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눈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6
미쓰다 신조 지음, 이연승 옮김 / 레드박스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아, 기억났다. 겉은 연한 빨간색이었는데 집 안은 칙칙할 정도로 붉은 벽돌이었잖아. 그게 아주 섬뜩했던 기억이…."

 "게다가 좁은 것치고는 이상한 물건들이 너무 많았어."

 "아마…… 작은 나무 책상과 의자, 이불이 깔리지 않은 철제침대, 그리고 커다란 선반이 있었지. 그 안에는 라벨 없는 통조림 수십 개와 너덜너덜한 의학 서적, 낚시 도구, 엄청난 숫자의 빈 유리병, 풍로, 불타버린 바늘 수십 개가 든 나무 상자, 현미경, 글자가 빼곡히 들어찬 노트가 수십 권……"

 

-P.132-

 

1.

 

 개인적 취향으로 작품의 분위기가 좋아 작가의 이름만으로 책을 구매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겐, 그런 몇 되지 않는 작가 중 하나가 '미쓰다 신조'인데요. 그의 작품은 일본의 전통적 괴담을 현대적 색채에 맞게 첨가하여 독자로 하여금 새로운 감각의 공포를 경험하게 합니다. 특히 텍스트로 공포를 느끼게 만드는 적절한 의성어의 활용은 다른 호러 문학 작가들과 '미쓰다 신조'를 구분짓는 결정적 요소라고 생각하는데요. 대부분의 공포문학이 그 내용을 통해 공포를 전하려고 하지만. 미쓰다 신조의 경우 다양한 시도를 통해 공포를 극대화 시킵니다. 위에 언급한 의성어 외에도 '메타픽션'등의 형식을 띄는 것이 그 예라고 할 수 있겠네요.

 

 '비채'에서 출간되는 '도조 겐야'시리즈의 경우 분위기는 공포스러우나 결말은 이성적인 미스터리 형식을 띄고 있는 반면, '한스미디어'에서 출간된 작가 시리즈의 경우 미스터리보다 호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요. 둘 다 우열을 가릴 수 없이 재미있게 봤지만 이번에 읽은 <붉은 눈>이 제가 본 미쓰다 신조 작품 중에선 최고였던 것 같습니다.

 


 

 

 

 이불 속에서 몸을 떨고 있던 나는 엉겁결에 조심스레 머리를 절반 정도 내밀고 그대로 고개를 들어 창문을 올려다봤다.

 창틀 너머로 손톱을 길게 기른 가느다란 손가락 다섯 개가 천천히 기어오르는 게 보였다. 손가락 배열로 오른손임을 알 수 있다. 그것이 창틀 아래쪽을 꽉 붙들더니 뒤이어 왼손 손가락이 나타나 기다란 손톱을 쿡 박고 창틀을 움켜쥐었다.

 

-P.232-

 

2.

 

 8편의 단편과 작가가 직접 수집했다는 4편의 짧은 괴담. 총 12개의 이야기가 어우러진 작품집은 단편이 갖는 아쉬움을 공포로 휘발시켜 버렸는데요. 보통 단편 수준의 짧은 분량이지만 임팩트가 강하다보니 전혀 짧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기이한 이야기들의 주인공은 작가 본인입니다. 작가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다보니 분명 소설인걸 알고 있는데도 어느순간 이 이야기가 진실인양 받아들이게 됩니다. 실제로 본인이 알고 지내는 편집자의 이름이 소설속에 등장하는 식의 구성은 현실과 허구 사이를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첫번째 단편 <붉은 눈>은 그 엔딩이 무척이나 오싹했던 작품이였습니다. 새로 전학 온 신비한 느낌의 소녀와 그녀를 둘러싼 아이들의 죽음. 그리고 주인공에게까지 뻗쳐오는 죽음의 그림자는 소녀의 묘사가 생생했기에 더욱 두려웠습니다. <괴기 사진 작가>와 <뒷골목의 상가>는 의성어가 공포를 자극했던 대표적인 작품들이었는데요. 알수없는 존재가 다가오는 과정에서의 그 소리가 무척이나 소름돋았습니다. <내려다보는 집>과 <맞거울의 지옥>은 기묘한 분위기가 풍기는 소재들(언덕위의 집, 삼면경)을 이용하여 공포를 자극했고, <재나방 남자의 공포>와 <죽음이 으뜸이다;사상학 탐정>, <한밤중의 전화>의 경우 반전이 매력적인 작품들이였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중앙 통로가 오싹할 정도로 적막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물론 캡슐이 늘어선 커다란 방 쪽에서도 아무런 소리가 들려오지 않는다. 화장실과 세면실도 마찬가지이다. 애초에 통로에서 짧은 복도로 향하는 투숙객을 한참동안 한 명도 보지 못했으니 당연하다고 할까…….

 문특 이 남자와 둘이 있는 지금 상황이 매우 무서워졌다. 그러고 보면 남자가 어디에 사는 누구인지, 어떤 일을 하는지, 왜 오늘 밤 이 캡슐 호텔에 묵게 됐는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에 아연실색했다.

 

P.248-

 

3.

 

 단편집에 실린 모든 작품이 마음에 드는 경우는 '미치오 슈스케'의 <술래의 발소리> 이후 처음인 것 같습니다. <작자미상>의 경우 옴니버스 형식을 취했지만 그 중 별로 흥미가 없던 이야기도 있었는데요. 이번 단편집의 경우 모두 대만족이였어요. 심지어 표지까지 딱 제스타일. 호러 분야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할, 읽어도 후회없을 책이였습니다.

 

 바로 전에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의 서평을 올렸던지라 비교가 될 수 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인접한 국가지만 그 공포를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 너무 다른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쓰다 신조' 개인을 두고 일본 공포문학을 이야기 한다는게 무리가 있을 수 있겠지만,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참신성이 일본 공포문학을 이어나가게 만드는 힘이 아닐까 혼자 추측해봤습니다. 으스스한 이야기가 생각나는 밤에 다시 한번 펴보게 될 것 같은 책 <붉은 눈>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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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피스토 클럽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6-6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 6
테스 게리첸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형제라고 해도 믿을 겁니다. 그래서 저기 저렇게 걸려 있는 것이지요. 악의 존재가 인간의 얼굴을 가졌다는 것을, 심지어는 저렇게 유쾌한 얼굴을 가졌다는 것을 나 자신에게 상기시키기 위해서 말입니다. 길거리에서도 마주칠 수도 있고 서로 미소를 주고받을 수도 있지만, 그가 나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얼굴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그 가면 속에 무엇이 있는지 절대 알 수 없지요."

 

-P.152-

 

1.

 

 친한 이웃분들을 아시겠지만 개인적으로 서양의 스릴러물보다는 동양의 미스터리 소설을 즐겨 읽습니다. 남들이 다 재밌다던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시리즈도 시큰둥하게 읽었고,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작품들도 딱히 없어 스릴러는 제 취향이 아닌가보다 생각했는데 우연치 않게 정말 재미있는 스릴러를 만났습니다. '테스 게리첸'의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인데요. 친구집에서 미드를 보다 우연히 알게됐는데 정말 꿀잼이였어요. '의사'가 살인범으로 등장하는 작품은 병원 분위기 물씬 풍기는 소품들로 사람을 살해하는데요. 역시나 그 이유에 있어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독특한 캐릭터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어요.

 

 제가 이번에 읽은 책은'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 중에서 가장 고어하다는(출판사 서문에 따르면) 메피스토 클럽이였는데요. 위에 언급한 전체적인 시리즈와는 분위기가 다르지만 (의사가 등장하지 않는 오컬트적인 내용이 주) 미드로 본 병원물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건 아닙니다. 악마주의자들은 실제로 적그리스도의 상징으로 거꾸로 된 십자가를 사용하죠. 그리고 크리스마스이브에 있었던 살인 사건 말입니다. 목을 자른 사건. 그때는 바닥에 원이 그려져 있고 그 한가운데 희생자의 머리가 있었죠. 타다 남은 양초들도 있었고요. 그건 분명히 사탄의 의식을 떠올리게 하는 겁니다."

 

-P.182-

 

2.

 

 신고전화를 받고 출동한 보스턴 경찰국 강력반 형사 제인 리졸리와 법의관 마우라 아일스. 크리스마스 이브이지만 사건은 역시나 그들에게 행복한 휴식을 방해합니다. 그들이 찾아간 곳은 평범한 주택가 평화로워만 보이는 풍경. 그렇지만 그들은 곧 잔혹한 현장을 마주하게 됩니다. 침실 전체를 도배한 피, 대리석 조각상처럼 몸통만 남은 희생자의 몸, 4인용 식기에 놓인 절단된 왼손, 그리고 제의라도 지내는 듯 독특한 상징과 함께 주방 바닥에 놓인 잘린 머리. 사탄숭배 의식을 생각나게 만드는 참혹한 현장에서 그들은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토막난 손이 피해자가 아닌 다른 사람의 손이라는 점이죠.

 유일하다 싶은 증거물은 전화의 수신지. 범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전화를 건 곳은 범죄자들의 전문 정신분석의인 조이스 오도넬의 집입니다. 전편을 안봐서 잘 모르겠지만 주인공 리졸리와는 뭔가 원한이 있는것 같더군요. 리졸리는 오도넬이 범죄자들을 비호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지만 물증이 없습니다. 오도넬에 대한 강압적인 수사를 중단하라는 윗선의 지시로 수사가 난관에 봉착할 즈음 그녀는 '메피스토 클럽'이라는 비밀스러운 조직의 정체를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의 모임이 있던 날 사건을 조사하던 동료 형사가 눈꺼풀이 잘라진채 발견됩니다.

 

 

 

 "그렇다기보다는 누군가를 아는 줄 알았다가도 뒤통수를 맞을 수 있다는 거예요. 그 사람이 뜻밖의 일을 하면 그제야 사람 속은 정말 모른다는 생각이 들죠. 다 마찬가지예요. 몇 달 전만 해도 누군가한테 우리 아버지가 어떤 헤픈 여자 때문에 엄마를 떠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 정신 나간 소리라고 했을 거예요. 정말이지 사람 속은 알 수가 없어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죠."

 

-P.324-

 

 

3.

 

 개인적인 총평은 <스노우 맨>과 닮아 있지만 오컬트적인 양념을 더해 더욱 재미있었던 책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히브리 전설에 내려오는 아담의 첫번째 부인 릴리스의 이야기라던지, 고풍스러운 초상화에 숨겨진 역사적 진실이라던지 흥미로운 사실들을 토대로 살을 붙여 만들어 나간 이야기는 얼핏 '댄 브라운'의 느낌이 풍기기도 합니다. 일곱번째 시리즈를 지금 읽고 있는데 이건 또 다른 느낌의 작품이네요. 같은 작가의 시리즈가 이처럼 다채로운 소재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게 신기하고 놀라울 따름입니다.

 

 스릴러는 뻔하다는 고정 관념을 완전히 벗지는 못했지만 (이 작품 역시 기존 스릴러 물과 비스무리한 결론으로 급하게 마무리를 짓고 있습니다.) 충분히 재미있구나라는 생각을 새롭게 하게 만든 책이였습니다. 선선해지는 가을 이 시기에 읽는 스릴러가 이웃 분들에게도 새로운 즐거움으로 다가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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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치킨전 - 백숙에서 치킨으로, 한국을 지배한 닭 이야기 따비 음식학 1
정은정 지음 / 따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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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00년대 초반이 되면, 이 레시피가 미국 북부와 유럽의 요리책에도 등장한다. 곁들여 먹는 소스는 여러 변형이 나타났는데, 아마 그 변주의 최고봉은 한국의 양념소스일 것이다. 결국 프라이드치킨은 육계의 산업화와 식용유의 대량 생산, 그리고 밀가루(파우더)가 등장하고, 적절한 주방기구까지 받쳐주면서 대중화된 음식이다. 여기에 '노예음식' 혹은 '소울푸드'라는 이미지까지 덧붙이면 괜찮은 음식 스토리도 만들어지니, 그만큼 마케팅 포인트로 삼기도 좋았다. 즉 철저히 산업에 의해 선택된 소울푸드가 프라이드치킨이었던 것이다.

 

-P.35-

 

1.

 

  친구와 맥주 한잔 마시고 싶을때 우린 보통 '치맥이나하러 갈까?'라고 이야기 합니다. 치킨과 맥주를 의미하는 '치맥'. 다른 안주들도 많고, 그 궁합이 통풍을 불러온다며 건강상의 문제도 이슈가

되었지만 쉽사리 끊을 수 없는것이 바로 이 '치맥'일 겁니다.

 

 80년대의 마지막즈음 태어난 제게 치킨은 참으로 가까운 존재였습니다. 생일과 같은 특별한 날, 아버지가 기분이 좋은날 먹던 행사의 의미가 강한 음식이였죠. 성인이 되어 혼자 자취를 하는 제게 치킨은 더욱 가까운 존재가 되었습니다.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출출해질때. 늦은 시각에도 전화 한통이면 배달되는 그 편리함에 종종 이용하곤 합니다. 실제로 제 동기 중 한명은 1주일에 서너번은 치킨을 시켜먹는다 하고, 저 역시 평균적으로 한달에 두세마리 정도를 시켜먹으니 치킨은 이제 특별한 음식이라기 보다 식사 대용의 대중적인 음식이 되어버렸습니다.

 

 

 

 

 기업의 스포츠 마케팅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스포츠는 기업들의 스폰서 계약과 광고를 먹고 자란다. 사실 비인기 종목은 기업 연고를 잡지 못하고 억지로 지자체나 공기업이 떠맡고 있는 실정이다. 스포츠의 상업화 문제는 고루한 이야기다. 이미 스포츠는 그 자체로 '산업'이기 때문이다. 코카콜라와 같은 다국적 기업이나 대기업들의 스포츠 마케팅이야 그렇다 치고, 최근 스포츠 마케팅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한국의 치킨 프랜차이즈들이 벌이는 '치킨게임'은 어떤 결론을 맺을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 그 마케팅 비용은 사실 치킨점 사장님들이 '한 마리 한 마리'튀겨낸 돈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본사에서 각 매장에 분담시키는 마케팅 관련 수수료가 만만치 않고, 스포츠 시즌에 함께 벌어지는 다양한 이벤트 비용도 고스란히 점주들 몫으로 남기 때문이다.

 

-P.175-

 

2.

 

 이런 치킨으로 대한민국 사회를 바라볼 수 있을까요? 백숙에서 치킨으로, 한국을 지배한 닭 이야기라는 카피 문구가 눈에 와 닿았습니다. <대한민국 치킨展>. 치킨이 치느님으로 신격화 되는 시대에서 치킨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요. 주변에 볼 수 있는 많은 것들이 그렇겠지만 치킨이 만들어져 내게로 오는 과정은 무척이나 불편합니다. 닭의 사육 과정에서부터, 포장 과정까지. 그리고 그것이 특정 상표를 붙여 내게로 배달되기까지. 수 많은 사람들의 삶이 치킨 속에 들어있습니다. 그 안에는 윤리적인 문제 뿐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들도 많이 녹아 있습니다.

 

 책은 치킨의 역사와 함께 그 종류를 초반에 제시합니다. 어떤 치킨이 한국 최초의 치킨이였으며, 그것이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과 함께 소개되고 있는데요. 그 과정이 무척이나 흥미로웠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즐겨먹는 크리스피 치킨이 탄생하기 전 시장표 민무늬 치킨까지. 이러한 치킨이 탄생되는 방식에 대해 한번즈음 생각해 봤었는데 그런 의문들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후반부에는 치킨이 우리에게 오기까지의 과정들이 녹아 있는데요. 대기업의 육계농장 통제로 획일화되고 세분화 되어버린 시장과, 프랜차이저 치킨집의 고민, 배달부의 인권문제까지. 치킨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그들을 둘러싼 사회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1973년부터 생산되기 시작한 양계사료는 어린 병아리용, 중병아리용, 큰 병아리용으로 각 단계별로 필요한 영양 추이에 따라 세분화되었다. 또 품종별로 브로일러 전기, 브로일러 후기 등으로 나누고, 조예용 사료 등으로 세분화시키면서 전문화된 사료 생산이 이루어졌다. 농가에서 부산물로 키우던 가정 양계의 시대가 끝나고 산업 양계의 시대가 열린 것도 이렇게 전문 사료 생산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생산이 분리되었다는 것은 소비 형태도 그만큼 많이 바뀌었다는 뜻이다. 1년에 한두 번 먹을 수 있던 백숙의 시대가 끝나고 통닭의 시대가 시작된 것은 곧 '닭고기의 상업 시대'가 왔음을 뜻한다.


-P.247-

 

3.

 

 책은 치킨이라는 대중적이고 가볍게 느껴지는 소재를 통해 그 안에 숨겨진 많은 이들의 땀방울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어떤 치킨집이 맛있는지와 같은 치킨 가이드북을 찾는 분들에겐 실망스러울 수 있겠지만, 치킨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들을 보면 치킨이라는 음식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전문적이지만, 읽기 쉽게 쓰여진 책이였습니다. 저자가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래서 일까요. 편하고 쉬운 어투로 어렵게 다가올 수 있는 문제들을 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지금 이 서평을 작성하는 동안에도 옆에는 치킨이 놓여 있는데요. 새삼스레 치킨의 맛이 더욱 무겁게 느껴집니다.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치킨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봤으면 하는 책 <대한민국 치킨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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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할아버지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셨어요." 곁에 있던 리노가 참지 못하고 나섰다. "꽃이 유일한 대화 상대였어요. 마당에 화분이 많죠? 그것들을 손질할 때 가장 즐거워 하셨어요. 꽃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늘 말씀하셨거든요. 그러니까 아마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는 것은 꽃들일 거예요."

 

-P.61-

1.

 

 몽환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꿈과 환상이라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세계에 대한 동경 때문일까요. 몽환적이라는 표현이 들어가는 컨텐츠는 호기심에라도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 소설 <몽환화>역시 제목에서부터 '몽환적'인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이세상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꽃. 표지의 현란한 색감이 나타내고자 하는 것이 이런 작품의 분위기를 잘 나타내는 것 같아 주저없이 구입했습니다.

 

 역사물을 기획하고 만들었다고 하지만 역사물의 느낌은 전혀 느낄수 없었던 작품이였는데요. 오히려 원자력 이야기와 식물학과 관련된 내용들이 과학분야의 전공지식을 바탕으로하는 미스터리에 가까웠습니다. 이렇듯 과학적인 내용을 주인공들의 대화를 통해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기라고 생각드는데요. <몽환화>는 이런 그의 장기를 잘 살린 간만에 재대로된 '히가시노 게이고'표 미스터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나팔꽃에 흥미를 가진 것은 아버지의 동생 즉 삼촌의 영향이야. 삼촌이 다양한 변화 나팔꽃을 피우는 것을 곁에서 보다가 나도 흥미가 생겼지. 하지만 삼촌은 어느 날 내게 말했어. 어떤 꽃을 피워도 좋지만 노란 나팔꽃만은 쫓지 마라. 이유를 물었더니 그것은 몽환화이기 때문이라고 했어."

 "몽환화?"

 "몽환夢幻의 꽃이라는 의미일세. 그뒤를 쫒으면 자기가 멸하고 만다고, 그렇게 얘기했어."

 

-P.220-

2.

 

 책은 두편의 프롤로그로 임팩트있게 시작됩니다. 묻지마 살인사건으로 망가진 한 가정의 이야기와, 사랑했던 소녀가 아무런 이유없이 떠나가버린 후 남겨진 소년의 이야기. 두편의 이야기는 전혀 연관되지 않을 것 같은 본편의 이야기와 합쳐지며 미스터리한 사건의 전말을 풀어가는 실마리가 됩니다. 물론 독자가 그 프롤로그의 실마리를 이해하게 되는건 작품의 종반부에 이르러서지만 말이죠.

 

 은퇴 후 조용히 혼자 살고 있는 노인이 누군가에게 살해되는데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노인의 사체를 처음으로 발견한 사람은 노인의 손녀딸 리노. 전직 수영선수였던 그녀는 이유없는 공황으로 수영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고 할아버지에게서 안정을 찾습니다. 때문에 할아버지의 죽음이 충격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죠. 그녀는 사건현장에서 노란 꽃을 피운 화분이 사라졌음을 알게 되고 사건의 진상을 좇기 시작합니다.

 

 

 

 

 "응." 리노는 충혈이 된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우리, 어딘가 닮았어요. 열심히 자기가 믿은 길을 선택했는데 어느새 미아가 되어버렸네요."

 "정말이네." 소타가 대답했다.

 

-P.296-

 

 

3.

 

 노란색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참으로 다양합니다. 황금, 번영, 여름, 봄, 명랑, 환희의 긍정의 의미로도 사용되지만 날카로움, 경고등 위험을 암시하는 이중적인 의미로 사용되지요. 작품 속 인물들이 찾아가는 '노란 나팔꽃'의 의미는 이 노란색의 의미와 맞닫아 있습니다. 무척이나 희귀하고 아름다운 존재이지만 그 꽃을 쫒았을 때는 불행이 따릅니다. 이 몽환적인 빛깔의 꽃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부분이 소설속 유일하게 역사적 색채가 드러난 부분일텐데요. 이부분은 어느정도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실제 에도시대에는 노란 나팔꽃이 흔했지만, 오늘날은 노란 나팔꽃을 찾아볼 수 없으니까 말이죠. 작가는 이런 사실을 기반으로 작품을 써나갔습니다.

 

 사실 작품은 떡밥이 무척이나 많습니다. 일본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원자력과, 인간의 욕심, 현대인의 공황등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소재들을 이리저리 써먹고 있기 때문이죠. 안타까운 점은 그 떡밥들이 종반부에 완벽하게 수습되지 않는다는데 있습니다. 출판사에서도 원자력과 관련된 작품처럼 홍보했지만 관련된 내용은 주인공 소타가 원자력을 전공하고 있다는 점 뿐이랄까요. 뭐 이런 몇가지 단점들을 제외한다면 책은 재밌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책답게 가독성도 뛰어나고 말이죠. 휴가철 편하게 읽어나가기에 좋은 책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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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 BOOn 4호 - 2014년
RHK일본문화콘텐츠연구소 편집부 엮음 / RHK일본문화콘텐츠연구소(월간지)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그렇다. 누군가 홀로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가운데 큰 소리로 울고 있다. 만약 이와 같은 물기가 그녀의 마을에서 번지는 슬픔이라면 아직 괜찮다. 안심해도 좋다. 그곳에서는 비도 눈물도 반드시 우산을 받쳐 든 손과 함께 오니까. 그렇게 그 우산 속에서 꽃은 만발하고 꽃향기는 '그들'의 주위를 감돌 테니까.

 

-P.15, 작가를 읽다_에쿠니 가오리 中-

 

1.

 

 만화건 소설이건 완결이 나지 않은 작품은 잘 보지 않습니다. 아니 못본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네요. 중간에 짤린 듯한 기분이 싫기도 하거니와, 다음화가 나온후 짧은 기억력으로 전화를 다시 되짚어 봐야 한다는 점에서 전 항상 완결이 난 작품을 찾아봅니다. 이렇듯 끈기 부족한 제가 요즘 푹 빠져있는 연재 소설이 있습니다. 바로 격월로 출간되는 잡지 <BOON>에 실린 '어항, 그 여름날의 풍경'이죠.

 

 히구치 유스케의 연재소설인 작품은 미래의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우익화 세력이 권력을 장악한 시대에서 복지와 분배가 아닌 성장에 초점을 맞춘 일본은 새로운 부흥기를 맞이하지만 그 이면엔 청년들의 저임금 노동이 존재합니다. 작품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과 노인의 시각을 번갈아가며 서술하고 있는데요. 미스터리한 분위기의 작품의 끝이 어떻게 될까 궁금해서 매번 구독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설녀는 한없이 인간을 위협하는 섬뜩한 본성을 나타내는 존재인 요괴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녹아 없어지는 눈의 이미지와 아이를 둘러싼 모성을 통하여 인간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하지만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애절함과 안타까움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존재였던 것이다. 즉 이것은 일본의 전통적인 이류혼인담 양식의 답습이 나닌, 사람과 이류의 존재인 요괴와의 또 다른 차원에서의 이류혼인담이고,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인 요괴로서의 설녀, 그리고 모성과 팜므파탈적 성질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이중적 성질의 설녀로서, 이전의 설녀 이야기와는 전혀 색다른 모습과 특성을 나타내는 라프카디오 헌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P.148, 일본의 요괴문화 中-

 

 

2.

 

 이렇듯 연재소설이 주가 되어 잡지를 구독하고 있지만 그 외에도 흥미를 끄는 알찬 기사들이 너무나 많이 실려있습니다. 이번호의 작가는 '에쿠니 가오리'였는데요. 처음 일본 소설을 접한 것이 바로 '에쿠니 가오리'의 책이였던지라 더욱 인상깊게 관련 글들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 한국에 번역된 작품들이 많이 있지만, 남자인 저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감정선이 많았던지라 챙겨보진 않았었는데요. 전문가들의 서평을 읽다보니 내가 놓쳤던 부분들이 이런 부분이었구나 하는 생각과 동시에 최근 작품들 (<하느님의 보트>, <수박향기> 등)을 찾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인상적이였던 섹션은 이번호부터 새로이 기획연재된 '일본의 요괴 문화' 파트였는데요. 일본의 여성 요괴인 '설녀(雪女)'와 관련된 이야기가 실려 있었습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잘 알려진 설녀 이야기는 지방에 내려오던 설화를 '라프카디오 헌'이 각색하여 만든 이야기인데요. 그 근원이 되는 이야기들과 함께, 설녀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바를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오래 전 란포가 그랬던 것처럼 미하라당의 바삭바삭한 소금센베를 씹으며 어슬렁어슬렁 이케부쿠로를 걸어 란포의 기묘한 서고로 들러보는 건 어떨가. 눈과 혀로 란포의 취향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고서를 좋아했던 란포는 헌책의 거리 '진보초'로 나가 고서점을 돌아다니기를 즐겼는데, 헌 책에 관심이 있는 산책자라면, 란포가 헌책방을 돌아다니다 출출해질 때마다 들르곤 했던 '하치마키'(진보초 서점 도쿄당 옆)에서 새우덮밥을 드셔보시길. 3대째 이어져오는 이 가게 구석에 앉아 시원한 맥주에 새우덮밥을 시켜놓고 운명처럼 다가온 그날의 고서들을 뒤적이는 란포의 모습이 보일지도 모른다.

 

-P.163, 문학산책_ 란포와 함께 함부로 걷기 中-

 

 

3.

 

 9월 초 여자친구와 일본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데 <BOON>에게 여러모로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문화적 지식뿐 아니라 일본 유명 작가들의 흔적을 쫓아 볼 수 있는 관광 코스까지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죠. 일본 추리소설의 거장이라 불리는 '에도가와 란포'. 작품 <D 언덕의 살인사건>의 배경이자 실제 란포가 거주했던 지역의 '단고언덕'은 도쿄를 여행할 때 꼭 한번 방문해 보고 싶은 곳이였는데요. 그가 자주가던 식당과 그의 이름을 딴 카페를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짧은 시간 이동하면서 단편 소설을 읽는 기분으로 즐겁게 읽었습니다. 하나 하나 알찬 내용들로 채워져있어 9,000원이라는 금액이 전혀 아깝지 않았습니다. 일본 문학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이야기를 좀 더 심층적으로 볼 수 있는 문학잡지 <BOON>이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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