나은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 계획을 세워 저축을 늘려야 한다는 것, 이것을 개인뿐 아니라 재단과 대학 등도 주식시장에 투자한 기금의 비율을 줄여야 한다는 것, 정부의 통화 정책은 버블을 억제하는 방향에서 부드럽게 운용되어야 한다는 것 ,여론을 주도하는 지도층의 경우는 시장을 안정시키는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인데요. 대부분의 책들과는 달리 정부나 기업등의 거대 권력에 집중한 것이 아닌, 개인의 행동이 사회를 바꾸어 나갈 수 있다는 뉘앙스가 느껴져 좋았습니다.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는 행동 경제학 서적. 경제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라면 필독해야 할 책 로버트 쉴러의 <비이성적 과열>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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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시 큰 기업 - 글로벌 대기업을 키운 세계의 작은 도시 이야기
모종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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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도시의 차별화된 라이프스타일은 지역 기업의 성장을 제한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지역만의 독특한 라이프스타일이 기업의 경쟁력을 탄탄하게 한다. 내가 방문한 작은 도시 속 큰 기업은 모두 지역 라이프 스타일을 활용한 기업 문화와 제품으로 성공했다. 시애틀의 커피 문화가 스타벅스 커피를, 포틀랜드의 아웃도어 문화가 나이키 운동화를, 오스틴의 히피 문화가 홀푸드마켓의 자연식품을 만들었다.

 

-P.9-

1.

 

 한국을 대표하는 도시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서울'. 성장거점 개발 방식을 취한 한국에서 '서울'은 중심이 되는 도시입니다. 교통, 문화, 산업의 중심지인 서울은 몰려드는 사람들로 무척이나 바쁘게 돌아갑니다. 지방은 계속 낙후되어 가고 사람들은 서울과 같은 대도시로 몰려듭니다. 그렇게 서울은 한국에서 가장 바쁘고, 복잡한 도시가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그것이 좋은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듭니다. 반 평생을 서울에서 살아왔기에 지역의 실상을 보지 못했었습니다. 우연한 계기에 서천이라는 지방의 작은 도시를 방문했었는데 그곳의 모습은 여러 측면에서 충격적이였습니다. 젊은이들보다 노인들이 더 많은 도시. 아마 지역 소도시들의 현실일 것입니다. 서울은 사람들로 넘쳐나지만, 지역의 소도시는 사람이 없어 유령 도시를 방불케 합니다.

 



 

 

 

히피 문화는 세월이 지나면서 오스틴을 대표하는 문화가 되었다. 1960년대의 과격한 히피 문화도 독특한, 그리고 트렌디한 생활 문화로 진화함으로써 히피 문화에 대한 일반 시민의 거부감도 상대적으로 줄었다. 오히려 히피 지역에서 독특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며 활동하는 예술가와 음악가가 오스틴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이제 오스틴 사람도 오스틴의 색다른 문화를 자랑스러워 한다. 오스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슬로건은 'Keeping Austin Weird'로, 직역하며 오스틴을 별나게 유지하자는 뜻이다.

 

-P.105-

 

2.

 

 모종린 교수의 책 <작은 도시 큰 기업>은 이러한 '성장거점 개발'의 한계를 지적하고, '지역 균형개발'의 필요성을 세계의 여러 도시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가 선택한 도시들은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있는데요. 모두 지역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추어 글로벌 대기업을 키워냈다는 점입니다. 시애틀의 '스타벅스', 포틀랜드의 '나이키', 교토의 '교세라'등은 모두 지역을 기반으로 탄생한 기업들입니다. 저자는 이러한 도시들을 탐방하며 기업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던 요인에 대해 분석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였던 부분은 히피문화에서 생겨난 자연식품 브랜드 '홀푸드 마켓'의 사례였는데요. 연관성에 있어 추측적인 측면들이 있었지만 어느정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였습니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작은 도시를 알린 '홀푸드 마켓'은 현재 미국 전역에서 사랑받고 있는 기업이 되었습니다. 책은 이렇듯 독특한 문화를 가진 지역 도시들과 그곳에서 탄생한 기업들의 사례를 다루고 있습니다.

 


 

 

 

 교토는 도시 개발을 포기한 것처럼 보일 정도로 고집스럽게 전통 가옥, 건물, 거리를 보존한다. 일본에서, 아니 세계에서 최고로 엄격한 건축 규정을 고집하는 도시다. 그래서 교토의 첫인상은 화려하지 않다. 현대적인 건물에 익숙한 서울 사람에게 교토 건물과 거리는 오히려 낙후되어 보이기도 한다. 교토인은 전통문화 보호를 위해서라면 적지 않은 불편을 감수한다.

 

-P.228-

 

3.

 

 '지역 발전론' 수업을 들었기 때문인지 책이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이것이 미국과, 유럽, 일본이라는 특정 국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한국의 실정에는 도입하기 어려운 부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형식을 빌어와 독자적인 방법으로 적용하면 대도시와, 지역 소도시간의 격차를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은 명확한 사실입니다. 특히 교토의 사례는 한국의 경주에 도입하면 큰 성과를 낼 수 잇지 않을까 생각해 봤는데요. 여러가지 한계점이 존재하는 책임에도 사고의 폭을 넓혀주는 책이였습니다.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저자가 견학한 도시를 중심으로 편하게 서술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지역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봐야 할 책 <작은 도시 큰 기업>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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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 BOOn 3호 - 2014년
RHK일본문화콘텐츠연구소 편집부 엮음 / RHK일본문화콘텐츠연구소(월간지)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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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사카는 일본 열도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으며, 도쿄에 이어 일본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다. 옛 일본의 수도 교토와 가까운 데다 항구를 끼고 있어 예전부터 교통과 물류의 중심지이자 일본을 대표하는 상업 도시로 발전해왔다. 오사카는 남북으로 활처럼 길게 굽은 지형인데, 오사카 만에 접한 서쪽 이외에는 삼면이 모두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동쪽으로 나라, 북동쪽으로 교토, 북서쪽으로 효고, 남쪽으로는 와카야마와 접하고 있어, 일본 최고의 관광지가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데 모여 있다.
 
-P.4-

1.

 

  가끔 TV를 보다보면 내가 가본 곳을 배경으로 촬영을 하고 있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때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벅차 오름을 느낍니다. 머릿속 작은 창고에 저장되어있던 나의 추억거리가 새삼스레 떠오르기 때문일 겁니다. 삶에 치여 잊고 지냈던 그때의 기억들을 생각할 때, 그럴때 괜시리 작은 행복에 가슴이 뜨거워 집니다. 이것은 비단 영상매체에 국한 된 것은 아닙니다. 책이나, 잡지와 같은 매체에 소개되는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사소한 것들도 나의 경험과 더해지면 괜히 센치한 기분에 잠기게 됩니다.

 

 일본문화 전문잡지 <BOON> 3호가 나왔습니다. 1,2호에서 이미 기대치가 상당히 높아져 있었기에 더욱 궁금했던 3호의 내용들. 개인적으로는 읽는 내내 가장 집중하며 읽었던 호였습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좋아하는 '무라카미 하루키'특집이였고, 다양한 '오타쿠' 이야기들은 읽는 내내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제일 먼저 눈이 갔던 파트는 많은 추억이 깃든 '오사카'를 소개하는 부분이였습니다.

 



 

 

 

 그렇지. '동반자'는 '고독'의 다른 이름이기에 '동행'에 전제되는 것은 역설적으로 '개인', 즉 철저한 '개체성'이다. 하루키 소설속 LGBT는 우리 모두가 결코 단일체로 수렴될 수 없는 수많은 '개체'로서 '여행'하는 고독한 존재라는 보편적 진리를 차분히 그러나 떨리는 목소리로 들려주고 있다.
 
-P.15-

 

2.

 

 오사카에 관한 길지 않지만 알찬 설명들. 사람들에게 '오사카'의 매력을 충분히 설득하는 '오사카 즐기기' 파트는 몇 년 전 방문했던 오사카에서의 추억을 새록 새록 떠오르게 만들었습니다. 추운 겨울 언 몸을 녹여준 '기쓰네 우동'과, 친절한 사장님이 인상적이였던 가게의 '오코노모야키', 힘든 몸을 이끌고 찾은 '오사카 성' 앞 좌판에서 사먹은 '타코야키'. 갑자기 밀려오는 기억의 홍수에서 옛 추억들을 찾을 수 있어 참으로 즐거웠습니다.

 

 또한 인상적이였던 부분은 '무라카미 하루키' 특집기사였는데요. <상실의 시대>를 무척이나 재밌게 읽은 저에게는 LGBT와 연계된 하루키 해설이 신기하고 새로웠습니다. 그의 작품을 단순히 고독한 개인의 삶으로 이해했었는데, 제가 놓쳤던 부분들과 LGBT라는 동성애 코드와 연결해서 풀어나가는 점이 신선했습니다. <상실의 시대>이후 작품들이 너무 난해해 그의 작품에 대한 애정이 잠시 시들했었는데 서재속 잠들어 있는 그의 작품들을 다시금 꺼내 읽고 싶어졌습니다.

 

  다양한 내용들이 많았지만 앞에 이야기한 LGBT와 관련하여 '여성 오타쿠로서의 동인녀' 라는 글을 흥미롭게 읽었는데요. 오타쿠의 개념을 너무 한정적으로 생각했던 저에게 역시 신선한 충격을 안겨 주었습니다.  

 


 

 

 

 일본에서의 이러한 요괴문화 붐과 관련된 흐름과 열풍은 바다를 건너 현재 한국에까지 이어져서 일본괴담과 요괴문화에 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며, 이러한 대중적 관심을 일본문화와 연결시켜 많은 전문서적과 번역서, 그리고 한일 요괴문화 비교서적 등이 출판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상이다. 가히 한국과 일본 양국을 관통하는 요괴문화 전성시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바야흐로 일본의 괴기, 괴담과 요괴문화는 이제 한국과 일본 양국의 문화코드와 문화콘텐츠를 상징하고 대표하는 중요한 요소로 그 위치를 점하는 위치에 이르게 된다.
 
-P.71-

 

3.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 <BOON>을 읽는 시간은 그곳의 문화를 간접적으로나마 즐길 수 있는 즐거운 휴식이였습니다. 최근 콘텐츠와 관련된 공모전을 준비하고 있다보니 읽게 된 내용들이 사고의 폭을 더욱 넓혀주었는데요. 일반인들의 시각이 아닌 전문가들의 시각에서 세심하게 써나간 글들이기에 더욱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일본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할 일본문화 전문잡지 <BOON>. 벌써부터 다음호가 기다려집니다.

 

사족. 그나저나 격월로 발행이 된다는 점이 무척이나 아쉽습니다. 특히 연재소설 <어항, 그 여름날의 풍경>은 뒷 이야기가 너무 궁금합니다. 7월까지 또 어떻게 기다려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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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하는 삶 - 개정판
이창래 지음, 정영목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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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일 내가 여기서 사는 동안 늘 지나치게 감사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면, 글쎄, 그렇게 말하랄 수밖에. 어떤 사람이 왜 어떤 방식으로 살아왔는지, 어떻게 해서 이런 행동은 하고 저런 행동은 하지 않게 되었는지, 과거를 기쁜 마음으로 돌아보는지, 아니면 평정한 마음 또는 후회하는 마음으로 돌아보는지, 내 생각에 이런 것들은 다른 사람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자신의 성공이나 실패를 생각할 때조차 완벽한 진실성을 추구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다 아는 일이지만, 과거란 결국 매우 불안정한 거울이어서 너무 가혹하면서도 동시에 지나치게 비위를 맞추어 주기 십상이며, 따라서 사람들이 믿고 싶어 하는 것과는 달리 절대 진실을 비추어 주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오래전부터, 특히 점점 줄어드는 여생을 생각할 때, 지금 여기에 이르러 있는 내 모습을 평가하는 일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느꼈고, 이제 그 작업을 해 보려 한다.

 

-P.13-

 

 

1.

 

 우리는 흔히 위인들은 선하다고 착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들과 대치되는 입장에서 바라보았을때 그들의 평가는 정 반대로 이루어 질 수 있습니다. 격변의 역사 속 오늘날 위인으로 추앙받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잘 생각해보면 과연 그들의 행동이 선(善)으로만 해석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듭니다. 중국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마우쩌둥은 문화혁명이라는 명분하에 수 많은 사람들을 학살하였고, 미국의 대통령 링컨 역시 '노예해방'이라는 명분하에 수 많은 젊은이들을 전장으로 내몰았죠. 논쟁의 여지가 있기에 한국의 인물들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인간이라는 존재를 단순히 선(善)과 악(惡)의 기준으로 평가하기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나이 든 여자와 운전병이 팔을 잡고 여자들을 하나씩 끌어내렸다. 나이 든 여자는 베란다 계단 앞에 여자들을 한 줄로 세웠다. 차려 자세로 서 있는 오노 대위는 그들을 보는 것 같지 않았다. 사령관이 그를 불러, 도착한 사람들(나이 든 여자를 제외하면 모두 다섯 명이었다)을 안으로 들여 검사하라고 명령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겨우 다섯 명밖에 안 된다는 것이 내게는 특이해 보였다. 우리 부대에는 거의 이백 명에 가까운 병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때만 해도 나는 앞으로 며칠 낮밤 동안 그 여자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짐작도 못 하고 있었다.

 

-P.232-

 

 

2.

 

  이창래 작가의 '척하는 삶'은 이러한 인간의 아이러니한 속성을 기가막힌 방법으로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한국계 일본인이었으나 세계 2차 대전에 일본군 군의관으로 참전하여 한국인 위안부를 관리하는 임무를 맡았었던 구로하타 지로는 전쟁이 끝난 뒤, 미국 뉴욕 근처의 베들리런으로 이민해 프랭클린 하타라는 이름으로 반평생을 살아갑니다. 70대 노인이 된 그가 들려주는 지나온 삶의 이야기들은 독자로 하여금 그의 지난 삶을 다시금 평가하게 만듭니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일본으로 입양보내진 하타는 2차 대전 일본군 군의관으로 참전하여 한국인 위안부를 관리하는 임무를 맡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처참한 현실을 마주하지만 자신의 삶과 신분에 충실하며 잔인한 현실을 묵인합니다. 그는 자신의 삶에 충실했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보며 잘 살았다 이야기 하지만 그는 알고 있습니다. 자신의 삶이 선하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말이죠.

 


 

 

 그녀를 깨워 입을 맞추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나 잠을 못 자 기운이 없다는 말이 기억나 그대로 두었다. 그녀에게 약간의 평화를 주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했을 것이다. 그녀가 요구하는 대로 무슨 일이든 실행에 옮겼을 것이다. 심지어 그녀의 탈출이라도 도왔을 것이다. 그녀가 요청한다면, 또는 그래야 한다고 말한다면, 다른 인간을 해치는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느낌이란 얼마나 특별하고 가혹한 것인지. 얼마나 무시무시할 정도로 순수한 것인지.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기운이 쭉 빠진다. 만족을 얻은 남자는 평범하든 잔인하든 인간적이든 어떤 행동이라도 아주 쉽게 결심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의적인 의지로 영원히, 영원히 자신의 기억에 남을 일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

 

P.361

 

3.

 

 윤리시간 성선설과, 성악설을 배우며 인간은 어느쪽에 가까울까 고민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어떤 결론은 내렸는지 생각나지 않지만 지금의 저는 인간은 단순히 선과 악으로 규정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선과 악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이념에 따라 삶을 맞추어 살아가고, 선과 악의 개념 역시 사회의 이념에 맞추어 결정된다고 말이죠.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절대적인 선과 악은 인간의 이상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남자의 너무나 기구한 삶이 생각을 깊게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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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발랄 하은맘의 닥치고 군대 육아 지랄발랄 하은맘의 육아 시리즈
김선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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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오늘부터 '큰아들'이야. 내가 술 취해서 어쩌다 실수로 잘못 입양한 큰아들. 그것도 ADHD 큰아들. 정상아가 아니야. 자폐아… 그래서 여전히 기계에 환장하는 거야. TV, 리모컨, 컴퓨터, 스마트폰, 아이패드, 게임… 젖병도 아직 못 끊었잖아. 맥주 젖병, 소주 젖병, 막걸리 젖병

 

-P.31-

 

 

1.

 

 3남매를 키우신 우리 어머님 말씀에 따르자면 '육아는 전쟁이다'는 말은 1%의 과장도 없이 엄마들의 심리를 가장 적절하게 표현한 말이라고 합니다. 처음엔 그게 얼마나 힘들겠어 생각했지만 육아중인 막내 고모와, 결혼한지 얼마 안된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나면 이 말이 실감이 갑니다. 아이 얼굴을 보면 천사가 따로 없지만 다음날 출근을 위해 잠이 들었을 때 줄기차게 울어대는 자식을 보면 악마가 따로 없다 이야기한 J선배, 애기가 태어나고 나서는 매일이 전쟁이라는 H선배. 남성들이 겪는 육아도 이처럼 빡쌘데, 정작 아이들과 대면해야 하는 엄마들의 심정은 어떨까요. 감히 짐작할 수 없습니다.

 


 

 애들은 타고난 천재들이라 아무것 없어도 기똥차게 놀 거리를 찾아내. 그렇게 자라야 나중에 커서도 소비로 행복을 찾으려는 후진 인간이 안 되는 거라구. 스스로 맨땅에서 놀 거리를 찾아내고, 가진 게 없어도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알고, '무'에서 '유'를 찾아내게 돼 있어. 그게 바로 창의력이야. 행복력이구

 

-P.76-

 

2.

 

 요즘 베스트 셀러 자리를 굳건히 자리하고 있는 <지랄발광 하은맘의 닥치고 군대육아>는 육아를 시작한 엄마들의 고충을 그대로 담고, 보듬어주는 책입니다. 남자들이라면 대부분 이를 가는 군대에서의 기억은 되돌아보면 추억이라지만, 그 시절 일기장을 보면 X발 한단어로 정리 되는 고통의 시간이였습니다. 육아를 군대육아로 표현했다는 것. 여성들이 겪는 육아 스트레스가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이야기겠죠.

 

 책은 보통의 육아 서적과는 다릅니다. 보통의 육아서적이 클래식이였다면 이 책은 힙합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남편 칫솔로 변기 닦아봤어', '학습지는 개나 줘버려~!'등의 목차들은 기존의 육아서적에서는 볼 수 없었던 내용들인데요. 틀에 박힌 육아가 아닌 지극히 현실적인 육아에 관한 조언들이 담겨 있어 많은 엄마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얘들아. 절대 자책하지 마. 받아보질 못해서 그런 거야. '온전한 공감'이라는 게 뭔지 몸으로 느껴보질 못해서. 우리 탓이 아닝. 많이 힘들었지? 아팠ㅈ;? 그러기에 우리 더 미친 듯이 책 읽으며 성장하자. 그래야 애가 살아. 엄마도 살고

육아라는 게, 그 과정 자체로 성장이고, 눈부신 깨달음의 과정이거든. 엄마와 아이가 진정 행복해질 수 있는…

 

- P.285-

 

3.

 

 남자들에겐 불편하지만, 여자들에겐 통쾌한 육아서적. 사실 책을 읽으며 공감 되는 부분도 많았지만, 아직 미혼의 남성이다 보니 이해가 안되는 부분들도 많았습니다. 길지 않은 책이라 쉽게 읽혀 나가고, 육아 방법이라기 보단 엄마가 지녀야할 마인드의 변화를 주로 다루고 있기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하지만 계속해서 봐야만 변화할 수 있는 책이였던 것 같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위인'이라고 누군가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만큼 육아라는 과정이 힘들다는 것을 반증하는 이야기겠죠. 결코 쉽지 않지만 나와, 아이가 모두 행복해 질 수 있는 육아를 위해 참고 이겨내는 과정이 필요할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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