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일기 - 세상 끝 서점을 비추는 365가지 그림자
숀 비텔 지음, 김마림 옮김 / 여름언덕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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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일기

스코틀랜드 위그타운에서 중고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주인이 서점을 운영하는 1년 간의 일기를 모아서 엮어낸 책

P47. 아주 오랫동안 한자리에 있었던 책들을 치우면 늘 그렇듯, 수거 작업을 다 마치고 난 우리는 먼지와 고양이 털로 온통 뒤덮여 있었다. 이런 것이 바로 사람들이 좀처럼 상상하지 못하는, 고상한 예술가처럼 보이는 책방 주인의 숨겨진 이면이다.

P415. 책이 갖고 있는 이런 숨겨진 역사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흥미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얼마 전 친구와 얘기하다가 책의 여백에 적힌 글귀나 주석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은 적이 있다. 이 문제 역시 논쟁의 소지가 있다.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메모라든지 누군가 휘갈겨 쓴 글씨 때문에 아마존을 통해 주문받고 배송한 책이 다시 반품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하지만 나는 이런 흔적을 훼손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매력적인 요소로 받아들인다. 나와 같은 책을 읽었던 다른 사람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니까 말이다.

진상은 어느 나라에 가도 존재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깨달은 교훈(?)이다. 진상 손님은 어딜가나 있고 그 유형은 대게 업종을 가리지 않고 비슷하다는 생각에 웃을 수도 그렇다고 울 수도 없는 책이었다.

일기를 모아 놓은 책이다보니 읽는 동안 살짝 지루한 감이 있었다. 물론 남의 일기에 소설 같은 스펙타클함을 바라서는 안된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대체로 진상 손님들 얘기, 서점 직원 얘기, 중고책 매입 얘기, 북페스티벌 얘기 등 당연하게도 서점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였다. 읽는 동안 지은이가 좀 짠하게 느껴지던 순간들이 있었는데 첫 번째가 진상 손님들한테 시달릴 때, 두 번째가 말 안 듣는 직원이랑 일할 때였다. 나도 알바를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진상한테 시달려 본 적이 있어서 저 장면을 볼 때마다 속에서 짠함이 올라왔던 것이다.
그리고 말 안 듣는 직원은… 진상과는 다른 차원에서 스트레스라는 걸 옆에서 본 적이 있어서 이건 정말 정말 안타까웠다. 안 맞으면 자르면 될 텐데 왜 데리고 일하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아마 그게 가능했다면 진작 직원을 바꿨을 것이다. 아마 이 직원만한(시간이든 임금이든) 조건을 갖춘 사람을 찾기 어려웠던 거겠지…

주인의 중고책에 대한 생각을 보고 있으면 재영책수선이라는 책수선가가 떠오른다. 주인 외에 중고책의 흔적을 훼손이라 여기지 않고 역사 혹은 매력적인 요소로 받아들이고 있는 사람이다. 이 분이 기록하고 있는 책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 흔적마저 매력이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잘 느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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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 아저씨 걸 클래식 컬렉션 2 라이트 에디션
진 웹스터 지음, 김율희 옮김 / 윌북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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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원에서 자란 제루샤(주디) 애벗. 여느 때처럼 이사회의 방문에 정신 없는 하루를 보낸다. 하루가 마무리 되어갈 즈음, 고아원 원장이 그녀를 불러 그녀가 한 이사님의 후원을 받게 되었음을 알린다. 조건은 익명의 이사님께 매달 편지를 쓰는 것. 그렇게 대학에 진학하게 된 주디는 키다리 아저씨에게 편지를 쓰게 된다.

P104. 저기 있잖아요, 아저씨, 우리 여성들이 참정권을 획득하면, 아저씨 같은 남자들은 권리를 잃지 않도록 당찬 모습을 보여줘야 할 거예요.

P225. 하지만 제 경우에는 제가 행복하다는 사실을 삶의 매 순간 아주 확실하게 알고 있어요. 그리고 아무리 불쾌한 일이 일어나도 행복한 마음을 잃지 않을 겁니다. 불쾌한 일은 재미있는 경험으로 받아들이며, 그게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되어 기쁘게 여길 겁니다.

어렸을 때 접한 고전을 나이를 먹고 다시 접했을 때 좋은 점은 그때와 지금의 생각을 비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키다리 아저씨는 애니메이션으로 처음 접했다. 어느 날 엄마가 만화 하나를 틀어주었는데 그게 바로 키다리 아저씨였던 것이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 보면 동생과 함께 꽤 집중했었던 것 같다. 불빛에 비춰진 후원인 아저씨의 길쭉길쭉한 그림자, 대학교에서 편지를 쓰는 주디, 농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주디 등등 그 때 본 영화의 장면들은 지금도 기억에 남아있다.

책 이야기로 돌아와서, 소설은 주디가 후원인 아저씨에게 편지를 쓰는 것이 중점인 만큼 그녀가 쓰는 편지들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맨 앞부분의 고아원 시절 말고는 전부 주디 혼자 떠드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이 특이했고 읽는 재미가 있었다. 마치 내가 키다리 아저씨가 된 것처럼 주디의 편지를 받아보는 것 같아서였다(하지만 주디의 입장에 더 이입이 됐다). 편지로 조잘조잘 떠들어 대는 모습이 꼭 어릴 적 엄마에게 이것저것 다 털어놓는 나를 보는 것 같기도 했다. 키다리 아저씨를 유일한 가족처럼 대했던 주디였으니 어릴 적 내 모습을 떠올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을 지도 모른다.

소설은 주디의 아이 같은 면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그녀는 편지에 가끔 참정권을 갖지 못하는 여성의 현실을 비꼬는데, 이런 모습은 그녀가 물가에 내놓은 아이가 아닌 똑 부러지고 당찬 여성이라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 그리고 이런 불만들을 통해 여성들에게 교육의 기회만 주어졌을 뿐 여전히 불평등한 사회라는 것을 알려준다.

소설엔 모습을 드러내진 않지만(일단 표면적으로는) 주디의 편지를 통해 느껴지는 것은 참 권위적이고 속이 좁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 봤던 영화에서도 주디에게 샐리네 집에 가지 말고 농장에 머물 것을 명령했을 때 내가 주디라도 된 것 마냥 그저 속상했는데 막상 소설을 읽으니 키다리 아저씨의 마음을 이해하기는커녕 진짜 왜 저러나 라는 생각만 들었다.
주디는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멋진 여성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그걸 편지로 장학금도 받지 말아라 과외도 하지 말아라 여름엔 농장에서 지내라…. 등등 별 이유도 없이 그냥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글 몇 줄로 다 막고 있으니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나중에 이런 남자랑 결혼을 한다고 했을 때 ‘진짜 굳이…’ 싶었지만! 주디가 원한다면 해야지 라는 마음으로 그녀의 행복을 빌기도 했다.

그런데 정말 딱 한 가지 불만인 것은 둘의 나이 차이가 무려 14살이라는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 차이는 날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은 몰라서 충격이었다. 작은 아씨들의 조도 그렇고 여기의 주디도 그렇고 왜 작가들은 주인공을 나이 많은 남자와 결혼을 시키는지...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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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화원 걸 클래식 컬렉션 2 라이트 에디션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지음, 이경아 옮김 / 윌북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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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받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했던 소녀 메리는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난 뒤 고모부 댁으로 오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시종 마사의 조언으로 밖으로 나가 몸을 움직이면서 건강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정원에서 만난 마사의 동생 디콘과 사촌 콜린과 함께 비밀 정원에서 남몰래 비밀을 키워나간다.

P77. 솔직한 말이었다. 메리 레녹스는 난생처음 자신에 대해 솔직한 말을 들었다. 메리가 무슨 짓을 해도 원주민 하인들은 항상 비위를 맞춰주고 복종했다. 메리는 지금껏 자기 외모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벤 웨더스태프처럼 못생겼는지는 궁금했다. 울새가 찾아오기 전의 벤처럼 뚱해보이는지도 궁금했다. 게다가 자신이 정말 성격이 고약한지 되돌아보기 시작했다. 문득 마음이 불편해졌다.

P423. 아름다운 새 생각들이 오래된 흉측한 생각들을 몰아내기 시작하자, 콜린에게도 생기가 되돌아왔고, 피는 혈관에서 건강하게 뛰었고, 힘이 홍수처럼 콜린의 몸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콜린의 과학적 실험은 꽤나 현실적이었고 단순했다.

작가의 다른 작품인 <작은 공주 세라>의 세라와 이번 작품의 메리는 상반된 인물이다. 전자는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 사랑을 받을 줄도, 줄 줄도 아는 인물인 반면, 후자는 사랑은 커녕 관심조차 받지 못해서 모든 사람들을 싫어하게 된 인물이기 때문이다. 사랑을 듬뿍 받은 아이와 전혀 받지 못한 아이. 전자의 이야기는 이미 읽어봤으니 후자의 이야기를 읽을 차례라고 생각하며 책을 읽어나갔다.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는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초라해보였다. 마음은 짜증으로 가득 찼으며 겉모습은 창백하고 삐쩍 말랐다. 이런 아이를 변화시킨 것은 화원이었다. 책의 제목처럼 10년 동안 숨겨진 화원을 발견한 메리가 사촌인 콜린, 시종 마사의 동생 디콘과 함께 화원을 가꾸며 밝은 아이로 성장한 것이다.

소설이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 두 번째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이다. 스스로 땅을 일구고 씨앗을 심는 등의 행위를 통해 아이들은 자연과 어울리며 그것이 주는 행복을 깨닫는다. 움직임을 통해 몸에 활력을 불어넣고 생명이 움트는 것을 지켜보며 기쁨을 얻은 것이다. 그리고 책 속에서 ‘마법’이라고 불린 긍정적인 사고 방식은 콜린이 가장 많은 덕을 보았다고 할 수 있다. ‘언젠간 등이 곱아 죽을거야’ 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죽을 날만 기다리던 아이가 자신의 몸에서 부정적인 생각들을 몰아내고 긍정적인 생각들로 가득 채웠을 때 그 ‘마법’은 일어났다. 스스로 걷고 뛰고 여느 아이들과 다름없는 모습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긍정적인 사고방식은 우리 인간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마법인 것 같다.

+소설을 다 읽고 마크 먼든 감독의 시크릿 가든(2020)을 봤는데 정말 충격적일 정도로 원작을 이해 못한 사람이 만든 영화같다. 원작을 안보면 볼 만할 수도 있지만 원작을 읽은 사람에게는 차라리 없는 편이 나을 법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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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의 아이들 - 작은 아씨들 3,4부 완역판 걸 클래식 컬렉션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김재용 외 옮김 / 윌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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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아씨들 -조의 아이들-
루이자 메이 올컷 저
윌북
바에른 교수와 결혼 후 플럼필드라는 학교를 세우고 그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한 조. 개성 넘치는 아이들 덕에 플럼필드에는 떠들썩한 나날이 이어진다.
소심하지만 바이올린 연주가 특기인 냇, 장난꾸러기 토미, 차분하고 독서를 좋아하는 데미, 가정적이고 쌍둥이 오빠인 데미를 잘 따르는 데이지, 자기 주장이 강하고 남들에게 물건 나누어주는 것을 좋아하는 낸, 거친 말투를 사용하나 자연에 관심이 많고 모험심 강한 댄, 온화하고 차분한 성격의 로브, 로브 형과는 반대로 천방지축인 테드 등 플럼필드에 모인 아이들의 성장과 홀로서기를 담고있다.

p279. 조는 모두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어서 마음이 놓였다. 조는 어린아이들의 마음에 먹구름이 낄 때 항상 마음이 아팠다. 아이들의 희망과 계획이 아무리 사소해 보여도 어른들은 그것을 존중해야 한다고 믿었다.
p533. 그토록 어린 소녀가 자신의 미래를 예언하더니, 어엿하게 성장해 실현하고 있었다. 의학 공부를 하며 큰 행복을 느끼는 낸에게 자신이 선택한 길을 넘어설 수 있는 직업은 없었다. 데이지가 말한 ‘작고 예쁜 집과 보살필 가족’을 선택하는 쪽으로 낸의 마음을 바꾸려고 훌륭한 젊은 신사들이 애를 써보기도 했지만 낸은 웃기만 할 뿐, 흠모의 말을 속삭이는 혀를 한번 진찰해 보자고 하거나, 수락을 구하며 내미는 커다란 손을 잡고 의사처럼 맥을 짚으려고 들면서 접근하는 남자들을 쫓아냈다.
p538. “너희 남자애들은 참 바보 같아. 어릴 때처럼 둘씩 짝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우린 그럴 일 없을거야. 여기서 보니 파르나소스가 참 근사하다!” 낸이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
p547. “상황이 이러니 ‘여자들이 넘쳐나도’ 할 일은 태산이지. 도움 안 되는 남자들을 보살펴야 하니까. 가면 갈수록 분명히 알겠어. 의사라는 직업 덕분에 독립적인 비혼주의로 남을 수 있게 되어 참 기쁘고 고맙지 뭐야.”
p628. “이 나라엔 좋은 점도 있지만, 다 좋은 건 아니야. 영국에서는 여성들도 투표를 할 수 있지만, 우린 못 하잖아. 미국에 아무리 좋은 점이 많아도, 그것 때문에라도 난 부끄러워.” 모든 개혁에 대해 진보적인 입장을 지지하며 자기 권리에 대해 적극적인 낸이 소리쳤다.

조가 세운 플럼필드라는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은아씨들 3, 4부는 개인적으로 1, 2부에 비해 조금 더 페미니즘적인 성격이 드러나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전권에서 여성의 삶에 대해 고민하던 인물이 조 한 명뿐이었지만 이번에는 낸을 비롯한 여러 여자아이들이 삶의 방향성에 대해 다양하게 고민하고 있었고, 이젠 부모가 된 마치 자매들이 인생의 선배로서 여학생들에게 다양한 가치관을 심어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전권보다 여성의 삶에 대해 다양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조언을 서슴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세대 간 계승식을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여성의 삶에 대해 고민하면서 진보적인 것만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의문에 빠지기도 했다. 특히 데이지와 낸을 보면서 이런 고민이 더 깊어졌는데, 참정권을 주지 않는 나라를 부끄러워하고 결혼을 갈구하는 남자들에게 진절머리를 내는 낸과 달리 데이지는 논쟁을 싫어하고 자신만의 가정을 꾸리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둘을 보면 데이지는 구시대적이고 낸은 진보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데이지의 소망이 어리석고,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 받아야 하는 것일까.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봤을 때 작은아씨들은 어떤 삶이 옳고 그르다 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았다. 데이지와 낸이 서로 상반된 미래를 그리고 있다고 해서 어느 한 쪽을 비판하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그들의 생각을 풀어내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선생님이자 어머니이자 조언자인 조도 아이들에 맞게 조언을 하는 것에 집중을 하지,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았다. 결국 작은아씨들이 말하고 싶은 것은 주체적인 삶이 아니었을까 싶다. 자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것이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아닐까.
어린 시절, 자신의 성격을 주체하지 못해 속상해하던 조가 어느덧 어른이 되어 자신이 사랑하는 아이들과 학생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며 나에게도 조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보다 나도 조와 같은 사람이 되어야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된 내 모습을 보며 나 또한 조금씩 성숙해져 가는구나를 느끼게 된다. 여전히 미숙한 내 모습에 화가 날 때도, 속상할 때도 있지만 언젠가 나도 내 주위 사람을 이끌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다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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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 (영화 원작 소설) - 완역, 1·2권 통합 걸 클래식 컬렉션 1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공보경 옮김 / 윌북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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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
윌북
루이자 메이 올컷 저
약간의 허영심이 있지만 마치 가문의 맏딸로서 동생들을 이끄는 메그, 털털한 성격에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조, 수줍음이 많지만 성실하고 피아노 연주를 좋아하는 베스, 미술에 관심이 많고 어리광쟁이인 에이미. 개성 넘치는 네 자매의 성장 이야기

p167. “넌 나보다 훨씬 나은 사람이 될 거야. 그래도 너희 아버지 말대로 ‘가슴 속의 적’을 늘 경계해야 해. 안 그러면 인생을 망치든지 우울한 삶을 살게 될 테니. 이번에 제대로 경고를 받았다 생각하고 명심하렴. 급한 성미를 다스리는 데 온 마음과 영혼을 다하도록 해. 그 성미가 너를 더 큰 슬픔과 후회로 몰아넣기 전에.”
p814. 원래 남자들은 자신이 세상의 주인이라 생각하기에 여자가 조언을 해주면 인정을 하진 않는다. 그러다가 자기도 어차피 그렇게 할 생각이었다면서 조언을 실행에 옮기곤 한다. 그래 놓고 성공하면 여자의 공은 반만 인정하고, 실패하면 전부 여자 탓으로 돌린다.

친근하고 따듯한 어조로 풀어나가는 네 자매의 이야기는 소소하면서 마음 따듯해지고, 교훈 가득한 내용이었다. 어렸을 때 만화로 읽은 작은 아씨들에서는 예쁜 메그가 마냥 좋았는데 커서 읽으니 성실하고 마음 여린 베스가 좋아졌다. 외면이 먼저 눈에 들어왔던 어린 시절에서 내면도 볼 줄 아는 어른이 됐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었다. 네 자매 외에도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바로 로리였다. 여자들 밖에 없었던 자매들의 세상에 처음으로 들어온 ‘또래 남자아이’는 그녀들의 삶에 큰 파장이 아니었을까?
자매들과 이웃소년 로리의 이야기는 공감되는 내용이 참 많았다. 자매들끼리 다투고 화해하고, 친구와 누가 먼저 사과할 지로 고민하고, 서투른 집안일로 울상이 되는 일은 살면서 한 번씩은 겪어본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심 속으로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건 다 똑같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옛날부터 물건 가지고 동생이랑 자주 치고 박고 했던 것은 물론이고 엄마가 없을 때 혼자 요리를 해보겠다고 했다가 잘 안돼서 속상해 했던 경험이 있어서 자매들의 이야기가 남일처럼 여겨지기 않았던 까닭이다.
남성에 대한 인식이 지금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점도 기억에 남았다. ‘원래 남자들은 자신이 세상의 주인~’ 이라는 문장이었는데, 읽으면서도 정말 100년도 더 전에 쓰여진 문장이 맞는지 긴가민가 할 정도였다. 비꼬는 어조가 속 시원하면서도 지금도 똑같이 행동하는 남자들이 떠올라 씁쓸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사춘기를 지나 성인이 된 자매들의 앞에 놓인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사교계에 나가 부잣집 도련님과 결혼을 하거나 아니면 (가난하지만) 진실된 사랑을 찾아 결혼하거나. 메그는 후자였고 에이미는 전자로 향하는 듯 하였으나 로리와 결혼을 하였으니 반만 맞은 후자였다. 그리고 남은 조는 끝내 후자를 택하였다. 로리와 이어지지 않은 조를 보고 독자들의 성원에 못 이겨 작가가 결국 조를 결혼시켰다는 얘기를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역시 어딘가 아쉬울 수 밖에 없었다. 소설 내내 자유를 갈망하며 작가가 되길 바랐던 인물이었기에 다른 자매들과는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어서였다.
성인이 돼서 읽은 작은아씨들은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이었다. 여성의 삶 그 자체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감도 하고, 교훈도 얻고, 미래에 대해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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