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꼼쥐님의 서재 (꼼쥐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0404134</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 /><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Sat, 27 Jun 2026 09:53:36 +0900</lastBuildDate><image><title>꼼쥐</titl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myface/PA_018.gif</url><link>https://blog.aladin.co.kr/760404134</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꼼쥐</description></image><item><author>꼼쥐</author><category>일상의 기록</category><title>뻐꾸기가 울던 아침</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356717</link><pubDate>Fri, 26 Jun 2026 17:0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356717</guid><description><![CDATA[보릿가을도 한참이나 지났건만 아침저녁 기온은 제법 선선합니다. 그래서인지 오늘 아침 등산로에서 만난 사람들의 표정은 무척이나 밝았습니다. 멀리서 뻐꾸기 울음소리가 들렸고, 먹이를 찾아 나선 청설모 한 마리가 등산로를 가로질러 빠르게 달아납니다. 걷기에도 유행이 존재하는지 얼마 전부터 나는 맨발 걷기를 하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팔자걸음을 걷는 어느 아저씨가, 그리고 얼마 후 마른 체격의 어느 할머니가 조심스레 맨발 걷기를 시작하더니 오늘 아침에는 할머니 한 분과 손녀인 듯 보이는 어린 학생이 서로 팔짱을 꼭 낀 채로 맨발 걷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새벽의 기분 좋은 선선함이 그들 모두를 산으로 모여들게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br>며칠 전 나는 안과 검진을 받았습니다. 다른 데는 별 이상이 없는데 전에 비해 시력이 조금 떨어졌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나이를 먹는 까닭이겠지요. 나이가 들면서 좋은 점은 바로 그런 것들입니다. 청력이 떨어져서 다른 이의 험담이나 나쁜 말을 귀담아듣지 않게 되었으며, 시력이 떨어져서 타인의 단점을 세세하게 살필 수 없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공자가 말하는 '이순(耳順)'은 어쩌면 글자 그대로의 의미로 '귀가 부드러워졌다'는, 즉 청력이 약해져서 타인의 귓속말(주로 험담이겠지만)을 잘 듣지 못하게 되었다는 뜻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건망증이 갈수록 늘어서 챙겨야 할 물건을 한 번에 다 가져가지 못하고 하나씩 둘씩 빼먹는 경우가 빈번해지는 바람에 갔던 걸음을 여러 번 반복하여 오가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움직이는 걸 점차 기피하는 까닭에 이를 예방하고자 건망증이라는 자구책을 선물로 준 게 아닌가 싶습니다.<br>최근에 나는 김산들 님의 에세이 &lt;계절은 서두르지 않는다&gt;를 읽고 있습니다. 스페인에 살고 있는 작가의 일상을 나는 그녀가 만든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이따금 보아왔던 까닭에 나는 마치 이웃의 일상을 글로 만나고 있는 듯 전혀 거리감이나 이질감 없이 읽을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산들무지개'라는 그녀의 유튜브 채널은 특별한 재미나 웃음을 선사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잔잔한 일상을 꽤나 아름답게 풀어놓는 것 같습니다. 물론 작가의 집이 자연 속에 둘러싸여 있는 까닭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작가가 이사를 하여 다른 곳에 살고 있지만, 이 책에서는 비스타베야의 고산 지대에서 살았던 시기의 마지막 사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br>"해발 고도가 높은 이곳은 거친 자연에 맞서 살아온 사람들의 지혜가 켜켜이 쌓인 땅입니다. 그 지혜는 세대를 거치며 말이 아닌 생활 습관이 되었고, 지금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잇습니다. 이곳에서 가장 깊이 감동받은 지혜 중 하나가 바로 '물의 법칙'이라는 사회적 약속이었습니다. 처음 물의 법칙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상류에서 하류로 흐르고 바다로 이어지는 물리적 법칙을 떠올렸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물의 법칙이란 대개 그런 의미일 테니까요. 모든 물은 흐르고 결국 바다로 간다는 단순한 원리 말입니다. 비스타베야에서 말하는 물의 법칙은 전혀 다른 뜻이었습니다. 이곳의 물의 법칙은 물이 어떻게 흐르느냐가 아니라, 누가 어떤 순서로 물을 쓰느냐에 대한 약속이었습니다. 땅에서 솟아오른 샘물은 가장 먼저 깨끗한 상태로 사람에게 쓰입니다. 그다음, 사람에게 쓰이고 남은 물은 도랑을 따라 흘러 구유에 모여 동물의 물이 됩니다. 그리고 동물이 마시고 난 물은 다시 수조로 모여 텃밭을 적시는 관수용 물로 사용됩니다."<br>나의 여동생 역시 타국에서 가정을 꾸리고 이민자의 삶을 살고 있는 까닭에 작가의 유튜브 동영상을 시청할 때마다 뉴욕에 있는 여동생을 떠올리곤 합니다. 오늘 아침 등산로에는 뻐꾸기 소리가 구슬프게 들렸고, 거목이 된 참나무 숲 사이로 까치 한 마리가 멋지게 날아올랐습니다. 그리고 이름도 모르는 어느 할머니와 손녀가 맨발 걷기를 하며 멀리 사라지고 있었습니다.<br>]]></description></item><item><author>꼼쥐</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한 권의 소설을 읽고 나는 - [파랑의 끝에서 너를 기다린 하루]</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354558</link><pubDate>Thu, 25 Jun 2026 13:3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35455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22139092&TPaperId=1735455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10/5/coveroff/k12213909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22139092&TPaperId=1735455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파랑의 끝에서 너를 기다린 하루</a><br/>봄비눈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6년 05월<br/></td></tr></table><br/>현실의 삶과 죽음 이후의 세계를 엮어 판타지 소설로 쓴 작품은 그 수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들 작품 대부분이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나는 그렇게 된 이유에 대해 곰곰 생각해 보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는 죽음과 함께 모든 게 끝이 나 버리는 이 냉엄한 현실 앞에서 그렇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소설 속에서 우리의 미련이나 아쉬움을 죽음 이후로 조금 더 연장하거나 확장해 보려는 시도를 했던 게 아닐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어서 부르는 소리가 비껴간다'고 썼던 어느 시인의 시구처럼 칼로 무 자르듯 죽음과 함께 명확히 나뉘는 이승과 저승의 구분을 우리는 동화와 같은 판타지를 통해 슬쩍 넘나들면서 이룰 수 없는 꿈을 소설 속에서나마 이루어보려고 했던 게 아닐까. 산 자에게도, 죽은 자에게도 죽음으로 인한 영원한 이별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번복하고 싶은 간절한 꿈일 테니까 말이다.<br>"고인은 마지막으로 자신이 살고 싶은 시절로 돌아가서 1년간 지내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고인의 혼이 그 시절로 돌아가는 동안, 현재의 육체는 이곳 BCD 카페에 잠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고인에게 기회를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 드리는 BCD 카페의 직원입니다."&nbsp; (p.21)<br>봄비눈 작가의 소설 &lt;파랑의 끝에서 너를 기다린 하루&gt; 역시 그와 같은 판타지의 세계로 독자를 안내한다. 소설의 주인공은 백여름은 철학과 교수이다. 학기의 마지막 강의를 마친 여름은 1년 사귄 예비 배우자와 만나 웨딩드레스를 함께 고르기로 한 약속을 떠올리며 서둘러 약속 장소로 향한다. 눈이 내리고 있었고, 주차장을 향해 걸어가던 여름은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그리고 그녀가 다시 깨어난 곳은 BCD 카페, 저승으로 가기 전에 머무는 곳이라는데 그곳에서 여름은 자신의 지난 삶을 돌려 보면서 다시 살아보고 싶은 시절을 선택하게 된다. 여름은 21살에 만났던 첫사랑 유현을 떠올렸고, 안유현과 보냈던 그 시간이 그녀의 짧았던 인생에서 가장 빛나던 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 친구와의 의리 때문에 좋아한다는 말조차 하지 못한 채 끝나버렸던 첫사랑의 순간을 선택하는 여름.<br>"그의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견딘 지 네 달, 남자 친구와 헤어졌지만 바로 연락할 순 없었다. 차갑게 밀어냈으면서 그에게 다시 손내밀기가 두려웠다. 그는 여전히 따뜻한 눈빛으로 날 맞이해 줄까. 아님, 내가 그랬듯 차가운 손짓으로 날 밀어낼까. 선뜻 연락하기가 두려워 우연히 마주치길 기다렸다. 우연히 마주치면, 용기 낼 수 있을 것 같았다."&nbsp; (p.120)<br>유현과 처음 만났던 순간으로 되돌아간 여름의 두 번째 삶이 그렇게 시작된다. 여름은 1년이라는 한시적 삶이지만 좀 더 잘해 내자고 다짐한다. 그러나 두 번째 삶이라고는 하지만 모든 게 예상하는 대로 쉽게 흘러가지는 않는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은 D-3, D-2, D-1, D day 그 끝을 향해 나아간다. 여름의 첫 번째 삶과는 다르게 마음에도 없는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유현을 선택한 여름의 간절하고 애틋한 사랑이 이어진다. 마냥 풋풋하고 아름다워야 할 여름의 첫사랑은 1년이라는 시간의 제약 탓에 어찌할 수 없는 애틋함이 감싼다.<br>"내일의 나는,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갈까. 내가 머문 시간은 고작 1년뿐이지만,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과 몸에 밴 습관들은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다.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기를 바라며 바라며 핸드폰을 열었다. 9시 공연까지 남은 시간은 30분, 어쩌면 마지막으로 누군가와 통화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nbsp; (p.352)<br>현실의 사랑이 불가능의 영역으로 확장하면 할수록 애틋함은 배가 되고, 간절함으로 인한 몰입도는 극대화된다. 그러므로 사랑을 방해하는 여러 장벽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장벽이 높으면 높을수록 사랑을 원하는 남녀 커플의 열정도 높아지고, 두 사람의 결합을 응원하는 사람들의 열기도 뜨거워진다. 그런 까닭에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장벽인 '죽음'은 소설을 통해 종종 소환되곤 한다. 현실에서 죽음을 초월한 사랑이 전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우리는 그 장벽마저 뛰어넘고 싶은 것이다. 그 판타지를 우리는 소설을 통해 구현하고 싶었던 것이다. 현실에서는 결코 뛰어넘을 수 없는 장벽이기에 우리는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이야기에 열광하고, 그렇게 가슴이 요동치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나는 한 권의 소설을 읽고 그 절절한 이야기에 눈가가 촉촉해졌지만,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무서워 애써 태연한 척 눈물을 감춘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10/5/cover150/k12213909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4100595</link></image></item><item><author>꼼쥐</author><category>일상의 기록</category><title>하늘은 맑고 선명합니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350861</link><pubDate>Tue, 23 Jun 2026 14:5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350861</guid><description><![CDATA[며칠 흐렸던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멀끔하게 변했습니다. 강한 햇살에 눈조차 치켜뜨기 어렵습니다. 날씨와는 다르게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던 코스피 지수는 아침부터 곤두박질을 치더니 급기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주가라는 게 오를 때도 있고 내릴 때도 있는 것이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 파란 숫자들의 배열이 영 마뜩잖아 보였던 건 어쩔 수 없었나 봅니다. 정치인들에게 있어 지지율의 변화도 이와 같을지 모르겠습니다. 최근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 하락이 사이드카가 발동될 정도로 심각해졌습니다. 언론에서도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기에 이르렀고, 이에 대한 백가쟁명의 분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br>사실 이와 같은 변화는 지방선거 이전부터 감지되던, 여당 지지층 내에서는 누구나 알고 있던 예견된 결과였습니다. 소위 '뉴-이재명' 세력에 대한 민주당 지지자들의 비토 정서가 조금씩 심화되고 있었으나 정치권(여당과 정부)은 이에 대해 철저히 외면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그들을 '반명'으로 규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진보진영을 표방하는 유튜버들은 '뉴-이재명'을 비판하는 이들을 입에 담기조차 힘든 언어로 조롱하였고, 급기야&nbsp; 두 편으로 갈린 진보진영은 서로를 향해 일베식 멸칭을 사용하는 것조차 서슴지 않게 되었습니다. 같은 진영에 대한 이와 같은 멸칭과 조롱이 시작되었을 때, 이를 저지하고 강하게 경고를 하는 정치인은 없었습니다. 그러자 자신감을 얻은 잔잔바리 유튜버들과 보수 진영에서 전향한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를 확산하고 지지하는 데 열을 올렸습니다. 과거에도 진영 간 혹은 계파 간 세력 다툼은 늘 있어 왔지만 지금처럼 같은 진영 내에서 서로를 향해 멸칭과 조롱을 섞어 모욕을 준 적은 없었습니다. 적어도 정치인이 아닌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말입니다.<br>얼마 전에도 썼었지만 오랫동안 민주당을 지지해 온 나는 이제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다만 대통령의 성공은 강하게 바라는 마음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윤석열 탄핵을 반대했던 인요한 전 의원을 대한적십자사 회장으로 앉히고, 김앤장 변호사였던 한찬식 씨를 민정수석으로 등용하는 걸 보면서 대통령에 대한 지지 역시 철회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우리가 과연 이 꼴을 보려고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윤석열 탄핵을 부르짖었는가 하는 회의감마저 듭니다. 나는 이제 반 민주당에 더하여 반 이재명입니다. 그렇다고 나의 삶이 별반 달라질 것도 없겠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내가 장담할 수 있는 건 민주당의 지지율도, 대통령의 지지율도 이쯤에서 그 하락이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내 주변에는 여전히 정부와 여당의 행태에 실망은 했지만 미련 때문에 떠나지 못하고 있는 많은 열성 민주당 지지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 또한 민주당과 정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날이 멀지 않았음을 나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하늘이 무척이나 맑고 선명합니다.<br>]]></description></item><item><author>꼼쥐</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카뮈의 계절 - [결혼·여름 - 태양, 입맞춤, 압생트 향… 청년 카뮈의 찬란한 감성]</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346901</link><pubDate>Sun, 21 Jun 2026 15:1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34690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72834096&TPaperId=1734690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2086/69/coveroff/k37283409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72834096&TPaperId=1734690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결혼·여름 - 태양, 입맞춤, 압생트 향… 청년 카뮈의 찬란한 감성</a><br/>알베르 카뮈 지음, 장소미 옮김 / 녹색광선 / 2023년 08월<br/></td></tr></table><br/>알베르 카뮈의 에세이 &lt;결혼.여름&gt;은 어쩌면 요즘처럼 여름이 무르익는 계절에 읽기 좋은 책일지도 모른다. 알제리의 가난한 동네에서 성장한 카뮈가 아직 무명작가이던 시기에 쓰인 이 에세이집은 청년 카뮈의 사유가 담긴 것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충분하지만 당시의 카뮈는 여러 도시를 직접 여행하는 동안 육체가 감각하는 이 세계를 인식하면서 자연의 위대함과 삶에 대한 은밀한 사랑을 직접적으로 고백하는 글들을 여러 편 남김으로써 부조리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큰 위로를 준다.<br>"그렇다, 나는 현존한다. 지금 이 순간 놀라운 건, 내가 더 이상 더 멀리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마치 종신형으로 갇힌 사람처럼 - 그에겐 모든 것이 현재다. 또한 내일은 오늘과 같을 것이며 다른 모든 날도 마찬가지이리라는 것을 아는 사람처럼. 왜냐하면 인간이 자신의 현존을 인식한다는 것은 더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영혼의 상태를 드러내는 풍경이 있다면 더없이 천박할 것이다. 해서 나는 이 지역 곳곳에 걸쳐, 내 것인 무언가가 아니라 우리에게 공통된 죽음의 맛과도 같은 이 지역의 무언가를 뒤따랐다. 이제는 그림자가 사선으로 드리운 돌기둥들 사이로 불안한 기운이 마치 상처 입은 새처럼 대기에 녹아있었다. 그리고 그 불안에 깃든 이 불모의 명징성. 불안은 산 자들의 가슴에서 싹튼다. 하지만 고요가 이 살아있는 가슴을 뒤덮으리라. 이것이 내 통찰의 전부다. 해가 점차 기울어가고 소음과 빛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잿가루에 덮여 잦아듦에 따라 스스로에게 배제된 나는, 내 안에서 '아니야'라고 말하는 저 느릿한 힘 앞에서 무력감을 느꼈다."&nbsp; (p.34)<br>꽤나 힘든 삶을 살았던 카뮈는 그의 곁에 늘 '죽음'을 두고 살았던 듯하다. '명징한 의식을 끝까지 간직하여, 넘쳐나는 내 모든 질투와 공포와 함께 나의 최후를 지켜보고 싶다.'고 썼던 카뮈는 1960년 결국 자동차 사고로 그의 삶을 마감함으로써 그의 최후에 대한 바람마저 이루지 못했지만, 결국 죽을 운명인데 왜 태어났으며, 왜 살아가는가? 하는 근원적인 질문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다른 어떤 사람보다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긍정하는 낙천주의자로 살았다. 그리하여 그는 자신이 죽은 후에도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넘쳐나는 질투'를 숨기지 않았던 것이다. 카뮈는 어쩌면 알제의 여름처럼 그의 행복을 젊은 나이에 모두 소진했는지도 모른다. 그의 말처럼 그의 삶은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불태우는 것'이었는지도 모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진실'만 추구했는지도 모른다.<br>"나는 진보에 찬동하기 위한 이성도 그 어떤 역사 철학도 믿지 않지만, 적어도 인간이 자신의 운명을 인식하면서 부단히 발전해 왔다고 믿는다. 우리는 우리의 조건을 극복하지 못했지만, 그것을 보다 더 잘 인식하게 되었다. 우리는 모순을 안고 있지만 모순을 거부해야 하고, 그것을 줄이기 위해 응당 할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인간의 임무란 자유로운 영혼들의 끝없는 불안을 가라앉힐 몇 가지 처방을 찾는 것이다. 우리는 찢어진 것을 다시 꿰매야 하고, 너무도 명백하게 부당한 세계 속에서 정의를 꿈꿀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며, 세기의 불행에 중독된 민중들에게 행복이 의미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당연히 초인적인 과제다. 하지만 인간이 완수하는 데 오래 걸리는 것을 초인적인 과제라 일컫는 것이고, 그뿐이다."&nbsp; (p.118)<br>카뮈의 글에 매료되는 까닭은 그의 글이 때로는 선동적이고, 때로는 진지하며, 때로는 철학적이고, 아주 가끔 시적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마치 인간의 희로애락을 조율하듯 그가 쓰는 한 편의 에세이 안에서 다채로운 인간의 감정을 적절히 배합하고 있는 것이다. 배를 타고 긴 여행길에 나선 어느 여행자의 감성으로 우리는 깊은 시름을 밤바다에 던져버릴 수도 있고, 쏟아질 듯 빛나는 뭇별에 탄성을 쏟아낼 수도 있다. 대문호의 글에는 우리가 범접할 수 없는 현학적인 문장들이 가득할 것이라는 지레짐작이 카뮈의 에세이집 &lt;결혼. 여름&gt;을 읽는 독자들에게는 가볍게 무너지고 만다. 그의 글은 너무나 감각적이고, 그럼에도 그의 글은 끝에 도달할 수도 없는 깊은 철학적 사유를 제공한다.<br>"달이 솟았다. 달은 우선 해수면을 어렴풋이 비추고는 더 높이 올라가 부드러운 물 위에 글을 쓴다. 마침내 중천에 이른 달이 바다의 통로 전체를 환히 비추며, 하늘에 흐드러진 은하수가 배의 움직임과 더불어 캄캄한 대양 속의 우리를 향해 무한히 흘러내린다. 이것이 바로 내가 요란한 빛과 알코올과 욕망의 소용돌이 속에서 간절히 불렀던 충실한 밤, 신선한 밤이다."&nbsp; (p.182)<br>카뮈의 에세이집 &lt;결혼.여름&gt;을 읽는 독자들이 책에 밑줄을 긋고, 책을 읽은 느낌을 서로 공유하기도 하고, 가까운 이에게 책을 선물하기도 하는 등 지금 막 출간한 책인 양 각별한 애정을 쏟는 까닭은 그의 생각이나 삶을 대하는 자세가 시대를 관통하여 현대인인 우리에게 전달되고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이렇게 살아라, 강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카뮈 자신이 나의 생각은 이렇다는 것을 밝히는 것만으로도 그가 지녔던 삶의 철학을 배우고 각자의 삶에서 실천하고 싶은 욕구가 불끈 솟는 것이다. '사랑받지 못하는 것은 그저 불운일 뿐이나, 사랑하지 않는 것은 불행'이라고 썼던 카뮈의 말처럼 '오늘날 우리 모두는 이 불행 때문에 죽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고 썼던 노희경 작가의 에세이도 떠오른다. 우리는 점점 한여름의 무더위 속으로 깊이 빠져들고 있다.<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2086/69/cover150/k37283409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20866992</link></image></item><item><author>꼼쥐</author><category>일상의 기록</category><title>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345372</link><pubDate>Sat, 20 Jun 2026 16:1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345372</guid><description><![CDATA[밖에는 지금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느긋하고 고즈넉한 풍경입니다. 거실 창문을 닫고 약하게 에어컨을 틀어 놓은 탓에 그렇게 보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상 창문을 열어 바깥공기를 끌어들인다면 지금의 뽀송한 공기 속으로 습하고 텁텁한 알갱이들이 삽시간에 몰려들어 이 기분을 단박에 바꿔놓을지도 모릅니다. 다른 계절과는 다르게 여름에 내리는 비는 습기와 텁텁한 느낌을 대기 중에 과도하게 주입함으로써 비 내리는 풍경으로부터 우리가 받을 수 있는 차분한 느낌은 사라지고 원인도 알 수 없는 짜증만 한껏 포집하게 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불쾌지수라는 건 아마도 그런 것일 테지요. 낯섦이 주는 상쾌함과 신선함은 온데간데없고 괜한 짜증만 차오르는 것 말입니다.<br>3월 말에 군을 제대한 아들은 1달 이상의 긴 유럽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에도 꽤나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는 듯합니다. 곧 있을 복학을 준비하면서도 말이죠. 얼마 전에는 에어컨 청소와 커튼 세탁을 하더니 요즘은 곧 있을 사진 전시회 준비에 열심이기도 하고, 같은 과 친구와 함께 전공 분야의 공모전도 준비하는 듯합니다. 나는 아들에게 이따금 당부하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단지 의무감 때문에 하는 일이라면 하지 말거나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는 말입니다. 설령 내가 나중에 늙고 병들어 네가 보살펴야 하는 상황이 올지라도 마음이 내키지는 않지만 부모라는 이유로, 자식이라는 의무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일을 감당해야 한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보거나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곤 합니다. 부모라고 할지라도 자식의 인생을 방해하거나 간섭할 권리는 없다는 게 나의 지론입니다. 그로 인해 주변의 시선이 곱지 않을지라도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합니다. 중요한 것은 너의 인생이라고.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일들이 종종 나타나지만 그때마다 한 번쯤 '이게 과연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인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br>김보영 작가의 소설 &lt;당신을 기다리고 있어&gt;를 읽고 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실 테지만 이 소설은 애초에 지인으로부터 받은 한 통의 메일을 받은 데서 소설 집필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 메일의 내용인즉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고 결혼을 할 예정인데, 남편과 아내 모두 팬이니 프러포즈용 소설을 써 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프러포즈를 하면서 낭독할 용도로요.' 소설은 그리하여 열다섯 통의 편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찌 보면 얇고 단순한 구조일 수도 있는 이 소설이 편지라는 특수한 전달 도구를 만나 꽤나 큰 시너지를 창출하는 듯합니다.<br>"나는 나이를 먹었어. 하루에 하루씩, 한 달에 한 달씩, 한 해에 한 살씩, 시간을 몸에 쌓으며 살았어. 그러니까 나는 당신에게 어울리는 사람이야. 10년 전보다 더 당신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었어. 몇백 년 전보다 더 괜찮은 사람이 되었어. 내일은 하루만큼 더 어울리는 사람이 될 거야. 내년에는 또 한 해만큼 그렇게 될 거야."  (p.87)<br>서서히 비가 그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쩌면 각자에게 주어진 짧은 시간을 살아가면서도 의무감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들에 매달리느라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진하는지도 모릅니다. 나 역시 그렇게 살아왔던 한 사람으로서 후회가 전혀 없다고는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제반 여건만 허락한다면 굳이 그런 의무감으로 자신의 삶을 채울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슴 뛰는 일만 하면서 살기에도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br>]]></description></item><item><author>꼼쥐</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아무튼 6월, 아무튼 새벽 - [아무튼, 새벽 - 나는 누구도 가질 수 없는 새벽을 이야기해보기로 했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341954</link><pubDate>Thu, 18 Jun 2026 15:4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34195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52138200&TPaperId=1734195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246/77/coveroff/k45213820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52138200&TPaperId=1734195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아무튼, 새벽 - 나는 누구도 가질 수 없는 새벽을 이야기해보기로 했다</a><br/>박수영 지음 / 제철소 / 2026년 05월<br/></td></tr></table><br/>새벽이 주는 첫 감각은 언제나 지난밤에 먹은 야식으로 인한 팅팅 불은 부기와 한껏 둔한 감각이 주는 답답함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다. 푸석푸석한 감각에 어느 정도의 매끈한 생명력이 도는 데는 조금의 시간이 필요하다. 말하자면 밤새 멈춰 있던 기계에 윤활유를 치는 시간이랄까. 그러나 그 시간은 늘 비슷하거나 한결같은 짬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세월이 갈수록 지체되거나 늦어진다. 말하자면 내 몸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시간이 점차 길어지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몸을 통제하기 위해 가만히 기다려야 하는 그 짧은 시간의 답답함을 나는 수십 년 동안 줄곧 지켜보면서 하루하루의 내 삶을 연명해 왔다. 하루를 살기 위해 몸의 균형을 잡는 그 시간, 어쩌면 내 몸의 중심추를 맞추는 그 시간이 있었기에 나는 지금도 무리 없이 삶을 이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br>"새벽은 익숙한 곳에서만 귀한 시간인 걸까. 집에선 새벽이 끝나가는 게 늘 아쉽기만 했는데. 물론 그건 새벽이 좋아서이기도 했지만 아침을 기다릴 이유가 없어서이기도 했다. 아침이 온들 오늘도 가난하기밖에 더 하겠나, 빚밖에 더 늘겠나, 그런 생각만 했으니까. 그랬던 내가 오사카의 퀴퀴한 숙소에 누워 아침이 오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니. 여행용 가난이 오사카까지 따라온 게 분명했다."&nbsp; (p.53)<br>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한 나는 새벽 5시 30분에 집을 나선다. 아파트 인근의 산에 올라 몸을 풀고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게 그 일차적인 목적이다. 말하자면 나는 비싼 생명보험에 가입할 능력이 되지 않는 탓에 매일매일의 규칙적인 운동을 선택했을 뿐이다. 사는 동안 내 몸을 나 스스로 통제할 수 있도록 관리하려는 게 나의 바람이지만 그것도 언제까지 가능할지 나로서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나의 새벽은 늘 그런 바람과 목적으로 채워진다. 운동을 마치고 산을 내려오면 씻고, 아침을 먹고, 출근을 서두른다. 변하지 않는 나의 새벽 루틴은 마치 주인의 명령을 충실히 따르는 로봇의 움직임처럼 단조롭고 칙칙할지도 모른다. 남들이 보기에는 말이다. 그러나 매일매일이 조금씩 달라지는 숲의 풍경을 감상하면서 누구보다도 먼저 계절을 감지할 수 있는 영광을 누릴 수 있다는 자부심은 내게 있어 크나큰 행복이 아닐 수 없다. 박수영 작가의 에세이 &lt;아무튼 새벽&gt;을 읽으면서 나는 새벽에 깨어 있는 사람들의 기분도, 하는 일도, 목적도, 그 시간에 깨어 있는 이유도 각자가 다 다를 수밖에 없음을 이해했다.<br>"새벽인데도 기온은 떨어질 기미가 없고 습한 기운까지 가득 차서 두 걸음만 걸어도 숨이 턱턱 막히는 날씨였다. 그런 날이면 더 많은 쓰레기가 길 위에 버려지는 것 같다. 카페 앞에 버려진 일회용 커피 컵 안에는 대부분 얼음이 녹아 탁해진 물과 담배꽁초, 휴지 같은 것들이 섞여 있었다. 사람들은 컵들이 모여 있는 벤치를 쓰레기통으로 인식했고 환경공무관은 새벽마다 쓰레기통을 벤치로 되돌려놓기 위해 그 속에 든 오물들을 일일이 건져냈다. 바닥을 더럽히는 사람들은 바닥 닦는 사람을 보지 못한다는 건 웨딩홀에서 배운 뼈아픈 진실이었다."&nbsp; (p.129)<br>영화배우가 꿈이었던 작가는 학교에 지각을 밥먹듯이 하면서도 새벽까지 영화를 보고, 일기를 쓰고, 새벽 어스름에 자신의 비밀을 숨기던 소녀였다. 이십대가 된 작가는 단편영화를 제작하기도 하고, 언니와 오사카 여행을 다녀오기도 하면서 학창 시절과는 다른 느낌의 새벽을 경험하게 되었지만 아빠를 보며 느끼는 복잡한 감정이 그 새벽에 녹아 있었다. 이렇듯 작가에게&nbsp; 새벽은 자신의 감정이나 비밀을 마음 밖으로 꺼내놓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아기 고양이와 함께 살게 되면서부터 새벽은 '잠들고 싶지 않은 시간이 잠들 수 없는 시간으로' 바뀌게 된다. 그리고 자신과 함께 새벽을 사는 다른 생명체를 돌아보게 된다. 길고양이 급식소를 챙기고, 아픈 고양이 후디를 돌보고, 새벽 배송 기사와 환경공무관의 뒷모습을 바라보기도 한다. 새벽은 작가에게 이제 새로운 모습으로 감각된다.<br>"후디를 구조한 뒤에도 새벽이 되면 바깥으로 나갔다. 화단 안쪽이나 건물 틈새에 설치해둔 급식소를 들키지 않으려면 새벽의 도움이 절실했다. 사람들이 드나들지 않는 곳의 유일한 단점은 들고 나는 모습이 오히려 눈에 잘 띈다는 것이라 인적이 없는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그런데 만일 그 앞에서 누군가 담배를 태우거나 전화 통화라도 하고 있다면 그날의 계획은 실수로 건드린 도미노처럼 몽땅 쓰러져버린다. 그러니까 새벽 순찰은 도미노 블록을 일일이 본드로 붙이는 작업인 셈이다. 후디가 가르쳐준 다소 번거롭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 새벽을 이용하는 것."&nbsp; (p.99~p.100)<br>오늘도 나는 새벽 5시 30분에 집에서 나와 쓰레기장을 정리하는 아파트 경비 아저씨와 가볍게 인사를 하고, 아파트 후문의 이면도로를 건너 산에 올랐다. 어제는 보지 못했던 청설모 한 마리가 등산로에서 무언가 주워 먹다가 그 모습을 내게 들킨 듯 잰걸음으로 후다닥 자리를 뜨고, 어제 잠깐 내린 소나기 탓인지 등산로에 떨어진 밤꽃이 어지러웠다. 새벽 풍경은 이렇듯 매일매일이 다르다. 작가와는 다르게 단지 나 자신을 돌보기 위해 새벽 시간을 보내고는 있지만 누구에게나 새벽은 다른 기억으로 채워질 터, 내가 보았던 오늘의 새벽은 서둘러 일터로 향하는 어느 트럭 기사의 모습과 아파트 공사현장으로 향하는 부지런한 일꾼들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어딘가 모르게 분주하고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아무튼 6월, 아무튼 새벽이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246/77/cover150/k45213820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2467711</link></image></item><item><author>꼼쥐</author><category>일상의 기록</category><title>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340259</link><pubDate>Wed, 17 Jun 2026 17:0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340259</guid><description><![CDATA[내가 정치에 관심이 많거나 정치판에 뛰어들고픈 야심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작금의 대한민국 정치 상황은 매우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보는 이에 따라 달리 생각하는 이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정치판에서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격언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지금처럼 딱 들어맞았던 적이 있을까 싶다. 사실 우리나라의 보수 정당은 개개인의 이익에 따라 이합집산할 뿐 신념이나 가치관은 뒷전인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자신에게 이익만 된다면 웬만한 일로 분열하지 않는다. 그러나 진보 정당의 경우 구성원 개개인의 이익에 따라 이합집산이 일어나지 않고 그보다는 오히려 신념이나 가치관 혹은 도덕성의 기준에 따라 강한 결속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그들이 정치적 약자의 입장에 있을 때, 더욱 강하게 뭉치는 경향이 있다. 반면 보수 정당은 그들이 권력을 잡지 못하였을 때, 나눌 수 있는 돈과 권력이 많지 않은 까닭에 특별한 정치적 이슈가 없는 상황에서도 지리멸렬하거나 사분오열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은 성향으로 볼 때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은 공히 그들이 자체적으로 분열할 공산이&nbsp;그 어느 때보다 높은&nbsp;시점에 놓여 있다고 할 것이다.<br>최근 전당대회를 앞둔 민주당의 내부 움직임을 보면 그런 양상이 명확해진다. 그들의 자체적인 분열을 획책하고 유도한 것이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 쪽의 계략인지, 아니면 자신들의 중대한 이권이 걸린 검찰과 언론의 움직임인지, 그도 저도 아니면 민주당 내에서 당권에 도전하는 신흥세력과 그의 추종자들에 의한 졸렬한 계획인지 나로서는 알 길이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비대해진 민주당의 분열을 획책하기 위한 적정한 시점과 방식을 채택했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상황을 유도했던 어둠의 세력이 의도한 바는 일정 부분 성공했다는 게 나의 결론이다. 사실 행정부와 국회를 장악한 명실공히 여당으로서의 민주당은 역사적으로 지금과 같은 거대 권력을 잡았던 선례가 없다. 그런 까닭에 정당 구성원이나 지지자들 대부분은 다음 총선이나 대선에서도 치명적인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자신들이 승리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고, 그런 안일한 생각이 당내의 권력투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어떠한 위기의식도 보이지 않는다. 오직 장밋빛 미래만 존재하는 것이다.<br>이런 상태의 민주당을 분열로 이끄는 것은 너무도 쉬워 보인다. 그들이 모일 수 있는 구심점만 제거하면 되는 것이다. 예컨대 확실한 차기 대선주자나 명망 있는 정치비평가, 민주당을 지지하고 확실하게 그들의 의사를 전파할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언론인이나 단체만 제거한다면 민주당은 쉽게 무너질 수 있는 것이다. 남들이 들으면 비열한 방법이라고 하겠지만 언제나 이인자인 누군가 또는 그 아래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는 누군가를 부추겨서 '일인자인 아무개만 제거하면 당신이 곧바로 일인자가 되는 거야'라는 악마의 속삭임으로 구슬리거나 약간의 돈과 권력으로 그들을 유혹한다면 만년 이인자인 그들을 너무도 쉽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진보 진영의 차기 대선주자 1위로 부상했던 조국을 제거하였고, 진보진영의 잔잔바리 유튜버들로 하여금 빅 스피커인 김어준과 최욱을 공격하게 하여 매불쇼가 휴방을 결정하도록 종용하였고, 가장 영향력 있는 유시민 작가를 공격함으로써 노무현 재단으로부터 물러나게 하였다. 이런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동원하여 치밀하게 계획하지 않았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br>나는 이와 같은 일련의 사태를 파악하지 못한 채 처음에는 청년재단 이사장인 오 씨의 개인적인 일탈쯤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민주당을 지지하던 잔잔바리 유튜버들의 동시다발적인 공격과 그것으로 인한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들의 실망과 배신감 또는 치욕 등의 감정은 봉합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게 하고 말았다. 30년 이상 민주당을 지지하고 언제나 그들에게 표를 몰아주었던 나도 다시는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렇다고 내가 반대 진영의 국민의힘을 지지할 리는 없지만 민주당은 이제 진절머리가 나는 게 사실이다. 그들 역시 국민의힘과 하나 다를 게 없음을 이번 사태를 통하여 확인했다. 민주당 당원은 아니었지만 내 주변에서 민주당을 지지해 오던 사람들 역시 강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었다. 대통령 지지율이나 민주당 지지율이 크게 하락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다음 총선이나 대선에서 어떤 결과가 도출된다고 해도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description></item><item><author>꼼쥐</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좋은 글은 작가의 체력에서 나온다 - [작가살이]</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338281</link><pubDate>Tue, 16 Jun 2026 16:2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33828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82532819&TPaperId=1733828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3536/61/coveroff/k68253281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82532819&TPaperId=1733828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작가살이</a><br/>애니 딜러드 지음, 이미선 옮김 / 공존 / 2018년 03월<br/></td></tr></table><br/>깊은 사유와 철학적 고뇌가 담긴 문장 또는 문학적 은유나 통찰을 담은 문장은 대중의 지지와 선택을 받기 어렵다. 소수의 선호층만 존재할 뿐 대중으로부터의 폭넓은 인기는 받기 어렵다는 뜻이다. 역설적이지만 사실이다. 그러므로 좋은 책일수록 읽는 사람이 적고, 대중으로부터의 관심은 멀어진다. 이와 같은 역설은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필요한 까닭에 작가의 체력을 소진하는 측면이 있다. 현대인의 상식적인 기준으로 볼 때 이와 같은 책을 쓴다는 것은 작가에게 전혀 이득이 되지 않는 듯 보인다. 이런 까닭에 독자가 좋은 책을 만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노력과 안목이 필요하다.<br>"전에 마음에 드는 어려운 책을 쓴 적이 있다. 그것은 북서 해안에 있는 한 섬에서 보낸 사흘 동안을 묘사한 책이었다. 나는 그 책을 한 섬에서 시작했다가 글의 대부분을 다른 섬에서 썼다. 그 책을 쓰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책의 상당 부분은 시로 쓰였다. 책의 주제는 '영원과 시간의 관계' 그리고 고통받는 무고한 사람들에 관한 문제였다. 한때는 그것을 산문으로 펴낼 작정도 했었다. 그러나 산문이 너무 강렬하고 강조되는 바람에 산문으로 묘사하는 세계에 너무 많은 의미가 함축됐다. 그래서 한두 단어를 더 쓴다는 생각만으로도 피곤해졌다. 나 자신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이 작품에 어떻게 매일 한 문장이나 한 문단을 덧붙일 수 있을까? 글의 어조는 격하고 들떠 있었다. 그것이 놓여 있는 방 쪽을 바라볼 때마다 졸렸다."&nbsp; (p.79~p.80)<br>애니 딜러드가 쓴 &lt;작가살이&gt;는 글 쓰는 이로서의 작가가 갖게 되는 고뇌와 생활 방식 등 작가의 삶 전반에 대해 쓰고 있다. 글쓰기의 기술과 요령을 다루는 책은 많지만 글을 쓰는 주체인 작가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쓴 책은 흔치 않았던 까닭에 애니 딜러드가 작가로서 자신의 삶을 공개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꽤나 흥미 있는 주제가 아닐까 싶다. 글 쓰는 이의 환경과 생활 방식, 글로 쓰이는 대상(사물, 타인, 때로는 자신)과의 교감, 의식의 흐름과 통찰력, 작가로서의 고통과 기쁨 그리고 열정과 깨달음 등을 매우 솔직하게 들려줌으로써 작가를 꿈꾸는 예비 작가나 기성 작가들에게 다소나마 힌트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렇다.<br>"작가는 세상이 아니라 문학을 공부한다. 세상 속에서 살고 있는 그는 세상을 놓칠 수가 없다. 햄버거를 사거나 비행기를 타면 그는 독자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보고한다. 그는 자신이 읽을 책을 주의해서 선택한다. 결국은 그것이 그가 쓸 내용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배울 것을 조심해서 선택한다. 결국은 그것이 자신이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nbsp; (p.112)<br>독자들이 오해하는 것 중 하나는 작가는 책상 앞에 앉아서 하는 작업이니 체력은 그닥 중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작가의 체력이 떨어지면 그가 쓰는 글은 그에 비례하여(때로는 그 이상으로) 추락하고 만다. 예컨대 젊은 시절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시로 씀으로써 국민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던 김지하 시인도 말년에 이르러서 글을 쓰지 못할 처지에 처하자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어처구니없는 짓을 저지르기도 했고, '철도원 삼대'를 썼던 황석영 작가 역시 그의 작품이 형편없어지자 유튜브에 출연하여 엉뚱한 사설을 늘어놓기에 이르렀다. 모든 사람이 노화를 피할 수 없는 것처럼 작가 역시 늙어감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자신의 체력이 다하는 순간까지 글 쓰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그러자면 자신의 체력을 꾸준히 관리하고 유지하는 일이 작가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체력적으로나 시간관리의 측면에서나 다른 작가의 모범이 되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는 실로 존경스럽기만 하다.<br>"글 쓰는 이는 지붕 너머를 바라보거나 구름 너머를 바라볼 수 있을 때까지 긴 사다리를 오른다. 그는 책을 쓰고 있다. 신발 신은 발이 한 번에 하나씩 둥근 발디딤대를 딛는다. 그는 서두르지도 쉬지도 않는다. 그의 발은 가파른 사다리의 균형을 느낀다. 허벅지의 긴 근육이 사다리의 동요를 막는다. 그는 어둠 속에서 할 일을 하며 꾸준히 오른다. 끝에 도달하면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 햇빛이 그에게 쏟아진다. 밝고 광활한 광경에 그는 놀란다. 끝이 있다는 사실을 그가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멀리 아래쪽 풀밭 위에 놓인 사다리의 두발을 내려다보면서 그는 기겁한다."&nbsp; (p.39~p.40)<br>한낮 더위가 한여름의 그것처럼 무섭다. 바야흐로 체력이 중요한 계절이 다가온 것이다. 작가뿐만 아니라 생업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이 더위에 지쳐 쓰러지지 않으려면 자신의 체력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에 도래한 것이다. 체력이 떨어지는 바람에 오늘과 같은 더위에도 지쳐 자신이 할 일을 마저 하지 못한다면 장마 뒤에 찾아오는 무더위에는 어찌 견딜 수 있겠는가. 작가의 글도 이와 같아서 체력이 떨어진 작가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금세라도 흐물흐물 녹아내릴 듯 기운이 없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젊은 시절에 쓴 작품이 맘에 들어 꾸준히 팬을 자처하던 내가 이제는 도저히 더는 읽을 수 없을 듯하여 포기하게 된 작가도 여럿이다. 하루키도 언젠가 그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슬픈 현실이지만.]]></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3536/61/cover150/k68253281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35366115</link></image></item><item><author>꼼쥐</author><category>일상의 기록</category><title>햇살이 유난히 따가웠던 하루</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332581</link><pubDate>Sat, 13 Jun 2026 17:2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332581</guid><description><![CDATA[햇살이 따가웠습니다. 볼일이 있어 낮에 잠시 외출을 했던 나는 녹색 신호등을 기다리며 횡단보도 앞 그늘에서 초조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나의 시선에 들어온 것은 폐지 리어카를 끄는 어느 노인이었습니다. 흰색 야구모자에 얇은 긴소매 티셔츠를 입고, 크고 헐렁한 운동복 바지를 걸쳐 입은 노인은 옷에 자주 오물이 묻는 탓인지 앞치마도 꼼꼼히 챙겨 입은 모습이었습니다. 옷 밖으로 드러난 손과 얼굴은 온통 까맣게 타서&nbsp; 그가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햇빛 속에 있었는지 자연스레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뼈만 남은 앙상한 체구로 무거워 보이는 폐지 리어카를 어떻게 끌 수 있을지 지켜보는 사람들이 오히려 걱정이 될 지경이었습니다.<br>노인은 횡단보도 근처의 작은 상점에서 모아 놓은 종이 상자를 말없이 뜯고 차곡차곡 간추려 리어카에 싣고는 준비한 노끈으로 단단히 묶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느라 녹색 신호등이 켜진 것도 몰랐습니다. 노인이 떠나면 나도 길을 건너야지 생각했습니다. 종이 상자를 모두 싣고 바로 출발하려니 생각했던 노인은 자신이 종이 상자를 뜯고 간추리느라 인도에 떨어뜨렸던 작은 쓰레기들을 하나 남김없이 줍고 있었습니다. 그의 굽은 허리에 강한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워낙 뼈만 앙상히 남은 마른 체구인 까닭인지 땀은 흐르지 않는 듯했습니다. 오히려 건조하고 푸석푸석한 피부에 굵은 핏줄만 도드라져 보였습니다. 다시 녹색 신호등이 켜지자 노인은 힘겹게 폐지 리어카를 끌고 횡단보도를 따라 길을 건너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폐지 더미 뒤에 숨어서 슬쩍 리어카를 밀며 천천히 걸었습니다. 햇살이 무척이나 따가웠습니다. 애니 딜러드가 쓴 &lt;작가살이&gt;를 읽고 있습니다. 나는 작가가 꿈이거나 책을 쓰겠노라 나선 적은 단 한 번도 없지만 작가의 삶에는 이상하게 끌립니다.<br>"글쓰기는 한 줄의 단어를 펼쳐놓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 줄은 광부의 곡괭이이고 목각사의 끌이며 의사의 탐침이다. 글 쓰는 이가 휘두르는 대로 그 줄은 그에게 길을 파서 내준다.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새로운 땅에 깊숙이 들어가게 된다.&nbsp; 그것이 막다른 골목일까, 아니면 진짜 주제를 찾아낸 것일까? 그 답은 내일 나타날 수도 있고 내년 이맘때쯤 나타날 수도 있다."&nbsp; (p.11)<br>코스피 지수가 8,000을 넘고, 어느 기업에서는 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6억여 원을 준다지만 우리 사회의 이면에는 여전히 죽음의 그림자가 상존하고 있습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가난 구제는 나라님도 못한다고. 그러나 갈수록 메말라가는 인정으로 인해 아직 오지도 않은 성하(盛夏)의 더위가 마치 살인마의 칼끝처럼 두렵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나는 이름도 모르는 어느 노인의 폐지 리어카를 밀며 나의 양심마저 그 수레에 두고 돌아선 듯 느꼈습니다. 햇살이 무척이나 따가웠던 하루였습니다.]]></description></item><item><author>꼼쥐</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평온한 주말 보내시기를 - [우당탕탕 독일여자 명상기 - 명상과 마음 경영이 내 삶을 바꾸기까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330986</link><pubDate>Fri, 12 Jun 2026 17:0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33098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22139186&TPaperId=1733098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04/85/coveroff/k82213918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22139186&TPaperId=1733098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우당탕탕 독일여자 명상기 - 명상과 마음 경영이 내 삶을 바꾸기까지</a><br/>오선우 지음 / 보민출판사 / 2026년 05월<br/></td></tr></table><br/>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에는 언제나 한아름의 슬픔과 아쉬움이 남는다. 영원한 이별이건 잠깐 동안의 이별이건 이별의 감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우리는 '세월이 약'이라는 말을 주문(呪文)처럼 외며 쓸쓸한 날들을 견딘다. 오선우 작가의 에세이 &lt;우당탕탕 독일여자 명상기&gt;는 시종일관 유쾌한 문체로 이어지지만 사실 그 많은 맑음 속에는 언뜻언뜻 흐림의 글자들이 어른거린다. 아무리 성격이 좋고 유쾌한 사람일지라도 타고난 성격이 그러할 뿐 삶의 처음부터 끝까지 그렇게 살다 갈 수는 없는 일, 우리의 삶에는 언제나 저마다의 무늬처럼 제각각의 아픔이 똬리를 틀고 앉아 있게 마련이다. 대학을 마치고 20대 중반에 독일로 떠났던 작가는 40대 후반이 되어 귀국한다. 실은 3주간의 휴가를 가족과 함께 보낼 요량으로 귀국한 것이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한때 모델로도 활동했던 예쁜 동생에게 암이라는 중병이 찾아온 것이다.<br>""엄마, 내가 가도 나 때문에 울지 마셔, 난 뒤도 안 돌아보고 갈 거야. 신나게 갈 거야. 난 하늘에 뜬 달이 꼭 눈 같아. 내가 엄마를 하늘에서 보며 늘 보호해 줄게. 엄마 고마워." 그것이 동생의 마지막 인사일 줄은 엄마도 몰랐다. 그렇게 너무 어이없게 동생이 가버렸다. 암 투병 5년을 넘겨 가족들이 모두 한숨 놓은 상태였다. 어제까지 말하고 함께 웃던 동생이 없다. 갈 것을 알고 있었는지 다음날, 동생이 주문한 옷이 택배로 도착했다. 검은색의 상하의로 한 벌이다. 동생에게 그 옷을 입혀 보냈다."&nbsp; (p.22)<br>안 좋은 일은 한꺼번에 온다고 했던가, 동생이 떠나고 5개월 만에 아빠도 떠나셨다. 이젠 낯선 곳이 되어버린 대한민국으로 한순간에 공간 이동을 한 작가는 몸과 마음이 폐허가 된 채로 하루하루를 견뎌야 했고, 이것이 힘들어 독일로 떠나려던 작가를 다시 눌러 앉힌 건 "너까지 가면 어떡하니..."라는 엄마의 한마디였다. 그리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시작한 것이 명상이었다.<br>"이젠 일상 속 마음 경영을 통해 일어나는 생각과 감정을, 욕망을 타인 보듯 객관적으로 흥미롭게 바라보는 연습을 한다. 화나는 내가 그 화에 휘둘리지 않고, 그 화나는 나를 지켜보는 것이다. 흥미롭게 나를 바라볼 때 여유롭게 대응해 가는 나를 만난다. 스톱! 하고 멈추면 습관적으로 내려던 짜증과 불만을 다룰 수가 있게 된다. 이건 무의식과 의식의 경계를 이해하는 일이었고, 무의식 속에서 올라오는 익숙한 반응들과 패턴들은 나도 모르게 실행되는 자동 재생 목록 같은 거였다."&nbsp; (p.106)<br>나를 포함하여 내 주변의 모든 생명체는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치솟는 화를 어찌하지 못한다. 나의 뜻에 반한다는 것, 나의 의견과 다르다는 건 언제나 화를 유발한다. 나의 의도와 다르게 행동한다는 이유로 내가 화를 내는 것처럼 상대방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부딪히면서 작디작았던 화는 증폭되고 확대된다. 이 세상은 마치 저마다가 배출하는 화의 쓰레기장으로 변하고 마는 것이다. 결국 세상이 온전하게 굴러가게 하려면 누군가는 화를 멈추어야 한다. 배턴 터치를 하듯 건네받은 화를 다음 주자에게 넘겨주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화를 내는 자신을 보면서 '그럴 수 있어' 하고 쿨하게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명상이다. 나의 마음을 들여다 보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기 위해서는 나를 올바르게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법이다. 오선우 작가의 &lt;우당탕탕 독일여자 명상기&gt;는 명상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던 작가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쓴 책인 동시에 자신처럼 위기에 처한 다른 누군가를 살리기 위한 마음 처방전이기도 하다.<br>"생각해 보면, 삶이란 게 유독 나만 힘든 것도 아닌데, 그때는 참 사는 게 버거웠습니다. 곰곰이 나를, 그리고 내가 살아온 방식을 보니 감정이 나를 불태웠고, 냉랭하게 했으며, 가끔은 이 삶에서 사라지고 싶은 마음을 만들었음을 알았습니다. 어떤 상황에서 불쑥 올라오는, 또는 욱하고 올라오는 그 감정에 묶여 이리저리 끌려다니다, 관계가 끝이 나 버렸고,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가 되어 버렸고, 천 년 동안 빛이 비추지 않았을 것 같은 어두운 동굴에 혼자 있는 것처럼 절망스러웠을 때, 그때 명상과 마음 경영을 만나게 되었습니다."&nbsp; (p.120~p.121)<br>명상은 타인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동시에 소원하던 나 자신과의 관계도 나아지게 한다. 자신에게 한없이 엄격하던 사람이 '뭐,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적당히 눙치고 넘어갈 수만 있다면 타인과의 관계 역시 좋아질 것은 분명하다. 짜증이나 화가 쌓이지 않는 까닭이다. 그렇게 변할 수 있는 첫걸음은 역시 나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이도 완벽하지 않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각자의 삶을 꾸려가기 위해 불완전한 나와 불완전한 당신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또다시 찾아온 주말, 누군가로 인해 당신에게 내재되었던 화가 불끈 치솟는 일 없이 평온한 날들이 되기를...]]></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04/85/cover150/k82213918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4048548</link></image></item><item><author>꼼쥐</author><category>일상의 기록</category><title>막말을 쏟아내는 사람이 너무 많아</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328842</link><pubDate>Thu, 11 Jun 2026 14:5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328842</guid><description><![CDATA[누구나 그렇겠지만 나 역시 인생의 많은 굴곡을 겪으며 살아왔습니다. 실수도 많았고, 중요한 분기점에서 잘못된 판단으로 안 해도 될 고생을 사서 한 적도 있었습니다. 곰곰 되짚어 생각해 보면 그와 같은 판단의 이면에는 늘 개인의 욕심이 나 자신의 눈을 가렸던 것 같습니다. 이처럼 개인의 지나친 욕심은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을 바르게 인도하지 못합니다.<br>요즘 친구들을 만나면 대화의 주제는 언제나 비슷합니다. 정년을 얼마 남기지 않다 보니 각자의 건강이나 은퇴 후의 계획 등이 주요 관심사가 됩니다. 때로는 정년이 없는 정치 쪽으로 기웃대는 친구도 있고, 사업이나 취업 쪽을 계획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이따금 지자체장 선거에 나서는 친구나 지인을 만날라치면 임명직 자리를 부탁하는 사람들도 더러 보게 됩니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꽤나 부끄러운 일이지만, 지자체장이 임명하는 자리를 탐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은 듯합니다. 그것은 여당이나 야당을 가리지 않고 비슷한 양태를 보입니다. 지자체장이 임명하는 자리가 생각보다 넓고 그 수가 많은 까닭에 나 하나쯤 부탁을 해도 크게 부담이 되지 않으리라 생각하는 까닭입니다. 지자체장이 이럴진대 대통령은 오죽하겠습니까. 여러 루트로 줄을 대고 인사청탁을 하는 사람들이 어디 한둘일까요.<br>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최근 유시민 작가를 향해 막말을 쏟아냈던 오 모 씨만 하더라도 명예직인 청년재단 이사장직에 오르더니 연봉 3000만 원에 2년 임기인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비상임 이사에 더하여 금융발전위원회 위원으로 이름을 올려 세간의 놀라움을 자아낸 바 있습니다. 캠코나 금융발전위원회는 대개 금융이나 자산 전문가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그의 금융 경력이라곤 수소차 기업 니콜라 주식에 투자하여 큰 손해를 본 것 외에는 딱히 없는 듯한데 그가 그런 자리를 꿰찼다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는 유시민 작가가&nbsp;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크게 잘못된 말을 한 바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패륜에 가까운 막말을 쏟아냈던 것입니다. 말하자면 그것도 벼슬이라고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까닭이겠지요. 나는 요즘 오선우 작가가 쓴 &lt;우당탕탕 독일 여자 명상기&gt;를 읽고 있습니다.<br>"한국에서 어른으로 산다는 것이 나에겐 나에겐 너무나 버겁게만 느껴졌다. 난 누군가의 아내가 되기에도 또 엄마가 되기에도 너무나 부족한 철부지 같았다. 나중에 동생에게 들은 이야기지만, 우는 엄마를 달래기 위해 아빠가 옷 한 벌을 사주셨단다. 엄마는 그 이후에도 공항에서 매번 우셨다."&nbsp; (p.51)<br>아침에 운동을 하기 위해 산에 올랐을 때, 1940년생인 멋쟁이 할아버지가 올해 80세인 소녀 할머니에게 오늘 데모하는 데 같이 가지 않겠냐며 은근히 같이 가주십사 부탁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선관위의 안일한 대처가 80이 넘은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도 주요 관심사가 되는 걸 보면 우리나라에서 어른으로 산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실감나게 하였습니다. 유시민 작가에게 막말을 쏟아냈던 오 모 씨는 아직 나이가 어린 탓일까요 뒷일 걱정은 하지 않은 채 상스러운 말을 쏟아내더군요. 말은 마음의 창이자 본인 심성의 거울입니다. 그런 인성의 소유자가 민주당을 지킨다는 걸 생각하면 민주당도 생명을 다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소나기 예보가 있었는데 비는 여전히 내리지 않고 쨍한 햇살만 선명합니다.<br>]]></description></item><item><author>꼼쥐</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인생의 방향을 잃는다는 건 - [환승 - 목사, 택시 그리고 나]</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321707</link><pubDate>Sun, 07 Jun 2026 16:0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32170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82138303&TPaperId=1732170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251/95/coveroff/k18213830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82138303&TPaperId=1732170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환승 - 목사, 택시 그리고 나</a><br/>엘라임 손 지음 / 보민출판사 / 2026년 05월<br/></td></tr></table><br/>'인간은 반드시 죽는다'는 대전제를 수용하면서 부조리한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다음의 세 가지로 압축되는 듯하다. 죽음 자체를 외면하면서 관습대로 살아가는 것, 내세의 허구를 확신하면서 죽음으로부터의 구원을 기다리는 것, 죽음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이 그것이다. 인간은 대체로 첫 번째 방법을 선택한다. 스스로 선택한다기보다 관습적으로 그렇게 살아간다. 개인의 삶에 큰 변화를 요구할 만큼의 특별한 사건이나 사고가 없다면 대부분의 인간은 그동안 유지했던 첫 번째 방법을 굳이 바꿔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인생의 어떤 사건으로 인해 죽음 가까이에 다가갔던 경험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죽음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그와 같은 경험은 그동안 유지했던 가치관이나 세계관을 근본적으로 흔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경험이 너무 어린 나이에 있었던 까닭에 변화시킬 가치관이 없다고 할지라도 그 사람의 내면에는 그 경험이 그림자처럼 남아 가치관의 정립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와 같은 사건, 사고를 경험한 이의 태도는 개인에 따라 크게 다른 방식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br>예컨대 예기치 못한 큰 교통사고를 당하여 죽음의 문턱에서 간신히 살아 돌아온 사람이 있다고 했을 때, 자신에게 남은 삶의 기간이 길지 않음을 인지한 그는 사고 이전의 안일하던 태도를 바꾸어 어떤 목표를 향해 치열하게 나아가거나 내세의 허구를 믿고 죽음으로부터의 구원에 강력하게 매달리기도 한다. 이와 같은 사례는 암과 같은 치명적인 질병의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도 비슷한 양상을 띤다. 드문 경우이기는 하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죽음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 담담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럴 만한 용기와 배짱이 모든 인간에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br>"1983년 늦여름, 나는 노숙자 신세가 되었다. 집에 가면 돈 받으러 온 사람들이 기다렸다. 친구들에게 부탁했지만, 사업 실패 소문은 KTX보다 빨랐다. "사장님, 사장님" 하며 반기던 사람들도 눈치를 봤다. 내 존재감이 아니라 돈의 힘이었다. 시골집도, 친구도, 내가 살던 집도 갈 곳이 되지 못했다. 버스비가 없어 걸었다. 돈을 벌어 멋지게 살고 싶었다. 효도하고 결혼하고 싶었다. 이제 그 가능성마저 보이지 않았다. 죽는 것이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라 생각했다. 한강대교 난간에 섰다. 강물이 검게 흘렀다. 하지만 그마저도 용기가 필요했다. 나는 그 용기마저 없어 그냥 돌아섰다."&nbsp; (p.22)<br>엘라임 손이 쓴 &lt;환승&gt; 역시 그 비슷한 경험을 적고 있다.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서 연결 편을 놓치고 방황할 때 저자는 자신의 지나온 삶을 떠올리고 그것을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자판기라는 개념 자체가 낯설던 시절, 포클레인 인형 뽑기 자판기로 승승장구하던 저자는 아무런 대책도 없이 그날 번 돈을 그날 다 쓰면서 허송세월했던 대가로 모든 것을 잃고 한강대교에 서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서른도 되지 않았던 젊은 나이에 겪었던 혹독한 시련을 딛고 저자는 목회자의 길로 뛰어든다. 그것은 어쩌면 저자 자신의 선택이라기보다 운명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런 까닭에 4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설교단 위에 서 있었지만, 마음이 편했던 것은 아니었던 듯하다.<br>"목회를 떠나던 날 새벽, 나는 혼자 차를 몰았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수십 년 동안 강단에서 사람들의 방향을 가리켜 온 손이, 그날 새벽에는 핸들 위에서 떨렸다. 택시 핸들을 처음 잡던 날도 그랬다. 강단 대신 운전석, 성도 대신 낯선 승객. 나는 그 시간을 빨리 지나가고 싶었다. 고난이 유익이라는 걸 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오히려 그 고난 안에 제대로 머물지 않았다. 알고 있다는 착각이 경험을 막았다. 그녀가 "이제야 사람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고난을 흘려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강변 아파트가 사라지고, 사촌들의 말 한마디에 마음이 무너지는 그 자리에서, 그녀는 자신을 만났다. 소유로 가득했던 시절에는 보이지 않던 자기 자신이, 아무것도 없는 자리에서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70이 되어서야 그것을 몸으로 알았다. 강단에서 가르쳤던 그 말을, 운전석에서 처음으로 배웠다."&nbsp; (p.191)<br>목회자로 섰던 시기에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지만, 아내의 유방암 판정과 함께 다시 원점에 선 저자. 강단을 떠난 저자는 미네랄을 팔기도 하고, 기독교방송 상담 일을 하는 등 프리랜서 생활을 하며 겨우 생계를 유지하다가 지금은 택시 운전자로 살고 있다고 한다. 택시 운전석에 앉아 처음 접하는 손님과의 짧은 대화와 침묵 속에서 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배운다. 실패냐 성공이냐를 가늠하기보다 지금 이 시간에 무엇으로 존재하는가, 하는 문제는 실존에 가깝다. 실존은 다만 하나의 현상에 지나지 않을 뿐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기준이 되지는 않는다.<br>"다섯 번 환승했다. 환승할 때마다 잃었다. 직함도, 수입도, 시선도. 그런데 잃을 때마다 가벼워졌다. 처음에는 그 가벼움이 두려웠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는 것 같았다. 그 가벼움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는 것을. 손에 쥔 것을 놓을 때마다, 손이 아닌 내가 보였다. 빈손이 나의 철학이 되었다."&nbsp; (p.206)<br>삶은 우리로 하여금 언제나 변화를 요구한다. 좋든 싫든 우리는 그것에 따를 수밖에 없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무난한 삶을 살았던 사람이 있다면 그는 정말 기적에 가까운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단 하나 명심할 것은 누구나 겪는 크고 작은 삶의 변화에서 자신이 지향하는 삶의 방향을 결코 잃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방향을 잃고 헤매는 순간 아주 오랜 시간을 허비한 후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기도 하지만, 자신의 삶을 통째로 날려버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라고 썼던 어느 책의 제목처럼 인생의 방향만 잃지 않으면 기회는 언제든 다시 오게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가 인생의 방향을 잃었을 때, 그것은 어쩌면 삶의 모든 것을 삼켜버릴 수도 있다. 우리가 삶의 방향을 잃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개개인의 욕심이다. 욕심은 한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인생의 방향마저 잃게 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251/95/cover150/k18213830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2519550</link></image></item><item><author>꼼쥐</author><category>일상의 기록</category><title>희망은 체념과 동격</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318981</link><pubDate>Fri, 05 Jun 2026 20:4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318981</guid><description><![CDATA[누군가의 무료한 손길이 슬쩍 닿기만 해도 휘청 중심을 잃고 쓰러질 것만 같은 주말의 오후. 일주일 동안의 누적된 피로가 어깨를 짓누릅니다. 지방선거가 있었던 수요일 하루를 쉬었는데도 체감하는 피로는 여느 주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바삭바삭하던 햇살이 숨이 턱턱 막히는 한여름의 수증기 속으로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 탓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름 한낮의 시간은 길고 미끈한 자신의 몸매를 한껏 뽐내려는 듯 유영하듯&nbsp; 아주 천천히 지나갑니다. 나처럼 성마른 인간은 그 흩어짐의 틈새도 진득하게 기다리거나&nbsp; 바라볼 수 없어 늘어지게 하품을 하면서 졸린 눈을 끔벅거릴 뿐입니다.<br>2026년의 시간이 은근슬쩍 6월로 접어들었을 때 사람들은 다들 아직 오지도 않은 여름휴가를 기다리면서 미래의 시간에만 집중하느라 자신도 모르게 훌쩍 지나버린,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시간에 미처 관심을 두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숨을 헐떡이며 미래를 좇아 헤매다가 2026년의 끝이 보이는 어느 시점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한숨을 쉬며 후회를 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벌써 6월입니다. 나는 내게 할당된 임무를 완수하느라 내가 가진 체력을 지나치게 소진했는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나는 5개월 1주의 분량보다 더 무거운 피로를 체감하며 주말에 있을지도 모르는 달콤한 휴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알베르 카뮈의 에세이집 &lt;결혼.여름&gt;(녹색광선)을 읽고 있습니다.<br>"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사랑 자체를 회피하기 위해 삶을 사랑하는 체한다. 즐기려고 노력하고, '경험을 쌓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것은 고매한 정신의 관점이다. 쾌락주의자가 되려면 흔치 않은 자질이 있어야만 한다. 인간의 삶은 고매한 정신의 도움 없이 후퇴와 전진을 반복하면서, 고독과 동시에 존재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완성된다. 일을 해서 아내와 자식들을 부양하면서 대개는 아무 불평 없는 저 벨쿠르 사람들을 보노라면, 슬그머니 부끄러운 기분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분명 내가 착각하는 것이 아니다. 그 삶들엔 사랑이 많지 않다. 아니, 이제 더는 사랑이 많지 않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삶들은 적어도 아무것도 회피하지 않았다. 내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단어들이 있는데 가령 죄란 단어가 그렇다. 그럼에도 나는 그 사람들이 삶을 거스르는 죄를 짓지 않았다는 것을 알 것 같다. 왜냐하면 삶을 거스르는 죄라는 건, 아마도 삶에 몹시 절망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다른 삶을 바라고 현생의 준엄한 위대함을 회피하는 것일 테니 말이다. 그 사람들은 속임수를 쓰지 않았다. 그들은 여름의 신들이다. 스무 살의 그들은 삶에 대한 열정으로 여름의 신이었고, 모든 희망을 잃은 지금도 여전히 여름의 신이다. 나는 그들 중 두 사람이 죽는 것을 보았다. 그 두 사람은 공포로 가득 찼지만 말이 없었다. 차라리 그편이 낫다. 인류의 죄악이 우글거리는 판도라의 상자에서 그리스인들은 모든 악을 쏟아낸 후 그중에서도 가장 끔찍한 악인 희망을 꺼내 들었다. 나는 이보다 더 감동적인 상징을 알지 못한다. 왜냐하면 희망은 통념과 달리, 체념과 동격이기 때문이다. 산다는 것은 스스로 체념하지 않는 것이다."&nbsp; (P.54~P.55)<br>'희망은 체념과 동격'이라는 알베르 카뮈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예전에 나는 블로그 포스팅 한 귀퉁이에 '희망은 생명이 유한한 인간의 조급함'이라고 쓴 적이 있습니다. 인간의 생명이 무한하다면 인간이 바라는 바는 아예 없거나 현저히 줄어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른한 시간의 경과를 무한대로 흘려보낸들 영생을 누리는 인간에게는 전혀 해가 되지 않는다는 건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생명이 유한한, 체념과 조급함만 가슴에 품고 있는 서글픈 존재입니다. 6월의 첫 주가 그렇게 흘러가고 있습니다.<br>]]></description></item><item><author>꼼쥐</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산에는 요즘 - [이방인]</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316757</link><pubDate>Thu, 04 Jun 2026 16:3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31675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72138062&TPaperId=1731675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65/68/coveroff/k07213806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72138062&TPaperId=1731675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이방인</a><br/>알베르 카뮈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6년 05월<br/></td></tr></table><br/>다소 철학적인 문제이지만 인간은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서 합리적인가? 경제학을 전공했던 나로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경제학의 이론 전반에서 내세우고 있는 이 전제를 실생활에서는 전혀 납득하지 못할 때가 많다. 예컨대 같은 물건일지라도 나와 가까운 사람이 판매한다는 이유로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면서 물건을 구매하기도 하고, 더 비싼 가격을 제시한 인테리어 업자에게 공사를 맡기기도 한다. 단지 친하다는 이유로 말이다. 이처럼 인간은 비이성적이고 불합리한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우리가 살아가는 삶도 부조리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예컨대 모든 인간은 결국 죽는다는 명확한 사실이 존재하지만 그 사실을 알면서도 대부분의 인간은 자신의 삶을 꾸역꾸역 살아가는 것이다. 아직 도래하지는 않았지만 언젠가 닥칠 이 명징한 사실을 대부분의 인간은 구체적을 인식하거나 걱정하지는 않는다. 그 사실을 헤어진 연인의 얼굴처럼 이따금 떠올릴 뿐이다. 그러나 자신에게도 어떤 특별한 일이 닥치면 미래에 맞이할 그 사실이 확실한 현실로 각인될 수도 있다. &lt;이방인&gt;에 나오는 뫼르소처럼.<br>"옷을 갈아입었을 때 내가 검은 넥타이를 맨 것을 보고 마리가 깜짝 놀란 표정을 하고는 상중이냐고 물었다. 나는 엄마가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언제부터 상중인지 그녀가 알고 싶어 해서 나는 "어제부터"라고 대답했다. 그녀는 약간 멈칫했지만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내 잘못이 아니라고 그녀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이미 사장에게 그 말을 했다는 것이 생각나서 그만두었다."&nbsp; (p.35~p.36)<br>1부와 2부로 구성된 이 소설은 주인공인 뫼르소의 일상을 좇고 있지만, 독자는 그의 일상을 통해 언뜻언뜻 보이는 자신의 모습에 부끄러워하거나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뫼르소의 행동에 분노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한 사람이 구축한 삶의 기억은 차곡차곡 쌓여만 간다. 쌓이는 기억들은 선악(善惡)이나 정오(正誤)와 같은 명확한 기준을 통해 선별적으로 이루어지지는 않고, 기억 역시 일상에서 부딪히는 삶의 부조리처럼 아무런 기준도 없이 무작위로 쌓이는 것이다. 양로원에 있던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들었던 뫼르소는 크게 슬퍼하는 기색도 없이 무덤덤하게 장례를 치른 후 다시 일상으로 복귀한다. 같은 직장에 다녔던 여성 마리와 해수욕을 하고, 영화를 보고, 관계를 맺기도 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뫼르소와 그의 이웃들도 구질구질한 일상을 변함없이 이어가고 있다. 어떤 것 하나도 분명한 목적이나 이유도 없이 습관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br>"나는 손잡이의 볼록하고 매끈한 부분을 만졌다. 그때, 둔탁하고 귀를 먹먹하게 하는 소음과 함께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나는 땀과 태양을 제거했다. 내가 낮의 균형을, 행복해하던 해변의 예외적인 침묵을 깨뜨렸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하여 나는 움직임이 없는 시체 위에 네 발을 더 쏘았고, 총알들은 그럴 것 같지 않았는데 깊이 박혔다. 그것은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리는 네 번째의 짧은 노크 소리와도 같았다."&nbsp; (p.97)<br>2부에서는 아랍인 살해 혐의로 체포된 뫼르소와 그의 행적과 태도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검사와 배심원은 살인이 있기 전 며칠 동안 보였던 뫼르소의 행적으로 볼 때 그는 사회적 통념과 동떨어진 사회 부적응자로 판단하기에 이른다. 그리하여 뫼르소는 그가 주장했듯 햇볕이 눈부시고 머리가 아파서 행한 우연한 살인이 아닌, 계획적 살인을 저질렀다는 게 그들의 결론이었다. 뫼르소에게는 결국 사형이 선고된다. 뫼르소는 자신의 죽음이 확정된 이후에서야 모든 자신의 삶이 선명해진 듯하다. '모든 인간은 반드시 죽는다'는 대전제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우리는 죽음으로부터 머리를 외로 꼰 채 모르는 척 살아갈 수도 있고, 죽음 이후의 허구적인 구원을 진실인 양 믿을 수도 있고, 뫼르소처럼 죽음을 정면으로 응시할 수도 있다. 어쩌면 그 선택은 각자에게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br>"하지만 나에 대한 확신이, 모든 것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그보다는 확신이 훨씬 강했고, 내 삶과 다가올 그 죽음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그렇다, 나에게는 오직 그것뿐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그 진리가 나를 사로잡는 만큼 그 진리를 믿고 있었다. 내가 옳았고, 여전히 옳고, 늘 옳다. 나는 그런 식으로 살아왔다."&nbsp; (p.188)<br>산에는 요즘 밤꽃 냄새가 진동한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결혼식에서 시어머니가 대추와 밤을 며느리의 치마폭에 던져줌으로써 다산을 기원했던 것처럼 우리는 어쩌면 밤꽃 냄새에서 생명과 에너지를 떠올렸는지도 모른다. 이따금 누군가의 결혼식에 다녀올 때마다 나는 모든 게 모호하고 부조리한 이 세상에 새로운 생명을 불러들인다는 게 과연 축복일까? 하는 의문이 문득 들기도 한다. 가뜩이나 출산율이 저조한데 다산을 기원하고 새 생명의 탄생을 축복하는 게 마땅하겠지만 나로서는 그런 의문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다. 요즘처럼 밤꽃 냄새가 진동하는 시기에 나는 생명력이 넘쳐나기보다 부조리한 삶을 이어가는 게 무척이나 부담스러워진다. 뫼르소의 확신이 내게는 없는 까닭이다. 모든 게 모호할 뿐이고, 하루하루 새롭게 생성한 삶의 기억들이 아무런 선별 기준도 없이 그저 쌓여갈 뿐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65/68/cover150/k07213806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1656827</link></image></item><item><author>꼼쥐</author><category>일상의 기록</category><title>잠 때문이야</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307554</link><pubDate>Sun, 31 May 2026 12:4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307554</guid><description><![CDATA[모든 것은 잠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간밤에 나는 어떤 이유인지 자다 깨다를 반복했고, 다른 날보다 일찍 눈이 떠지는 바람에 꿈지럭거리며 늦잠을 잘 수 있는 기회마저 상실하고 말았습니다. 누군가에게 실컷 얻어맞은 듯 온몸이 쑤시고 아파왔습니다. 자고 일어났다고는 하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꿈속을 헤매는 듯 몽롱하고 어지러웠습니다. 물에 젖은 솜처럼 늘어지는 몸을 이끌고 인근의 도서관에 나왔습니다. 공기가 맑은 탓인지 건조하고 쨍한 햇살이 피부를 뚫고 몸속 깊은 곳까지 침투할 듯 강하게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오가는 행인도 없는 인도에는 선거 유세 차량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듣는 이도 없이 멀리까지 퍼져나가고, 더위를 모르는 까치 몇 마리가 먹이를 찾아 총총 옮겨 다니고 있었습니다. 비둘기 모이 주기를 금지한 탓인지 그 많던 비둘기 떼가 한 마리도 눈에 띄지 않았던 건 꽤나 생경한 풍경이었습니다.<br>도서관에 들어서자 에어컨에서 나오는 서늘한 바람으로 인해 마치 딴 세상에 도착한 듯 느껴졌습니다. 책을 읽으려는 목적보다 더위를 피하는 게 더 큰 이유였는지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사람들은 다들 휴대폰 화면을 보고 있거나 집에서 가져온 태블릿 화면에 눈을 고정한 채 오가는 사람들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이따금 무인반납기에서 책을 반납하는 사람들 몇몇만이 바쁘게 손을 놀리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어린 꼬마의 손을 붙잡고 나온 젊은 부부는 한껏 목소리를 낮춰 이것저것 설명하기에 바쁜 모습이었고, 나는 종합자료실에 빼곡하게 꽂힌 수많은 책들을 훑어보면서 읽은 책보다 아직 읽지 못한 책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너무 높다는 생각에 잠시 절망하기도 했습니다. 노르웨이 출신의 작가 욘 포세가 쓴 소설 &lt;샤이닝&gt;을 빌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br>"완벽한 침묵. 너무나 조용해서 손에 만져질 것 같은 침묵 속에서, 나는 발걸음을 멈춘다. 나는 제자리에 서서 침묵에 귀를 기울인다. 마치 침묵이 내게 말을 거는 것 같다. 하지만 침묵이 말을 거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아니, 어떤 면에서 보자면 침묵도 말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침묵에서 들리는 목소리, 그것은 누구의 목소리인가. 그것은 단지 목소리일 뿐이다. 그 목소리를 다른 말로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목소리는 그냥 거기 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거기 있는 것은 분명하다."&nbsp; (p.49)<br>멀리 보이는 인도에는 반려견을 산책시키기 위해 완전무장을 하고 나선 몇몇 사람들이 지친 듯한 걸음으로 느리게 지나가고 있습니다. 말귀가 통하는 제 자식이라면 어쩌면 오늘처럼 햇살이 강한 한낮에 밖으로 나가자고 아무리 떼를 써본들 결코 들어주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어린애가 납득할 수도 없는 갖가지 핑계를 대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산책을 요구하지도 않았던 반려견을 위해서는 휴일의 달콤한 여유도 반납한 채 자발적으로 산책을 나서는 걸 보면 현대인들은 어쩌면 사람보다 동물에게 더 깊은 애정을 쏟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것이 사람에 대한 애정이 식은 탓인지, 아니면 이제껏 없던 동물에 대한 애정이 갑자기 높아진 것인지 나로서는 알 수 없지만 씁쓸한 입맛은 지울 수가 없는 게 현실입니다. 초여름 햇살이 시간이 갈수록 더 높은 열기를 뿜어내고 있습니다. 선거 유세 차량의 노래도 끊이지 않고 들려옵니다. 더위 탓인지 나는 여전히 식욕이 없고 나른하기만 합니다. 모든 것은 어쩌면 잠에서 비롯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description></item><item><author>꼼쥐</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곧 6월, 버찌가 익는 계절 - [돌 위에 피는 꽃]</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305949</link><pubDate>Sat, 30 May 2026 16:2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30594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41803519&TPaperId=1730594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65/1/coveroff/894180351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41803519&TPaperId=1730594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돌 위에 피는 꽃</a><br/>이순실 지음 / 밀알 / 2026년 04월<br/></td></tr></table><br/>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남자에게 있어 병역은 피할 수 없는 의무이자 비교적 긴 시간에 걸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 골치 아픈 문제이기도 하다. 현역으로 군에 입대하여 제대하는 것만으로 모든 병역이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제대와 동시에 동원 예비군(1년차~4년차)에 편성되었다가 다시 일반 예비군(5년차~8년차)으로, 그리고 민방위대원(8년차 이후~40세)을 끝으로 비로소 병역의 의무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복무 연한은 과거에 비해 대폭 줄어들기도 했고 처우와 보상 역시 크게 향상되어 그럭저럭 할 만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더러 있다. 그런 이들 중 나이 마흔을 넘겨 민방위대원으로서의 역할도 제외되는 순간, "나는 이제 대한민국 남자로서의 생명이 끝났다."며 자조 섞인 농담을 하기도 한다.<br>학창 시절부터 교련 과목을 배워왔던 나로서는 군에서 제대한 후 예비군 훈련을 받는 게 딱히 이상할 것도 없었다. 고등학교 시절과는 다르게 대학의 교련 과목은 운동장에서 하는 실기보다는 이론과 정신교육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고, 제대 후 대학교의 학생 예비군에 편성된 후에도 군에 다녀오지 않은 후배 대학생에 비해 교육 시간이 조금 더 길다고 느꼈을 뿐 교육 내용에 있어서는 달라진 게 없는 듯 여겼다. 물론 당시에 초빙된 강사들의 강의라는 게 특별히 재미있거나 귀에 쏙 들어오는 내용이 아니었기에 따분한 강의 시간을 견딘다는 게 그야말로 고문에 가까운 수준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보란 듯이 대놓고 책상에 엎드려서 잘 수는 없었다. 기껏해야 교묘한 자세로 턱을 괴고 꾸벅꾸벅 졸거나, 고개를 외로 꼬고 대담하게 잠이 들어 코를 심하게 골다가 지적을 받는 학생들도 더러 있었지만 말이다. 예비군 훈련이나 교련 시간에 다녀갔던 수많은 강사들의 강의 중에 비교적 많은 학생들이 눈을 똘망똘망 뜬 채로 강의에 집중했던 경우는 손에 꼽는 수준이었다. 세월이 한참 지난 지금도 기억나는 건 당시 동독 유학생으로 있다가 탈북한 탈북 대학생의 강의였다.<br>당시만 하더라도 길거리에서 북한 이탈 주민을 만날 수 있는 확률은 극히 낮거나 불가능에 가까웠던 까닭에 그들은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를 구경하는 것처럼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신기한 대상이었다. 좀처럼 들을 수 없었던 어눌한 북한 사투리와 학생들의 장난기 어린 질문에 대한 우리와 다른 방식의 반응과 답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북한 사회의 실상에 대한 궁금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그들의 강의는 늘 인기가 높았다. 오죽하면 그들을 텔레비전 코미디 프로그램에 참여시켜 대중의 웃음거리로 만들었을까. 물론 그들도 역시 방송 출연료와 강의료를 받은 돈으로 음식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어 크게 성공할 수 있었지만 말이다.<br>그러나 3만 명이 넘는 북한 이탈 주민이 살고 있는 요즘, 북한 출신이라는 건 그들의 경쟁력이 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더구나 텔레비전의 영향력이 날이 갈수록 약해지는 시대에 방송 출연으로 생계를 이어간다는 건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텔레비전을 거의 보지 않는 나와 같은 사람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북한 이탈 주민 이순실이 쓴 &lt;돌 위에 피는 꽃&gt;을 읽으면서 예비군 훈련장에서 만났던 오래 전의 기억이 떠올랐던 건 어쩌면&nbsp; 당연한 귀결이었는지도 모른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그녀의 삶이 내가 예비군 훈련장의 강사로 접했던 동독 유학생의 삶과 겹쳐져 긴 여운을 남겼기 때문이다.<br>"참으로 춥고 추웠던 날, 양강도 혜산 역전에서 진통을 맞았다. 배를 끌어안고 출산할 자리를 찾았지만, 아기 낳을 변변한 자리가 없어 발만 동동 굴렀다. 짐승들도 새끼를 낳기 전에 둥지를 튼다고 하는데, 하물며 사람이 아기 낳을&nbsp; 자리 하나 없다는 처지가 그렇게 서글플 수 없었다. 진통의 아픔으로 몸부림쳐도 그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 않았다. 역전 승무원들은 행여나 역전 안에서 아이를 낳을까 봐 당장 나가라고 내쫓기 바빴다. 역전 보일러 아궁이 옆에 쓰러져 있자니 이미 양수가 터져&nbsp; 다리 밑으로 물이 흥건했다. 지나가는 길손에게도 도와달라고 요청해 보았지만, 꽃제비 따위에게 손을 잡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nbsp; (p.163)<br>공병부대 장교였던 아버지와 군단장 요리사로 근무했던 어머니 덕분에 저자의 어린 시절은 비교적 유복했던 듯하다. 그러나 저자가 군대 의무 복무 기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부터 비극적인 삶이 시작되었다. 연락도 받은 적 없지만 저자가 군에 있었을 때 두 분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셨고, 형제자매들은 뿔뿔이 흩어졌으며, 소위 '고난의 행군'이라 일컫는 극심한 경제난이 겹치면서 저자는 한순간에 꽃제비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리고 생존을 위한 북한 탈출이 시도되었고, 번번이 잡혀 되돌아가서 고초를 겪었음에도 끝내 탈출에 성공하여 대한민국에 정착하게 된 것이다.<br>"철조망을 넘자 하나같이 약속이나 한 듯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 이 탈출의 길이 살길이 될지, 죽을 길이 될지 그 누가 장담할 수 있었겠는가. 그저 목숨 걸고 저지르는 도박과도 같았다. 이 길을 걸으려고 얼마나 수많은 탈북자들이 매 순간 목숨을 내걸고&nbsp;모질게 버텨 왔을까. 살았다는 안도감 저편으로 북한에 남겨져 있을 가족들 생각에 이내 서러움이 북받쳐 올랐다."&nbsp; (p.254))<br>무사히 우리나라에 정착한 저자는 여러 방송이나 유튜브에 출연도 하고, 김치와 냉면, 만두 등을 판매하는 식품사업도 운영하면서 나름의 성공을 거둔 듯하다. 텔레비전을 보지 않는 나로서는 그녀의 얼굴이 그저 낯선 아줌마 중 한 사람일 뿐이지만 그녀는 어쩌면 3만 명이 넘는 북한 이탈 주민에게는 성공의 표상이자 고난 극복의 이정표로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지난 몇 년 남과 북의 적대적 관계가 가속화됨으로써 매년 증가하던 북한 이탈 주민의 수는 급격히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자유를 갈망하는 북한 주민의 염원은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br>곧 6월이다. 인도의 보도블록 위에는 까맣게 익어 떨어진 버찌 열매가 오가는 행인의 발길에 밟혀 얼룩얼룩 검은 반점을 남기고 있다. 우리가 살다 간 흔적도 그와 같을 것이다. 어느 노인의 얼굴에 핀 검버섯처럼 우리는 각자가 걸어온 삶의 흔적을 그저 어렴풋이 기억할 뿐이다. 그리고 그 기억들은 서서히 잊힐 테다. 선명하던 버찌 열매의 흔적이 행인들의 발길에 서서히 지워지는 것처럼.]]></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65/1/cover150/894180351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1650170</link></image></item><item><author>꼼쥐</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바쁘고 정신없는 와중에 5월이 가고</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304146</link><pubDate>Fri, 29 May 2026 16:0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304146</guid><description><![CDATA[요 며칠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만큼 바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렇게 정신없던 시간이 지난 후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여유가 찾아오면 '사는 게 뭔지...'하는 허탈감이 밀려오곤 합니다. 우리가 지나 온 시간들을 다 기억할 수는 없지만 자신이 적어도 무엇을 하고 있는지, 하면서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 일을 끝낸 후 만족하거나 아쉬움이 남지는 않았는지 생각하고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할 텐데 그마저도 찾지 못할 정도로 바쁘게 몰아친다는 건 꽤나 슬픈 일입니다. 혹자는 그런 말들도 합니다. 그래도 바쁜 게 낫다고 말입니다. 물론 은퇴를 하고 딱히 해야 할 일이 없는 사람들에겐 하루가 무척이나 길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길게 느껴지는 그 시간에 무엇을 하며 보낼지 선택할 수 있다는 건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고 있다는 의미인 까닭에 하루가 마냥 지루하게 느껴진다는 건 자신의 무계획성과 게으름을 한번쯤 되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br>오늘부터 내일까지 지방선거 사전투표가 있는 날입니다. 지방자치의 역사도 길고 민주주의 모범이라고 여겨지는 미국 지방자치의 현실을 생각할 때 나는 사실 지방자치의 무용론을 주장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미국은 현재 시민들의 무관심으로 인해 무투표 당선지가 늘고, 투표율 또한 낮아서 선거 비용이나 후보자의 열정에 상관없이 기괴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 당선되기도 하고, 이로 인하여 지방자치는 갈수록 퇴보하고 있는 듯합니다. 결과적으로 엉망이 된 지방자치로 인해 지역 주민들의 불만은 나날이 높아지게 될 테고 말입니다. 그러한 불만은 다시 지방선거에 대한 무관심으로 나타나면서 악순환은 끝없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가 갖는 특색이 있기는 하지만 미국과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br>느긋하게 점심을 먹고 가까운 사전투표소에 들렀습니다. 투표를 하려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고, 덕분에 나는 기다리거나 지체하는 시간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투표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궂은 날씨 탓에 며칠 선선하던 대기는 다시 쨍한 열기로 대체되었습니다. 이따금 바람이 불어와 오가는 행인들의 몸에 쌓인 열기를 조금씩 덜어내고 있었습니다. 알베르 카뮈의 &lt;이방인&gt;(2026,소담출판사)을 다시 읽고 있습니다.<br>"나는 땀과 태양을 제거했다. 내가 낮의 균형을, 내가 행복해하던 해변의 예외적인 침묵을 깨뜨렸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하여 나는 움직임이 없는 시체 위에 네 발을 더 쏘았고, 총알들은 그럴 것 같지 않았는데 깊이 박혔다..&nbsp; 그것은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리는 네 번의 짧은 노크 소리와도 같았다."&nbsp; (p.97))<br>한 주가 다 흘러가면서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도 아쉽게 그 끝을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머지않은 시기에 장마가 지고 우리는 또다시 긴 우울에 빠져들지도 모르겠습니다.]]></description></item><item><author>꼼쥐</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 [초한지 인생 공부 - 오만과 냉정 사이, 천하를 가른 심리전]</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292786</link><pubDate>Sat, 23 May 2026 11:2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29278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62137459&TPaperId=1729278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22/18/coveroff/k762137459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62137459&TPaperId=1729278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초한지 인생 공부 - 오만과 냉정 사이, 천하를 가른 심리전</a><br/>김태현 지음, 사마천 원작 / PASCAL / 2026년 05월<br/></td></tr></table><br/>실패를 거듭하는 사람이든 성공을 거듭하는 사람이든 누구에게나 삶은 어렵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경험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삶이 조금씩 쉬워질 것 같지만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삶은 예나 지금이나 어렵긴 마찬가지이거나 전에 비해 훨씬 더 어렵기만 한 것이다. 오늘 아침에도 그 비슷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새벽 시간에 내가 즐겨 찾는 '산스장'에서 매일 마주치는 할아버지 한 분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는 사실 몇 년 전부터 거의 매일, 거의 같은 시각에, 같은 장소에서 만나 왔던 까닭에 그분의 얼굴은 잘 알고 있지만 그분의 이름도, 사는 곳도, 살아온 이력도 전혀 알지 못한다. 게다가 그저 가볍게 인사만 하고 헤어질 뿐이니 그분과 나는 완벽하게 남남일 뿐 결코 가까운 사이는 아닌 게 확실하다.<br>오늘 아침에도 나는 반갑게 인사를 하고 '산스장'에서 하는 기초적인 운동을 마친 후 조금 더 걷기 위해 돌아서는데, 자주는 아니지만 잊을 만하면 이따금 만나곤 하는 할머니 한 분과 우연히 동행을 하게 되었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다가 그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로 옮겨가게 되었는데, 할머니는 이 지역 토박이인 듯 그동안 내가 등산로에서 만났던 분들 중 모르는 사람이 없는 듯했다. 할머니는 자신이 40대 때 이 동네로 이사를 왔으며 지금 나이가 80이라고 했다. 할머니가 말씀하시길, "그 할아버지가 절에 다니셔서 나는 처사님이라고 부르는데 처사님이 우리 나이로 올해 87세일 거예요. 그 집 할머니가 6년 전에 쓰러지셔서 거동을 잘 못하세요."라고 하셔서 "맞아요. 할아버지가 저한테도 1940년생이라고 하셨어요."라고 맞장구를 쳤다.<br>"할아버지가 불편한 할머니를 씻기고, 옷 입히고, 밥 차려 주고, 간식이며 시간 맞춰 과일도 깎아 주고 온갖 수발을 6년째 하고 있어요. 자식들이 다 직장에 다니고 있어서 할머니가 쓰러지고 1년쯤 지났을 때, 할아버지 힘들다며 요양원에 보내자고 했는데 할아버지가 죽어도 못 보낸다고, 할머니 죽으면 자신도 죽겠다며 올해로 6년째 할머니를 돌보고 있어요. 그래서 내가 그 할머니는 복도 많다고 했어요. 몸도 불편한 노인을 그 연세에 한다는 게 보통일 아니에요. 그 할아버지 상 줘야 돼요. 요양원에 보내면 누가 그렇게 정성스럽게 해 주겠어요." 할머니는 등산로를 걷는 내내 할아버지 칭찬을 이어갔다. 산을 내려오면서도 나는 마음 한켠이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br>"그 밤, 항우는 더 이상 천하의 패왕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모든 것을 잃은 한 남자였습니다. 명예와 사랑이 충돌한 그 순간, 그의 세상은 이미 무너졌고, 오직 한 사람의 이름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우희. 그 이름은 그의 마지막 노래처럼, 패왕의 가슴속에서 조용히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새벽녘, 항우는 남은 800여 명의 정예기병을 추려 포위선 한 모서리를 찢는 돌파전을 감행했습니다. 단기에는 몇 겹을 뚫었으나, 외곽에 또 다른 포위선이 있어 기세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습니다. 추격과 재포위가 반복되며 탈출 병력은 급감했습니다."&nbsp; (p.221)<br>'삶을 바꾸는 실천적 지식'을 전하는 데 매진하고 있는 인문학자 김태현의 저서 &lt;초한지 인생 공부&gt;를 다 읽었던 건 며칠 전의 일이었다. 꽤 오래전에 사마천의 &lt;사기열전&gt;을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었던 나로서는 &lt;초한지&gt;의 모든 부분이 예사로 보이지 않았던 게 사실, 저자인 김태현의 해설이 곁들여진 이 책을 읽고 있노라니 총 70편에 이르는 사마천의 &lt;사기열전&gt;이 얼마나 대단한 책이었나 생각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나는 &lt;초한지 인생 공부&gt;의 리뷰를 어떻게 써야 할지 전혀 감도 잡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오늘 아침, '산스장'에서 매일 만나는 할아버지 한 분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었고, 어떻게든 &lt;초한지 인생 공부&gt;의 리뷰를 마무리지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br>"초한지 30년의 역사는 기록 속에 멈췄지만, '당신'이라는 주인공이 써 내려갈 '인생 초한지'는 매일 아침 장기판의 돌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듯 다시 시작됩니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외통수에 절망할 수도, 때로는 단 하나의 묘수로 전세를 역전시킬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역사는 결국 가장 강한 돌을 가진 자가 아니라, 판이 끝날 때까지 자신을 다스리며 묵묵히 이어간 자의 이름을 마지막에 기록합니다."&nbsp; (p.357)<br>나는 사실 나이가 들어 마땅히 갈 곳이 없어진, 그리하여 하루라는 긴 시간을 보내기 위해&nbsp; 탑골공원에 모이곤 했던 할아버지들의 바둑, 장기판을 보면서 젊은 시절을 보낸 추억이 있다. 매일매일 그들을 보아왔던 건 아니지만 광화문 교보문고로 향하는 날이면 시선을 남이 두는 장기나 바둑판에 고정한 채 우두커니 서 있던 그들의 모습을 자주 목격하곤 했다. 그들이 두는 장기판에서는 한(漢)이 이기기도 하고, 때로는 초(楚)가 이기기도 하지만 불변하는 역사의 기록에서 초나라의 패왕 항우는 언제나 패자의 위치에 있는 것이다. 강인한 무예와 용맹한 기질을 가진 항우가 어찌 보면 유약하고 건달 기질마저 있는 유방에게 진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지만 우리의 삶도, 이해할 수 없는 역사도 때로는 기적처럼 이를 어기고 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br>"초한 전쟁의 거대한 서사를 칼날과 함성으로만 기억한다면, 우리는 그 역사의 절반만을 보는 것입니다. 유방과 항우의 싸움이 눈에 보이는 칼과 병력의 전쟁이었다면, 소하와 역이기가 벌인 싸움은 보이지 않는 머리와 혀의 전쟁이었습니다."&nbsp; (p.187)<br>'인간사의 빛과 그림자를 꿰뚫는 통찰의 기록'으로 평가되는 &lt;사기열전&gt;을 읽다 보면 초나라의 항우도, 한나라의 유방도 결국에는 인간의 보편적인 욕망과 고뇌 속에서 살다 갔음을 알게 된다. 고전을 읽는다고 해서 자신의 운명이 갑자기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고전 속에서 우리는 인간이 존재하는 한 변하지 않는 불변의 진리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아침에 만나는 할아버지 역시 만 86세라는 연세가 결코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거동이 불편한 아내를 돌보며 그 속에서 하루하루 달라지는 삶의 의미를 깨우쳐가는 게 아닐까 싶다. &lt;초한지 인생 공부&gt;를 읽고 있노라면 부귀와 공명이 하룻밤의 꿈에 불과하다는 걸 깊이 깨닫게 된다.<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22/18/cover150/k762137459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1221857</link></image></item><item><author>꼼쥐</author><category>일상의 기록</category><title>바퀴벌레로의 변신</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289412</link><pubDate>Thu, 21 May 2026 15:0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289412</guid><description><![CDATA[어제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덕분인지 한동안 지속되던 낮더위는 제법 누그러진 듯 기분 좋은 선선함이 우리를 들뜨게 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연녹색 새순이 돋던 가로수들도 이제는 완연한 초록의 자태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비에 젖은 바깥 풍경을 감상하면서 나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달달한 믹스커피의 맛에 길들여진 나의 촌스러운 입맛은 한여름에도 언제나 따뜻한 커피를 찾을 뿐, 아이스커피의 이가 시리도록 차고 목을 넘기기도 힘들 만큼 쓰디쓴 맛에는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나는 젊은 친구들이 외출에서 돌아올 때마다 건네는 부담스러운 양의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차마 거절하지 못한 채 억지웃음과 함께 벌컥벌컥 들이켜곤 합니다. 그런 날이면 언제나 여러 차례 화장실 신세를 져야 하지만 말입니다.<br>우리는 언제부턴가 주변에서 커피가 없는 일상을 상상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도로변을 따라 걷고 있노라면 한 집 건너 카페가 들어선 풍경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저렇게 많은 카페들이 다들 어떻게 먹고살 수 있는지 참으로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제가 근무하는 사무실 근처에도 많은 카페와 가게들이 서로 경쟁하며 영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물론 젊은 사람들의 단골 카페인 스타벅스도 있습니다. 드라이브 스루 방식과 매장 내 판매 형식으로 운영되는 이 카페를 젊은 사람들은 무척이나 선호하는 듯 보였습니다. 나도 물론 그곳에서의 약속 때문에 몇 번 다녀온 적은 있습니다. 그러나 며칠 전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탱크 데이 이벤트 이후 사무실의 젊은 친구들에게도 그곳의 출입을 금지시켰고, 나 역시 다시는 그곳에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내가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우리가 몸담고 있는 공동체의 유지와 번영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었습니다.<br>사실 공동체를 위협하는 여러 요소들 가운데 인적요소만큼 관리와 통제가 어려운 것은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발전에 가장 중대한 기여를 하는 것 역시 인적요소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므로 공동체의 구성원이 서로 반목하고 뿔뿔이 흩어진다면 그 동동체의 미래는 불을 보듯 뻔하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어느 공동체든 각각의 구성원이 100퍼센트 같은 생각을 하고, 100퍼센트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경우는 있을 수 없습니다. 90퍼센트의 구성원이 동의하는 일일지라도 이를 반대하는 사람은 반드시 존재하게 마련입니다. 마치 정신병자와 같은 그들의 생각을 강제적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전무합니다.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에 대한 추모와 애도는 못 한다 할지라도 그들을 조롱하고 이를 희화화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는 건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의 의견과는 상충될 뿐만 아니라 인류애적 차원에서도 용납되지 않는, 반인륜적인 행위라고 하겠습니다. 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바퀴벌레와 같은 이런 정신병자의 의견에 동조하는 자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스스로를 정신병자로 인증하는 것임에도 그들은 과감히 자신의 실체를 내보이곤 합니다.<br>나는 오늘 몇 장 남지도 않은 스타벅스 상품권을 환불받기 위해 마지막으로 매장을 방문하였습니다. 전과 다르게 매장 안은 비교적 썰렁한 분위기였지만 우리나라 대다수 국민의 의견에 반하는 정신 나간 인간들 몇몇이 매장 한켠에서 시시껄렁한 농담을 하며 낄낄대고 있었습니다. 어제부터 내리는 비는 지금도 여전히 그치지 않고, 이따금 굵어지거나 가늘어진 빗줄기만이 심심하고 나른한 오후를 비껴가고 있었습니다. 그 시각에도 우리 공동체를 위협하는 바퀴벌레 몇 마리가 숨 죽인 채 배회하고 있습니다. 또는 있었습니다.<br>]]></description></item><item><author>꼼쥐</author><category>일상의 기록</category><title>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285898</link><pubDate>Tue, 19 May 2026 17:2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285898</guid><description><![CDATA[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직접 몸으로 겪어보지 않으면 체감할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nbsp;가족이나 이웃의 사랑이 그렇고, 추위나 더위 역시 그렇습니다. 우리나라의 자연경관이나 치안, 행정 서비스 등도 외국에 나가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비교가 불가능합니다. 말로만 들어서는 실감할 수 없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김수환 추기경의 조언을 곱씹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추기경 님은 "머리와 입으로 하는 사랑에는 향기가 없다.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데 칠십 년 걸렸다."라고 하셨지만, 수도자로 살았던 추기경 님도 이럴진대 나처럼 평범한 이는 오죽할까, 생각하면 아득해지곤 합니다.<br>유럽 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아들도 자신이 당한 소매치기의 경험을 어렵게 털어놓았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유럽의 치안을 걱정하는 많은 이들이 '소매치기 조심해라'라는 말을 수도 없이 했었고, 나 역시 아들에게 그와 같은 말을 하면서 각별히 조심하라는 당부를 떠나기 전날까지 반복하였습니다. 사진이 취미인 아들은 비교적 고가의 카메라까지 들고 여행을 떠났기 때문에 나로서는 더욱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아들의 전언에 따라 사건을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았습니다.<br>그날 아들은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여행하고 있었습니다. 오후에 미술관 관람을 하고자 했던 아들은 숙소를 나와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할 요량으로 햄버거 하나를 테이크 아웃하여 가까운 공원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겉옷으로 바람막이 하나를 걸치고 그 위에 크로스백과 카메라를 X자로 겹쳐 메고 있었던 아들은 햄버거를 먹기 위해 공원의 의자에 앉았는데, 어떤 남자가 다가와서 아들의 등을 만지더니 등에 뭐가 묻었다고 하더랍니다. 영어는 그럭저럭 잘하는 편이지만 스페인어는 할 줄 모르는 까닭에 그런가보다 생각하며 다시 햄버거를 먹으려는데 자전거를 탄 다른 사람이 물병을 들고 나타나서 등에 뭐가 묻었으니 자신이 물로 닦아주겠다며 옷을 벗어보라고 권했답니다.<br>대낮이었고, 크게 경계심을 느끼지 않았던 아들은 그의 권유대로 옷을 벗기 위해 크로스백과 카메라를 벗었는데, 카메라는 조금 위험한 듯싶어 다시 어깨에 메고 크로스백은 옆 의자에 놓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바람막이에 묻은 것을 물로 씻고 있는데 자전거를 탄 그 사람이 아들에게 물병을 넘겨주고는 떠나더랍니다. 그 순간 옆에 벗어 놓은 크로스백으로 눈길을 돌리자 크로스백은 이미 사라지고 없더랍니다. 자전거를 쫓아 따라가 보았지만 맨몸으로 자전거를 따라잡을 수는 없고, 공원에 다시 돌아와 보니 바람막이마저 사라져 버렸더랍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허리에 차고 다녔던 휴대폰 커버 안쪽에 카드를 넣어두었던 까닭에 카드와 휴대폰은 잃어버리지 않았던 것입니다. 결국 그날 예약했던 미술관은 가지도 못했고, 현지 경찰서에 도난 신고를 하고 폴리스 리포트((Police Report)를 받은 후 영사관에 들러 긴급여권을 발급받았다고 합니다. 분실한 크로스백 안에는 운전면허증과 여권, 선크림과 세안 도구, 텀블러, 보조배터리 등이 들어 있었다고 합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아들은 여권과 운전면허증을 재발급 신청하였으며, 여행자보험사에 제반 비용을 보상 청구하였습니다.<br>사실 아들의 경험은 여행지에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가벼운 해프닝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그렇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말도 몸으로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방심하게 됩니다. 다행인 것은 아들이 그 사람들로부터 어떠한 신체적 위해도 받지 않고 무사히 귀국할 수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시차적응으로 힘들어하던 아들은 이제 정상으로 돌아온 듯합니다.]]></description></item><item><author>꼼쥐</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잊었던 슬픔과 장미의 나날 - [사랑이 있으니 살아집디다 - 강순희 말하고 유시민 듣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281920</link><pubDate>Sun, 17 May 2026 15:4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28192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92137800&TPaperId=1728192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50/97/coveroff/k992137800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92137800&TPaperId=1728192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사랑이 있으니 살아집디다 - 강순희 말하고 유시민 듣다</a><br/>유시민.김세라 지음 / 은빛 / 2026년 03월<br/></td></tr></table><br/>아파트 울타리에는 넝쿨장미가 한창이다. 초록의 잎새 위에 핀 붉은 꽃송이. 초록과 붉음의 완벽한 대비는 때론 애절하다.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해서 더욱 애절한 게 5월이다. 붉은 꽃잎은 마치 5월의 희생과 피의 헌신을 닮은 듯 서글프다.&nbsp;46년 전&nbsp;5월 18일은 광주의 무고한 시민들이 국가 공권력에 의해 무참히 피를 흘렸던 날이고, 5월 23일은 검찰과 언론이 합작하여 퇴임한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갔던 날이다. 그날에 맞춰 장미는 피어나고, 아파트 울타리를 타고 올라 붉음을 토하고 있다. 애절함을 기념한다는 게 어찌 말이 될까마는 우리는 터져 나오는 울분을 붉은 꽃잎에 기록하며 뜨거운 5월을 보내고 있다.<br>"'사람 강순희'를 만난 것이 운명인지 모르겠다. 노무현 대통령은 역사에 관심이 많고 정의감이 높은 분이었다. 그가 대통령이었던 때 인혁당재건위 사건 희생자들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나는 노무현의 정치적 동지였으며 국회의원과 장관으로 일하면서 그를 도왔다.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둘이 만났던 때 그는 내게, 정치보다는 글 쓰는 일을 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나는 우여곡절 끝에 정치를 떠나 글 쓰는 일로 돌아왔고, 그런 나를 강순희가 찾아냈다. 운명이라고까지 말할 수는 없을지 몰라도, 노무현 대통령이 맺어준 인연임에는 분명하다. 나는 그 인연을 받아들였다."&nbsp; (p.23~p.24 '프롤로그' 중에서)<br>자신의 인생 전체에서 억울한 일 한두 가지 겪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마는 그 억울함에도 정도가 있는 게 아닌가. 내 가족이, 나의 친척이 아무도 저항할 수 없는 국가 권력의 희생자가 되어 이유도 없이 삶을 마감하였다면, 살아남은 자는 그 억울함이 오히려 한이 되어 사는 게 무척 고통스럽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마른하늘에 날벼락으로 남편을 잃었던 강순희 여사와 유시민 작가의 대담 형식으로 기록된 이 책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유쾌하게 이끌어져 간다. 자신의 억울한 역사를 털어놓는 당사자(강순희)도 이를 듣고 있는 작가(유시민)도 마치 서로의 아픔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오랜 지기가 만나 수다를 떠는 양 즐거운 분위기인 것이다.<br>"박정희 때는 하루도 조용했던 적이 없었지만 우리는 우리대로 잘 살았어. 남편하고 바람 쐬러도 다녔고. 1972년이었나? 우리 열여섯 번째 결혼기념일이었는데, 그이랑 부천에 사놓은 포도밭을 둘러봤어요. 그런데 오는 길에 택시 기사 아저씨가 신호 위반으로 걸린 거야. 군인이 면허증 내놓으라고 하는데, 내가 나가서 막 봐달라고 했어요. 내가 생각해도 웃긴 일이었지. 우리가 책임질 일이 아니었잖아요? 우리가 결혼 16주년이라 내가 그 얘기를 너무 재미있게 하는 바람에 기사 아저씨가 듣느라 그랬다고. 한번 봐달라고. 그랬더니 정말 결혼기념일이냐면서 그냥 가라고 했어."&nbsp; (p.117)<br>아흔세 살의 강순희 여사는 평안도 박천에서 태어나, 만주 하얼빈에서 자랐고, 평양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사업 수완이 좋은 아버지 덕에 북에서 있을 때만 하더라도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듯하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가족과 함께 남쪽으로 피난하여 부산에 정착하였고, 한국은행에 입사하여 재직하던 중 혁신 운동에 뜻을 둔 우홍선을 만나 가정을 이루었고, 슬하에 3녀 1남을 두었다. 1974년 남편 우홍선이 1차 인혁당 사건으로 구속되어 이듬해 4월 8일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되자 다음 날 새벽 사형이 집행되었다. 이후 네 자녀를 돌보며 남편의 억울한 죽음을 증언하고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다.<br>"아무 여한이 없어요. 오늘 밤에 죽는다 해도 괜찮아. 남편 일로 좀 힘들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으니까. 신랑도 잘 만났고, 사랑도 잘 했고, 남편 일로 싸울 때도 잘 싸웠어요. 자기한테 주어진 것을 극복하면서 사는 게 인생이잖아요. 나한테 주어진 환경과 조건에서 내 힘껏 노력하고 살았어요. 최선을 다했어요. 남편 죽었을 때는 막 같이 죽고 싶었지. 그런 생각이 든 순간이 여러 번 있었어. 그렇지만 아이들 위해 살아야겠다 싶어서 고비를 넘겼어요. 사랑이 있으니 살아집디다."&nbsp; (p.262)<br>넝쿨장미 흐드러진 5월이 오면 알 수 없는 부채의식에 시달릴 때가 더러 있다. 장미의 가시가 가슴을 콕콕 찌르는 듯도 하고, 특별한 노력도 없이 이런 행복을 무상으로 즐겨도 되는가, 곰곰 생각하기도 한다. 암적색으로 만개한 장미 한 송이에 오래도록 시선이 머물기도 한다. 각자의 운명은 불가항력이라 하겠지만,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남은 삶을 송두리째 던지는 사람도 있다는 걸 생각할 때 내 삶은 무척이나 초라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각자의 부끄러움을 알리기 위해 5월의 장미는 저리도 붉고 선명하게 피어나는지도 모른다. 올해도 넝쿨장미는 무심히 피고, 초록과 붉음의 대비가 시리도록 눈에 도드라져 나는 불현듯 잊고 있었던 슬픔이 되살아났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50/97/cover150/k992137800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8509769</link></image></item><item><author>꼼쥐</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속는 셈 치고 한 번 -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 -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278390</link><pubDate>Fri, 15 May 2026 16:2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27839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0128433&TPaperId=1727839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590/46/coveroff/897012843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0128433&TPaperId=1727839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 -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a><br/>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9년 11월<br/></td></tr></table><br/> 언제나 그렇지만 내가 '산스장'에서 운동을 하는 시간이면 멋쟁이 할아버지가 어김없이 나타나곤 한다. 오늘 아침에도 여느 날과 다르지 않았다. 윗몸일으키기를 하기 위해 누웠는데 할아버지 역시 내 옆자리에 눕는 게 보였다. 천천히 자세를 잡으면서 다 누울 때까지&nbsp;'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하는&nbsp;가벼운 신음을 연달아 내고 있었다. 길게 누워 두 손을 머리 위로 뻗으면서 내게 묻기를, '나는 아직 누울 때 당신처럼 아프지는 않겠지'라는 질문이었다. 그 질문 안에는 나도 너처럼 젊었을 때는 어디에 눕더라도 아프지 않았고, 윗몸일으키기쯤이야 수십 번쯤 거뜬히 해치웠었다는 뉘앙스의 아쉬움과 그리움이 묻어나고 있었다. 나는 아프지 않다는 대답을 건성으로 하고 말았다. 할아버지는 누운 채 어깨며 허리며 몸 이곳저곳을 두들기고 있었다. 며칠 전만 하더라도 보이지 않던 모기가 ';산스장' 곳곳을 빠르게 돌고 있었다. 아침 기온이 낮고 건조하던 며칠 전과는 다르게 비가 온 후 기온이 빠르게 오르는 바람에 때를 만난 모기들도 덩달아 신이 난 모양이다. 1940년생인 할아버지의 마른 체구에서 빨아먹을 피가 얼마나 있다고 극성스러운 모기떼가 앵앵거리며 달려들고 있었다.<br>이렇게 반복되는 일상에 문득 싫증이 나고, 미약하던 의욕마저 뚝 떨어져 사는 게 그저 덤덤하게만 느껴지는 시기가 찾아오면 나는 주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읽는다. 하루키 역시 독자들에게 없는 기운이라도 짜 내서 으쌰으쌰 열심히 살아보라고 권하는 건 아니지만 무심한 듯 툭툭 던지는 말을 아무런 감흥도 없이 되뇌고, 겉도는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낱낱의 문장을 손가락을 짚어가며 읽다 보면 어느 순간 '그래도 기운을 내서 한 번 살아봐야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br>"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는 도쿄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했고, 그는 홋카이도에 있는 대학에 진학했다. 그리고 나는 도쿄에서 태어난 동급생과 결혼했고, 그는 오타루에서 태어난 동급생과 결혼했다. 인생이란 그런 거다. 식물의 씨앗이 변덕스러운 바람에 날려 운반되듯이, 우리도 역시 우연이라는 대지를 목표도 없이 방황한다."&nbsp; (p.56 '그녀의 거리와 그녀의 면양' 중에서)<br>하루키의 초기 단편들을 모은 소설집 &lt;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gt;는 내가 이따금 생각이 날 때마다 펼쳐보는 책이다. 물론 '4월'이라는 특정한 달이 제목에 포함된 까닭에 그해 4월에 읽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매년 4월마다 이 책이 떠오른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단편이라고 하기에도 짧은 18편의 소설이 실린 이 책은 하루키의 열혈 독자들에게는 꽤나 인기가 있는 편이어서 하루키의 팬을 자처하는 나로서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눈에 띌 때마다 읽게 된다.<br>"4월의 어느 맑은 아침, 히라주쿠의 뒷길에서 나는 100퍼센트의 여자와 스쳐 지나간다. 그다지 예쁜 여자는 아니다. 멋진 옷을 입고 있는 것도 아니다. 머리카락 뒤쪽에는 나쁜 잠버릇이 달라붙어 있고, 나이도 모르긴 몰라도 이미 서른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나 50미터 앞에서부터 나는 확실히 알고 있었다. 그녀는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여자인 것이다. 그녀의 모습을 본 순간부터 내 가슴은 불규칙하게 떨리고, 입안은 사막처럼 바싹바싹 타들어간다."&nbsp; (P.21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 중에서)<br>하루키 소설의 장점은 그의 소설이 분명 현실을 다루고 있는 듯하지만 현실에서 미세하게, 이를테면 현실의 공간에서 반 발자국쯤 떨어진 듯한 인상을 받게 한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현실에 지친 독자는 소설을 읽는 동안 현실로부터 살짝 떨어져서(또는 현실을 잠시 잊은 채로) 독서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현실로부터 발을 뺀 채 시간을 보내다 보면 다시 현실로 복귀해야겠다는 마음이 슬몃 드는 것이다. 이와 같은 처방은 그의 에세이에서도 다르지 않다. 작품을 읽는 독자에게 자신의 감정을 강요하지도 않고,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밀어붙이지도 않는다. '내 생각은 이러이러한데 당신이 받아들이든 그렇지 않든 그것은 당신의 선택의 문제일 뿐 나는 관여하지 않겠어' 하는 식의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다.<br>"5월의 태양 아래를, 양손에 운동화를 들고 낡은 방파제 위를 걸어가면서 나는 예언한다. 너희는 무너져버릴 것이다, 라고. 몇 년 뒤인가, 몇십 년 뒤인가, 몇백 년 뒤인가 나는 모른다. 하지만 너희들은 언젠가 확실히 무너져버린다. 산을 무너뜨리고, 바다를 메우고, 우물을 메우고, 죽은 사람의 혼 위에 너희들이 세워 올린 것은 도대체 무엇이냐? 콘크리트와 잡초와 화장터의 굴뚝, 그것뿐이지 않은가."&nbsp; (P.120 '5월의 해안선' 중에서)<br>'삶의 권태기'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우리는 시시때때로 일상이 지겨워지고 나른한 권태에 짓눌리기도 한다.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우울증과 같은 만성적인 질병으로 발전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외투에 붙은 먼지처럼 가볍게 툭툭 털어버릴 수 있는, 일시적인 감기처럼 지나가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가 나이가 들고 이곳저곳 아프기 시작하면서부터 일상의 나른한 지겨움은 조금씩 정도를 높여간다는 점이다. 내가 생각할 때 하루키의 책은 그와 같은 증상에 대한 어느 정도의 처방책이 될 수도 있다. 책을 싫어하는 사람도 일단 한 번 그의 작품에 빠져들어 볼 필요가 있다. 속는 셈 치고 말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590/46/cover150/897012843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5904650</link></image></item><item><author>꼼쥐</author><category>일상의 기록</category><title>길 위에서</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276253</link><pubDate>Thu, 14 May 2026 15:2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276253</guid><description><![CDATA[한낮 기온이 많이 올라 마치 초여름의 날씨처럼 더워졌습니다. 어느 해였을까요. 역대 최장 기간 장마라는 기상청 예보에도 불구하고 강수량은 오히려 다른 해에 비해 줄고,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흐렸던 날이 많아 비교적 선선한 여름을 보냈던 적이 있습니다. 그 시기의 사람들은 다들 장마 기간이 맞느냐며 기상청의 예보를 못 미더워했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기상청의 예보는 단지 예보일 뿐 중계가 아닌 까닭에 정확히 맞출 가능성은 있지만 반대로 언제든 틀릴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걸 사람들은 애써 외면하는 듯합니다. 올해 장마는 6월 19일 제주서부터 남부지방은 6월 23일, 중부지방은 6월 25일경 시작되어 제주는 7월 20일, 남부 7월 24일, 중부는 7월 26일경 끝이 날 것이라는 예보가 있습니다만 예보는 예보일 뿐 어떻게 달라질지 누구도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br>4월 초순에 유럽 여행을 떠났던 아들이 오늘 귀국했습니다. 아들은 4월 9일 출국하여 뮌헨을 경유하는 런던행 비행기를 타고 첫 여행지인 런던에 도착했습니다. 런던 여행을 마친 아들은 유로스타를 타고 파리로 이동하여 두 번째 여행지인 파리에서 지내다가 기차를 타고 스트라스부르로 이동하였고, 그곳의 여행을 마친 후 비행기를 타고 니스로 이동하였고, 니스 여행을 마친 후 비행기를 타고 스페인 바셀로나로 향했습니다. 바르셀로나 여행을 마친 후 다시 사리아로 이동하여 사리아에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이르는 115km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습니다. 그곳에서 다시 포르투의 포르투로 이동하여 여행을 하고, 마지막 여행지인 리스본으로 이동하였습니다. 리스본 여행을 마친 후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하는 비행기를 타고 오늘 인천공항에 도착한 것입니다. 이 모든 계획과 항공권 구매 및 숙박 예약 등을 군에서 제대하지 않았던 작년 말에 미리 해 놓았던 까닭에 중동 전쟁이 발발한 후에도 이전 가격으로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빡빡한 여행 일정을 본 할머니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셨지만 말입니다.<br>벤 몽고메리가 쓴 &lt;게이트우드 할머니의 발자국&gt;을 읽고 있습니다. 67세의 나이에 3,500킬로미터의 애팔치아 트레일을 146일 만에 완주하였으며, 77세에는 AT를 세 번이나 완주한 최초의 인물인 게이트우드 할머니의 장대한 여정을 기록한 이 책은 읽는 이로 하여금 많은 것을 느끼게 합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백두대간 종주를 하는 많은 산악인들이 있습니다. 나는 매일 아침 동네 뒷산을 오르는 것도 힘겨워하는데 말입니다. 애팔치아 트레일을 다룬 책을 읽었던 건 이번이 두 번째인가 봅니다. 예전에 나는 빌 브라이슨이 쓴 &lt;나를 부르는 숲&gt;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다른 코스이기는 하지만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을 걸었던 셰릴 스트레이드의 &lt;와일드&gt; 역시 감명 깊게 읽었던 책입니다.<br>"그녀는 방문을 닫고 가방을 내려놓은 후 거울 앞에 섰다. 자기 앞에 서 있는 여인의 모습은 누군지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날파리가 눈 근처를 물어뜯어 부어올랐다. 입고 있던 스웨터는 온통 찢어진 곳으로 가득했다. 머리는 엉망이었고 발은 부르텄다. 엠마는 자기가 마치 하수구에서 기어 나온 주정뱅이 같다고 생각했다. 떠돌이. 예순여섯 살이나 먹고 실패한 인생."&nbsp; (P.35)<br>잭 케루악의 소설 &lt;길 위에서&gt;가 떠오릅니다. '따라가다 보면 어딘가에 여자, 미래, 그 모든 것이 있으리라는 사실을 난 알고 있었다. 따라가다 보면 어딘가에서 내게 진주가 건네질 것이다.'<br>]]></description></item><item><author>꼼쥐</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안개 낀 길을 걸어... - [화가 서용선의 일상을 따라나서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274176</link><pubDate>Wed, 13 May 2026 15:3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27417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02138862&TPaperId=1727417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51/34/coveroff/k10213886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02138862&TPaperId=1727417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화가 서용선의 일상을 따라나서다</a><br/>고진예 지음 / 희종 / 2026년 04월<br/></td></tr></table><br/>일부러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nbsp;화가와 관련된 책을 자주(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읽게 된다. 얼마 전에는 독일 화가 안젤름 키퍼를 다룬 책 &lt;숲과 강 그리고 안젤름 키퍼&gt;를 읽었고, 그때의 느낌이 워낙 특별해서 지금까지도 여전히 인상 깊게 남아 있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읽은 &lt;화가 서용선의 일상을 따라나서다&gt; 역시 특별했다. 그러나 책을 읽기 전에 나는 화가 서용선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었다. 고진예 작가가 쓴 이 책은 화가 서용선의 일상에 더하여 화가와 작가의 대화 내용을 함께 수록함으로써 화가의 생각과 사상이 녹아들게 하고 있다.<br>"그는 역사화는 서울대학교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교수진에서는 민중화나 역사화를 그린 분이 없었고, 앵포르멜 이후의 세대와 그의 이전 교수진들을 포함해서 그런 류의 그림을 그린 분이 없었다. 그가 그린 조선시대의 그림은 역사에 관심을 두게 된 시점에 접근 방법을 시도해 본 그림이라고 한다. 비록 그가 민주화 투쟁에 가담하지는 않았으나, 그의 역사의식은 투쟁이 아닌 지적 사고의 발현으로 그림에 표출된 것은 아닐까. 또한, 그에게 역사화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신문 연재로 읽던 역사 소설에 연이 닿아 있다고 한다. 역사 소설은 화가인 그가 문학적 텍스트를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었던 계기로서 친근하게 다가온다."&nbsp; (P.183~P.184)<br>2007년부터 약 1년 동안 매주 경기도 양평에 있는 화가의 문호리 작업실을 찾아 화가와 대화를 나누고, 변해가는 바깥 풍경을 기록하고, 화가가 던진 사유의 조각들을 조용히 맞춰 왔다. 책을 읽는 독자는 먼저 그의 그림에 눈길이 간다. 단순하고 직선적인 골격에 강렬한 원색의 굵은 터치는 마치 8,90년대 민주화 운동 당시의 걸개그림과 닮은 듯하다. 2000년대 이후 동학농민운동과 단 관련 역사 서사를 주제로 그가 그렸던 그림들은 여러 점의 자화상과 더불어 보는 이로 하여금 강렬한 인상을 받게 한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역사적 운명에 대한 반항일지도 모른다. 역사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인간의 현실은 또 다른 역사가 되어 후손에게 전달될 것이다.<br>"문학이나 예술은 영원성이 있어.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나도 예술을 통해 그들이 말하려 했던 것을 느낄 수 있어야 해. 물론 행동도 좋으나 문학을 하는 사람이면 문학으로서 깊이를 가져야 한다는 거야. 만약 시간이 많이 지나 역사적 상황을 경험하지 않은 앞으로의 세대가 그들의 글을 읽었을 때, 글에서 깊이보다 작가의 울분과 신경질만 느껴진다면 훌륭한 글이 아니라는 거지."&nbsp; (P.28)<br>서용선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화가가 그림만 잘 그리면 되지 공부가 뭔 필요야.' 하는 생각은 애저녁에 사라지게 된다. 그림의 깊이는 결국 화가의 사유와 깨달음의 정도에서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게다가&nbsp;서용선의 그림을 감상하는 이들 대부분이 서로 비슷한 느낌과 감동을 공유하는 걸 보면 화가 본인이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사유의 깊이가 그림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말하자면 화가의 진정성이나 현실을 바라보고 재해석하는 화가의 가치관이 그림과 함께 투명하게 전달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고흐를 사랑하는 까닭은 그의 그림 속에서 삶의 진실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이 책의 저자인 고진예 작가를 비롯하여 많은 이들이 서용선 화가의 작품을 아끼는 까닭은 일반 민중의 현실과 삶의 진실이 그림을 통하여 가감 없이 전달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화가 본인도 천형처럼 느껴지는 삶의 고단함이 역사의 은유 속에서 면면히 이어지고 있음을 자신의 그림에 담으려고 애쓴 듯하다.<br>"문자는 이미 음성적 속성을 갖지. 우리가 문자를 눈으로 읽을 때 본다는 것은 빛의 파동에 의해 시각적인 형태로 감지되잖아. 그래서 문자를 읽는다는 것은 파동을 인지한다는 거야. 그것은 이미 소리 형태를 보인다는 거지. 미술에는 이미지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 이미지는 이미 현실이고 실체가 있는 거지. 왜냐하면 우리가 그림을 그릴 때 이미지는 재현적이지만, 이미 현실에 놓인 공간 안에 존재하기에 실체가 있는 현실적 이미지라는 거야. 우리는 실체가 없는 그린다고 하지만 그림이라는 것은 늘 공간 안에 놓이고 공간과 연결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인 거지."&nbsp; (P.155)<br>오늘 아침,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등산로에는 안개가 자욱했었다. 그 시각에도 어디론가 일을 하러 나가는 사람들이 보였고, 그들의 얼굴에는 삶의 고단함이 허연 버짐처럼 더께더께 피어나고 있었다. 그림에는 영 소질이 없는 나로서는 그 한컷의 장면을 그림으로 남길 수는 없었지만, 화가 서용선의 핏발 선 눈빛의 자화상이 처진 어깨를 한 그들의 무거운 발걸음을 내내 노려보고 있는 듯했다. 삶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었다. 끊이지 않고 힘겹게...]]></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51/34/cover150/k10213886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1513455</link></image></item><item><author>꼼쥐</author><category>일상의 기록</category><title>동기부여 또는 실천력에 대하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272190</link><pubDate>Tue, 12 May 2026 15:0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272190</guid><description><![CDATA[동기부여란 때론 어떤 간절함에서 오기도 하지만 사실은 그 사람이 지닌 준법정신에 의존하는 경향이 더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준법정신이란 이를테면 법을 잘 지킨다는 절대적 통념도 있겠으나 사회적 관습이나 자신이 세운 어떤 규칙 또는 가까운 사람들이 나에게 갖는 기대나 바람 등을 무시하지 않고 잘 지키려고 애쓰는 마음 역시 넓은 의미에서의 준법정신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어떤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한 사람이 미루지 않고 실행할 수 있는지의 여부는 간절함에서 오는 개인의 의지라기보다 한 사람에게 어려서부터 주입된 준법정신과 그에 따른 실천 연습이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은 것입니다.&nbsp;소위 '밥상머리 교육'으로 불리는 유아기적 훈련은 개인의 준법정신을 함양하고 이를 실천으로 연결시키는 훈련을 강화함으로써 그가 성인이 되었을 때 자신의 생각과 실천 사이의 간극을 꽤나 좁혀주는 듯합니다. 이것은 비단 자신의 생각이나 계획에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에게 거는 기대를 감지하고 그 기대에 부응하고자 노력하는 것 역시 그와 같은 훈련 덕분이라 하겠습니다.<br>물론 이와 같은 교육이 장점만 있고 단점은 없는, 이른바 완벽한 교육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고 했던 자크 라캉의 말처럼 우리는 자신의 판단 기준이 서기도 전에 타인에 의해 형성된 옳고 그름의 기준을 무척이나 많이 습득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성인이 된 후에도 우리는 그 기준에 의해 자신의 욕망을 결정하고 이를 실천하는 경향이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이 다 나쁘다고는 말하기 어렵겠지요. 공동체 생활을 이어가야 하는 우리가 이 사회에서 용인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기준, 사회 생활에서 유리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구별 등을 미리 습득함으로써 사회에 진출했을 때 크게 당황하지 않고 적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더 유리한 선택을 취할 수도 있을 테니까 말입니다.<br>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떨어지면서 자신의 자녀를 자유분방하게 키우겠다는 부모들이 늘고 있는 듯합니다. 시쳇말로 '금쪽이'로 키우겠다는 뜻이지요. 제 주변에서도 그런 부모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그러나 그들 자녀에 대해 곰곰 생각해보면 자녀가 자라 어른이 되었을 때, 또는 인생의 고비마다 자신의 내부에서 어떤 간절함이 발현되기를 기다리며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의미인데, 과연 우리는 자신의 삶에서 간절함에 기대어 의지를 불태웠던 적이 몇 번이나 있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할 일입니다. 우리는 대개 자신에게 고비가 찾아올 때마다 간절함보다는 보이지 않는 어떤 의무감과 같은 준법정신을 바탕으로 수많은 고비들을 넘어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렇지 않은 분들도 물론 있겠지만 말입니다.<br>부모의 자녀 교육에 있어 오롯이 자녀의 선택에 맡겨두고자 하는 부분은 그 영역이 많고 적음의 차이는 있겠으나 어느 부모에게나 있을 테지요. 천주교를 믿는 우리 부부도 아들이 아무것도 모른 채 세례를 받는 것을 원하지는 않았습니다. 적어도 자신의 종교만큼은 본인이 알아보고, 자신의 의지에 따라 선택되기를 원했던 것입니다. 지금도 아들은 종교가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언젠가 필요하다고 믿게 되면 스스로 하나의 종교를 선택하겠지요. 이와 같은 결정은 우리나라의 종교 중 일부가 정치세력화한 데서 기인했는지도 모릅니다. 자아가 형성되기 이전의 아이들을 상대로 혐오와 차별의 언어를 주입하고 그와 같은 행동을 강요함으로써 그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에도 자신들의 수족처럼 부리겠다는 발상은 마치 그루밍 범죄를 연상케 합니다. 심지어 어느 목사는 공공연히 종교는 그루밍일 수밖에 없다고 떠벌리기도 합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종교를 강요할 수 있겠습니까.<br>얼마 전 나는 뉴욕에 사는 여동생의 가족들과 전화 통화를 했었습니다. 안부를 묻는 게 대부분이었습니다만 대학원에 다니는 큰조카와의 통화는 지금도 여전히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조카는 비록 힘이 약한 여성의 입장이지만 이스라엘의 잔인성을 목격하면서 뜻을 같이 하는 시민들의 시위에 시간이 날 때마다 종종 참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시위에 참여하는 젊은이들은 최근 들어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며 대학생은 물론 고등학생이나 그보다 어린 학생들도 많이 볼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믿는 정의는 어쩌면 학교나 종교단체에서 가르칠 수 있는 게 아닐지도 모릅니다. 거친 아스팔트 위에서, 뜻을 같이 하는 이들과의 연대 속에서 정의와 사랑이 싹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성인이 된 당신이 일어나야 할 시간에 일어나고, 잠들어야 할 시간에 잠들지 못한다면 그것은 어쩌면 준법정신의 부족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의 실천력은 의지나 간절함에서 비롯되는 게 아니라 준법정신의 발현에 가깝다고 믿는다면 당신의 어릴 적 밥상머리 교육이 어떠했는지 한 번쯤 되돌아볼 듯합니다. 어쩌면 말입니다.]]></description></item><item><author>꼼쥐</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불가능한 것들은 모두 그립다 - [서른에 시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267734</link><pubDate>Sun, 10 May 2026 11:0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26773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22135152&TPaperId=1726773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578/88/coveroff/k22213515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22135152&TPaperId=1726773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서른에 시린</a><br/>김보겸 지음 / 사람과가치 / 2026년 03월<br/></td></tr></table><br/>'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다'는 말은 감정의 폭의 크지 않다는 걸 의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볼 때 정서적으로 안정된 사람은 자신의 감정 표현에 솔직한 사람일 수도 있다. 예컨대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마음껏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그를 두고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와는 반대로 아름다운 노을에 하염없이 빠져들거나 일출의 장관에 감동의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사람은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예술가가 느끼는 감정의 진폭을 다른 정상인의 기준으로 판단할 때 일반적으로 정상의 범주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그 기준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예술인은 예외로 한다는 규정 또한 갖고 있지 않다.<br>김보겸 작가의 에세이 &lt;서른에 시린&gt;을 읽는 내내 나는 그와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그것은 MBTI 성격유형검사에서 T나 F로 분류되는 것처럼 그렇게 단순한 문제는 결코 아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T로 분류되는 모든 사람은 어떤 예술가도 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정서란 다소간의 성향적 특성은 있을지언정 칼로 무 자르듯 그렇게 명확하게 나눌 수는 없다. 누구나 같은 인간이라는 공통의 범주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br>"생각해 보면 말로 표현되면 현실을 정의하는 것 같아 숨을 쉴 수 없던 것을 나는 시로 썼고, 시를 쓰며 살아 있다는 것을 느꼈다. 시간이 한참 지나 시를 쓴 까닭은, 내 마음을 움직였던 여운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크다. 시가 주는 언어로 삶을 바라보는 노력은 사람들이 쉼을 갖고 싶을 때 하나의 답이 될 거라고 전하고 싶었던 마음도 있다."&nbsp; (p.52)<br>제목에 나이를 뜻하는 어떤 단어가 포함된 책이나 노래를 만날 때가 더러 있다. 그럴 때 나는 그 제목을 물끄러미 바라보곤 한다. 나의 기억 회로가 제목이 의미하는 정확한 나이대로 되돌아갈 수 없는 까닭에 텅 빈 머릿속이 한동안 멍한 상태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김보겸 작가의 &lt;서른에 시린&gt;도 다르지 않았다.&nbsp;나이에 'ㄴ' 받침이 들어가는 첫 순서이기도 한 '서른'이라는 나이가 아득히 멀게 느껴지기도 했다. 서른, 마흔, 쉰, 예순... 우리는 그렇게 나이가 들고 시나브로 성숙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br>"서른이 넘어가면서부터 잔잔한 파동을 좋아한 것 같다. 사람들로 가득 찬 술집보다는 테이블이 몇 안 되는, 사장님의 손때가 묻은 식당이 편하고 정이 간다. 직접 담근 된장으로 끓인 찌개와 아침에 새로 한 듯한 김치, 사장님만의 특수 간이 되어 있는 삼겹살을 지글지글 구우면 술을 마시기 전인데도, 그 정경이 참 맛있게 느껴진다. 식당을 오고 간 지 십여 년은 되었는지, 자연스럽게 주방을 드나들며 반찬을 가져가는 단골손님의 넉넉한 웃음마저 정겹다."&nbsp; (p.133~p.134)<br>사람의 마음도 나이가 듦에 따라 수분을 잃고 푸석푸석 건조해지게 마련, 다들 동안의 육체를 부러워하는 것처럼 촉촉한 감성을 유지하는 동심의 마음을 부러워했으면 좋겠다. 천천히 늙는다는 건 그 사람의 정서에 여전히 생명의 물기를 머금고 있다는 뜻이기도 한 까닭이다. 젊은 사람들이 매우 논리적이거나 바른말만 하는 어른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것처럼 사람의 정서 역시 타인의 감정에 녹아들지 못한 채 점점 메말라가는 것이다.<br>"때마침 노을이 졌고, 노을 끝에 닿은 아내의 표정이 맑아 마음에 담았다. 생각해 보니 맑은 사람을 꿈처럼 담는 일에도 여러 감정이 요동쳤고, 그럼에도 그 감정의 끝에는 아내가 있었다. 시간에 무뎌지면 마땅히 느껴야 할 계절조차도 사전에 박힌 이름처럼 건조하게 지나갈 때가 있는데, 아내를 만나 마르지 않은 계절들을 보냈다. 한 사람을 내 안에 담는 일이, 한 세상을 담는 일만큼이나 소중하다는 것을 안 후로 한 걸음씩 하루를 놓는 일에 늘 다정하려 애쓴다. 시린 마음의 끝에서도 변하지 않고 아내의 손을 잡는다. 그대 잇기에 한순간 꿈처럼 빛날 수 있었다."&nbsp; (p.45~p.46)<br>지난 3월에 군을 제대한 나의 아들은 4월 9일에 출국하여 유럽 전역을 돌고 있다. 서른의 끝자락에 선 작가가 이렇게 흔들렸던 것처럼 홀로서기를 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 아들 역시 유럽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복학 준비를 하고 멀지 않은 미래에 '서른'이라는 나이를 경험하겠지만, 그것 역시 남들과 다르지 않은 통과의례라고 말해주고 싶다. '서른을 아끼고 싶은 마음에 서른이 시리다'고 썼다는 작가는 어쩌면 10년이 훌쩍 지난 어느 시점에 '마흔에 시린'을 쓰게 될지도 모른다. 지나고 나면 모든 것이 그리워진다. 우리는 그렇게 불가능한 어떤 것에 끝없이 매달린다. 우리의 삶이 다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578/88/cover150/k22213515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5788811</link></image></item><item><author>꼼쥐</author><category>일상의 기록</category><title>시간의 갈피를 접어</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264926</link><pubDate>Fri, 08 May 2026 17:1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264926</guid><description><![CDATA[바람이 제법 불고 있습니다. 사무실 인근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데 가로수의 잔가지며 삭정이들이 인도에 널브러져 어지러웠습니다. 바람이 강하게 불겠다는 일기예보를 엊저녁 뉴스 시간에 얼핏 들었던 것도 같습니다. 이런 날, 건물과 건물 사이에서 부는 도시의 골바람은 마치 한여름에 부는 태풍처럼 그 세기가 대단합니다. 강한 바람이 부는 탓인지 쏟아지는 햇살은 더없이 맑고 강렬하여 오가는 행인들의 얼굴을 금세라도 벌겋게 태워 놓을 듯했습니다. 선명하게 푸른 하늘과 하얗게 반짝이는 뭉게구름이 온종일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던 하루, 오늘은 54번째 맞는 어버이날이었습니다.<br>낮에 점심을 먹으면서 우연히 듣게 된 친한 친구의 사고 소식에 깜짝 놀랐습니다. 올해 초 두 분 부모님을 모두 떠나보냈던 친구는 부모님이 살던 시골집을 정리하여 정년 퇴임 후 그곳에 가서 노후를 보낼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친구는 짬이 날 때마다 그곳에 가서 집 주변을 정리하고, 쓰레기를 버리고, 동네 사람들과 어울려 시간을 보내기도 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 어린이날도 친구는 혼자 그곳에 가서 낡은 가구를 정리하던 중 의자의 쇠붙이 부분을 떼어내기 위해 그라인더를 사용하다가 그만 그라인더를 놓쳐서 다리에 심한 상처를 입었고, 워낙 출혈이 심했던 탓에 119 구급차를 불렀지만 봉합 수술을 받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었나 봅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동맥이 다치지 않음으로써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피를 많이 흘린 때문인지 친구는 지금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고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사고는 정말 한순간에 벌어지는 일인가 봅니다. 유시민 작가가 기록한 강순희 여사의 인터뷰집 &lt;사랑이 있으니 살아집디다&gt;를 읽고 있습니다.<br>"중학교 다닐 때였는데 공책에 '인생이란?' 하고 써놓은 적이 있어요. 담임 선생님이 그거 보고 놀렸어. '야, 순희, 벌써 인생을 생각하냐?' 인생이 뭘까요?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자기한테 주어진, 자기 앞에 펼쳐진 운명을 열심히 살아가는 거, 그게 인생이다. 자기에게 주어진 환경과 현실을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서 극복하며 사는 거, 그게 인생이다. 어려운 문제가 생겨도, 장애물이 닥쳐도, 원망 같은 거 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거다. 그런 게 쌓여 인생이 된다. 애들한테 늘 그렇게 얘기했어요. 나도 그렇게 살았고."&nbsp; (p.259)<br>중간에 하루의 휴일이 있었던 까닭인지 다른 주에 비해 한 주가 빠르게 흘러간 듯합니다. 나는 나는 내가 보냈던 시간의 갈피를 접어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어집니다. 내가 살았던 과거의 한 순간을 가감없이 뚝 잘라내어 인생 별거 없음을 솔직하게 말하고 싶어집니다. 그렇게 나는 내가 보냈던 시간의 갈피로 그의 등을 토닥이고 싶은 것입니다. 삶이 힘들다고 느끼는 다른 누군가에게 말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동시대를 살아가는 삶의 동지이기 때문입니다.]]></description></item><item><author>꼼쥐</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AGI 시대에 나로 산다는 건 - [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살게 하는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263163</link><pubDate>Thu, 07 May 2026 18:5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26316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52137633&TPaperId=1726316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021/0/coveroff/k35213763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52137633&TPaperId=1726316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살게 하는가</a><br/>김종구 지음 / 위커리어북스 / 2026년 04월<br/></td></tr></table><br/>자신이 알고 있는 '나'와 타인이 파악하는 '나'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존재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하다. 예컨대 '나'는 성격이 급한 사람이라고 믿고 있는 사람일지라도 타인이 바라보는 관점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괴리는 개인의 경험이 축적됨에 따라, 관계가 넓어짐에 따라 그 폭이 점차 축소될 수는 있지만 나의 관점과 타인의 시선이 완벽하게 일치될 수는 없다. 그러므로 '나'에 대한 정의는 그 기준이나 조건에 따라 매우 가변적일 수밖에 없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최근 우리는 이마저도 극심한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AI의 발전이 가져온 이러한 혼란으로 인해 우리는 존재에 대한 믿음마저 뿌리째 흔들리게 되었다.<br>"만약 '나'를 내 행동 패턴, 선호, 반응의 총합으로 정의한다면, AI는 분명 나보다 나를 더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만약 '나'를 지금 이 순간 경험하는 것, 무언가를 의미있다고 느끼는 감각, 무엇을 위해 살겠다고 선택하는 의지로 정의한다면 AI는 나를 예측할 수 있을지 몰라도 알 수는 없다."&nbsp; (p.26)<br>파사컨설팅그룹 대표이사이자 20년간 산업 현장의 변화 한가운데에서 영업, 마케팅, 조직 리더십의 본질을 탐구해 온 김종구 작가는 자신의 저서 &lt;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살게 하는가&gt;를 통하여 AG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부상하는 기술에 매몰되거나 그 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은 채 나를 지키고. '나다움'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하여 우리는 스스로에게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며, 어떤 과정을 거쳐야만 굳건한 '나'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가에 대해 쓰고 있다. 어쩌면 이것은 AI의 출현 이전부터 제시되었어야 할 문제이지만, 언제부턴가 기술의 발전이 우리의 예상을 늘 앞서가는 까닭에 AI가 보편화된 이 시점에 문제를 직시하고 그 해결책을 찾기 위해 나섰던 것인지도 모른다. 한참 뒤늦은 감은 있지만 말이다.<br>"효율성이 최고의 가치가 되는 세계에서, 효율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사는 것을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필요해진다. 빠르게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천천히 하는 것, 최적화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를 깊이 돌보는 것, 생산적이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허용하는 것. 이것들이 비효율이 아니라 인간적인 삶의 조건이 된다."&nbsp; (p.302)<br>인간은 기본적으로 욕심이 많고, 게으르며, 끝없이 편한 것을 추종한다. 우리가 구축한 자본주의 체계는 이러한 인간의 기본 정서를 끝없이 이용한다. 자본주의 윤리는 근본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인간의 욕구를 이용하여 부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넘지 말아야 할 한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편안함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구에 부응하여 가상현실(VR)이나 검색 기술은 이미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 지 오래되었고, 언제든 명령만 내리면 AI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판단을 내리는 것은 물론 실제와 같은 영상도 뚝딱 만들어내는 시대가 되었다. 그에 비례하여 인간의 가치는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br>"AGI가 완전히 실현된 세계에서, 모든 것이 편리해졌는데도 여전히 직접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AI가 더 잘해줄 수 있는데도 굳이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그것이 바로 잃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알았다면, 지금 당장 그것을 더 많이 살아가는 것이다. 잃지 않기 위해 지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삶의 중심이 되도록.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그 중심이 단단한 사람은 휩쓸리지 않는다."&nbsp; (p.102)<br>경쟁이란 오직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만 존재하는 어떤 것으로 인식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가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연전연패하는 모습을 보고 크나큰 충격을 받았던 시점부터 우리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경쟁보다 더 위험한 경쟁이 존재한다는 걸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인간의 능력이란 게 참으로 보잘것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토록 추락한 인간 가치를 고양하고 AGI 시대에도 변함없이 '인간다움'의 자부심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이 책에서 38개의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저자가 제시하는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하는 궁극적인 질문에 닿게 된다. 어쩌면 우리는 갈수록 패턴화되는 대중 속의 '나'가 아니라 나만의 특성을 지닌 '1/80억'의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하는지도 모른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021/0/cover150/k35213763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0210087</link></image></item><item><author>꼼쥐</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과거라는 덫 - [카프네 - 2025 일본 서점대상 1위 수상작]</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261179</link><pubDate>Wed, 06 May 2026 19:5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26117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02137884&TPaperId=1726117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04/45/coveroff/k40213788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02137884&TPaperId=1726117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카프네 - 2025 일본 서점대상 1위 수상작</a><br/>아베 아키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은행나무 / 2026년 03월<br/></td></tr></table><br/>가정의달 5월을 맞는 사람들의 심리는 복잡하다. 차라리 어지럽다고 하는 편이 옳을지도 모른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은 물론 스승의날까지 모두 5월에 몰려 있는 것은 물론 기념일로 정해지기는 했지만 성대한 행사 없이 지나가는 바람에 국민 대다수가 모르는 성년의날이나 부부의날까지 포함하면 5월은 그야말로 가정의달이 아니라 기념일의 달이 되고 만다. 이렇게 많은 기념일이 있으니 5월은 매일매일이 기쁨으로 가득해야 하겠지만 사람들의 속내는 복잡하기만 하다. 얄팍한 지갑에 비해 지출해야 할 돈은 꽤나 버겁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나 몰라라 하기에는 왠지 낯 뜨거운 시선이 부담이 될 듯하다. 물론 지나고 나면 모든 게 추억이 될 수 있겠으나 현실은 그리 녹녹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래도 5월을 맞는 마음만큼은 언제나 따뜻하다. 아베 아키코의 소설 &lt;카프네&gt;처럼.<br>"저기, 카프네라는 회사 이름의 의미를 아시나요?" "포르투갈어로 '사랑하는 사람의 머리카락에 손가락을 넣어 빗겨주는 행위'를 나타내는 말이죠. 일본어로 번역하기 어려운 뉘앙스라고 하던데요."&nbsp; (p.268)<br>소설은 사십 대의 중년 여성 가오루코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남들처럼 자식을 낳고 평범한 가정을 꾸리는 것을 소망했지만, 거듭된 불임치료에도 불구하고 끝내 실패하였던 그녀는 결국 남편인 기미타카로부터 이혼 제안을 받게 되고 끝내 이혼하고 만다. 이혼 후의 일상은 쉽게 무너져 내렸다. 매일 저녁 술에 의지하여 잠이 들었고, 집안은 온갖 쓰레기로 점령당했다.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그토록 다정했던 12살 차이의 남동생 하루히코마저 갑자기 세상을 뜨고 말았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하루히코가 죽기 전에 유언장을 남김으로써 상속이 복잡해졌다는 점이었다. 한때 결혼까지 거론되었던 하루히코의 여자친구 세쓰나에게 상속 재산의 일정액과 아가베 베네수엘라 화분을 남겼던 것. 가오루코는 동생의 유언을 수행하기 위해 세쓰나를 만났지만 어쩐 일인지 그녀는 한사코 상속을 거부한다. 가오루코와 세쓰나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된다.<br>"5월이 됐다. 설명서에 적힌 대로 비료를 주고 흙이 마르면 물을 듬뿍 주면서 돌본 아가베 베네수엘라가 여러 겹 포개진 통통한 잎 사이로 빛깔이 옅고 소박한 새잎을 피웠다. 돌봐도 아무 변화가 없었던 식물이 갑자기 보여준 생명의 힘을, 가오루코는 쪼그리고 앉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nbsp; (p.259)<br>일상이 무너진 사람들에게 청소와 요리 등 가사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는 업체 '카프네'에서 요리를 담당하고 있는 세쓰나는 갑작스러운 이혼과 남동생을 잃고 일상이 흐트러진 가오루코의 집에 우연히 들렀다가 먹음직스러운 요리를 뚝딱 해놓고 떠난다. 겉으로는 마냥 무뚝뚝하지만 마음은 더없이 따뜻한 세쓰나에게 감동한 가오루코는 '카프네'에서 주말마다 하고 있는 가사 대행 봉사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어려서부터 책임감이 강했던 가오루코는 다른 건 몰라도 청소와 정리정돈만큼은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그 실력을 인정받는 사람이었다. 그 덕분에 가오루코와 세쓰나는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일상이 무너진 여러 가정을 방문하여 그들에게 다시 살아갈 힘을 북돋워 준다.<br>"집은 청소해도 금방 지저분해지고 음식도 먹으면 사라지죠. 그래도 괜찮아요. 고작 이삼일 정도라도 평소보다 집이 지내기 편해지고, 애써 뭘 만들지 않아도 이미 맛있는 밥이 준비되어 있으니까. 그런 환경만 있다면 사람은 아주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어요. 살아가기 위해 행동할 기력을 가질 수 있어요. 이게 카프네를 시작한 이유예요."&nbsp; (p.103)<br>수수께끼로 남았던 하루히코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세쓰나의 기억과 하루히코가 봉사활동을 하면서 방문했던 몇몇 가정의 가족들을 통하여 그 윤곽이 어렴풋이 드러난다. 하루히코 역시 가오루코처럼 '카프네'에서 봉사활동을 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쓰나와의 관계가 깊어지면서 새롭게 알게 된 세쓰나의 성장 배경과 삶의 고단함으로 인해 가오루코가 단단히 마음먹게 된 결심은 독자들로 하여금 감동의 눈물을 자아내게 한다. '블루데님 작업복에 투박한 블랙 컴뱃 부츠를 신고 머리는 만두처럼 묶은 채 화장기 없는 얼굴'로 나타나는 세쓰나는 '전투기 정비사가 일을 마치고 기지에서 훌쩍 나온 듯한 분위기'이지만 그 마음은 누구보다도 따뜻한 사람이라는 사실에 독자들 역시 세쓰나의 매력에 풍덩 빠져들게 된다. 사람은 겉모습만으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것이다.<br>"자기 힘으로 과거의 자신을 구하며 어떻게든 살아갈 수밖에 없다. 도키코가 일상을 살아가는 데 질식할 것 같은 사람들을 구하려는 것처럼, 기미타카가 상처받은 아이들을 구하는 것을 자기 사명으로 삼는 것처럼."&nbsp; (p.331)<br>우리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과거에 저당을 잡힌 채, 때로는 과거라는 쥐덫에 갇혀 옴짝달싹 못한 채 현재를 살아가는 경우가 더러 있다. 과거의 그림자가 현재의 내가 갖고 있는 생명력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꼴이 되는 것이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라고 물었던 한강 작가의 질문처럼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지도 모른다. '나의 과거가 나의 현재를 돕고 있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어쩌면 자신의 의지가 빚은 하나의 선택일지도 모른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04/45/cover150/k40213788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8044595</link></image></item><item><author>꼼쥐</author><category>일상의 기록</category><title>재회</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257190</link><pubDate>Mon, 04 May 2026 17:4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0404134/17257190</guid><description><![CDATA[비가 내린 다음날의 아침은 일상에 딱히 다른 이벤트를 첨가하지 않아도 극한의 즐거움을 맛보게 됩니다. 특히 봄이라는 계절에 느끼는 기분은 뭔가 특별합니다. 전날에 비해 맑아진 공기와 더욱 가깝게 들리는 새소리, 마른 솔잎이 젖어들면서 내뿜는 달큰한 향기와 젖은 낙엽으로부터 풍기는 구수한 내음까지 더하여 새벽 산행에 나선 사람들은 그야말로 도파민 과잉에 빠지게 됩니다. 오늘 아침이 그랬습니다. 길옆으로 노랗게 핀 애기똥풀 꽃과 이제 막 향기를 내뿜기 시작한 아카시아 꽃을 눈에 담느라 걸음은 마냥 느려졌습니다.<br>최근에 나는 회사일과 집안일이 겹쳐 꽤나 분주한 날들을 보냈습니다. 그 바람에 나는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을 마저 읽지도 못한 채 반납하고야 말았습니다. 바쁜 일이 풀리면 읽어야지, 했던 생각은 한낱 거품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나로 인하여 책을 대여하고자 했던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친 것 같아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읽지도 못할 거면서 대여 기간을 꽉꽉 채워 반납한다는 게 차마 말로 할 수 없는 매우 이기적인 행위였음을 도서관 직원에게 책을 반납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빌린 책들 중에는 두어 권의 예약 도서도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br>산에서 몸을 풀고 있는데 반가운 사람을 만났습니다. 2월 중순 이후로 만나지 못했던 멋쟁이 할아버지였습니다. 이사를 가셨는지, 혹시 아픈 건 아닌지, 그럴 리야 없겠지만 큰일을 당하신 건 아닌지 별의별 생각들이 스쳐갔었는데 할아버지의 건강하신 모습을 다시 보게 되어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뻤습니다. 오랜만이라며 인사를 건네자 할아버지 역시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그동안 뵐 수 없어서 멀리 이사를 가셨나보다 생각했다고 말씀드리자, 사실은 할아버지께서 이용하는 등산로의 초입에서 스스로 목을 매 자신의 목숨을 끊은 사람이 있었다며 그것 때문에 캄캄한 산길을 오르는 게 무척 겁이 났었노라고 하셨습니다. 한동안 그렇게 집 근처에서 산책으로 일관하다가 지금은 새벽 5시 30분에도 날이 훤하게 밝은 까닭에 다시 산에 올라 운동을 할 생각이 들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br>"눈을 감고 비가 와 인적이 드물었던 공원에서 홀로 걸었던 시간을 다시 걷는다. 그날 내가 걸었던 건 외로움이었을지, 웃는 사람들 사이에서 전하지 못한 고독이었을지 여전히 알지 못한다. 우수수 떨어지는 물줄기 사이에서 무엇을 놓고 싶은 마음이었는지도 모른다. 발목을 타고 흐르는, 첨벙거리는 물의 감촉을 통해 때 묻은 시간을 씻고 싶었을 수도 있다. 우산을 쓰고 걷다가, 우산을 던지고 온몸이 비에 흠뻑 젖어도 아무 시선에 구애받지 않는 곳에서 잠깐의 자유를 느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nbsp; (김보겸 작가의 &lt;서른에 시린&gt; 중에서)<br>온종일 바람이 불었습니다. 기신기신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 게 방금 전인 것 같은데 또 하루가 흘러가버렸습니다. 젊었던 시절엔 몰랐는데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는 채 정신없이 바빴던 날들이 지금은 무척이나 아깝게 느껴집니다.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생계만 유지할 수 있다면 내가 했던 모든 일들을 기쁘게 되돌아볼 수 있는, 그럼에도 그 낱낱의 시간들이 선명하게 기억되는 그런 여유 있는 삶을 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페터 빅셀의 산문집 &lt;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gt;의 제목처럼 나 역시 그런 어른이 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멋쟁이 할아버지와의 재회는 오늘 내가 얻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수확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description></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