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의 리부트 - 코로나로 멈춘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법
김미경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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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무더위가 절정에 이르는 등 역대급 폭염이 예상된다고 했던 기상청의 예보와는 달리 예상외로 길게 이어지는 장마로 인해 덥지 않은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열대야가 7월 서울에서 발생하지 않은 것은 2003년 이후 17년 만의 일이라고 하니 기상청의 예보는 한참이나 빗나간 셈이었다. 비록 눅눅하고 습한 날씨로 인해 불쾌지수는 하늘 높은 줄 모른 채 마냥 높아지고는 있지만 말이다. 그러나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서운 게 실업의 공포이고 보면 올해의 무덥지 않은 여름 날씨를 마냥 반기고 좋아할 수만은 없다는 게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이다. 반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정국으로 인해 전 세계의 경제가 줄줄이 뒷걸음질을 치고 그 여파는 고스란히 개인의 몫으로 전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30만 명, 전 세계 누적 확진자 수는 1천800만 명을 눈앞에 둔 암울한 현실 앞에서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이며, 우리는 코로나 이후의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대한민국 최고의 자기계발 강사 김미경이라고 해서 코로나의 여파가 비껴가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그녀가 운영하는 콘텐츠 회사에는 2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고, 유튜브 채널 <김미경 TV>와 온라인 대학 <MKYU대학>은 시작한 지 3년도 안 된 신규 사업들인지라 수익을 내기에는 역부족이었고, 회사의 가장 탄탄한 수익처는 저자의 강의일 수밖에 없었는데 그녀의 모든 강의가 멈춰 선 지금 회사 경영이 위태로워지는 것은 어쩌면 필연이었다. 회사를 책임지는 경영자로서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던 저자는 '코로나 이후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을 알아내기 위한 그녀만의 처절한 몸부림을 시작했다. 종이 신문과 주간지를 각각 두 종을 구독하고, 국내외 비즈니스 컨설팅 회사들의 리포트를 받아보기 위해 메일 정기 구독 서비스를 신청했으며, 관련 서적들을 쉼 없이 읽고, 일주일에 최소한 서너 명의 전문가를 직접 만나 인터뷰를 했다고 한다. 그렇게 찾아낸 단서와 아이디어를 노트에 옮겨 적고 모든 단서들을 분해하고 재조합하는 과정에서 저자는 마침내 '나 김미경이 살아남는 법'을 찾아냈다고 한다.

 

"코로나 이후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야. 살아가는 공식, 돈 버는 공식이 완전히 달라. 그중에서도 내가 발견한 네 가지 공식으로 우리 회사는 다시 살아날 거야. 그러려면 먼저 해야 할 것이 있어. 코로나 이전에 했던 사업 방식을 완전히 '리셋reset'해야 해. 아까워하지 말고 필요 없는 것은 다 초기화하자. 이제부터 우리가 할 일은 '리부트reboot'야!" (p.8 '프롤로그' 중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의 여러 곳에서 제2, 제3의 '김미경'이 자신의 사업장을 지키기 위해, 이 위기로부터 자신의 가정을 지키기 위해 밤잠을 줄여가며 몸부림을 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혼돈과 위기 속에서 해법을 찾아낸다는 것은 폭우로 급속히 불어난 물에 휩쓸린 사람이 작은 지푸라기를 잡고 자신의 생명을 구해내는 일 만큼이나 어렵고 힘든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김미경의 리부트>는 저자가 발견한 '코로나 시대의 생존 비법'인 동시에 제2, 제3의 김미경을 위한 작은 희망의 불씨가 될지도 모른다.

 

책은 다섯 개의 Part로 구성되었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미래의 질서와 어떻게 하면 우리가 그 기회를 포착하고 잡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Part 1. '대전환을 두려워하지 말라', 코로나로 재편된 네 가지 생존 공식을 다루고 있는 Part 2. '내 인생을 바꾸는 4가지 리부트 공식', 20세기를 이끌어왔던 지금까지의 인생 설계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생 시나리오를 함께 쓰는 방법'에 대해 쓰고 있는 Part 3. '나를 살리는 리부트 시나리오를 써라', 4차 산업과 디지털 기술로부터 자신의 일자리를 지키고, 빠른 변화와 불확실한 시대에 대처하는 공부법을 다룬 Part 4. ''뉴 러너'가 되어야 일자리를 구한다', 마지막으로 코로나의 근본 원인이 무엇이었으며, 이후 우리는 어떻게 마음을 다잡고 용기와 희망을 가질 것인가를 생각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대하는 성숙한 어른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하는 Part 5. '공존의 철학자 '뉴 휴먼'이 미래를 구한다'가 그것이다.

 

"코로나는 언젠가 끝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살아남을 것이다. 그때 우리 아이들이 불신이 아닌 배려와 신뢰를 먼저 떠올렸으면 좋겠다. 혐오 대신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우리 어른들도 '네가 더 힘들지 않느냐'는 따뜻한 말 한마디를 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물리적 생존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관계의 생존', '신뢰의 생존'이다" (p.268)

 

언젠가 내게 들려주었던 누군가의 감언이설처럼 한 순간 쉽게 현혹되었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물거품처럼 쉽게 잊히는 이야기로 남고 싶지는 않았는지 책의 내용은 시종일관 진지하다 못해 비장한 느낌마저 들었다. 저자가 여러 방송 매체에서 보여주었던 수더분하고 화려한 입담은 책의 어느 구석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생존을 위해 우리가 지금도 실천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관계의 실종, 신뢰의 실종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그러면서도 우리 모두가 고단한 삶의 터널을 무사히 벗어나기를 바라는 저자의 염원과 바람이 고스란히 담긴 책, <김미경의 리부트>는 내게 그렇게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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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 - 남인숙의 여자마음
남인숙 지음 / 소담출판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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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해외여행에 매료되는 이유는 여행지의 이국적인 풍경이나 문화보다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 느끼는 익명성으로부터 오는 자유가 아닐까 싶다. '군중 속에서의 고독'이랄까? 우리는 수많은 현지인과 관광객들 사이에서 오히려 외로움을 느끼곤 한다. 그래서인지 유창하지 못한 영어와 바디랭귀지를 섞어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를 시도하기도 하고, 그들의 표정과 이따금 들리는 몇몇 단어들을 조합하여 그들의 속내를 파악하고자 애쓰기도 한다. 그리고 모국에서는 결코 표현하지 않던 공감 그 이상의 연민을 그들에게 보여주곤 한다. 그들 역시 외롭다고 느끼면서 말이다.

 

이와 같은 공감이나 연민은 40대 이후의 사람들에게서 두드러진다. 저들도 나처럼 나이를 먹는구나, 실감하는 것이다. 그것은 곧 우리 사회로부터 주인공의 자리를 더는 차지할 수 없다는 열패감인 동시에 삶의 정점에서 서서히 내려가고 있음을 자각하는 데서 오는 쓸쓸함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나면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고 삶의 또 다른 행복을 맛보게도 된다. 그런 면에서 40대 이후의 행복은 환경의 변화에서 온다기보다 자기 스스로의 마음의 변화에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행은 그저 삶이라는 방의 창을 여는 일이다. 창을 열어도 방 안에서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새 공기로 숨 쉬는 내 호흡이 나도 모르게 달라진다. 나이 들수록 여행에서 얻는 게 많아진다. 아마 스무 살 때 보았다면 보지 못했을 것들을 느끼고 배운다. 하지만 낯선 곳에서의 모든 것들을 포용할 수 있는 정신에 비해 육체가 점점 여행에서 부적합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참 소름끼치게 인생은 공평하다." (p.37)

 

남인숙 작가의 수필집 <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는 도발적인 제목에 비해 그 내용은 솔직하고 담백하여 오히려 맥이 빠지는 느낌이 든다. 철없는 남편에 대한 비난의 글들이 줄줄이 등장할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젊음을 잃어가는 대가로 얻고 있는 좋은 것들을 숨은 그림찾기 하듯 하나하나 찾기 시작했고, 그럴 때마다 조증 환자처럼 신이 났다고 말하는 작가는 '누구나 '좋은 시절'이라고 말하는 청년 시절에만 삶의 절정이 있는 게 아니다. 나는 무지와 어리석음과 혼돈으로 후회할 짓만 하고 돌아다니던 내 젊은 시절을 돌이키기도 지긋지긋하다. 나이 들어가는 지금이 더 좋고, 내 인생에서 가장 좋은 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어쩌면 이 책은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삐딱한 시선에 대한 강한 반론인 동시에 '지금 불행한 사람들이 불행한 핑계로 나이듦을 선택한 것뿐'이라는 작가 자신의 확신에 찬 결론이기도 하다.

 

"아이나 남편과의 사이에서 뭔가가 삐걱거릴 때 멀리 떨어져 살펴보면, 거기에는 항상 내 자신이 아닌 그들을 통해 행복감이나 대리만족 따위를 느껴보려고 하는 내가 있었다. 행복의 중심축이 내가 아닐 때 서로가 불행해지더란 말이다. 자꾸만 희생을 하는 사람들이 자기중심적이 되기 쉽다는 건 씁쓸한 역설이다. 어머니들의 전매특허인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로 시작되는 각종 슬픔의 대서사시가 그 증거다." (p.246)

 

'살면서 후회되는 일이 무엇이었느냐고 묻는다면 후회되는 일이 없다고 대답할 것이고,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는 작가는 후회없이 인생을 사는 비기가 '후회하지 않고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잘못된 결정일지라도 후회하지 않고 '이왕 이렇게 된 거 열심히 잘해보지 뭐.' 하는 맘으로 대략 그런 식으로 살다 보니 일은 돌고 돌아 결과적으로 작가 자신이 좋은 선택을 한 모양새가 되어가더라는 이야기였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는 건 불가능하다. 백 살이 되어도 안 될 것이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 건 가능하다. 후회하지 않고 내가 저질러놓은 일들에 대해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인가만 생각하는 게 후회없는 삶을 사는 비법일 것이다." (p.98)

 

이 책은 어쩌면 자존감이라곤 떨어질 대로 떨어진 중년의 '아줌마'들을 위한 자존감 살리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쓰인 책처럼 읽힌다. 물론 작가 자신도 그 중 한 사람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어떻게 하면 당당하고 행복하게, 삶에 대한 후회나 미련을 두지 않고 남은 생을 잘 살 수 있을까 끝없이 탐구하고 틈만 나면 궁리하는 어느 소설가의 최종 결론이자 중년 여성의 행복한 삶을 위한 남인숙 작가의 처방전인 셈이다. 누구보다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그대로 옮겨 놓은 까닭에 책은 생각보다 술술 읽힌다. 비틀즈의 노래 '오블라디 오블라다(Obladi Oblada)'가 문득 떠오른다. 인생은 그렇게 흘러가는 것(Life goes on)이라는 뜻을 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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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있었던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결정이 있은 후 한 모 검사장의 열사 코스프레가 극에 달하고 있다. 이 정도면 연말에 있을 청룡영화상의 남우주연상은 물론 내년에 있을 백상예술대상의 남자 최우수연기상마저 떼 놓은 당상이 아닐까 싶다. 자신이 마치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는 정의의 사도인 양, 목숨을 걸고 독재 권력에 저항하는 투사인 양 행세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가 수사심의위원회에서 말하기를 "지금 말도 안 되는 이 상황은 권력이 반대하는 수사를 하면 어떻게 되는지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수사심의위가 불기소를 권고해도 법무부 장관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저를 구속하거나 기소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연기력 아닌가. 수사심의위에서 그가 했을 명연기의 장면을 보지 못한 게 못내 아쉽지만 그 장면은 쉽게 떠올릴 수 있을 듯하다. 눈썹과 눈썹 사이에 미간 주름이 깊게 자리 잡아 화가 난 인상을 풍기는 그가 자못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수사심의위원들에게 자신의 억울한 사정을 연기했을 장면은 지난해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받은 숀 펜이 연기했던 영화 <밀크>를 떠올리게 한다. 폭압적인 시대에 감히 '희망'을 꿈꿨던 한 정치가의 삶을 다룬 영화 <밀크>를...

 

그는 나아가 '검언 유착 의혹'을 '광풍'으로 규정하고, "광풍의 2020년 7월을 돌아보면 적어도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중 한 곳만은 상식과 정의의 편에 서 있었다는 기록을 역사에 남겨달라."며 수사중단·불기소 권고를 호소했다고 하니 아무리 강심장의 수사심의위원들인들 그의 연기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을 듯하다. 게다가 "그래 주시기만 한다면 저는 억울하게 감옥에 가거나 공직에서 쫓겨나도 끝까지 담담하게 이겨내겠다."고 덧붙였다니 실로 대단하지 않은가.

 

백 번 양보해서 공작 수준의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이동재 전 기자의 범행 내용을 들으면서도 그 자리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는 하지 않고 "그러다 한 건 걸리면 되지."하면서 덕담을 건넸다니 이게 검사가 할 짓인가 말이다. 적어도 국민의 법상식으로는 공모는 아닐지라도 직무유기가 명백한데 말이다. 그럼에도 자신은 부당한 권력에 항거하는 투사인 양 연기를 계속하고 있으니 그는 아마도 법을 전공한 게 아니라 연극영화과를 전공한 게 아닌가 싶다. 이 정도 연기력이면 국내 백상예술대상 남우주연상을 넘어 내년도 오스카 남우주연상도 기대해 볼 만하지 않은가. 부디 대한민국 남자 배우들도 한 모 검사장의 연기력을 보며 분발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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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의 밥상
박중곤 지음 / 소담출판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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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말하면 'Latte is...'가 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내가 어렸을 때는 농약도 귀했고, 자연을 이용하는 기술력도 아주 미미했던 까닭에 자연에서 재배되는 농작물은 온통 유기농이었다. 말하자면 시절을 잘 타고 태어난 바람에 나는 본의 아니게 귀하게 자란 셈이 되었다. 먹을 게 없어서 이따금 굶거나 멀건 죽으로 끼니를 대신했던 걸 제외하면 말이다.

 

그러나 자신의 SNS에 자신이 먹었던 것, 자신이 여행한 곳, 자신이 입은 옷, 자신이 만난 사람 등 일상의 모든 것들을 영상으로 올리는 시대가 되고 보니 우리가 먹는 음식은 단지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는 목적 이외의 다른 어떤 것으로 변질되고 말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것은 마치 온라인상에 우리가 토해놓은 삶의 토사물과 같다. 냄새와 체감되는 느낌만 삭제한 삶의 토사물. 그러므로 넘쳐나는 그 많은 쓰레기에 대한 역겨움을 지우기 위해 우리는 끝없이 포샵질을 하거나 사진에 찍히는 음식은 맛이 아닌 모양이 중요해지곤 한다. 마치 제상에 올려지는 웃기인 양.

 

"자연의 섭리에서 벗어난 극단적 기술 적용으로 당도가 높거나 부피가 큰 신품종 과일, 채소, 곡식들이 각광받는 동안, 몸피가 작거나 못생긴 토박이 동식물들은 대부분 농장에서 밀려났다. 과거 지구촌에는 오랜 세월 풍토 적응을 거듭하며 대를 이어 온 토착 동식물들이 무수히 많이 존재했다. 이들이 개량종이나 신품종의 등장으로 대부분 멸종한 것은 건강과 관련한 인류의 미래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p.42)

 

바른건강연구소의 소장을 맡고 있는 박중곤 박사는 자신의 저서인 <종말의 밥상>을 통해 오늘날 우리 식탁의 풍요 이면에 숨겨진 혼돈과 모순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설탕 덩어리가 된 과일, 생명 안테나가 부러진 동물들, 중성화된 물고기들, 박쥐나 곰 발바닥 등을 섭취하는 '몬도가네(혐오성 식품을 먹는 행위)' 등 저자의 눈에 비친 우리 시대의 보편화된 음식 문화는 온통 기이한 것 투성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의 식습관이나 문화가 잘못되었다는 걸 잘 인식하지 못한다. 이와 같은 잘못된 음식 문화로 인해 지구촌 곳곳에서는 전염성 질환과 비전염성 질환이 끊이지 않고 반복된다.

 

"원래 자연계의 동물은 동물들끼리, 그리고 사람은 사람들끼리 따로 떨어져 살아왔으면 이 같은 바이러스성 질병의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동물과 인간의 접촉이 빈번해지는 과정에서 인간이 그들의 서식지를 파괴한 결과 자연의 반격이 시작된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p.122)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물은 비단 동식물에 그치지 않고 화학적 식품첨가제, 트랜스지방, 항생제, 농약, 염산, 환경호르몬 등 극독에 가까운 온갖 유해 식품들을 끊임없이 섭취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살아가도록 강요받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러한 환경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다. 화려하고,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에 길들여진 우리는 거칠고, 투박하고, 야생에 가까운 떫고 신 음식은 멀리한다. 건강에 좋다는 건 알지만 우리는 이미 단맛의 유혹에 너무 깊이 중독된 까닭이다.

 

저자는 이런 '종말의 밥상'에 대한 대안으로 '신자연주의 밥상 운동'을 주창하고 있다. 도시에 살면서 최대한 의식주 생활에 자연적인 요소를 불러들여서 자연의 부재로 인한 불편과 아픔을 최소화 함은 물론 특히 식탁에 있어서는 최대한 자연에 가깝게 함으로써 질병을 줄이고 건강한 생활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로컬 푸드 매장이나 직거래 매장 등 믿을 만한 식품 구입처를 통해 가급적 제철 음식을 섭취하자는 뜻이기도 하다.

 

"이제 대자연이 인간을 위해 참고 기다릴 시간도 많이 남아 있지 않은 듯하다. 창조주가 번개로 바벨탑을 붕괴시키듯 심판하지 않더라도 대자연의 자정(自淨) 작용에 의해 일은 벌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인류의 큰 고민거리로 등장한 각종 전염성질환과 비전염성질환의 만연은 그런 가능성의 증거들로 보인다. 현대의 아담, 이브들은 제 꾀에 넘어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원숭이 신세가 돼 가고 있다. 광관(光冠)의 바이러스는 그런 추락과 침몰의 사명을 띠고 인간 세계에 나타난 신의 사자인지도 모른다." (p.246)

 

오늘도 나는 생존의 목적이 아닌 순전히 맛에 이끌려 음식을 게걸스레 먹었고, 장맛비가 내리는 선선한 오후를 핑계로 까무룩 낮잠에 빠져들었고, 몽롱한 정신으로 리뷰를 쓰고 있다. 여전히 비는 내리고 돌이킬 수 없는 삶의 토사물들이 각자의 SNS를 가득 채우고 있다. 오늘 점심으로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그대의 입으로 말하지 않아도 나는 그대가 토해놓은 삶의 토사물을 통해 낱낱이 보고 있다. '먹어서 죽는다'고 했던 법정 스님의 에세이가 불현듯 떠오르는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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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산행 도중에 어제오늘 이틀 연속 비를 만났다. 일기예보를 철석같이 믿었던 게 잘못이라면 잘못이었다. 일기예보에서는 분명 출근 시간이나 되어서야 비가 내린다고 했는데... 늘 다섯 시 반이면 집에서 나가니 어제는 비가 아마도 여섯 시, 오늘은 6시 20분쯤부터 내리기 시작했던 모양인데 큰비가 아니었던 어제는 우산도 없이 비를 맞았지만 오늘은 그나마 집을 나설 때부터 우산을 가져갔던 까닭에 비는 맞지 않았다. 가뜩이나 더운 계절이라 손에 뭐라도 하나 들리면 땀도 나고 발걸음도 무거워지는 까닭에 어제는 사실 몇 번을 고민하다 결국 우산도 없이 빈손으로 산행에 나섰던 것인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이면 그런 날 비가 올 게 뭐람. 산에서는 그나마 나뭇잎이 비를 막아주는 까닭에 걸을 만했지만 등산로를 벗어나면 고스란히 비에 젖고 마는 처지이니 사력을 다해 뛸 수밖에 없었다. 어찌 보면 요즘과 같은 장마철에는 나처럼 순진하고 게으른 사람은 손해를 보기 십상이다.

 

엊그제 있었던 '고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피해자 2차 기자회견'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이와 같은 기자회견이 과연 피해자 본인이 원해서 추진된 것인지, 아니면 피해자 본인이 피해자 측 변호사인 김 모 변호사와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는 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의전화의 정치적 수단, 정치적 앵벌이의 역할로 추진되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면 1차 기자회견이 있었던 지난 13일만 하더라도 고 박원순 시장의 유족과 장례위의 간곡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기자회견을 강행했던 것은 아마도 우리나라 정치권에서 주로 하는 '증오의 확산', '증오의 부풀림'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고인의 발인날 굳이 기자회견을 강행할 이유가 달리 없지 않은가. 새롭게 추가된 증거 제시를 위해서, 새로운 피해자의 출현으로 1차에 이어 2차 기자회견을 한다는 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새로운 증거도, 새로운 피해자도 없이 2차 기자회견을 열었던 데는 그들만의 정치적 목적이 숨어 있지 않고서는 달리 해석할 명분이 없는 듯했다. 나는 오직 사람에 대한 증오를 키우기 위한 목적으로, 증오를 잊지 않기 위한 목적으로 어떤 행사를 개최하는 사람을 결코 믿지 않는다. 그에게는 진실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어제 의과대학 정원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의사들의 눈치만 보느라 조금 늦게 추진된 듯한 느낌을 받는 게 사실이지만 의사들의 강압적인 분위기와 로비에 발목이 잡혀 추진조차 하지 못했던 지난 정부에 비하면 대단한 결단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우리나라는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2.4명으로 OECD 평균 3.5명에 한참이나 뒤진다. 그럼에도 의사들의 밥그릇을 챙겨주느라 국민들이 불편을 감수해왔던 것인데 의사들도 양심이 있다면 이제는 정원 확대에 동의를 하는 게 옳다고 본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자는 건만 하더라도 국민 대다수가 찬성하고는 있지만 의사들의 완강한 거부로 인해 실현되지 못하는 게 사실 아닌가. 아무리 밥그릇 싸움도 좋지만 이제는 조금쯤 양보할 때도 되지 않았을까? 이제 고마해라. 마이 무겄다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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