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볼 만한 기사도 없지만 포털에 올라오는 요즘 기사를 살펴보고 있노라면 기사 전면에 정치인의 속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예컨대 정치인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신념이라는 추상어로 포장하는 능력이 탁월한 사람들이다. 이기적인 인간형은 대개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을 기준으로 타인을 비판하게 마련이고 그것이 지극히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라고 믿는다. 왜냐하면 이기적인 인간형은 타인을 배려하거나 살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모든 기준은 자신이 될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어떤 여인이 누군가를 향해 '꽃보며 자위나 해라.' 하고 조롱했다면 그는 평상시에 꽃을 보며 자위를 하는 행위를 여러 번 반복했을 개연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늘 그래왔으니까 말이다. 오죽 할 일이 없으면 자위나 할까 싶지만 딱히 할 일도 없는데 그의 머릿속에는 자위 말고 다른 행위는 전혀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는 지금껏 이런 이기적인 인간들을 정치인으로, 이 나라의 지도자로 뽑아왔다는 게 부끄럽기는 하지만 어쩌겠는가. 우리나라를 이끌었던 이타적인 소시민들은 거울을 보며 자위가 아닌 반성을 하는 수밖에. 꽃을 보며 자위를 하는 인간과 거울을 보며 반성하는 인간, 대한민국에는 요즘 그 두 부류의 인간만 존재하는 듯하다. 꽃보다 거울, 무슨 드라마 제목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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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더니 이제는 한낮에도 더운 걸 잘 모르겠다. 계절은 어느새 훌쩍 가을로 넘어와 있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 며칠 비가 오락가락하더니 한낮 기온마저 제법 낮아졌다. 그렇다고 '가을비 한 번에 내복 한 벌'이라는 속담을 들먹일 계제는 아니지만 말이다. 최근에는 온통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뉴스로 도배를 하는 바람에 다른 중요한 뉴스들이 속절없이 묻히는 느낌이다.

 

어제는 109번째 맞는 경술국치일이었다. 그럼에도 들려온 소식은 일본 극우주의자들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한 보은군수의 망언이었다. '위안부 그거 한국에만 한 거 아니다. 중국도 하고, 필리핀도 하고, 동남아에서 다했지만, 다른 나라에 배상한 게 없다. 한국에만 5억 불 줬다. 한·일 국교 정상화 때 다 끝났다.'고 한 말을 들었다고 그는 말했다. 도대체 무슨 의도로, 어떤 역사적 판단으로 한 말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무식해도 그렇게 무식할 수가... 역사 서적 한두 권만 읽어도 그런 말은 할 수 없을 텐데 말이다.

 

천년 간 전해온 톨텍 인디언의 위대한 가르침을 기록한 책 <네 가지 약속>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살아 있다는 것이다. 흔히들 죽음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의 가장 큰 두려움은 위험을 무릅쓰고 살아 있어야 하는 것으로, 살아서 자신의 참모습을 표현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다." 또 이런 구절도 있다. "말은 인간이 지닌 마술이요, 말을 악용하는 것은 사악한 마술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말이 마술인지 꿈에도 모른 채 줄곧 사악한 마술을 부리며 산다."

 

인터넷을 통해 정제되지 않은 말을 무시로 내뱉는 젊은 세대에게 있어 말의 무게는 몸으로 체감되지 않는 어떤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까닭에 그들의 말은 악취를 풍긴다. 소위 '일베'와 '워마드'로 대변되는 쓰레기 집단은 이제 대학생이라는 가명으로, '촛불집회'라는 허명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말을 악용하는 것은 사악한 마술'이라는 가르침을 그들이 과연 이해나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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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탐나는 심리학 50 - 프로이트에서 하워드 가드너까지 인간 탐색의 흐름과 그 핵심, 개정판
톰 버틀러 보던 지음, 이정은.김재경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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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을 나설 때마다 온 몸을 휘감던 눅눅한 습기가 사라지자 그것만으로도 왠지 외출이 기다려진다.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고, 생각지도 못한 좋은 인연을 만날 것만 같은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란 게 이토록 간사하다. 그렇게 보면 알다가도 모를 게 사람 마음이고 인간 심리가 아닐까. 10여 년 전 톰 버틀러 보던의 책 <내 인생의 탐나는 영혼의 책 50>을 감명 깊게 읽었는데 이번에는 심리학에 대한 책이 출간되었다기에 서둘러 읽었다. 그런데 이게 알고 보니 개정판이었다. <내 인생의 탐나는 영혼의 책 50>보다 1년쯤 전에 출간되었던 걸 나만 모르고 있었나 보다. 마침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도 불고 눅진하고 무겁기만 하던 습기도 한결 가벼워진 바람에 아무리 두꺼운 책도 손쉽게 읽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생각만큼 쉽지가 않았다. 심리학이라는 학문이 본디 쉽지가 않지만 말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50권의 책은 몇몇 중요한 저자들과 글들을 다루고 있을 뿐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이런 유형의 모든 컬렉션은 일면 독특하겠지만 심리학에서 다양한 분야와 하위 분야를 포괄적으로 다루기 위한 목소리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흥미를 끄는 몇 가지 심리적인 질문과 개념에 대한 기본적인 통찰, 그리고 인간 본성을 다루는 보다 더 큰 지식을 이 책에서 찾고 있다." (p.15 '들어가는 글' 중에서)

 

책에서 저자는 세계적으로 널리 읽히는 심리학 분야의 명저 50권을 선별하여 그 핵심내용을 뽑아 정리하였다. 1부 나는 왜 이렇게 행동하는가(인간의 본성과 동기에 감춰진 열쇠), 2부 기분을 바꾸면 행복이 보인다(행복과 정신 건강의 함수관계), 3부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자아와 성격이란 무엇인가), 4부 무의식을 깨워라(감춰진 지혜 혹은 능력), 5부 나는 왜 그 사람을 사랑하는가(인간관계의 비밀), 6부 뇌가 마음을 결정한다(뇌 과학의 진실), 7부 대화와 설득의 시대(21세기 창의성은 의사소통 능력이 좌우한다) 등 총 7부에 걸쳐 심리학의 흐름과 그 핵심 주제를 전하고 있다. 책의 마지막에는 심리학 공부에 도움이 될 만한 '또 다른 심리학의 명저 50'이 실려 있다.

 

책에 실린 심리학 명저 50권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1890년에 출간된 윌리엄 제임스의 <심리학의 원리>를 필두로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알프레드 아들러의 <아들러의 인간의 이해>,이반 파블로프의 <조건반사>,  에릭 호퍼의 <맹신자들>, 카를 융의 <원형과 무의식>, 빅터 프랭클의 <삶의 의미를 찾아서>,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하워드 가드너의 <지능이란 무엇인가>,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마틴 셀리그만의 <긍정심리학>, 스티븐 그로스의 <때로는 나도 미치고 싶다>, 수전 케인의 <콰이어트>, 마지막으로 2014년에 출간된 월터 미셸의 <마시멜로 테스트> 등으로 우리가 익히 들어보았거나 읽어본 적 있는 책들도 있고, 이게 왜 심리학 명저로 뽑혔을까 의심스러운 책도 있을 것이다.

 

"본래 샌프란시스코 부두에서 하역꾼으로 일했던 호퍼가 쓴『맹신자들』은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집단 활동의 힘을 비전문가적 시각에서 바라보며, 정신적 갈증을 느낀 사람이 과거의 자아를 벗어던지고 더 위대하고 숭고해 보이는 무언가를 추종하는 과정을 면밀히 추적한다." (p.93)

 

심리학에 대한 일반인들의 호기심과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심리학을 학문이 아닌 상식의 차원에서 접근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일견 긍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부정과 편법이 판을 치던 시기에 <정의란 무엇인가>가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처럼 말이다. 심리학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늘어나면 날수록 역설적이게도 사람들은 표정과 몸짓만으로는 도무지 상대방의 속내를 알 수 없고 그로 인하여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아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추론은 정신건강 혹은 뇌 과학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은 정신질환을 앓고 잇는 사람들이 많아졌음을, 행복과 내려놓음에 관심이 많아졌다는 것은 탐욕으로 인한 상대적 빈곤감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거론하는 심리학 명저 50권의 핵심내용은 물론 관련 인물과 연구 성과, 사회적 파장과 영향까지 두루 살피고 있는 까닭에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제임스의 자아이론은 개인주의 사회를 사는 현대인에게는 그리 특별한 학설이 아니다. 그러나 그가 이 글을 쓸 당시에는 사회조직이 훨씬 긴밀했으며, 개인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보다 개인이 사회 속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더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 따라서 당시로서는 제임스의 이론이 대단히 파격적인 주장이었다. 그가 정신생활의 과학으로 정의한 심리학은 개인의 뇌 안에서 벌어지는 개인적 생각과 감정을 다룬 것이지, 결코 일반적인 '인간 정신'을 다룬 것이 아니었다." (p.509)

 

나만 그런지는 몰라도 심리학에 관심을 두면 둘수록 더욱더 깊게 빠져드는 경향이 있다. 보이지 않는 어떤 대상을 연구한다는 게 어찌 보면 다소 황당할 수도 있겠다 싶지만 그만큼 확장 가능성도 크고, 인간의 호기심 역시 무한히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숫제 관심을 두지 않았을 때는 몰랐던 지적 욕구가 일단 심리학에 관심을 두는 순간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이다. 알면 알수록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 하는 분야가 심리학이다. 책의 말미에 또 다른 심리학 명저 50권의 목록을 첨가한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밖에는 초가을 햇살이 뜨겁게 내리쬐고 있다. 외출에 나선 사람들의 표정은 여전히 밝고 가볍다. 계절은 그렇게 조금씩 가벼워지고 있다. 해가 가면 갈수록 우리네 삶이 조금씩 가벼워지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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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공기도 맑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 날들이 이어질 때면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의 기후가 새삼 고맙게 느껴진다. 게다가 활동하기에 더없이 좋은 봄과 가을은 어찌나 빨리 지나가던지 계절을 제대로 만끽하기도 전에 저만치 밀려나곤 한다. 미처 작별 인사도 하기 전에 말이다.

 

일본 불매운동 열풍이 한 달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에 의해 내려진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일부 정치권에서 우려와 반대 목소리를 내고는 있지만 국민들 대다수는 오히려 반기는 모양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인해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던 무분별한 일본 제품 사용에 대한 반성과 자각의 계기가 되었다면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 인해 국제 정세 속에서 우리나라의 현 위치를 파악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아베에 대해 오히려 고마워해야 되지 않느냐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들려오곤 한다.

 

사실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자주적으로 우리나라의 정통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외세에 의해 그 정당성을 인정받으려 노력해온 게 사실이다. 미군부를 등에 업은 이승만 정권이 친일 청산은커녕 친일파와 손잡고 독립운동가를 배척하고 탄압했던 것도, 쿠데타에 의한 박정희 정권의 탄생도, 광주 민주화 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했던 전두환 일당도 그 부정하고 잔악한 모습을 미국과 일본의 엄호 속에 숨겨왔던 게 사실이다. 떳떳하지 못한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그들은 얼마나 많은 국부를 낭비했을 것이며, 미국과 일본의 부당한 요구에 얼마나 여러 번 굴종적으로 머리를 조아렸겠는가.

 

아베가 화를 내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이제껏 볼 수 없었던 태도를 현 정부가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그와 같은 모습에 국민들 대다수가 열렬한  박수와 지지를 보내는 것이고 말이다. 아베는 우리나라가 정치적으로만 독립국가의 형태를 취하고 있을 뿐 대한민국 내에 일본을 지지하는 친일 엘리트들이 존재하는 한 대한민국은 언제까지고 자신들의 식민지로 남아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믿어왔던 가까운 나라 대한민국이 지소미아의 종료와 함께 완전한 독립국가로 나아가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아베의 뒤통수를 쳤으니 아베는 그게 불만이고 묵과할 수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다시금 깨닫는 요즘, 아베의 헛발질이 새삼 고마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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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 키우는 예쁜 누나 - 올려놓고 바라보면 무럭무럭 잘 크는 트렌디한 다육 생활
톤웬 존스 지음, 한성희 옮김 / 팩토리나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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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0년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적어도 선인장에 얽힌 추억 한두 가지쯤은 있지 않을까 싶다. 당시로서는 신문물이나 진배없었던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전자파에 대한 우려가 갑자기 높아지던 시기였다. 인체에 대한 전자파의 유해 논란은 차치하고서라도 사람들은 일단 전자파로부터 자신을 지킬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하였고 별 해괴하고도 다양한 방법들이 사람들의 입을 타고 빠르게 전파되었다. 그렇게 떠돌던 방법 중 하나가 선인장이었다. 전자파를 방출한다고 알려진 컴퓨터나 텔레비전 옆에 단지 선인장 하나만 놓아두어도 인체에 유해하다는 전자파로부터 완전히 해방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간단하고 손쉬운 해결책이던가. 사람들은 너도 나도 전자파 차단용 선인장을 구입하기에 급급하였고, 남아도는 선인장은 친구 생일 선물로 누군가의 집들이 선물로 처리되었다.

 

그렇게 불티나게 팔려나가던 선인장이 어느 순간 소리 소문도 없이 뚝 끊긴 건 아마도 전자파 차단 효과에 대한 불신이 싹트면서부터가 아닌가 싶다. 어느 집이건 집안의 각 방마다 선인장 한두 개씩을 반드시 놓아두던 다정했던 풍경이 삭막하고 살풍경한 모습으로 돌변했던 건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애지중지하던 선인장이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던 건 물론 선인장은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영원히 사라진 듯했다. 선인장이 말을 할 수 있었다면 아마도 '진정한 생은 이 생에도, 그렇다고 이 생 이후에도 잇는 것이 아니라 이 생 밖에 있다'는 프루스트의 구절을 한탄처럼 내뱉지 않았을까.

 

"하얀 털이 누에고치처럼 보호막을 친 백운금선인장은 나이 든 노인처럼 보이지만, 전혀 약하지 않아요. 백운금의 성긴 털이 남아메리카 산맥의 무서리와 타는 듯한 태양빛으로부터 선인장을 지켜줬거든요." (p.61)

 

톤웬 존스의 책 <선인장 키우는 예쁜 누나>는 제목에 끌려서 읽게 된 책이다. 90년대 초 거금을 들여 처음 구입하였던 컴퓨터 옆에 인테리어 소품처럼 나란히 놓았던 선인장 화분에 얽힌 추억과 어느 방송사의 익숙한 TV 드라마 제목에 끌렸다는 게 이 책을 읽게 된 경위였다. 책의 저자인 톤웬 존스는 모로코의 마라케시에 있는 마조렐 정원에서 신기한 경험을 했었단다. 디자이너 이브 생로랑이 몹시 사랑했던 그곳에서 커다란 선인장을 만나고 힘들고 지친 마음을 위로받은 뒤, 선인장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했다. 얼마나 사랑했던지 자신의 결혼식장을 선인장으로 꾸미고 다육식물로 만든 부케를 들었다고.

 

"책에는 그녀의 트렌디한 감각이 돋보이는 50가지 다육식물 일러스트가 담겨 있습니다. 그들이 어떤 별난 특성을 지녔는지, 어떻게 가꾸고 스타일링하고, 플랜테리어로 활용하면 좋은지 소개합니다. 여러분의 곁에서 외로운 마음을 달래주고 고민을 묵묵히 들어준 그들에게 멋진 엄마 아빠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요? 반복되는 무료한 일상에 이 책과 선인장 한 그루만 있으면 왠지 좋은 일이 찾아올 것만 같습니다." (p.134)

 

영국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이기도 한 저자는 십수 년간 선인장, 다육이 친구들과 동고동락하면서 그들을 잘 키우고 세련되게 스타일링하는 노하우와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습득했다고 한다. 사실 어떤 분야든 쉽게 얻어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만큼의 열정과 노력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식물이든 동물이든 곁을 내어주지 않는다는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 아니겠는가. 내 주변에서도 마음만 앞섰다가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그만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이를테면 날로 심해지는 미세먼지를 잡기 위해 미세먼지에 좋다는 정화식물 화분을 집에 여러 개 들였다가 얼마 못 가서 시들시들 모두 말려 죽인 경험을 마치 자신의 무용담처럼 들려주는 것이다.

 

최근에는 반려동물 대신 반려 식물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기사를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활동력이 떨어지는 노인 가구는 물론 스트레스 감소, 심리적 안정, 공기정화 등에 탁월한 식물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젊은 층에게도 인기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일에도 언제나 사전 지식이 필요한 법, 책에는 식물을 고르는 일부터 화분 선택하기, 분갈이하기, 가지치기, 번식시키기까지 식물을 키울 때 필요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책을 읽다 보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욕심이 생긴다. 싹에서 윤기가 돌기로 소문난 '성미인'도 갖고 싶고, '설렘을 느껴요'라는 꽃말을 지닌 '우주목'도 갖고 싶고, 동전이 주렁주렁 달린 듯한 모양의 '중국돈나무'도 갖고 싶고... 낙엽이 지는 늦가을의 우울을 견디기 위해서라도 무언가 대책이 필요한 듯한데 선뜻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나 역시 식물을 키우기만 하면 죽여서 내보내는 식물 저승사자가 아니던가. <선인장 키우는 예쁜 누나>가 나를 유혹한다. '다육이 하나 키워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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