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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묘묘 고양이 한국사 - 오늘 만난 고양이, 어디서 왔을까?
바다루 지음 / 서해문집 / 2021년 1월
평점 :
고양이 한국사
사료를 통해 만나보는 한국 고양이의 역사 이야기. 우리나라에는 고양이가 언제 들어왔고, 어떤 식으로 왕가와 민가에 자리잡게 되었는지에 대한 변천사를 각종 사료를 통해 추적해나간다.
P120. 서거정보다 19세 연하의 문인이었던 성현은 키우던 고양이가 개에게 물려 생을 마감하자 눈물을 흘리면서 양지바른 언덕에 무덤을 만들어 줬다. 이것만 하더라도 예사롭지 않은데, 그가 쓴 추도문은 가히 한국 고양이의 역사에 길이 남을 역작이다.
P211. 고양이를 가리키는 묘와 고령의 노인을 가리키는 모가 중국어로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에 고양이 그림을 선물하는 것은 상대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뜻이었던 것이다.
책 표지의 글귀가 눈길을 끄는 책이었다. ‘오늘 만난 고양이 어디서 왔을까’. 그러게, 진짜로 내가 오늘 본 길고양이는 어디서 왔을까?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아닐 테니 분명 그 시작점이 있을텐데 이제까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게 의아했다. 가끔 길에서 마주치는 길고양이를 귀여워 하다가도 고양이 울음소리와 싸움 소리에 잠 못들던 밤을 생각하면 다시 원망스러웠던 고양이들. 갑자기 이들의 변천사가 궁금해졌다.
고양이들이 한국에 오기까지의 과정부터가 참 길었다. 원시 고양이들이 대륙을 이동하고, 이집트에 정착했다가, 다시 중국으로 건너가서 우리나라로 들어오게 된 것이었다. 그 전에는 삵이 있었으며 이들은 야생동물로서 우리와 공존해왔다고 한다. 그것이 농경 문화가 발달하고 쥐로부터 곡식을 지켜야 할 필요성이 생기자 고양이가 점차 민가로 들어와 사람과 어울리게 된 것이라고 한다. 생각해보면 주인을 구한 충견이야기는 있어도 주인을 구한 충묘(?)이야기는 없다는 게 이상했는데 과거에는 고양이가 곡식을 지키기 위한 존재였지, 사람과 교감을 하는 관계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랬던 고양이가 시간이 점차 지나자 애완동물로서 사랑을 받기 시작한다. 자신이 기르던 고양이가 죽자 무덤을 만들고 추도문까지 바치는 모습은 그들이 인간과 상당히 가까워졌음을 드러낸다. 그런가 하면 갑자기 고양이를 보면 장원에 급제하고 죽을 뻔한 사람 목숨을 구한다는 행운의 상징으로까지 떠오른다. 갑작스런 그들의 신분상승(?)이 당황스러울 따름이었다.
이후에도 고양이들은 다양한 변화를 겪는다. 민가와 왕가에서 사랑 받는 존재로, 콜레라를 퇴치하는 민간요법으로, 만수무강의 상징으로, 저주술의 도구로. 사실 변한 것은 고양이가 아니라 사람인데 말이다. 고양이는 있는 그대로 살고 있을 뿐인데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의 인식이 변하면서 그들은 사랑을 받다가도 요물이라며 내쳐지곤 한다. 바람 잘 날 없는 그들의 삶에 안타까움만 더해진다.
현재에도 유기된 많은 고양이들로 인해 길 위에서는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소음공해부터 캣맘, 길고양히 학대 등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고양이는 반려동물과 골칫거리 사이에서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과거의 발자취를 통해 이제 우리는 고양이가 아닌 우리의 인식이 바뀌어야 할 때임을 인지해야 한다. 고양이들이 길거리로 나온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들을 길거리로 내보냈음을.